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338)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339화(339/349)
49. 격멸예고 Death Match Count (10)
49. 격멸예고 Death Match Count (10) – 무림인에 대한 최종해결책
세상은 그것에게 이름을 붙였다.
혈교(血敎). 죄마(罪魔). 혹은 그저 죄(罪).
그것들은 세상이 그것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했고, 혹은 그것의 본질을 꿰뚫는 이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이름들로 스스로를 정의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 스스로를 지칭할 이름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그것들의 의미 또한 없다 여기었기 때문이다.
자고로 이름이라는 것은 이름이 없고서는 다른 이들과 스스로를 구별할 수 없는 중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그에 반해 그것은 그러한 중생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특별한 존재였으며, 이 세상에 오직 유일(唯一)한 존재이니 이름이 필요치 아니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것을 중생들과 달리 특별하게 만드는가?
그 답은 죽음의 부재에 있었다.
중생들은 윤회(輪廻)의 법칙 아래에서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며, 그렇기에 삶을 논할 때에는 반드시 죽음 또한 논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 죄마는 그러한 법칙 밖의 존재였다. 이 세상에 지성이 존재하는 한 그것에게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존재치 아니하였으므로.
삶과 죽음이라는 두 개의 필연 중 하나를 논할 필요가 없으니 그것은 과연 중생들과 다른 특별함을 품은 존재였다.
아무렴 그의 본질조차 인지할 수 없는 하찮은 중생들과 그 자신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하여 죄마가 처음으로 자신을 오롯이 볼 수 있는 존재를 관측했을 때, 여지껏 느껴본 적 없는 짙은 호기심을 품게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죄마는 그 존재를 꿰뚫어 보았다. 그는 얼핏 중생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잇었으나, 여타 다른 중생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죄마는 그 존재 또한 자신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놀라움이었으며, 또한 예상치 못한 기쁨이었다. 오로지 자신만이 존재하는 줄 알았던 세상에서 다른 누군가를 발견한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하여 죄마는 그 존재에게 깊은 호의를 보냈다. 어리석고 하찮은 중생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유일한 이해자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겼기에 그러했다.
그러나 그 존재는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니, 단지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되려 그에게 적의와 거부감을 보냈다.
어째서?
죄마는 이해할 수 없는 그 존재의 반응에 의아함을 느꼈다.
다만 적의나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는 그러한 감정을 알지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 세상의 모든 중생들이 그와 합일하게 되는 결과는 바뀌지 않을 필연적인 결과. 하여 죄마는 그저 느긋하게 그 귀중한 존재를 설득하고자 했다.
그 귀중한 존재가.
자신을 향해 검 끝을 들이대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리고 미래에 만들어질 그 어떤 무기조차도 그의 본체에는 닿을 수 없거늘 고작 금속으로 이루어진 지극히 원시적인 냉병기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의 눈이 자신을 담고, 그리고 그 한 자루의 검이 자신을 가리킨 순간-.
죄마가 뻗은 ‘가닥’이 사라졌다.
원래부터 존재하지 아니하였다는 듯, 그 어떠한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그의 가닥.
그때 그가 느낀 것은, 거대한 상실이었다.
영겁에 가까운 그의 일생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상실감. 그는 그 터무니없는 상실감에 그저 본능을 따라 비명을 내질렀다.
파동의 형태로 울려퍼진 그의 비명은 이면차원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뻗은 무수한 가닥들을 통해 현실 우주에 전해졌다. 죄마의 가닥에 이어져 있던 이들이 거대한 사념의 파동을 버티지 못하고 혼절해버린 것은 그 까닭이었다.
허나 죄마는 그런 사소한 일 따위는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소멸(消滅)된 그의 일부.
그는 그러한 현상을 알고 있었다.
갓 태어난 그가 이면차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 내던져졌을 때 보았던, 그곳에 존재하는 것들이 무(無)로 흩어지던 모습과 꼭 닮은 현상이었다.
그건 죄마의 이해를 벗어난 현상이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존재할 무수한 지식들을 집어삼켰음에도 그 불가해(不可解)함을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하나만큼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를 향해 검끝을 겨눈 존재가 행한 것. 그리고 이면차원의 심부에서 일어나는 것. 그 둘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것을.
하여 그는 깨달았다.
저것은, 저 원시적인 무기는, 저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의 유일한 죽음(死)이라는 것을.
그것을 깨닫자 그는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가 알지 못하던, 그리고 알 필요가 없던 감정.
그 감정의 이름은-.
“두려움?”
그 진원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절규가 퍼져나간 직후, 멍하니 어딘가를 올려다보던 위어 박사의 입에서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는 무척 작았기에 갑작스런 비명의 출현에 당황한 아테나는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예민한 감각을 가진 수인 인자를 이식받은 이루어진 호위들은 아니었다. 머리 위로 삐죽 솟은 현마와 여름, 가을의 귀가 쫑긋였다.
“두려움이라고요?”
“······갑자기 무슨 말이죠?”
가을의 물음에 아테나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가을은 아테나의 물음에 아직도 멍한 표정을 짓고있는 위어 박사를 가리켰다.
“방금 박사가 그랬어요. 두려움이라고요.”
“저도 들었어요.”
“저돕니다.”
