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347)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348화(348/349)
우주천마 3077 348화
**. 타천불타(墮天佛陀) – Fallen Budda
“아.”
목진은 걸음을 멈추었다.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멈추던 것처럼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길 그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가만히 생각하던 목진이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했다.
“여기가 끝이로구나.”
무(武)의 끝.
그가 그토록 닿고자 하던 목표에 도달한 것이다.
목진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기분이 이상하군.”
별천지가 쏟아지는 것 같은 환희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성취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작은 달성감과 작은 기쁨이 그가 느끼는 전부였다.
그러나 분명, 그는 무극(武極)에 도달했다.
그것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길을 걸어갈 적엔 그리도 간절하더니 막상 얻고 나니 그 간절함은 다 어디로 갔다는 말이냐.”
그런가, 이것이 무상(無常)인가.
“······.”
작은 깨달음을 얻은 목진은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길을 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이 다음은 무엇인가. 라고.
그러자 그의 물음에 답하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솔천(兜率天)에서 미륵보살(彌勒菩薩)이 하생(下生)한 일이 없는데 어이하여 부처가 나타났는가?”
목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기이한 존재가 있었다. 눈이 부시지 않은 빛으로 가득해 그 자세한 생김새를 알 수는 없으나, 일단은 사람처럼 머리와 팔다리가 달린 존재.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모습에 목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대는 누구시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이 답했다.
“나는 스스로 태어나 스스로 존재하는 자다. 가장 처음의 부처이니 본초불(本初佛)이라 여기면 부족함이 없으리라.”
“부처라. 내가 아는 부처는 덕이 많고 인자하게 생기었는데.”
“알지 않느냐. 그저 겉모습일 뿐이라는 것을.”
목진의 말에 본초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빛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도, 목진은 어쩐지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초불은 목진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
“무의 극(極)을 좇다보니 그 끝에 오게 되었소.”
“아하.”
본초불이 알겠다는 듯 말했다.
“독각(獨覺). 그대는 홀로 깨달았구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침을 좇아 온 것이 아니라 홀로 깨달아 부처가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부처?”
목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부처가 되었다는 말이오?”
그러자 본초불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라만상을 깨닫고 육도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그것을 부처 아닌 말로 무어라 하겠나.”
허어. 목진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천마가 부처라니, 그 무슨 해괴한 조합이라는 말인가.
본초불은 몸을 돌리며 목진에게 말했다.
“가세.”
“어디로 말이오?”
“육도의 굴레에선 벗어났으나, 머무르기는 아직 육도에 머무르고 있으니 그곳에서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오라.”
그러나 목진은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몇 걸음 걸은 본초불이 의아한 듯 그를 돌아보았다.
목진이 물었다.
“육도라는 것이 이 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오?”
“실로 그러하지.”
본초불이 고개를 끄덕이자 목진이 말했다.
“하면 나는 육도를 떠나지 않겠소이다.”
“어찌하여 따라오지 아니하는가?”
본초불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목진이 답했다.
“모든 것이 무상함을 깨달았으나 나는 그를 원하지 아니하였소.”
“이상하구나. 번뇌와 고통에서 벗어나 마침내 해탈하였거늘, 어찌하여 육도윤회에서 벗어나길 원치 않는 것인가?”
“글쎄.”
목진은 그의 물음에 생각에 잠겼다. 본초불은 그가 생각하는 동안 가만히 그를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목진이 눈을 뜨며 그의 물음에 답했다.
“내겐 아직 무가 남아있소.”
본초불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대가 해탈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끝을 보아 무상함을 깨달았기 때문인데, 어째서 그것이 남아있다 하는가.”
목진은 고개를 돌려 길의 끝을 바라보았다. 길은 여전히 끊겨있었다.
“나는 길의 끝을 보았소. 그러나 여전히 길을 걷고 싶구려.”
목진은 고개를 약간 들어 길의 끝이 아닌, 그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응당 그 뒤는 내가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겠소이까?”
본초불이 완전히 몸을 돌려 목진을 바라보았다.
옅은 미소가 걸린 그가 목진을 향해 되물었다.
“모든 것을 깨달았음에도 스스로 다시 고통과 번뇌로 가득한 윤회의 수레바퀴 안으로 돌아가겠다 말하는 건가.”
본초불이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 우주가 하나 잡혔다.
“그대는 깨달아 부처가 되었으니 열반에 이르러 최상의 깨달음을 이룩할 수도 있고, 중생들이 살고 있는 예토에서 벗어나 아미타불처럼 불국토(佛國土)를 세워 중생을 이끌 수도 있느니라.”
불국토는 더러움이 없는 청정한 우주. 즉 그의 말은 자신의 우주를 세우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원치 않소.”
그러자 본초불이 물었다.
“무엇을 원하는가?”
목진은 잠시 동안 생각한 뒤에 입을 열었다.
“중간에 한눈을 팔기도 하지만, 나는 육도를 윤회하며 결국에는 오직 하나만을 바라보았소.”
그의 눈이 반짝 빛났다.
“나는 무(武)를 원하오.”
무의 끝에 다달아 무를 버림으로서 무상함을 얻었지만, 그럼에도 무를 원한다. 결국 목진이 바라보는 곳은 처음의 처음부터 끝의 끝까지 다르지 않았다.
“그 나아감은 중생들의 길과는 다르구나.”
실로 마도(魔道)로다.
본초불이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불변해야 할 우주의 질서인 법(法:Dharma)조차 변하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이것 또한 변(變)이로구나.”
