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308)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309화(309/349)
46. 검마초월 Transcendence of Bladewalker (3)
46. 검마초월 Transcendence of Bladewalker (3) – 서프라이즈
‘어디서 또 이런 괴물딱지가······.’
세령은 직감했다. 눈앞에 있는 고수는 목진이 직접 와야 감당이 가능할 레벨이라는 것을.
무영탑과 황보세가의 사투를 겪으며 나름 무공이 일취월장했다고 생각한 그녀조차 단 한 수를 받아낼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는 까마득한 고수.
아무리 우주무림은 넓고 고수는 많다고 하지만, 보통 절대고수라는 게 토투가 낭인시장 뒷골목에서 마주칠 수 있을 정도로 흔해 빠진 존재던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세령이 초조하게 검을 고쳐쥐었다.
하지만 백사희는 세령과는 달리 무명의 실체를 가늠하지 못한 듯 미간을 좁히며 그녀를 돌아봤다.
“뭐? 절대고수? 그런 게 왜 토투가에 있는데?”
“땡중도 대놓고 돌아다니는데 하나쯤 더 있을 수 있지.”
“말도 안 돼, 밀항자라도 되지 않는 이상 그만한 고수가 들어온다면 회의 정보망에 걸리지 않을 리가······.”
잠깐. 말을 이어가던 백사희가 덜컥 입을 닫았다.
정체불명의 절대고수. 그것도 제갈희, 그러니까 데이빗 세력과 연관된 자.
지금 토투가에 그런 존재라고 한다면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설마, 우리 회의 애들을 습격하고 다닌 게 당신들이야?”
무명은 그녀의 물음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코코가 그의 긍정에 덧붙이듯이 말했다.
“말해두지만 사적인 감정은 없었어. 제갈세가와의 거래조건에 포함된 일이라 협조한 거지.”
“지금 그게 핑계가 된다고 생각해?”
“중상자 없이 적당한 부상으로 끝났잖아? 온건하게. 제갈세가와의 거래가 있는데도 굳이 그 정도로 신경을 쓴 건 괜히 삼극회랑 은원을 맺고 싶지 않아서야. 이만하면 우리 입장도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
백사희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회의 무인들이 일방적으로 습격당한 것과는 별개로, 코코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무명은 회의 무인들을 상대로 피를 보지는 않았으니까.
무력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림에서 걸어 다니는 전략병기인 절대고수를 상대로 복수를 천명하고자 한다면 그만한 명분과 희생을 담보해야만 한다. 그러니 이런 ‘사소한’ 충돌을 이유로 그를 적대하는 것은 결코 적절한 판단이 아니었다.
‘음······. 이 정도 반응이면 한번쯤 더 찔러봐도 괜찮겠는데.’
어렵지 않게 세령과 백사희 두 사람 모두 무명과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챈 코코가 비교적 부드러운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피차 불필요한 싸움은 피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아 보이니까 다시 제안할게. 참룡검제를 불러줘. 그러면 삼극회 쪽의 일도 포함해서 모두 손을 뗄 테니까.”
아니 이미 불렀다고. 세령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 입으로 상대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말을 할 수는 없는 법. 다른 건 몰라도 절대고수가 상대라고 목진을 팔아넘기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저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세령은 목진이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코코의 말에 대답한 것은 그녀가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였다.
“-나를 찾는다고?”
마치 귓가에서 직접 속삭이는 듯 또렷하게 들리는 사내의 목소리.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의 등장에 세령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
언제 우중충한 얼굴이었냐는 듯 환하게 밝아진 표정을 지은 그녀는 목소리의 주인, 목진을 찾아 주변을 둘러봤다. 비단 그녀뿐 아니라 백사희와 코코까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찾아 근처의 골목 안쪽들을 살펴봤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무명만은 그들과 달리 고개를 들어 하늘 위를 바라봤다.
까마득할 정도로 높은 하늘 위, 점처럼 작은 사람의 형상이 곧장 그들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참룡검제. 무명은 정확히 그 점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 작은 중얼거림을 듣기라도 한 걸까.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에 하늘 위에서 화살 같은 기세로 쏘아져 내려오고 있는 목진의 시선 또한 정확히 무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자인가.”
형체조차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먼 거리여서일까, 아니면 그만큼 상대의 역량이 대단하기 때문일까. 어째서인지 자신을 올려다보는 듯한 이로부터 고수로서의 기백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목진은 확신했다.
분명 저 자야말로 저곳에 있는 이들 중 가장 강한 자이노라고.
그의 무(武)는 그리 속삭이고 있었다.
어두운 뒷골목 사이로 검은 번개가 번쩍 내리쳤다.
하지만 그를 뒤따르는 우레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번개가 친 것이 아니라, 검은 무복을 입은 사람이 빛살같이 빠른 속도로 바닥에 착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번개가 쳤다고 생각했던 자리에는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마냥, 팔짱을 낀 젊은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
한 박자 늦게 그의 발 주위로 약간의 먼지가 떠올랐다. 수천 미터 상공에서 번개를 연상시킬 정도로 빠르게 착지한 데 대한 후폭풍은 그것이 전부였다.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겨지지가 않는,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경지의 경신법(輕身法). 현실감이 없는 광경에 사람들이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목진은 무심한 눈으로 무명과 코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를 찾느냐고 물었느니라.”
코코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마비라도 걸린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곳에 S+랭크의 무인인 세령을 마주하고도 여유를 잃지 않던 당찬 일반인인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목진의 감정 없는 눈을 바라본 그녀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표백되었다.
