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333)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334화(334/349)
49. 격멸예고 Death Match Count (5)
49. 격멸예고 Death Match Count (5) – 장르가 바뀌었다
“곤란하오.”
아놀드 원수는 고등국방연구실험국을 확인하겠다는 아테나의 말에 조금의 주저도 없이 곧바로 난색을 표했다.
“국방실험국이 군부 산하의 기관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지 않소?”
고등국방연구실험국, 통칭 국방실험국은 기본적으로 국방기술을 연구하는 만큼 체계상으로는 군부의 소속으로 되어있긴 하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국방실험국은 과거 기술선도국에서 국방기술 분야만 따로 떼어내 만들어진 기관이기 때문에 기술선도국과 동일하게 인류정부의 직속기관으로 취급되어 군부의 명령이나 감찰을 거부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실험국은 이곳 생츄어리에서도 가장 높은 레벨의 보안으로 관리되고 있는 곳이오. 이곳 군부에도 오염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곳이라고 오염되었을 리가 있을까.”
아놀드 원수의 판단은 상식적이었다. 보호하고 있는 껍질과 과육이 멀쩡한데 그 안의 속씨부터 썩어들어갈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아테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확인해봐야 합니다.”
“어째서?”
“기술선도국의 오염이 의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아놀드 원수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군부의 톱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만큼, 기술선도국이 인류정부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것이오?”
“완전 오염인지, 일부 오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특정 부처는 오염된 것이 확실시된 상황입니다.”
“······맙소사.”
아테나의 막힘없는 대답에 아놀드 원수가 모자를 벗고 이마의 식은땀을 훔쳐냈다.
혈교의 위협이 역대 최고 레벨로 격상되긴 했어도 지금까지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인류정부의 실질적 무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군부의 오염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 기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기술선도국과 국방실험국이 오염되어 있다면 사태의 심각성이 달라진다. 군부에서조차 파악하지 못한 온갖 최첨단 기술들이 혈교의 손에 넘어갔다는 뜻이니까.
아놀드 원수가 고개를 돌려 부관을 향해 물었다.
“부관, 최근 국방실험국의 동향은 어떻지?”
“작년 이맘때쯤 보안등급 격상이 이루어진 이래로 계속 최상위 보안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원 반입 이외의 인적 이동은 전무합니다.”
“······작년부터라. 길군.”
아놀드 원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국방실험국이 최상위의 보안등급을 유지하고 있거나 하는 일 자체는 자주 있는 일이다. 그만큼 기밀성이 요구되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그 기간이 이전의 사례들에 비해 배는 길다. 평소였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수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아놀드 원수가 아테나를 바라보며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국방실험국의 감찰에 협조하도록 하지. 단, 내가 직접 동행하여 확인을 해야겠소.”
“지금 바로 움직일 수 있을까요?”
“쾌속이동선은 항상 준비되어 있지. 경비인력은 따로 필요하지 않겠소?”
“제 개인 호위로 충분할 것 같네요.”
아테나가 슬쩍 고개를 돌려 낭호교 자매와 현마를 돌아봤다.
“흐음.”
아놀드 원수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생긴 것도 생긴 거지만 그냥 멀뚱하니 서 있는 걸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었다.
아테나는 그의 시선에 걱정말라는 듯 덧붙였다.
“저래 뵈도 A랭크의 무림인들이라서요.”
미사일이나 대구경 중화기들을 사용할 수 없는 시설 내부에서라면 A랭크 급의 무림인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거기에 혈교의 정신오염에는 무기를 든 군인보다 무림인 쪽이 조금이나마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고 말이다.
“흐음······. 알겠소.”
아놀드 원수는 조금 미덥잖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인에 배타적인 군부 내에서는 A랭크의 무림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놀드 원수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바로 국방실험국으로 출발하지. 따라오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아놀드 원수를 비롯한 생츄어리의 수뇌부와 아테나 일행은 생츄어리 내 이동용 우주선인 쾌속이동선에 탑승한 채 국방실험국에 도착했다.
“어째 극비시설치곤 경비가 덜한 편이네요.”
쾌속이동선에서 내려, 국방실험국 입구를 한 차례 훑어본 가을이 중얼거렸다. 기본적인 경비인력과 무인경비 시스템 정도는 갖춰져 있긴 하지만, A랭크 무림인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혼잣말을 들은 현마가 대답했다.
