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34)
우주천마 3077-33화(34/349)
6. 철시귀옹 Iron Zombie Necromancer (4)
(이전 편 내용이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글의 재미를 위해 가급적이면 이전 편을 다시 읽어주신 뒤 이 편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 철시귀옹 Iron Zombie Necromancer (4) – Legends Never die
그 날의 하늘은 더없이 맑고 화창했다.
유독가스가 가득한 행성환경 탓에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한 맑은 하늘. 한데 모인 가문의 사람들과 함께 있던 여덟 살 어린 소녀는 막연히 그런 하늘을 보며 신기함에 눈을 반짝였더랬다.
소녀는 문득 그녀의 손을 잡은 어머니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플 정도로 그녀의 손을 꽉 쥔 어머니는 여지껏 본 적 없는 무서운 얼굴을 한 채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소녀는 그제야 하늘에 커다란 우주선이 한 척 떠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큰 우주선의 앞에는 낯익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커다란 배를 본 소녀는 막연히 감탄의 탄성을 질렀다. 어머니의 손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
어디선가 아버지가 나타나 그녀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들을 이끌었다. 소녀는 영문을 몰라 겁에 질린 채 아버지의 품에 안겨 어딘가로 데려가졌다.
평소라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겁에 질린 그녀를 다독여 주었을 아버지는 다급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계속 소리쳤다. 소녀는 그런 아버지의 낯선 모습이 무서워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버지는 그녀를 달래주지 않았다.
저 멀리 낯선 얼굴을 한 여성이 보였다. 작은 개인용 우주선의 입구에 선 그녀는 자신들을 보며 고함을 질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여성은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 멀리서 가문의 사람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쩐지 그들은 소녀의 부모만큼이나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평소에 애지중지하던 목걸이를 여성에게 내밀었다. 여성이 목걸이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아버지가 소녀를 여성에게 내밀었다. 소녀는 아버지의 품을 떠나기 싫어 울면서 발버둥쳤지만 아버지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그녀를 떼어냈다.
소녀는 여성의 억센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닫히는 출입구의 창문 너머로 멀어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았다. 평소 웃으며 인사하던 가족들을 망설임 하나 없이 도륙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 낯설었다.
그때, 별안간 세상이 밝아졌다.
눈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하늘을 뒤덮자 소녀는 저도 모르게 팔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갑작스런 충격이 그들을 덮친 것은 그 순간의 일이었다.
굉음과 함께 우주선이 마구 흔들렸다. 여성의 손에서 탈출한 소녀는 우주선 바닥 위를 마구 굴렀다.
용케 정신을 잃지 않은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멍한 표정으로 창 밖을 바라봤다. 하늘 위에 뜬 거대한 우주선의 아래에서 빛의 기둥이 떨어져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성스러움마저 느껴지는 빛의 기둥 사이에선 아마도 천사를 닮은, 셀 수도 없이 많은 그림자들이 지상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우웅 하는 진동과 함께 소녀는 몸이 붕 뜨는 감각을 느꼈다. 우주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소녀는 창 밖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았다. 가문의 사람들 사이에서 등을 맞대고 선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과 소녀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피투성이가 된 그들은 소녀를 보며 웃었다.
분명 참을 수 없이 아플 텐데도, 그럼에도 그들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그들이 소녀에게 속삭였다.
사랑한다.
소녀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봤다. 저 멀리 점처럼 작아지던 그들이 커다랗고 붉고 뜨거운 괴물에게 집어삼켜질 때까지. 그들의 속삭임이 소녀의 귓가에서 계속 맴돌았다.
점점 하늘 위로 올라가는 우주선 안에서, 소녀는 불의 괴물이 그녀가 사는 별을 먹어치우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우주를, 우주를 가득 메운 우주선들을 보았다. 그것들은 낯익은 그림을 뱃머리에 새기고 있었다.
월계수잎으로 장식된 푸른 별의 문양이 그려진 엠블럼.
소녀가 그 문양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조금 뒤였다.
더없이 증오스러운, 그리고 더없이 공포스러운 상징물.
그 이름은 ‘인류 정부’였다.
“악!”
세령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온통 식은땀에 젖은 그녀의 눈에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세령은 혼란스러운 정신 속에서 간신히 자신이 전대의 마두에게 패배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어떻게 된 거지? 여긴 어디야? 나는 죽은 건가? 막연한 의문이 두서없이 떠오를 때, 별안간 그녀의 가슴에 누군가가 안겨들었다.
“왕언니!”
