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3)
우주천마 3077-2화(3/349)
1. 천마출도 New World (2)
1. 천마출도 New World (2) – 시대를 초월한 마음
중원오악 중 최고의 산으로 칭송받는 태산.
과거 중원의 황제들이 봉선의식을 행하기도 했으며 무림에 있어서도 영산(靈山)중의 영산으로 취급받던 태산은 인류가 지구의 품을 벗어나 우주로 뻗어나간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그 상징성을 이어오고 있다.
당장 무림맹이 위치한 성계의 이름만 봐도 태산성계(Taishan System)이지 않은가. 애초에 고대역사에 관심이 있는 별종이 아닌 이상에야 태산 하면 당연히 태산성계를 떠올리는 게 보통이리라.
그리고 수천 년이 흘러 31세기에 들어선 지금, 그 태산성계의 기원이 되었던 지구라는 행성의 태산은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아 진짜? 이 태산이 그 태산이야?”
– 네 왕언니. 지금 태산성계의 기원이 되는 곳이라고 해요.
“그럼 내가 지금 무림맹 꼰대새끼들의 정신적 기원지에 와있다 이거네? 하, 기분 참 오묘하네.”
물론 그놈의 정신적 기원지는 방사능 범벅이 되어 차폐장 없이는 몇 분도 견딜 수 없는 극한의 환경으로 변해있었지만 말이다. 세령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 새끼들도 그 새끼들이지만 정부도 이해가 안가긴 하네. 그놈들은 우리 고향이 이 꼬라지가 됐는데도 왜 신경을 안 쓰지? 방사능 정화비용이 더럽게 비싸긴 해도 정부 수준에서 아예 못 할 수준은 아니잖아.”
“챙길 수 있는 건 우주로 나갈 때 다 챙겼으니까 그러겠죠. 솔직히 인류의 기원이었다는 상징성 빼면 아무런 이점도 없는데 괜히 비싼 예산 들여서 지구정화를 할 이유가 어딨겠습니까.”
“이 시발 그걸 아는 새끼가 우주제일무공 운운해? 넌 진짜 우주선 돌아가면 뒤질 때까지 쳐 맞을 줄 알아라.”
세령이 옆에서 걷는 로버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로버트는 세령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씁. 이놈의 모래바람 때문에 시계가 개판이네. 위치상으론 분명 여기일 텐데. 야, 스캔 떠서 입구 찾아봐.”
“예. 어디보자······엥? 누님, 여기 바로 밑인데요?”
“뭐야? 여기라고? 입구가 없는데?”
“스캔상으로 보면 입구 부분이 한 2미터 정도 막혀 있습니다. 이 주변 지형이 불안정하다고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외부요인이나 자연재해때문에 무너진 것 같네요.”
“그러면 밑에 있는 놈은 안쪽에 갇혀서 다 뒤져가고 있다는 거겠네?”
잘만 하면 싸울 것도 없이 죽어가는 놈을 주워가기만 해도 될지도. 세령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야야 비켜봐라. 그냥 뚫고 내려가자.”
굴착장비가 없으니 힘으로 부술 수밖에. 세령이 자세를 잡으며 로버트에게 손짓하자 로버트가 식겁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후.”
가볍게 심호흡을 한 세령이 내력을 끌어올리자 단전의 내공 드라이브가 가동되며 전신의 기맥을 따라 막대한 내력이 흐르기 시작한다. 내공통합운용시스템, 퀴오스(QIOS)의 통제를 따라 흐르는 내력들은 세맥을 따라 그녀의 다리에 응집되었고, 세령은 그대로 내력을 담아 바닥을 굴렀다.
쿠우웅!
둔중한 충격과 함께 발을 구른 부분을 중심으로 무너져 내리는 지반. 돌무더기 사이로 보이는 작은 통로의 모습에 세령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깔끔하게 한 번에 찾았네. 뭐 해? 들어가서 그 놈 잡아와야지.”
