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332)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333화(333/349)
49. 격멸예고 Death Match Count (4)
49. 격멸예고 Death Match Count (4) – 그것은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보수였다.
우주를 누비며 못된 현상범들을 잡아넣는 일을 하는 야수곡 계 수인 현상금 사냥꾼 크루, 낭호교 삼자매는 최근 돈이 부족했다.
얼마 전 은행털이범, 심정웅묘 강현마를 쫓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가며 값비싼 정보료를 지출했던 일 때문일까? 아니,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애초에 아무리 좋은 건수가 있다고 해도 실패의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고 감당 못할 정도로 일을 벌리진 않았으니까.
거기에 참룡검제 이목진의 일을 도우면서 상당한 수고비를 받은 덕분에 생각보다 낭호교 삼자매의 재정은 버틸 만 한 상황이었다.
돈 나갈 일이 그게 전부였다면 말이다.
“······흠, 아무래도 너네 셋 다 내공 드라이브 아웃풋 스태빌라이저 쪽이 맛탱이가 간 것 같은데. 최근에 누구랑 싸웠길래 이래?”
“신룡패 에다 블루.”
“신룡패? 공룡문의 신룡중 행동대장? 대단한 거물이랑 붙었네. 내공 드라이브 출력도 최대로 끌어올렸을 테고. 그러니까 내공 드라이브에 이렇게 무리가 갔겠지.”
“내공 끌어올리는데 별 문제는 없었는데요.”
“싸우던 중에 갑자기 배가 펑하고 터져버릴 수도 있는데?”
“······얼마나 내야 하는데.”
“인당 일만씩, 삼만 크레딧.”
신룡패 에다 블루와의 싸움에서 손상된 내공 드라이브의 수리비.
“와! 큰오빠다! 안녕 봄 오빠! 오랜만이야!”
– 오랜만에 연락하자마자 이런 말부터 꺼내서 미안한데, 전에 빌려줬던 돈 말이다······. 지금 갚아줄 수 있겠냐.
“······지금 바로요?”
– 급한 일이 터졌어. 나도 너희 사정을 아니까 웬만하면 연락할 생각은 없었는데, 지금 바로 돈 구할 곳이 없어서.
“큰오빠 또 어디서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들었나 보네.”
–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라서. ······어떻게 안 될까?
“하아아. 이러면 또 대출 당겨야 하는데······.”
– 미안. 이번 일만 정리되면 다시 돈 보내줄게.
“정리되는데까지 얼마나 걸리는데요?”
– 아마 반 년 정도. 길어지면 일 년이 넘어갈 수도 있어.
“······알았어요. 어쩔 수 없죠.”
갑작스레 갚게 된 채무와 추가 대출.
거기에 이런저런 잡다한 지출들까지.
샌프란시스코 본성에서 부상을 회복한 세 자매들은 순식간에 악재가 겹친 상황에 막막함을 느꼈다.
“······우리 이제 어쩌지?”
여름의 말에 가을이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큰오빠한테 돈 받을 때까지 빡세게 일하면서 대출금 이자나 갚아야죠······.”
낭호교 삼자매가 대출을 받은 곳은 하오문에 딸린 무림 금융 캐피탈인 우마우마(牛馬牛馬) 파이낸스. 무림인 기준으로 대략 2금융권 어드메의 취급을 받는 금융기관으로 다른 흑도의 사채꾼들처럼 악랄하진 않지만 상당히 높은 이자를 받는 곳이었다.
추가대출 때문에 늘어난 이자를 갚으려면 한 달 내내 열심히 일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훌쩍.”
과거 어릴 적에 겪었던 빚쟁이 생활이 떠올라서일까, 겨울이 우울한 기색으로 작게 훌쩍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쫓고 쫓기던 관계였던 복잡한 관계의 무림선배, 프로 은행털이범 심정웅묘 강현마가 연락해온 것은 그때 즈음의 일이었다.
“······일이라고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은 가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홀로그램 너머, 앙증맞게 생긴 레서판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어······.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일손이 좀 필요한데, 내가 아는 애들은 지금 다 빵에 가 있거든.