“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지 퉁퉁 부은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달려든 작은 소녀 안드로이드.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세령은 어색한 동작으로 그녀를 마주안아 주었다.
‘그러고 보니 팔이······?’
분명 오른팔이 잘리고 왼팔도 박살이 났었는데. 정신을 잃기 전 기억을 떠올린 세령이 멀쩡한 양 팔을 보며 두 눈을 깜박였다.
당자의 상황만 보면 어떻게 어떻게 구해져서 치료를 받긴 한 모양인데,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일까. 궁금증이 생긴 세령이었지만 아직도 그녀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 순자를 향해 차마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때, 옆에서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깨어났나.”
세령이 고개를 휙 돌렸다. 이십대 초중반의 모습을 한, 선이 굵은 동양계의 잘생긴 얼굴. 세령이 다시 두 눈을 깜박였다. 왠지 모르게 여기 있을 것 같지 않은 인물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엇다.
“영······감님?”
목진은 손에 든 영어교재를 탁 소리가 나게 덮었다.
“나흘을 내리 앓더군. 그동안 순자가 걱정을 많이 했다.”
번역기로 번역된 영어가 아닌, 어색하기 그지없는 영어. 하지만 그런 목진의 변화를 깨닫지 못한 채, 세령은 여전히 멍한 목소리로 물었다.
“영감님이 여긴 왜······?”
“······제가 설명할게요.”
크응. 세령의 품에서 얼굴을 뗀 순자가 훌쩍거리며 말했다. 여전히 그녀의 양 팔은 세령의 허리를 꼭 붙든 채였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순자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세령이 목진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평범하지 않은 일들을 함께하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며칠 간의 인연이다. 아무리 일이 바빴다 한들, 한 달 가까이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밑도 끝도 없이 대뜸 도와달라고 했을 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흔쾌히 손을 빌려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아는 그녀였기에 더더욱 목진에게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인연이긴 하나 내겐 의미가 큰 인연인 것을. 내 어찌 너희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느냐. 여인의 몸으로 불구가 될까 걱정했는데 이 시대의 의술이란 참으로 화타가 울고 갈 만큼 대단하더구나. 몸 성히 일어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영어로 말하는 게 어색한지 다시 번역기를 켠 목진이 말했다. 팔이 절단된 수준의 중상인데 고작 나흘 만에 완쾌에 가까울 정도로 호전되다니. 목진으로선 처음 봤을 때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데 왕언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재밍이 걸려서 통신이 안돼길래 목진 님을 모셔왔더니 갑자기 철시귀옹 같은 전대의 마두가 나타나서 엄청 놀랐단 말이에요······.”
순자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세령에게 물었다. 별거 아닌 자잘한 흑도 인신매매단이라 생각했던 나찰즈로서는 마흔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실질적인 전투능력은 세령 하나뿐인 나찰즈는 일을 할 때 철저하게 위험도를 계산하고 받는다. 세령의 선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세령이 당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나 무림인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실종사건. 대부분의 문파들이 인류정부의 개입을 경계하려 민간인들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무림인이 아니거나 문파라고 부르기도 힘든 군소 흑도방파의 소행일 것이라 단정지어진 상황이었다. 세령이 괜히 화산파의 의뢰를 수락했겠는가.
순자의 물음에 세령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철시귀옹은 그곳에 우연히 있던 게 아니다. 그는 처음부터 세령이 올 것을 할고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
“그 노괴, 뭔가 일을 꾸미고 있었어.”
뭔가가 있어. 그녀가 생각에 잠겼다. 인신매매, 아이들의 연이은 실종, 흑도방파로 위장한 이들, 철시귀옹, 철강시, 강화 철강시, 그리고 생강시······?
“······설마.”
세령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순자야, 화산 장문인한테 직통으로 연락해. 지금 바로.”
“네? 왕언니 지금은 휴식을 취하셔야······.”
“시간낭비할 여유 없어!”
세령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런 그녀의 태도 변화에 놀란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을 보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부정하고 싶은, 하지만 확신이 담긴 목소리였다.
“그 미친 늙은이, 애들을 납치해서 생강시로 만들고 있다고······!”
어딘가의 연구소 속 배양액으로 가득 찬 거대한 유리관. 그는 그 속에서 눈을 떴다.
부글거리는 거품 속에서 흐리멍덩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던 젊은 남성. 잠시 후 그의 눈에 생기가 들어오자 그는 머리를 덮고 있는 기계장치에서 벗어난 뒤 유리관 앞으로 향했다.