“아 네.”
대충 돌무더기를 치우고 통로로 기어들어가는 세령의 뒤를 로버트가 쫓았다. 로버트는 통로에 들어서면서도 연신 아리송한 얼굴로 입구의 잔해들을 돌아봤다.
어째 최근에 막혔다고 하기엔 묘하게 견고한 지반. 마치 오래 전부터 막혀있었던 입구가 지각변동으로 드러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뭐 그럴 리는 없나.’
안에 사람이 있으니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귀찮게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로버트는 금세 의문을 잊어버리고 종종걸음으로 세령의 뒤를 따라 입구에 들어섰다.
통로는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가야 할 정도로 좁았다. 세령은 돌로 만들어진 통로의 옆을 라이트로 비추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통로라기보다는 석굴에 가까운 거 같은데? 용케 안 무너졌네.”
“화강암이네요. 이거 캘 수 있는 행성이 몇 곳 안돼서 꽤 비싼 건축자재인데 요즘은 은신처에다 이런 것도 쓰나?”
어떤 또라이가 지구 같은 쓰레기별에다 화강암으로 은신처를 만들지? 로버드가 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흐음. 뭔가 묘한 냄새가 나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촉이 이건 보통의 현상범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더 갈까 말까. 순간적인 망설임이 세령의 뇌리를 스쳤다. 그녀의 감은 제법 잘 맞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나쁜 느낌은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뭔가 평범하지 않은 일에 엮일 것 같은 느낌이랄까. 돈 버는 일 외에 다른 일에는 엮이고 싶지 않아하는 세령이지만, 당장 큰 돈이 될지도 모르는 현상범을 눈앞에 두고 발을 빼고 싶진 않았다.
어느새 통로의 끝에 다다른 두 사람은 마찬가지로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작은 석문을 볼 수 있었다.
석문에 새겨진 글자를 본 세령이 라이트를 비추며 로버트를 향해 손짓했다.
“여기 뭔가 새겨져있는데······한자네. 하여튼 무림밥 먹은 놈들 한자성애 하고는······. 야, 이거 뭐라고 적혀있는 거냐?”
“아니, 누님은 명색이 무림인이라면서 한자도 안 배웠어요? 무공은 도대체 어떻게 배운 거에요?”
“시끄러. 알파벳만 알면 되지 저런 곰팡내 나는 글자까지 공부해야 하냐? 번역기 돌리면 다 되는데. 난 무공 익힐 때도 번역본으로 익혔어.”
“그런 거 허용해주는 문파도 있어요? 영어로 익히면 무공에 대한 이해가 되긴 하나?”
“당연히 몰래 했지 임마. 그리고 주석이 여러 개 달려있어서 나 같이 재능이 있는 사람은 다 알아서 배울 수 있어.”
나는 독학으로 한자 공부에 2년이 넘게 걸려서 간신히 이류무공 하나 익혔는데. 로버트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재능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억울하면 너도 재능 가지고 태어나던가. 됐고, 그래서 저게 무슨 뜻인데?”
“한번 봐 봐요. 어디······‘천하에 감히 대적할 자가 없어 뭇 사람들이 본존을 두려워하매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고자 밀교의 대법으로 스스로를 가두니, 연자여 내 이름을 듣지 못했거든 부적을 떼고 이 문을 열라. 이목진.’”
“······시발 이게 뭔 소리야?”
세령과 로버트가 멍청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봤다. 기껏해야 현상범의 허세 넘치는 엄포 따위가 적혀있을 거라 생각했던 두 사람에겐 전혀 상상도 못한 글귀였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세령이 내놓은 가장 합리적인 결론은 이러했다.
“뭐지? 고전소설 뽕에 취한 또라이인가?”
