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38)
우주천마 3077-37화(38/349)
7. 백만강시 Legion of Steel (3)
7. 백만강시 Legion of Steel (3) – 나는 장문인을 그만두겠다!
목진이 화산파를 향해 오고 있는 동안, 장로들은 여전히 머리를 굴리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중앙정부에서는 뭐라 합니까?”
“군부의 일이라 즉각적인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아무래도 군부와 무림이 엮이는 일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맥심 상등행정관이 최대한 빠르게 감찰관을 파견하겠다고 말해주고는 있지만 못해도 사흘은 걸릴 듯 싶습니다.”
“사흘이라. 그래서는 너무 늦소.”
당장 화산의 심상치 않은 상황을 감지하고 섬서로 모여드는 기자나 정보꾼들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어떻게든 언론을 압박해 기사를 막고는 있지만 그래봐야 며칠도 못 갈 임시방편, 자세한 자초지종은 알려지지 않았을지 몰라도 화산의 제자가 마두의 손에 납치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은연중에 퍼진 상태였다.
이 이상 화산의 위신이 실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어떻게든 화린을 구해내거나, 최소한 그에 준하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 철시귀옹 리첼이 뻔뻔한 태도를 보이며 자신만만하게 사흘을 주겠다 말한 것은 그런 화산파가 처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버나르도 소장이 정녕 그 마두와 손을 잡은 것이오? 아니면 협박을 당하고 있는 것이오?”
“종합적인 정황을 살펴보건대, 아마도 생강시 네트워크 기술을 노리고 철시귀옹과 암중에 손을 잡은 듯 싶습니다. 이미 군부에서 생체 네트워크 드로이드 기술의 도입을 추진했었다는군요. 물론 관무불침의 불문율이 있는 한 대놓고 동맹관계를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정말 상황이 틀어진다면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버나르도 소장이 무력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젠장.”
뭔가 방법을 시도해 보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정보도 부족하다.
여론을 통해 압박하는 방법, 비밀리에 무인들을 파견하는 방법, 사혈곡에 협조를 구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되었지만 일이 틀어졌을 때 화산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컸다.
“차라리 협상하는 척 시간을 끌다가, 인류정부의 허가가 떨어지는 즉시 가용 가능한 전력을 모아 놈을 치는 게 어떻겠소? 놈은 저 항성 밖으로 나올 수 없지 않소이까.”
“······지금 화린이 그 아이를 버리겠다 말하시는 겁니까?”
플러너시안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제미니가 충격받은 얼굴로 다른 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장로는 자신도 마땅치 않다는 듯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내 어찌 화산의 도인으로서 그런 선택을 하고 싶겠소이까. 하지만 그 아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소이다. 생강시화 된 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내 들어본 적 없소. 그 마두의 말이 참인지 어찌 믿는단 말이오?”
“그 아이는 화산의 제자입니다! 세상 강호에 대체 어떤 정파가 제자를 버린다는 말씀이십니까!?”
“설령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한들 앞으로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오. 지난 정사대전에서 저 노괴를 주살하기 위해 헛되이 스러진 젊은 피가 몇이나 되는지 아시오? 그 아이 하나의 희생으로 놈을 이 무림에서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내 기꺼이 수라의 결정을 내리리다.”
“그 말을 당장 취소하세요!”
그만.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용적산이 단호한 목소리로 두 사람의 말다툼을 끊었다.
“설령 기만이라 해도 협상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습니다. 이미 사건이 물 위로 떠오르고 있는 이상, 저런 마두와 협상을 하게 된다면 화산은 더 이상 구파일방의 일원으로서 자리할 수 없어요.”
“하오면 그 아이는······.”
“구출해야지요.”
용적산의 말에 장로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말입니까?”
“장문인, 제자를 아끼는 마음은 알겠으나 지금은 냉정함을 가져야 할 때요.”
“그렇습니다. 화산의 우주선이 그 행성의 공역에 진입하는 순간 버나르도 소장이 나설 겁니다. 적어도 인류정부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그와의 직접적인 마찰은 피해야 합니다.”
인류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영역에서는 미리 허가를 받아야 공식적인 문파의 활동이 가능하다. 만약 허가 없이 무단으로 화산의 우주선이 돌입한다면, 버나르도 소장이 직접 개입할 명분을 주는 꼴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용적산의 대답은 엉뚱한 것이었다.