본초불은 목진을 바라보며 욕계의 가장 높은 여섯 번째 하늘, 타화자재천을 느꼈다.
그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목진을 향해 축복하듯 말했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욕이 극에 달해 욕을 버리고 해탈하였으나, 그럼에도 욕을 갈구하니 그대는 억겁 끝없이 육도의 길을 헤메이는 욕계의 왕이 될지어다.”
그 말에 목진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바라던 바이오.”
이만 가겠소. 본초불에게 작별을 건넨 목진이 몸을 돌려 길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본초불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처가 아니되 또한 부처와 같은 자로다.”
그는 그 뒷모습으로부터 먼 옛날 석가와 태상노군을 무릎 꿇린, 마도를 세우고 유불선(儒佛仙)의 밖에서 세상을 굽어보는 한 존재를 떠올렸다.
아. 길의 끝에 도달한 목진이 이제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돌려 본초불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 죄마라고 불리는 그것은 어찌 되었는지 아시오?”
알지. 본초불이 대답했다.
“다섯 더러움이 존재하는 예토(穢土)에서 죄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법. 다만 이전과 같은 악성(惡性)은 품지 않으리라.”
“그거면 족하오.”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 목진은 길의 끝에 섰다.
그리고 한 발을 들어 그 너머로 내딛었다.
그는 아득해져가는 시야와 함께 지금까지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육도(六道)의 세계로 다시 뛰어들었다.
문득, 등 뒤에서 웃음기 어린 본초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마무불(天魔武佛)이여. 그대의 뜻대로 될지어다.”
아수라 붓다는 보았다.
다 부서져가는 검을 든 목진이 하늘을 향해 검을 뻗자 포격들이 모조리 소멸하는 모습을.
‘······에너지 포격을 칼로 막네.’
이해를 벗어난 그 광경을 목격한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하나였다.
심검(心劍).
용적산에게 넌지시 들은 적이 있다. 생사경의 경지에 오른 목진이 심검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입자를 가속해 쏘아내는 하전입자포를 칼질로 소멸시키는데 그게 세상 그 어떤 것이든 벨 수 있다는 심검이 아니면 뭐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침식함대의 포격을 막아낸 목진이 그 직후에 다시 허공을 향해 느릿하게 검을 찔러가는 게 아닌가.
그리고 목진으로부터, 아니 보다 정확히는 목진의 검 끝으로부터 무언가의 단말마가 들려왔다.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사악함이 가득한 단말마. 아수라 붓다는 대번에 그 단말마의 주인이 죄마라는 것을 깨닫고는 전율했다.
‘이건 분명 죄마의······!’
지금까지 수천년 동안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저 높은 차원의 벽 바깥에서 개미처럼 그들을 밟아 죽이던 인류대적(人類大敵)이 내지르는 비명은 마치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정말로 그것에게 죽음을 내렸는지도. 아수라 붓다는 하늘에서 대폭발을 일으키며 대기권으로 파편들을 쏟아내는 침식함대였던 것들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뭐······?”
그의 눈앞에 서 있던 목진이 딛은 땅에 풀과 꽃이 피어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하전입자포로 인해 검게 녹아내린 땅에서 싱그러운 풀과 꽃이라니. 도저히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을 본 아수라 붓다가 떠올린 답은 하나였다.
열반(涅槃).
설마, 설마 그 이목진이, 천마 이목진이 열반에 든다고? 아수라 붓다는 도저히 혼란스러움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야 조금 전에 우스개소리로 부처가 되겠다는 이야기를 잠깐 하긴 했다마는, 당연히 진담이 아닌 농담이었다.
차라리 우화등선이면 우화등선이지 소림 출신도 아닌 무림인이 열반은 또 무슨 열반이라는 말인가.
‘심지어 후광까지······?’
자세히 보면 몸이 반투명하게 변해가는 것 같다. 그는 흔들리는 눈으로 열반의 경지에 드는 목진의 모습을 응시했다.
어쩌면, 어쩌면 정말로 부처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러나 이어진 결과는 그의 상상을 가뿐히 초월하는 광경이었다.
“허······?”
바로 시들어 죽어버리는 발치의 풀과 꽃, 급격히 잦아드는 머리의 후광, 그리고 다시 제대로 색이 돌아오는 몸.
단지 열반 중에 내려온 걸까?
‘······아니, 그건 아니지.’
아수라 붓다는 불자의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저건 열반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저건 부처가 되길 포기한 것이었다.
“후우.”
열반에서 내려온 목진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아수라 붓다를 돌아보았다. 찰나의 시간 동안 숨길 수 없는 그윽한 현기(玄機)가 그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경악을 금치 못한 아수라 붓다가 물었다.
“어째서······어째서 부처의 길을 포기하셨소?”
아직 대기는 불안정하지만, 이제는 말이 전해질 정도는 된다. 목진은 용케 아수라 붓다의 말에을 듣고 대답했다.
“내가 바라던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니라.”
“그럼 대체 무슨 길을 바라시길래······.”
목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부처가 이르길, 깨달음을 얻었으나 욕을 놓지 못하니 끝없이 육도를 배회하는 욕계의 왕이라 하더라.”
아수라 붓다는 대번에 그 뜻을 꿰뚫어보았다.
육도를 살아가는 중생들의 왕. 그는 목진을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천마가······되기로 하셨구려.”
그러자 천마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처음부터 천마였느니라.”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