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98)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99화(299/349)
44. 혈멸규약 Bloodcult Protocol (7)
44. 혈멸규약 Bloodcult Protocol (7) – 서든데스 모드
“······관부가 무림인의 도움을 받아 조정을 장악했다고? 지금 역모가 일어났다 그 말이냐? 소림이 그 역모에 손을 보탰고?”
목진이 휘둥그래진 눈을 한 채 놀란 얼굴로 물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테나가 조정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아예 역모를 일으켜 조정으로 쳐들어갔다니.
당연히 아수라 붓다의 바이저에 물음표 세 개가 연달아 띄워졌다.
“아니, 역모는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요. 중추원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일단 접수부터 한 거지.”
“반역도당들이 하는 말이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더냐. 사특한 간신들이 황제의 눈과 귀를 막고 있으니 조정의 법도를 바로 세우겠다. 역적들은 다 그리 말하느니라.”
“······듣고 보니 그럴싸하구려?”
“그럴싸하긴 뭐가 그럴싸해요.”
한숨을 푹 내쉰 순자가 깨달음을 얻은 듯 바이저에 느낌표를 띄우는 아수라 붓다의 맨들맨들한 민머리를 찰싹 때렸다.
‘목진 님은 고대인이니까 뭐······.’
딱히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그녀에게는 익숙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순자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목진을 보며 언제나와 같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런 게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지만, 혈교가 연관된 일이잖아요. 선조치 후보고 개념이니까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대가를 치르겠죠.”
“허어. 그래도 역모는 역모이지 않느냐.”
“겨우 무림인 몇 명 데리고 간다고 장악할 수 있을 만큼만큼 인류정부의 행정 시스템 수준이 조악하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별로 걱정할 필요 없어요. 순자가 아직도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목진에게 대답했다.
“그래도 중추원 확보에 성공했다면 꽤 희소식이네요. 혈교가 언제 무슨 일을 터트릴지 알 수가 없어서 뒤통수가 간질간질거리는 상황이었는데.”
세령의 복수행을 완수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목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혈교에 대한 불안감이 가신 것은 아니다. 단순히 어디에서 혈교가 설치고 있다 소리 정도만 들은 정도라면 모를까, 이미 몇 번이나 혈교에 오염된 이들과 직접적으로 엮인데다가 무영탑에서는 아예 혈교의 본체와 조우하며 이래저래 관심까지 끌어버린 상황이 아닌가.
이대로 인류정부가 혈교의 오염에서 벗어나고 혈교의 준동을 막아낼 수만 있다면 최상의 전개. 나찰즈 일행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혈교에게서 신경을 끄고 세령의 복수행에만 집중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순자의 생각과는 달리, 아수라 붓다는 노노노 하고 좌우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꼭 그렇지는 않소, 순자 시주. 중추원의 안전을 확보했다는 건 꽤나 고무적인 일이오만, 그건 단지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지.”
중추원은 인류정부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지만, 실질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는 기관은 아니거든. 아수라 붓다가 말했다.
그 말에 목진은 중추원과 군부를 시작으로 인류정부 내의 혈교 끄나풀들을 솎아낼 거라는 아테나의 말을 떠올렸다.
“군권을 말하는 것이로구나.”
“바로 맞췄소. 인류정부의 기밀 행동규약 중에는 혈교가 인류정부 내에 침투했을 때 발동되는 블러드컬트 프로토콜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발동되면 중추원과 군부, 무림교류부를 최우선으로 장악하게 된다오.”
무림교류부랑 중추원을 장악했으니, 지금쯤이면 군부를 장악하고 있겠지. 아수라 붓다는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목진은 아수라 붓다의 말에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밀이라고 하면서 네가 어찌 그 사실을 알고 있느냐?”
“그야 무림교류부가 소림의 항마법승들을 차출하는 조건이 블러드컬트 프로토콜의 발동이니 당연한 거 아니겠소.”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소림의 특급 기밀인 거 같은데. 순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도 기밀 아닌가요?”