“고수로 이루어진 소수정예 구출대를 파견할 겁니다.”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느 한 장로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지금 무력이나 규모가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화산파 소속의 무인이 나서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용적산은 방금 말한 장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장로가 움찔 몸을 떨었다. 하지만 용적산은 장로를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 장로의 말이 맞습니다, 문제는 화산파의 무인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화산파의 무인이 아니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까.”
“······혹 장문인께선 이목진 대협에게 청을 드리려 하시오?”
용적산의 말에 눈치 빠른 장로가 묻자, 다른 장로들이 술렁였다. 확실히, 딱히 소속이 없는데다 고강한 무공까지 지니고 있는 그라면 화린을 구출하는 데에 적격이었다. 그뿐 아니라 당장 한 달여 간 직접 화린에게 무공을 사사한 비공식적인 스승이 아닌가.
하지만 과연 그가 다른 사문의 제자를 위해 어떤 위협이 있을 지 모르는 행성 속으로 돌입하려 할까?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마두에게 생판 모르는 타인을 밀어넣을 만큼 염치가 없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럴 필요 없다.”
회의실의 입구에서 굵직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을 꺼낸 장로는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며 입구를 돌아봤다.
목진은 성큼성큼 회의실 안으로 들어와 용적산의 맞은편에 섰다. 장문인이 전력을 다한 절기를 단 한 수로 가벼이 꺾었다 하는, 그 밑바닥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고수의 등장이었다. 목진은 장로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나는 이미 갈 생각을 굳혔으니.”
아니, 오히려 그들이 말린다 하더라도 홀로 길을 떠날 생각이었다.
“자초지종은 이미 들었다. 그 노물이 요사한 사술로 다시 살아났다지.”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가 않았다. 분명 심장을 꿰뚫어 시체까지 가져왔거늘, 도대체 어떤 사술을 부렸는지 죽었어야 할 자가 살아났다는 말인가.
거기까지라면 단순히 눈살 한 번 찌푸리고 말 일이다. 하지만, 화린을 납치해 생강시로 만들었다는 건 선을 넘은 이야기였다.
사문을 이어받을 정식 제자가 아니라지만, 한 달간 그에게 손수 지도를 받은 아이다. 처음 접하는 수련법에 버거워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무공을 수련하던 아이. 가르치는 이로서 그런 학생을 싫어할 이유가 있으랴. 목진은 그런 그녀가 제대로 무공을 배워보기도 전에 강시의 제물로 희생되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리 된 간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자신이라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운이 좋은 줄 알거라. 마침 서로의 목적이 일치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노물을 잡아다 제가 저지른 짓의 대가를 치르게 하리라. 목진은 끓어오르는 화를 갈무리하며 말을 이었다.
“댓가 따윈 필요 없다. 그 노물이 있는 장소만 알려주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지. 다시는 살아날 수 없도록 저승 밑바닥 깊숙한 곳에 쳐박아 주겠다.”
그건 복수였다. 목진의 살기어린 눈이 희번득거렸다. 적잖은 장로들이 움찔거라며 목진의 눈으로부터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용적산은 그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어찌 염치없이 사문의 제자를 외인의 손에 맡기겠습니까. 조금 전해 말했듯, 이 용모도 함께 가야 이치에 맞겠지요.”
“허나 장문인께서 나선다면 문제가······.”
“내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면, 화산의 무인이 아니면 되는 것 아닙니까.”
“······예?”
순간, 회의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장로들이 떠올린 생각은 하나였다.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용적산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 장로들을 둘러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 용모가 장문인 직을 내려놓고 화산을 나가겠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본문이 인류정부의 허가 없이 개입한다는 명분은 없겠지요.”
장로들의 입이 벌어졌다. 갑자기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이야기란 말인가. 오랫동안 장로 직을 지내온 한 장로가 탁자를 내려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장문인! 당장 그 말을 거두시오! 대 화산파 장문인의 자리가 그리도 가벼운 것이더이까!”
그의 얼굴은 이 이상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물든 채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화산파의 장문인이란 자리가 어떤 자리던가. 대 화산파를 이끄는 최고 어른의 자리가 아닌가.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한들, 이렇게 제 원하는대로 내팽개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기에 용적산의 발언은 장문인으로서 감히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이었다.
“화산을 나가다니, 그 의미를 알고 말하는 겁니까, 장문인?”
“감당할 수 없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마시구려!”
그의 말을 시작으로 장로들이 용적산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어처구니없음과 모욕감, 그리고 분노마저 배어있었다.