쿵. 쿵. 쿵. 유리관을 때리는 주먹. 몇 번이나 유리관을 때렸을까. 이윽고 유리관에 작은 실금이 생기더니, 금세 그 크기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남성은 부서지기 일보직전인 유리관의 벽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때려넣었다.
와장창! 커다란 소리와 함께 터져나가는 유리관. 산산조각 난 유리 파편과 흘러내리는 배양액 사이로, 남성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아직 혼란스러운 정신을 수습하지 못했는지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 애애애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이렌이 울리고, 배양실의 입구를 열며 무기를 든 무인 몇 명이 난입해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남성을 발견한 무인들이 그를 향해 각자의 무기를 겨누었다. 배양실 입구에서 성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입조, 내부 상황 보고해라!”
“내부 상황 보고! 소체 R-02가 깨어났습니다!”
여전히 무기를 겨눈 채 보고하는 무인들의 리더. 그의 말에 배양실 입구에서 명령을 내리던 누군가가 잠시 침묵했다.
R-02라면 분명, ‘그’가 죽었을 때를 대비한 스페어 바디. 배양실 입구에서 서른 중반 정도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에 딱 달라붙어 굴곡을 드러내는 남성용 슈트를 입고, 얇은 테의 안경을 쓴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 그녀가 신은 하이힐 소리가 배양실 안을 울렸다.
여인은 천천히 걸어가 알몸인 채로 멍하니 서 있는 남성에게 다가갔다. 때마침, 정신을 차린 남자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남자와 여인의 눈이 마주쳤다. 여인은 곧바로 남자가 그가 알던 ‘그’임을 알아채고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남자는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곡주에게 연통을 넣어라.”
긴히 논할 말이 있으니. 그의 말은 마치 원래부터 그래야 하는 양, 자연스러운 명령이었다.
“예. 주인님.”
여인은 당연한 듯이 그의 명령을 받들었다. 남자가 허탈한 듯 중얼거렸다.
“삼십 년 동안 쓴 몸을 이렇게 날려버리다니, 루트 권한을 재설정하려면 고생 깨나 하겠군.”
그래도 하나뿐인 목숨을 잃는 것보단 낫다만.
남자, 철시귀옹 리첼 아카몬드는 바닥의 유리조각들을 즈려밟으며 배양실을 나섰다.
정보)
세령의 가문과 가족은 인류 정부에 의해 전부 죽었다. 세령은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이다.
세령의 복수의 대상은 인류 정부가 아니다. 복수의 대상은 따로 있으며, 인류 정부에겐 복수심조차 품지 못한 채 두려워하고 있다.
세령은 나흘 동안 혼수상태였다가 깨어났다. 잘린 오른팔과 박살난 왼팔은 인공지능 신의가 깔끔하게 고쳐주었다.
순자는 세령이 혼수상태인 동안 한순간도 그녀의 옆을 비우지 않았다.
목진은 매일 병원이 여는 동안 세령의 병문안을 왔다. 나름 그녀를 아껴서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할 일이 없기에 심심해서 온 것도 있다.
로버트는 사흘 동안 병문안을 왔지만 하필 세령이 깨어난 날 일이 있어서 못 왔다. 그 때문에 나중에 억울하게 쿠사리를 먹었다.
세령은 (본인 기준에서)그다지 인연도 없는데 자신을 구하러 와 준 목진에게 왈칵 감동했다.
나찰즈는 원래 안전빵으로 일하는 편이다. 이번처럼 감당 못할 적이 나오는 경우는 상당한 예외에 속한다.
철시귀옹이 아이들을 납치한 이유는 생강시로 만들기 위함이다. 굳이 아이들인 이유는 세뇌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철시귀옹은 고대로부터 이어온 세뇌술로 인간에게 금제를 가하여 생강시로 만드는 술법을 익히고 있다.
철시귀옹은 죽은 게 맞다. 단지 전뇌공간에 정신을 백업시켜 스페어 바디로 부활했을 뿐. 원래는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이지만 철시귀옹은 특별한 무공과 비법, 기술 등을 총망라해 실제로 성공했다. 다만 부활한 이후에는 강시나 생강시들의 통제권을 재설정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
철시귀옹은 노인 모습의 육체를 정사대전 이후로 30년간 유지했다.
철시귀옹의 보좌역 비서인 레이첼 아카몬드는 그가 직접 제작한 딸과 같은 안드로이드이며, 30년 동안 그를 보필했다.
철시귀옹의 스페어 바디 중에는 여성형 바디도 있다. 왜 여성형 바디가 있는가 하면 그의 취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