지난번 일 때문에. 현마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실제로 흑고릴라 로랜드, 요풍조 취야, 폭풍주휴 푸쿠로울 등등 현마가 아는 낭인용병들은 대부분 지난 은행털이 사태로 싸그리 잡혀 감방에 들어가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저희한테 연락을 할 줄은······.”
가을 또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들과 현마 사이에 안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거리를 소개해줄 정도로 신뢰가 있는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마가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 선택지가 거의 없었어.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한데, 평판이랑 무공 둘 다 괜찮은 낭인은 구하기 쉽지 않으니까. ······우리가 처음에 만났을 땐 좀 그랬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잘 끝났잖아?
낭호교 삼자매 정도면 실력도 준수하고, 업계 평판도 좋다. 특히 평소 모습과는 달리 일에 대한 비밀엄수가 확실하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가을이 그에게 물었다.
“······어떤 일이죠? 보수는?”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지금은 딱히 일을 가려 받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매달 이자를 갚아야 하니까. 일거리는 많을수록 좋았다.
– 정부에서 발주하는 일이야. 나름 비밀 임무라서 자세한 내용은 말 못 하지만, 무림인 상대가 아니라 무장한 일반인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아.
“······.”
조건이 너무 좋다. 가을이 미심쩍은 눈으로 현마를 바라봤다.
무장한 일반인이 상대라면, A랭크인 여름은 물론 B랭크대인 가을과 겨울도 크게 위험할 일이 없다.
거기에 인류정부의 일이면 보수 또한 무척 두둑하게 들어올 터. 정부 일 특유의 비밀엄수만 잘 지키면 솔직히 거리낄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일단 먹고 보자.’
돈이 무섭지 사람이 무서울까. 가을이 막 현마의 제안을 듣고 긍정적인 답을 내놓으려고 할 때였다.
“가을 언니.”
꾹꾹. 가만히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겨울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응? 겨울아, 왜 그래?”
“······지금 현마 선배가 하는 일, 그거야. 아테나 일등집행관님 호위.”
“······아.”
여름의 말에 미처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가을이 흠칫했다.
동생의 말대로였다.
사법거래를 한 현마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가. 바로 그 일등집행관 아테나 카푸르를 호위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테나가 수사하고 있는 대상은······.
“혈······교.”
이건 잘못되면 진짜로 위험한 일이다. 자매들의 등골을 타고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
간신히 상황을 파악한 가을이 현마를 향해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선배, 다른 건 몰라도 혈교 일에는 낄 생각 없어요.”
– ······너희처럼 눈치 빠른 현상금 사냥꾼은 상대하기 어렵다니까.
후우. 현마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맞아. 너희 생각대로 그쪽 일이야. 위험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그럼 거절하는 걸로-.”
– 보수 이야기는 아직 안 했는데.
현마가 가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우릴 돈으로 살 셈이에요?”
가을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얼마가 들어오든 혈교 관련 건은 거절이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고 해도 혈교가 엮인 일에 발을 들이밀 수는 없었다.
“보수를 들을 필요도 없어요. 우리는 이 일을 맡을 생각이 없-.”
– 천만 크레딧.
현마가 말했다.
세 자매의 귀가 본능을 따라 쫑긋 움직였다.
“······헤?”
“뭐······라고요······?”
“천, 만······?”
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천만 크레딧.
그것은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
-그리고 현재.
낭호교 삼자매는 아테나, 그리고 현마와 함께 인류정부가 보유한 최강의 무력조직, 중앙군을 시찰하고 있었다.
“와······. 나 저거 뉴스에서 본 적 있어.”
“쉬잇. 조용히 해요, 언니. 우리 일하는 중이라구요.”
은하 밖 최전선에서 외우주의 적들과 싸우는, 인류정부가 자랑하는 최신예의 전함들. 인류정부 홍보 영상에나 나올 법한, 사방을 빼곡이 채우고 있는 중앙군 함대의 모습에 여름이 연신 감탄의 목소리를 흘리자 가을이 언니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속삭였다.
“······그래도 엄청나긴 하네. 설마 살다살다 ‘생츄어리’에 들어오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겨울의 품에 안겨있던 현마가 얼떨떨한 얼굴로 창밖의 광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생츄어리.
직경 수천 킬로미터의 위성급 행성 하나를 통째로 개조한 핵심 군사항이자 인류정부 중앙군의 요람.
