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97)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98화(298/349)
45. 혈멸규약 Bloodcult Protocol (2)
45. 혈멸규약 Bloodcult Protocol (2) – 어? 나요?
– 오염체의 완전한 침묵과 오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방사열선 사출병기나 그에 준하는 4레벨 이상의 고화력 병기, 혹은 클래스D 이상의 궤도폭격을 통해 소각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으음······.”
알레프의 부연설명에 시길라이트의 입에서 탄식의 감정이 담긴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그리고 또한, 결코 듣고 싶지 않던 대답이기도 했다.
“그냥 소각도 아니고 완전소각이라, 난이도가 너무 어렵지 않소. 행성의 오염도가 심각한 경우엔 공동화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소리고.”
–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함대를을 동원한 궤도폭격은 도시나 방어시설 등 핵심 목표와 그 주변을 일소하는 데에서 끝이 난다.
하지만 행성 공동화는 다르다.
국지적인 지역의 소각으로 오염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면, 아예 행성의 지표 전부를 핵의 불길로 불태워버리는 수밖에. 행성 표면을 전소시키는 만큼 가히 천문학적인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감수해야만 하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워프 시설이 없다는 전제 하에 오염의 확산은 확실하게 행성 규모에서 멈출 수 있다.
시길라이트는 알레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오?”
– 블러드컬트 프로토콜에 따르면 최우선 목표는 남은 핵심보호기관인 군부의 무결성 확보입니다.
군부. 인류정부가 지닌 가장 거대한 힘을 지닌 조직의 이름이 나오자 중추원 의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인류정부의 실질적인 최고통치기관이라 할 수 있는 중추원조차 삼 할에 가까운 인원들이 오염된 상태였는데, 과연 인류정부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거대한 군부라는 조직이 오염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과연 혈교의 무리들이 군부를 지금까지 가만히 내버려 뒀을까?
그들은 혈교의 난을 직접 겪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래 전의 역사를 통해 혈교와의 대전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는 알고 있다.
당시 혈교에 오염된 인류정부의 군사력은 고작 삼 할에 불과했지만, 고작 그것만으로도 인류가 개척했던 영역 전체가 십여 년간 불타오르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하다면?
의원들의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우스는 그런 의원들의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진정해 주시길. 우려와는 달리 군부의 핵심전력인 중앙군은 오염의 정도가 심하지 않을 거라는 게 저희 측의 분석입니다.”
“어째서지?”
“중앙군은 최신예 장비들을 보유하고 있어 평시에도 혈교의 오염에 대비해 저희 이상으로 높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2선, 혹은 3선급 무기들을 가지고 은하 내부를 무대로 활동하는 지방군에 비해 중앙군은 월등한 성능의 최신 무기들을 들고 외우주의 적들과 싸운다. 강력한 무기를 보유한 그들이 인류의 가장 치명적인 적 중 하나인 혈교의 오염에 대한 경계를 늦출 리가 없지 않은가.
무림교류부는 다른 부처들 이상으로 혈교의 오염에 대해 민감하게 대처하기 때문에 비교적 오염의 정도가 덜했다. 그렇다면 중앙군의 사정은 그들보다 조금 더 양호한 편이리라.
물론, 제우스가 일부러 꺼내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다.
‘중앙군은 괜찮아도 지방군 쪽이 문제겠지만.’
제우스의 이야기를 달리 말하면, 은하를 다섯으로 나눈 행정단위인 섹터 산하의 섹터 암드 포스나 각 성계군 총독부에서 운영하는 에어리어 내셔널 가드 같은 지방군들은 혈교의 오염에 취약하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러나 일찍이 그 사실을 눈치챘음에도, 의원들의 동요는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숫자 자체는 부족할지 몰라도 전력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는 것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길라이트의 침중한 표정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건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측으로 보이오만?”
그는 냉철한 이성적 사고로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리고 제우스는, 조금 전에 꺼냈던 이야기와 달리 그의 말에 동의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중추원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제우스는 집행관들과 함께 중추원을 점거한 무림인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들은 무림의 소림과 천주소림에서 비밀리에 육성한 특수무력집단입니다. 블러드컬트 프로토콜에 따라 혈교사태를 인정하고 저희 무림교류부에 파견된 이들로 혈교의 발호에 대비하기 위해 키워진 스페셜리스트들이죠.”
무림교류부는 오랜 세월동안 검증되어온 극소수의 문파들에 한해 여러 시나리오의 긴급사태에 대한 인원파견 협정을 맺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소림과 천주소림은 혈교 사태를 대비해 협정을 맺은 문파들이었다.
소림의 항마법승(降魔法僧). 그리고 천주소림의 구마기사단(驅魔騎士團).
혈교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각 문파 내에서도 극비리에 양성된 소수의 대 혈교오염 특화부대.
철저한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하여 혈교의 정신오염에 강한 내성이 있고, 무공을 익혀 어지간한 보병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그들은 현재 무림교류부 직할 소속으로서 일종의 사설부대와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인류정부가 무림의 일에 관여하는 관무불침의 불문율은 실질적인 관습법인 것과는 별개로 법적인 효력이 없지만, 인류정부에 무림인이 직접 개입하는 관무분리조약은 분명히 명시된 법령. 엄밀히 말하면 지금 이들을 움직인 것도 불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제우스의 요구에 의원들 중 하나가 껄끄러움을 담은 얼굴로 말했다.
“······무림인들의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해달라는 뜻이군. 하지만 군부조차 확실히 통제하지 못했는데 계엄령을 공표하는 건 시기상조가 아닌가?”
“합리적인 판단이십니다. 군부의 무결성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지금 계엄령부터 공표하면 혼란만 가중되겠죠.”