“물론! 인류정부에서도 고위급 인사만 알고 있고, 소림에서도 방장을 포함해 아는 이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오.”
“그런 내용을 저희한테 막 말해도 괜찮아요?”
“어허, 이래 뵈도 말해도 될 상대와 안 될 상대의 구분 정도는 잘 하고 있소이다. 거 듣자하니 인류정부의 높으신 분과도 뭔 끈이 있으신 모양이던데······.”
아테나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눈치는 아니지만, 뭔가가 있다는 건 아는 듯 보인다. 목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건 어디서 들은 이야기더냐?”
“방장이 슬쩍 알려주었소이다.”
“쯧, 이름만 대문파는 아니라는 게로군.”
목진이 가볍게 혀를 찼다. 구태여 목숨 걸고 지킬 비밀까지는 아니다마는, 무림인으로서 관과 끈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남에게 알려진 것이 영 마뜩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림 정도 되는 대문파의 수장이시면 충분히 알고 계실 수 있겠네요. 따로 정보원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무림교류부 쪽에서 언질을 받았을 수도 있고.”
순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었다.
“그런데 군부의 일이 저희와 무슨 상관이죠? 인류정부 차원에서 혈교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으면 저희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인데.”
본격적으로 인류정부가 나서기 시작한 이상 혈교에 관한 일들은 그들의 손을 떠난 일이다. 아무리 나찰즈 일행과 혈교와의 접점이 작지 않다고는 하나 그들은 결국 일개 떠돌이 무림인. 개인에 불과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명확했다.
막말로 목진이 우주제일의 고수이자 생사경의 경지에 도달한 초인이라 한들, 무수히 흩어진 은하의 별들과 그 깊숙이 숨어있는 혈교의 준동을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테나와의 밀약에 따라 혈교와의 싸움에 나서야 할 수도 있지만, 무림교류부의 내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듯 보이는 이상 그런 상황이 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나 아수라 붓다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소승이 괜히 블러드컬트 프로토콜에 대해서 이야기했겠소?”
“······다른 뭔가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 블러드컬트 프로토콜이란 것 자체는 인류정부에서도 고위층만 알고 있는 기밀사항이라 우리 같은 무림인들에게까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않지만, 대강의 얼개는 알고 있소이다. 그게 무슨 뜻인가 하면······.”
아수라 붓다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군부의 장악이 끝나면 계엄령이 선포될 거라는 것이지.”
“계엄령······정말인가요?”
곤란하게 됐네요. 순자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계엄령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목진이 순자를 돌아봤다.
“순자야, 그게 무엇인데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느냐?”
“계엄령이 떨어지면 군부에서 민간의 치안을 유지하게 되거든요.”
“응······? 그것이 뭐가 문제이길래.”
목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군졸이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를 살던 목진이기에 그는 순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순자는 목진에게 차분히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었다.
“군부가 민간의 치안을 유지하게 된다는 소리는, 일부 허가받은 행성경비군 외에는 모든 무력행사 행위가 제한된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거기에는 무림인도 예외가 아니죠. 순자가 무거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계엄령이 선포될 경우에는 무림인들의 활동 대부분이 제한돼요.”
“허, 관과 무림이 서로의 영역을 범하지 아니하는 것이 불문의 법도이거늘 그 어찌······.”
“목진 님의 시대상으로 비유하면, 나라의 흥망이 위태로운 비상상태에만 선포되는 게 계엄령이니까요.”
“끄응······.”
목진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야 국운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는데도 관무불침을 부르짖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면 네가 말하는 문제라는 것이 혹······.”
네. 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왕언니의 복수행도 기약 없이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이런.”
목진이 낭패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조만간에 계엄령이 떨어질 것이니, 세령의 복수행에도 제한시간이 걸려버렸다는 소식이 아닌가.
목진은 그제야 아수라 붓다가 자신들을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하면 그 계엄령이라는 것이 끝나고 다시 재개하면 되지 않겠느냐?”