“뭐, 우리 같은 무림인들이 생츄어리에 올 일이 없으니까 그렇지.”
일등집행관인 아테나의 개인 호위 자격이라 이례적으로 출입이 허가된 거지, 원칙적으로 무림인은 생츄어리에 발을 들일 수 없다. 그러니 처음부터 무림인 대책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막말로, 그들 같은 무림인이 국방실험국에 들어간다고 쳐도 보안을 뚫고 뭘 훔쳐 갈 수도 없지 않은가.
두 사람이 조용히 속닥이고 있자니,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들이 나가와 아테나와 아놀드 원수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곳은 고등국방연구실험국입니다. 허가되지 않은 인원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아테나는 아놀드 원수를 대신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중추원의 명령으로 고등국방연구실험국을 감찰하러 온 일등집행관 아테나 카푸르다.”
“죄송하지만 상부로부터 방문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습니다.”
“중추원의 명령이라고 말했을 텐데. 국방실험국의 허가를 요하는 상황이 아니야. 지금 명령문 사본을 보낼 테니 확인해 보도록 해.”
“중추원의 명령이라고 하셔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입을 원하신다면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상부의 허가를 받으셔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아테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경비들의 태도는 완고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반응이 딱히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국방실험국의 보안은 굉장히 철저하기로 유명했고, 아테나의 방문은 엄연히 있는 정식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닌 불시감찰이었으니까.
“아무래도 간단히 협조를 얻긴 어려운 모양이로군.”
아놀드 원수가 아테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을 테니, 빨리 꺼내보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물론, 아테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녀는 품속에서 검은빛의 카드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중추원에서 얼마 전에 발급된 최고 등급 영장이야. 감찰 목적은 혈교의 대대적인 준동을 대비하기 위한 오염 확인이고.”
“최고 등급 영장······!”
아테나의 말에 아놀드 원수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자리에서 아테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최고 등급 영장의 존재를 알고 있는 그로서는 중추원에서 그것을 발행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최고 등급 영장?”
“일급 영장이 최고 등급 아니었나?”
반면 경비들은 최고 등급 영장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지 당혹스런 기색으로 서로를 돌아보고 있었다.
아테나는 그런 경비들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그들을 향해 말했다.
“최고 등급 영장 소유자는 인류정부의 총의를 대변하는 자격이 부여되고, 그 어떤 명령체계보다 우선 돼. 특수매뉴얼에 코드 SA-21을 검색해보도록.”
“······.”
“확인된 모양이네. 그러면 이제 입구를 열도록 해. 명령이야.”
그러나 경비들은 그녀의 명령에 복종하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
그들은 다만, 얼굴을 싹 굳힌 채 들고 있는 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리고 그녀를 노려봤다.
피처럼 붉게 변한 눈동자로.
“······!”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그 자리에 있는 최고수인 심정웅묘 강현마, 그리고 그 다음의 고수인 적랑 한여름이었다.
“혈교!”
현마의 외침과 함께 경비들이 아테나를 향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훈련받은 군인에 불과한 그들이 무림인의 반응속도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어딜!”
단번에 인간 크기로 몸을 키운 현마의 앞발과 여름의 주먹이 경비들을 뒤로 튕겨냈다.
아테나와 아놀드의 무사를 확인한 현마가 재빨리 외쳤다.
“오염체 확인! 전부 제압한다! 여우랑 상어는 요인 보호! 늑대는 나랑 경비들 제압한다!”
“알았어!”
두 반인반수가 경비들을 단번에 침묵시킨 것을 확인한 경비들이 소리쳤다.
“무림인이다! 방호역장을 켜고 터렛을 작동시켜!”
경비들의 판단은 적절했다. 검기쯤은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는 방호역장의 방어력과 터렛의 화력이라면 B랭크 정도의 무림인은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상대는 B랭크가 아닌 A랭크, 그것도 상위권의 고수였다.
“그걸론 부족하지!”
섬광처럼 달려나간 현마와 늑대 모드로 변신한 여름의 앞발에 강기가 맺혔다.