사실 우주에서 유행하는 대중문학 중 하나가 무협소설인 만큼, 무림에 몸을 담은 무림인이 무협소설을 읽는 게 딱히 이상한 건 아니다. 당장 막 성인이 된 애송이들이 무림인이 되고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무협영화와 무협만화일 정도였으니까.
그중 천하(天下)라는 단어라던가 부적이라는 소재를 주로 쓰는 장르가 바로 과거 인류가 지구에 있었을 시절을 배경으로 한 고전무협. 대중적인 인기는 별로 없는 마이너에 불과하지만 나름 골수팬들을 가지고 있는 장르로 나이가 좀 있는 노땅 무림인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게 왜 하필 여기서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인용을 해도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지 당장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현상범이 도대체 뭔 미친 생각으로 이런 개소리를 적어놨는지 그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그 내용을 잘 살펴보면 ‘내가 너무 쎄서 사람들이 무서워하니까 조용해질 때까지 잠깐 잠수 좀 타겠음’ 이라는, 어이가 가출할 만한 내용이니 더 황당할 노릇이었다.
“심지어 잉크도 아니고 돌을 파서 새겨놨네. 진짜 이 새끼는 뭔 생각이지. 병신인가.”
“저기요 누님. 이거 새겨진지 꽤 오래 된 것 같아 보이는데 혹시 진짜로 고대의 절대무공이 잠들어 있는······.”
“에라이 넌 아직도 그딴 소리나 쳐 하고 앉아있냐!”
빠박. 참다못한 세령의 뒤통수 후리기에 강타당한 로버트가 석문에 2차로 이마를 들이받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세령이 그런 로버트를 내려다보며 속이 터진다는 듯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내가 진짜 너만 보면 눈앞이 캄캄하다. 너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 까먹었지? 그렇지? 설령 니 말대로 진짜 극한의 확률로 여기가 고대의 절대무공이 잠든 장소라고 치자. 그러면 상식적으로 못해도 천년은 넘게 숨겨져 있던 장소일 텐데, 생명 반응이 있겠어요? 없겠어요?”
생각해보니 그러네. 로버트는 얼얼한 이마와 뒤통수를 문지르며 눈물 맺힌 얼굴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근두근했는데 고대무공이 아니었다니. 로버트는 짙은 아쉬움을 담아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모습에 세령이 더욱 가슴을 치며 울분을 삭인 건 덤이었다.
“아 모르겠다. 이 안에 있는 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건 내 알 바냐. 야, 가서 문 열어봐.”
“제가요?”
“안에서 뭐 튀어나왔을 때 막을 자신 있으면 너가 나대신 대기하던가.”
“열게요.”
어휴 저 새끼는 언제 정신을 차리지. 세령은 또다시 뺀질거리던 로버트를 보고 혀를 차며 검을 뽑았다. 단전에서 올라온 내공을 전신에 끌어올린 그녀의 얼굴이 더없이 진지해졌다.
아무리 생명력 수치가 낮아져 있다지만,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없는 이상 아무리 긴장을 끌어올려도 부족하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암기나 총알이 튀어나오면 그나마 다행이고 자칫하면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스캔 상으로 봤을 때 뭔가 대규모 함정을 설치할 만한 공간은 보이지 않았지만, 폭발물로 함정을 만들거나 했으면 골치가 아파진다. 아무렴 이런 위험지대에 은신처를 만들 정도로 생에 집착이 큰 놈이니 그런 자살행위를 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그리고 석실 안에 보이는 것은······.
“······오우야.”
세령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묘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석실 안의 광경은 그녀로서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으니까.
작은 석실 안을 꽉 채우고 있는 돌로 된 석좌. 그리고 그곳에 앉아있는 알몸의 남자.
하필 앉은 자세도 호쾌하게 양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있는 자세였기에, 자동으로 시선이 아래쪽을 향한 세령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녀가 나직한 감탄사를 끝으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전투가 벌어지면 도망갈 생각으로 슬그머니 빠져있던 로버트가 뒤늦게 그녀의 뒤로 다가왔다.