겉의 지각만 남기고 행성 내부를 파내고, 행성 밖으로는 수천의 우주 엘리베이터를 건설해 무수한 숫자의 함대를 정박시킨 모습은 가히 성역이라는 뜻의 이름 붙은 게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장관이었다.
“생츄어리 소속 중앙군 함대의 군사력이 인류 전체가 보유한 군사력의 절반을 넘어선대요.”
“······그리고 우린 그 생츄어리를 시찰하러 와 있고.”
그것도 혈교에 오염됐는지 학인하려고. 겨울의 말에 대답한 현마는 시선을 돌려 아테나 쪽을 바라보며 뒷말을 삼켰다.
아테나는 호위들이 대기하는 동안, 이곳 생츄어리의 높으신 분을 상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갑소. 아테나 일등집행관. 이곳 생츄어리 중앙군사항의 사령관 직을 맡고 있는 준 아놀드 원수요.”
노년 사내의 머리에 쓴 모자에서 별 다섯 개가 반짝였다.
대원수를 제외하면 군부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무지막지한 거물. 그러나 아테나는 그런 거물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태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테나 카푸르 일등집행관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서면으로 전달드렸는데, 확인하셨나요?”
“······그렇소. 부하들에겐 미리 전달해 두었으니 마음껏 시찰하시구려.”
아테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아놀드 원수의 목소리에는 미미한 불쾌감이 깔려있었다.
그런 그의 기색을 눈치챈 아테나가 물었다.
“혹시 제 방문이 불쾌하신가요?”
그녀의 직설적인 물음에 아놀드 원수의 눈가가 가볍게 꿈틀거렸다.
“······당연히 유쾌한 기분일 수는 없지. 일등집행관께선 우리 군부가 혈교에 오염되었는지를 확인하러 온 것이 아니오.”
그렇게 말한 아놀드 원수는 시선을 돌려 창 밖의 우주항구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매뉴얼을 따라 매 분기마다 엄격하게 혈교의 오염을 체크하고 있소. 최소 함장급 까지는 무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지. 그러니 혈교의 오염을 염려할 필요는 없을 거요.”
“원수님의 입장,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차상 확인은 꼭 필요하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군부의 무결성이 확인되면, 즉시 블러드컬트 프로토콜이 발동될 테니까요.”
“음······절차는 중요하지. 이해하오.”
블러드컬트 프로토콜이 언급되자 아놀드 원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인류정부의 중추원에서 대규모 혈교 오염이 확인되어 적지 않은 오염체들이 사살당했다는 소식까지 들은 마당이다. 그깟 자존심 때문에 혈교의 위험을 간과할 생각은 없었다.
아테나는 그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바로 시찰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오. 생츄어리 내 안내는 진 대령을 붙여드리도록 하겠소.”
아놀드 원수의 말에 그의 옆에 서 있던 중년의 대령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십여 시간 뒤.
생츄어리 내에 대기하고 있던 각 함대의 시찰이 끝났다.
“결과는 어떻소?”
“생츄어리 내 진주하고 있는 모든 함대가 무결함을 확인했습니다.”
혈교의 오염은 없었다. 아놀드 원수가 자신했던 대로, 생츄어리는 혈교로부터 안전했던 것이다.
아놀드 원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리라 확신하고 있었소. 이제 군부의 무결성이 확보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시겠소?”
그러나 아놀드 원수의 기대와는 달리, 아테나는 여전히 사무적인 표정을 유지한 채였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확인한 아놀드 원수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소?”
아테나가 입을 열었다.
“아직 모든 시설을 확인한 게 아니니까요.”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생츄어리가 있는 행성 쪽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녀가 가리킨 것은 단순한 행성이 아닌, 보다 깊숙한 곳이었다.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짐작한 아놀드 원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곳은.”
현재 인류가 보유한 가장 최신의 국방기술을 연구하면서 인류정부의 최정예군인 중앙군의 요람 안쪽에서 지켜지고 있는 특급보호지정시설.
그리고 인류정부 직속 기술선도국과 함께 레벨7 이상의 국방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유이한 집단.
아테나가 말했다.
“고등국방연구실험국. 그곳까지 확인을 마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