아직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불안정한 강기. 그러나 전함의 장갑도 아닌 터렛의 방호역장 따위를 부수기엔 부족함이 없다. 현마와 여름은 기관총처럼 쏟아지는 터렛의 탄환들을 모조리 쳐내며 다가가 단번에 터렛들을 파괴했다.
두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인의 기예에 경비들이 경악하며 중얼거렸다.
“A랭크 급······!”
소화기가 통하지 않아 보병병력으로는 제압이 불가능에 가까우며, 미사일이나 기갑, 포병 등의 중화기로 상대해야 하는 레벨이다.
혹시 터무니없는 전력의 격차에 저항의지를 잃어주진 않을까. 인류정부의 군인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못내 불편했던 현마와 여름이 경비들을 돌아봤지만, 붉게 물든 그들의 눈동자는 여전히 선명한 적의를 머금은 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망할.”
그렇게 중얼거린 현마가 여름에게 말했다.
“팔다리 부러트려서 제압한다.”
“오케이.”
혈교의 오염이 확인되었다고 해도 일단은 인류정부 소속 군인. 살생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뒤탈이 없으리라.
두 사람이 경비들을 제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A랭크의 무림인과 조금 단련되었을 뿐인 군인들의 대인전 전투력은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였으니까.
빠르게 모든 경비들을 제압한 현마가 아테나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후우. 제압 완료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이것이 A랭크의 무림인······.”
아테나와 아놀드 원수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간 현마의 깜찍하기 그지없는 외모로 인해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일반인의 기준에서 A랭크의 무림인이라는 건 말 그대로 괴물 그 자체라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원수님, 혈교 오염체······양성반응 확인했습니다.”
제압된 경비들을 두고 간이검사를 실시한 군인이 심각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한 채 아놀드 원수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 말에 아테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경비인력까지 오염체라고 한다면······국방실험국은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지난 일 년 동안 단편적인 통신만을 보내온 이유가 이 때문이었던가······.”
아놀드 원수가 참담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설마설마 했건만, 정말로 생츄어리의 가장 안쪽에서 보호받고 있는 국방실험국이 오염되어 있었을 줄이야.
입구에 단말기를 연결해 무언가를 조작하던 군인이 아놀드 원수를 향해 말했다.
“원수님, 입구 보안코드를 해제했습니다. 진입로 열겠습니다.”
“그래.”
우우웅. 땅과 벽을 타고 울리는 진동음과 함께 국방실험국의 입구가 열렸다.
그리고, 일 년 동안 성역 속 장막에 감춰져 있던 마경(魔境)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헙······이게 대체 무슨?!”
입구 안쪽의 광경을 본 모두, 그러니까 아테나와 아놀드 원수, 군부 인사들, 현마와 낭호교 자매은 경악을 숨길 수 없었다.
통로의 벽과 천장을 온통 뒤덮고 있는 정체불명의 육괴(肉塊).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모를 혈관과 유기체로 만들어진 살덩이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통로와 기괴하게 융합된 채 연신 검붉은 핏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최종침식단계······.”
천장과 벽에서부터 흘러나와 바닥에 고이고 있는 핏물을 본 아테나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혈교의 침식이 최종단계까지 이루어져, 인간이란 인간은 모조리 합일(合一)되어 지성을 유지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고깃덩어리로 변하는 단계. 유기물과 무기물을 가리지 않고 공간 자체가 혈교 그 자체로 변해버리는 최악의 침식단계다.
“당장······당장 이곳을 떠나야 하오.”
아놀드 중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
아테나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혈교의 일부가 되어버린, 최종침식단계에 도달한 구역을 원래대로 복구할 방법 따윈 없다. 우려하던 국방실험국의 오염이 확인된 이상 특급 기밀시설이고 나발이고 생츄어리의 함대를 총출동시켜 흔적도 없이 소멸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로테스크한 침식공간의 안쪽으로부터 한 줄기의 통신이 흘러나왔다.
– 생츄어리······생츄어리······응답하라······제발 응답하라······나는 아직 살아있다······생츄어리······죄마를 막아야 한다······인류의 생존을 위해······생츄어리······응답하라······누구라도······제발······!
당장에라도 부스러질 듯 듯 위태롭고 탁한 남자의 목소리.
그것은 분명, 살아있는 생존자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