그러나 무명은 그녀와는 달리 담담한 목소리로 목진의 물음에 답했다.
“그렇소.”
“······기이한 목소리로군. 헌데 나를 찾은 연유는 무엇이더냐. 검을 쥔 것을 보아하니 단순히 대화를 나누려 함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겠다마는.”
“검을 쥔 검수가 하고자 하는 일이 달리 무엇이 있겠소?”
무명이 반문했다. 목진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쪽에 쓰러져 있는 제갈희를 흘긋 바라본 목진이 다시 무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갈세가에서 보낸 사자로구나.”
“명목상으론 그러하오. 그대가 몰살시킨 백룡대의 복수를 위해 왔지.”
“명목상으로라······그래, 그럭저럭 명분이 되긴 하겠구나.”
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한 목진이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하지만 무명의 말마따나, 그것은 명목상의 입장일 뿐 진정한 목적은 아닐 터. 목진이 다시 물었다.
“하면 네 본심은 무엇이더냐?”
무명이 대답했다.
“그대와의 약조를 지키러 왔소이다.”
“나와의 약조?”
목진이 미간을 좁혔다. 그는 눈앞의 사내와 같은 자를 만난 적이 없거늘, 무슨 약조라는 말인가.
무명은 그런 목진의 모습에 낙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전과 같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 준비가 끝나는 대로 그대를 다시 찾아가리라 약조하였지 않소이까.”
이번에야말로 그대와 검을 논하기 위해 찾아왔소.
이어지는 무명의 말을 들은 목진의 눈이 살짝 벌어졌다. 그는 지난날 그에게 그와 같은 말을 했던 이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검마(劍魔).
목진의 입에서 이름 없는 검수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너였구나.”
“기억하고 있군. 다행이오.”
기억하다마다. 목진이 조금 전과는 달리 한층 누그러진 기색으로 답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매서운 눈으로 재차 물음을 던졌다.
“헌데 이와 같이 요란하게 나를 부른 연유는 무엇이더냐? 내 네가 찾아온다고 한들 박대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그대와의 대결을 준비하고자 제갈세가에 빚을 졌으니, 역할에는 충실해야지. 과정이 어떠하든 결과만 같으면 그만이 아니오?”
이제 내 눈에는 그대의 검만이 보이오.
무명, 아니 검마가 말했다.
“이제부터 그대에게 내 평생의 무(武)를 쏟아 부을 참인데, 한낱 은원 따위가 맺히기를 신경 쓸까.”
무림인(武林人)이 아닌 무인(武人).
검마는 그 한 마디의 말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의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의 본질을 꿰뚫어보았던 목진은 가만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을 긍정했다.
그리고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은 다시금 철저한 무인의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좋다. 내 약조대로 검을 논해주지. 허나 제갈세가의 이름을 업고 온 이상, 나는 네 목숨을 거둘 것이다.”
살의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그리고 그렇기에 지독히도 오만한 선언.
스스로의 패배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 양 사무적으로 상대의 생사여탈을 논하는 목진의 모습에 코코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물론이오.”
그러나 검마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전뇌공간에서 목진과 검을 섞어본 적 있는 그이기에 눈앞의 사내가 그와 같은 오만함을 품을 만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오래 전에 멈췄어야 할 목숨. 이제 와서 아까울 것도 없지.”
검의 끝을 찾아 방랑한 지 수백 년. 어쩌면 그의 마지막 기회가 되어줄 수 있는 자가 눈앞에 있는데 그깟 목숨이 중하랴.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평생을 쌓아올린 검과 간신히 붙잡고 있는 목숨, 그리고 아주 작은 한 조각의 인연이 전부였다.
검마는 코코를 향해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는 목숨에 미련이 없으나, 여기 내 벗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니지. 나를 도와주었을 뿐 무림의 은원에 얽매인 사람이 아니니 이쪽은 가게 두시구려.”
이미 이야기는 끝난 듯, 코코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표정을 지을 뿐 검마의 말에 이견을 내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지. 목진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할 말이 남아 있느냐?”
“없소.”
이제 남은 건 검으로 할 대화뿐이오.
그리 말한 검마가 제 몸을 두르고 있던 낡은 로브를 걷어냈다.
그리고-.
“······이, 무슨.”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검마의 본신을 마주한 목진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벌어졌다.
강철.
사람의 피륙이라곤 단 한 곳도 보이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닮은 강철의 인형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되려, 과거 철시귀옹 리첼이 이끌고 다니던 드로이드 강시의 모습에 가까운 형상.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는 리첼이 조종하던 꼭두각시 따위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강철을 두른, 아니 강철 그 자체인 존재는 분명, 살아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것이 그를 더욱 혼란케 했다.
“······.”
자신과 대화하던 이가 응당 사람이리라 생각하던 목진은 경악한 기색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검마를 바라봤다. 그의 등 뒤에서 놀란 기색이 역력한 세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세대 안드로이드?!”
목진은 그제야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던 검마가 순자와 같은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저 모습을 과연, 사람의 것이라 할 수 있는가? 목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러했다.
겉모습만은 인간과 별다를 바가 없는 순자나 다른 안드로이드들과는 달리, 그는 지금까지 인공적으로 인간의 형상만을 흉내 낸 구세대의 안드로이드를 마주한 일이 없었다.
아직 혼란스러움을 수습하지 못한 목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검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제법 놀란 모양이구려.”
목진은 무심코 자신에게 말을 건 이질적인 존재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의 이목구비를 닮은 금속의 기계얼굴.
그리고 그곳에서.
푸르게 빛나는 무기질적인 기계 렌즈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