“누님? 왜 가만히······헛!?”
오우씨 맙소사. 로버트가 두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동성애가 보편화된 세상이라지만 이성애자인 그로서는 도저히 남의 거시기한 물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뭡니까 저건? 우주변태?”
“······낸들 알겠냐.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가사상태 아니면 미이라겠지.”
석실의 온도를 보건대 저온냉동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석실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부적들을 보던 세령이 미간을 좁혔다.
‘부적이란 게 이걸 말하는 거였나?’
세령의 시선이 다시 남자에게 향했다. 남자의 다리 사이가 조금 신경 쓰이긴 하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일하는 중. 세령은 냉정한 눈으로 돌아와 그를 관찰했다.
산발한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 때문에 정확한 나이는 알기 힘들지만 이십대에서 삼십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는 가만히 석좌에 앉은 채 눈을 감고 침묵하고 있었다. 그 피부는 생기 없이 푸석푸석하게 메마른 상태. 그 모습은 얼핏 보기에 이미 죽은 시체로 보이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세령은 남자를 바라보며 긴장을 풀지 않은 채 통신기의 채널을 열었다.
“순자야. 우리 앞에 생명반응 있는 거 확실하니? 화면 보이지?”
– 네. 왕언니. 정확히 그 남자에게서 생명반응이 스캔되고 있어요.
화면공유를 통해 우주선에서 상황을 보던 순자가 확실하게 못 박았다. 눈앞의 남자는 적어도 데이터상으로는 확실히 살아있다고 말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일종의 가사상태 같은데, 저온냉동 없이 가사상태를 유지시키는 게 가능했었나? 신원조회는 돼?
– 안면인식과 골격만 가지고는 현상범 간이조회 정도가 고작인데, 아무 결과도 매칭 되지 않아요. 어쩌면 현상범이 아닐 수도······?
“현상범도 아닌데 이 지구에 왜 짱박혀 있겠어. 하아. 일단 제압부터 해야 하나. 가사상태에서 회복시킬 방법은 있나?
–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확보해서 의료설비가 있는 우주선으로 데려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긴. 야, 제압장치 꺼내 봐. 일단 데려가서 생각해 보자고.”
“네.”
세령의 말에 로버트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제압장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내공 드라이브를 잠시 무력화시키고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뱃지 형태의 제압장치를 달아주면 암만 날고 기는 고수라도 적어도 한두 시간 정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세령이 남자의 단전에 제압장치를 가져다대기 위해 그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그리고 그 순간.
“어?”
별안간 로버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단전 쪽으로 손을 뻗던 세령의 시선이 남자의 얼굴로 올라갔다.
그의 얼굴은 조금 전으로부터 변한 것이 없었다.
무심하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새까만 눈동자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찰나의 순간.
그의 눈가로부터 말라비틀어진 피부조각이 떨어져나감과 동시에, 세령의 왼팔이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졌다.
정보)
태산은 핵전쟁으로 70%이상이 소실되었다. 하도 땅속 깊숙히 파고들어가서 다행히 휩쓸리지는 않았지만, 만약 천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이목진은 가사상태로 매장되어 화석으로 발견되었을 것이다.
방사능을 견디기 위해선 최소 절정급의 무공이 필요하다. 이목진은 방사능은 견딜 수 있지만, 우주전 스케일의 핵폭탄을 맞으면 증발한다.
인류는 영어를 쓴다. 다른 언어는 이미 도태된 지 오래이며 기록으로만 남아있다. 단, 무림인은 무공수련을 위해 거의 필수적으로 한자를 배운다.
요즘 유행하는 무협 트렌드는 뜨거운 사랑의 힘으로 사악한 마두에게 빙의된 외계 악령을 무찌르는 퇴마 로맨스 무협이다.
문을 봉인한 부적은 방사능 돌연변이 바퀴벌레가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