“나는 화산의 장문인이외다.”
강한 힘과 의지가 깃든 목소리. 분위기는 물론 말투마저 달라진 용적산의 목소리에 장로들이 저도 모르게 술렁임을 멈추고 그에게 집중했다.
“우리가 정파의 이름을 단 이상, 성공하든 실패하든 화산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구출대를 파견해야 합니다. 그리고 헛된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선 그 구출대는 화산의 무인이어선 아니 되지요.”
올바른 길(正道)을 가기에 정파라 한다. 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진지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장로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했다.
“장문인의 의기는 알겠으나 현실을 보시오. 이런 비상시국에 장문인의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게 맞다고 보시오? 차라리 취화흑룡(取花黑龍)을 보내면 모를까.”
“어찌 다른 문도에게 화산의 이름을 내려놓으라 말하겠소이까. 이것은 장문인인 본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오. 이전에 말했듯 그 아이가 납치된 데에는 본도의 책임도 있는 바, 다른 이에게 본도의 책임을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소이다.”
용적산은 정말로 괜찮다는 듯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장문인이 된 지 백 년하고도 삼 년. 본도는 충분히 오래 장문인의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정사대전으로 혼란해스러워진 화산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남아있었으나, 이제는 내려올 때도 되었지요. 내려오는 길에 이 한 사람의 허명을 화산과 화산의 제자를 위해 바칠 수 있다면 그만큼 기쁠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분명 화산으로서는,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에 가깝다. 복잡하게 얽힌 관무지간의 형세에서 장문인이 스스로의 지위마저 버리고 화산의 제자를 구출하러 간다면,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현 상황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는 어필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대가로 화산은 장장 한 세기동안 화산을 수호해온 용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그를 향해 역정을 냈던 장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화산을 떠난다면 다시는 화산으로 돌아올 수 없소. 그럼에도 그런 선택을 하시오리까.”
“먼 발치에서라도 화산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한때는 우주를 유랑하며 제 검을 찾아 떠도는 삶도 동경한 적이 있었더랬지요.”
오랜 세월을 화산을 위해 살아왔지만, 용적산이 화산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화산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을 알기에 장로들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렇게 떠나보내기엔 너무나 좋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아니, 어쩌면 이런 상황이기에 떠나기에 적기인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용적산을 보필해 온 장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 여러분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본도의 허명에 눈을 흐리지 마시고 냉정하게 득실을 생각해 보세요. 정사대전 때 입은 굴욕 이후로 삼십 년의 세월이 지나 간신히 이전의 성세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화산은 그 무엇보다도 구파일방으로서의 위신과 정파로서의 가치를 수호해야 합니다.”
용적산이 장로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장로들은 복잡한 감정이 실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목진은 다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예나 지금이나 익숙한, 정파의 모습이었다.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에, 결정이 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행성 강하용 방열파츠를 입은 두 명의 절대고수를 태운 우주선이 폐기장 행성으로 향한 것은, 그로부터 다섯 시간 뒤의 일이었다.
정보)
무림과 인류정부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양쪽에 걸친 사건이 터지면 조율을 위해 최소한의 커넥션이 존재하긴 한다. 단, 군부의 경우는 예외다.
화린이라는 것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화산의 제자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전 우주에 알음알음 알려진 상황이다. 화산에서 최대한 언론통제를 시도중이긴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버나르도 소장이 리첼과 손을 잡은 것은 군부와 관계없는 독단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만약 그로 인해 무림이 버나르도 소장과 분쟁이 일어난다면, 군부는 정당함 여부는 둘째치고 일단 버나르도 소장의 편을 들 것이다.
인류정부에서는 버나르도 소장이 리첼과 손을 잡을 때부터 그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리첼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지만, 그는 인류정부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최상위 등급의 관리지정요인이다.
용적산이 화산의 장문인으로서 은퇴를 생각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는 이번 사건에 있어 그가 제시한 안이 리스크와 리턴을 계산했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취화흑룡은 매화십이검을 자신의 스타일로 독특하게 재해석한 흑인 매화검수로 화산의 최고수 중 하나이다. 이 시대는 인종차별 개념이 딱히 없기 때문에 흑인한테 흑룡이라고 불러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일로 용적산은 장문인 자리에서 내려오며 화산에서 스스로를 제명했다. 공석이 된 장문인의 대리로 최고원로에 해당하는 장로가 임시 장문인직을 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