하지만 제가 부탁드리려 하는 건 계엄령 선포가 아닙니다. 제우스가 의원의 추측을 부정했다.
그 부정의 의미를 가장 먼저 깨달은 이는 시길라이트였다.
“과연, 중추원의 권한으로 발행된 영장을 원하는 것이오?”
“네. 저희 무림교류부의 일등 집행관들의 이름 앞으로 일급 영장 열세 장을 발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길라이트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아도 무림인과의 협력 항목이 포함된 영장이 있으면 괜찮다······영리한 선택이군.”
“그리고.”
제우스가 말을 이었다.
“최고 등급 영장을 한 장 발행해 주십시오.”
“뭣······!”
“지금 자네가 꺼낸 말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 건가?!”
제우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원들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떤 의원은 아예 벌떡 일어서며 제우스를 향해 삿대질까지 할 정도였다.
최고 등급 영장이라는 것은 중추원의 모든 권한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효력을 가진 명령서였다.
기나긴 인류정부의 역사 속에서도 고작 세 번밖에 발행된 사례가 없는 절대권력의 증표. 막말로 개인의 판단으로 국지적인 전쟁까지 가능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권한은 막대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혈교가 상대라고 해도 너무 과한 것을 요구하는군. 그대들 이름으로 일급 영장을 열세 장이나 발행하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인데, 최고 등급 영장? 말도 안 되는 소리!”
“저희는 기술선도국의 오염을 확인되었습니다.”
반발하는 의원들을 향해 제우스가 한 말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은 우려를 토해내던 의원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는 의원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기술선도국이 관여된 수많은 프로젝트들 중에서 일급 영장으로 조사할 수 없는 프로젝트는 다수 존재합니다. 그 프로젝트들이 혈교의 오염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들이라면, 아무리 군부의 오염을 걷어낸다고 해도 우리는 오염의 확산을 막을 수 없겠죠.”
“기술선도국의 오염이 확실하오?”
“통칭 고독이라고 불리는 외계기생체의 출처가 기술선도국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확실한지를 물었소.”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으음······.”
외교적 수사와는 별개로 확신이 담겨 있는 제우스의 목소리. 시길라이트가 미간을 좁혔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최고 등급 영장의 발행에 동의하겠소.”
“시길라이트 의원?!”
동료 의원들의 경악에도 불구하고, 시길라이트 의원은 마이크를 잡은 채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제우스의 요청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사실을 피력했다.
“지금은 비상 사태이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소. 아무리 의장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고 해도 이곳 중추원의 소식이 군부의 정보망에 들어가는 건 시간 문제겠지. 혈교 끄나풀들이 대책을 세우기 전에 빠르게 몰아쳐야 하오.”
‘과연 시길라이트 상임의원······판단이 대단히 빨라.’
혹시 모를 후폭풍 따위를 걱정하기보다 당장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부터 판단한다. 아테나는 속으로 시길라이트의 침착한 대응에 감탄했다.
혈교의 위험성은 그대들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터. 시길라이트가 다른 의원들을 한 차례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주저하는 동안 골든 타임은 지나가고 있소. 지금은 중추원의 느린 의사결정으로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지. 그러니 알레프 의장, 곧바로 표결을 시작해 주시오.”
– 시길라이트 상임의원의 ‘최고 등급 영장 발행’ 안건에 대한 표결 요청을 승인합니다.
알레프는 기다렸다는 듯 시길라이트의 요청을 받아들여 표결을 시작했다.
“갑자기?”
“이런,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어쩔 수 없나.”
“일단 생각을 좀 해 봅시다.”
중추원의 의원들은 갑작스런 표결 요청에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긴 했으나, 그렇다고 표결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시길라이트의 발언이 충분히 합리적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무능한 인사라면 애초에 이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었을 테니까.
주어진 시간은 대략 십 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의원들이 하나둘 각자의 판단에 따라 표결을 시작했다.
의견의 조율과정이 오래 걸릴 뿐, 중추원의 표결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잠시 후 표결의 집계가 끝난 알레프가 입을 열었다.
– 찬성 52표, 반대 14표, 기권 2표, 불참 32표. 찬성표가 참여표의 70%가 넘으며, 전체 표의 과반이 넘는 것을 확인. ‘최고 등급 영장 발행’의 안건이 가결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다행이군요.”
나름 긴장을 하긴 했었던 것인지, 제우스는 무표정한 얼굴인 채로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시길라이트가 물었다.
“그러면 최고 등급 영장은 그대의 이름으로 발행하면 되겠소?”
“아뇨. 제가 아닙니다.”
제우스는 고개를 돌려 그의 옆을 바라보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시선을 받은 아테나가 두 눈을 깜박였다.
“어······나?”
“네. 저를 포함해 모든 일등 집행관들 중에서 당신만큼 혈교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많은 이는 없습니다. 현재 중앙군의 무결성 확보만큼 중요한 건 없는 상황이니, 당신이 군부를 맡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나 혼자서?”
“네.”
당신이 대동할 수 있는 건, 개인 호위 정도입니다. 제우스가 현마를 슬쩍 바라보며 덧붙였다.
군의 상층부는 기본적으로 무림인에 대해 배타적이다. 괜히 소림이나 천주소림의 무림인들을 줄줄이 이끌고 갔다가는 협조를 구해도 모자랄 상황에 쓸데없이 마찰이나 일으키게 되리라.
“저는 중추원의 경호를 맡고, 다른 동료들은 인류정부의 2차 핵심보호기관들의 오염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제우스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테나, 당신이 중앙군의 무결성을 확보해 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