가을의 말에 여름과 현마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가 들었다면 착각은 아닐 터. 아테나의 시선이 다시 위어 박사에게 향했다.
“위어 박사? 방금 두려움이라고 했나?”
“······.”
위어 박사는 그녀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아테나는 혹시 조금 전에 들려온 정체불명의 비명을 계기로 혈교의 오염에 완전히 잠식되었을 가능성을 우려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위어 박사!”
“······예. 듣고 있습니다.”
위어 박사가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여전히 멍한 듯 하면서도, 어쩐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아테나가 물었다.
“방금의 비명······은 뭐지? 그리고 당신이 방금 한 말은 그것과 관계있는 건가?”
그러자, 그제야 위어 박사의 시선이 아테나를 향했다.
그가 입을 열어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건, 죄마가 내지른 것입니다.”
“죄마의······비명이라고?”
아테나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바로 직전까지 현대의 기술로는 물리치기는커녕 그 어떠한 타격조차 입힐 수 없는 무적의 절대생물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와서 비명이라니.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위어 박사는 설명을 요구하는 아테나의 눈빛에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도······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후우······. 저는 단지 죄마의 사념 끝자락에 연결되어있을 뿐, 죄마의 생각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어렴풋이 읽은 것은 있습니다. 위어 박사가 덧붙였다.
“죄마는 조금 전까지 남궁세가에 머무르고 있는 무신 공손혁흔의 몸을 빌려 참룡검제 이목진을 관측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가 뻗고 있던 가닥 중 하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소멸했지요. 죄마가 비명을 지른 이유가 그것 때문입니다.”
소멸이라고? 아테나가 되물었다.
“조금 전과는 이야기가 다르잖아. 세상에서 죄마에게 타격을 중 방법이 없다면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는요.”
“그 방법이 뭐지?”
아테나가 물었다. 그녀의 눈빛은 진지했다.
도무지 상대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면차원의 괴물을 소멸시킬 유일한 방법. 앞으로 혈교와 싸워나가야 할 인류를 위해 그 정보는 반드시 확보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위어 박사는 얼굴을 와락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죄마조차 무엇 때문에 자신의 일부가 소멸한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게 무슨······.”
“다만······추측은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이 추측 또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위어 박사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자신의 추론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불신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것은 지금,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두려워한다? ······그럼 조금 전 중얼거린 게 그 이야기였나?”
“예. 일어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지요.”
죄마에게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죄마는 두려움이라는 감정 또한 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죄마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뻔하지 않은가, 그의 일부를 소멸시킨 어떠한 존재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아테나가 물었다.
“죄마는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거지?”
“······그건.”
위어 박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말할 듯 말 듯 우물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어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참룡검제······이목진입니다.”
“뭐······?”
여기서, 또다시 그 사람이라고? 아테나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남궁세가에서 참룡검제를 보려고 했으니 그의 이름이 나오는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고수라고 쳐도 고작 일개 무림인 한 명을 상대로 두려움을 품는다고? 그것도 이 우주의 모든 지성체를 집어삼키려 하는 전대미문의 초월적인 괴물이?
믿을 수 없음을 떠나 황당함이라는 감정마저 느껴지는 아테나의 반응에 위어 박사가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말씀드렸잖습니까. 말이 안 되는 추론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그것이 정신링크를 통해 느껴지는 죄마의 사념에서 추론할 수 있는 유일한 결론입니다.”
그는 단언했다. 죄마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한 명의 무림인, 참룡검제 이목진이라고.
“그럼 참룡검제가 죄마를 소멸시킬 수 있는 열쇠라고 볼 수 있는 건가?”
“······가능성 자체는 열어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개 인간이 이면차원에 있는 존재에 타격을 입힌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상식을 논하기 이전에 지극히 당연한 전제이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난 고수라고 한들 그들이 가진 무력은 단지 물리력의 연장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런 무림고수가 최신 과학기술이 관측조차 할 수 없는 이면차원의 최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사념체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건 말 그대로 상상 속 신화나 판타지의 영역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이런.”
무언가를 말하려던 위어 박사가 별안간 제 이마를 부여잡았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호위들이 아테나를 보호하듯 서며 그를 향해 경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혈교의 오염 때문이 아니라, 정신링크를 통해 전해지는 죄마의 사념 때문이었다.
“죄마가······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답을 구한다니, 뭐에 대한 답을 구한다는 거지?”
“······‘초월적인 무력을 지닌 무림인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답입니다.”
아테나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저렇게 노골적인 질문이 가리키는 대상이 무엇인지는 더 생각해볼 것도 없지 않은가.
이제 그들은 인정해야 했다.
인류정부의 심장인 중추원을 장악할 뻔하고, 군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국방실험국을 집어삼킨 이면차원의 초월적인 괴물은, 참룡검제 이목진이라는 무림인 한 명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아테나는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움직여 그를 향해 물었다.
“놈은······답을 구했나?”
예. 위어 박사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로부터 인류가 강대한 무림인을 상대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테나 일등집행관은, 그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통제할 수 없는 무력을 휘두르는 무림인을 제거하기 위해,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꺼낼 수 있는 인류정부의 최종해결책.
그 답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행성 단위에서의 대규모 궤도폭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