“인류정부 수립 초창기에 벌어진 혈교와의 대전쟁 때 선포된 계엄령은 철회될 때까지 32년이 걸렸어요. 물론 당시와 지금의 상황에 차이가 있는 만큼 그때보다 더 짧거나 길수도 있겠지만요.”
“······지금 내가 들은 게 맞느냐? 32년이라고?”
기껏해야 몇 달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생각을 아득히 초월한 기간에 목진은 경악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류가 개척한 영역 전체에 깊숙이 숨어있는 혈교의 세력들을 모조리 찾아내 없애는 과정이니까요. 고작 한두 달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요.”
계엄령이 떨어진다고 한다면 사실상 세령의 복수행은 미완으로 끝나게 된다. 중병에 걸려 골골대는 남궁세가의 가주와 슬슬 죽을 날을 앞두고 있는 제갈세가의 태상가주가 십 년 이상을 버틸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 말이다.
“군부의 규모가 무림교류부보다 더 큰 걸 감안하면······계엄령 선포까지 걸릴 시간은 짧게 잡아도 한 달은 걸릴 것 같네요.”
아테나와의 대화를 통해 무림교류부의 내사 작전이 어느 정도나 걸렸는지는 대강 알고 있으니 대략적인 기간은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닷새나 지나버린 데다가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보름 정도의 말미를 잡는 게 최선이다. 순자는 초조한 듯 탁자 위를 톡톡 두드리며 도출된 계산의 결과를 입에 담았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다면 제한시간은 보름 정도. 왕언니의 세맥 재생 치료는 사흘 뒷면 끝나고, 벽검성과 싸운 뒤에 회복기가 필요할 걸 감안하면 조금 빠듯하네요.”
그래도 늦지 않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계엄령이 선포되고 복수행이 물 건너가는 것보단 나으니까.
순자는 아수라 붓다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리스크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이렇게 귀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순자의 말이 맞다. 고맙군.”
“그간 이어온 우리의 인연이 가볍지 않은데 어찌 모른 첫 넘어갈 수 있겠소. 소승, 지난날 당 여협과 시주들께서 소승이 요청한 도움을 받아주신 것을 기억하고 있소이다.”
그리 말하는 아수라 붓다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달리 퍽 진지했다. 그가 말한 도움이라는 것은 분명 지난날 샤르마의 전인을 구출하기 위해 천마신교 32지부를 습격했던 일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랬던 적도 있었지.”
그래. 이게 강호의 도리지. 목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삼극회 쪽 일이 곤란해지겠네요. 사흘 뒤 왕언니의 치료가 다 끝나면 바로 출발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백선봉과의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워질 테니까요.”
“그렇게 되겠지. 허나 일의 우열이 명백하니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제갈세가의 무공을 경험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긴 하다마는. 목진이 가볍게 입맛을 다셨다.
이번에 계약을 파기하게 되면서 백선봉에게는 나름의 빚을 지겠지만, 그건 어차피 세령이 감당해야 할 몫. 목진은 거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왕언니를 말릴 걸 그랬어요.”
“사람의 앞날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모르는 것이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틀 전에 제갈세가 소속의 무인들 셋을 쓰러트렸다고 하니 체면치레 정도는 될 게다.”
물론 조금 있다 돌아온 세령이 이 소식을 듣는다면 제 머리를 쥐어뜯겠지만 말이다. 목진은 가볍게 팔짱을 꼈다.
그리고 그때, 별안간 그의 품속에서 이질적인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 삑. 삑. 삑.
다소 귀에 거슬릴 정도로 높게 울리는 경고음. 두 사람의 시선이 목진을 향해, 아니 정확히는 목진이 낀 팔찌로 향했다.
아수라 붓다가 바이저에 물음표를 떠올렸다.
“그게 무엇이오?”
순자가 대답했다.
“긴급호출신호기의 수신기에요.”
“긴급호출신호기? 누구의 것이길래?”
왕언니 거요.
아수라 붓다의 물음에 대답하는 순자의 얼굴은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딱딱하게 굳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