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40)
우주천마 3077-39화(40/349)
7. 백만강시 Legion of Steel (5)
7. 백만강시 Legion of Steel (5) – 붓다핸접
용적산은 보았다. 별안간 하늘 높이 황금빛 석가여래의 형상이 솟아나, 무언가를 향해 손바닥을 내려치는 모습을.
“미쳤군······.”
한참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느껴질 만큼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응집. 용적산은 질린 얼굴로 철시귀옹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무림에도 상식적인 선이라는 게 있다. 저건 단순한 내공 드라이브나 노심으로 낼 수 있는 출력이 아니었다.
그 말은 즉, 군용 기술에까지 손을 대었다는 이야기. 노골적인 군용병기기술은 아니지만, 저 정도로도 충분히 인류정부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버나르도 소장의 인맥을 믿는 걸까, 아니면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이라 생각한 걸까. 어느 쪽이든 미쳐도 단단히 미친 짓이었다.
‘부디 잘 이겨내시길 비오.’
다만 용적산은 목진을 걱정하지 않았다. 아무리 군용 기술이 들어갔다곤 하나, 자신이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경지를 밟고 서 있는 고대의 절대고수가 한낱 저런 기물에 당하겠는가. 굉음과 함께 크게 튕겨 올라가는 여래의 손을 보며 용적산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제트팩을 단 채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수십구의 강화 철강시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여래불의 일장을 튕겨낸 목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면-.
“정말로 부처와 맞붙은 기분이로고.”
목진은 땅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며 실소를 흘렸다. 강기에 적지 않은 힘을 담았거늘 부서지지 않고 받아치는 정도가 고작이라니. 어찌나 그 힘이 거대한지 과연 부처의 형상을 흉내낼 법한 기물이었다.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그가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푸른 기관의 불꽃에 의지해 하늘에 떠서 그를 내려다보며, 다시금 두 손을 마주 모아 합장하는 불상의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황금빛이 붉게 물들며 여래의 등 뒤에서 수많은 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상적이긴 하구나.”
하늘과 땅. 이번에는 끝장을 보겠다는 듯 셀 수 없이 많은 손들을 치켜올리는 여래의 눈에는 부처의 자비는 온데간데 없고 아수라의 살기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목진은 그런 여래를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허나 껍데기만 흉내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목진이 가볍게 손목을 풀며 살짝 무릎을 굽혔다. 한계 없는 막대한 내력이 그의 두 다리로 모여들었다.
우직! 땅바닥에 작은 자국만을 내며 목진이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 높이는 무려 천여 장. 역대 무림의 어기충소 신기록들을 가볍게 갈아치운 그는 자신을 향해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무수한 신장(神掌)들을 보며 이번에는 양 손에 내공을 끌어올렸다.
“설사 부처가 직접 오더라도 모자랄진데.”
힘 대 힘으로 맞붙는 것도 흥취는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여유롭게 싸움을 즐길 때라고 할 수 없었다.
부처의 힘은 분명 거대하다. 하지만 큰 힘만으로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면 무(武)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는 역사(力士)가 아니라 무인(武人)이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가 펼치는 무공의 이름은 지금의 상황에 교묘하게 들어맞는 천수교룡장(千手蛟龍掌)이었다.
쩌저저정! 귀청을 찢을 듯 울리는 굉음과 함께 여래의 팔들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그 이름처럼 천 개의 손은 아니지만, 무수하게 펼쳐지는 손바닥들은 교룡과 같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중요한 길목을 차지하고 들어오는 손바닥들을 쳐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때론 허공을 박차고, 때로는 여래의 손바닥을 밟고 돋움하며 목진은 적천(赤天)을 달렸다.
천마가 도달한 끝에 여래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눈이 여래의 얼굴 속 불상과, 의식 너머에 있는 노괴를 꿰뚫어보았다.
“확실히 보거라.”
목진의 손바닥 위에서 무저갱처럼 어두운 구슬이 빙빙 회전했다. 그것은 세상 모든 사나운 것들을 한데 모은 듯 불길했다. 그는 주저없이 그것을 던졌다.
그리고 철시귀옹 리첼은 불상의 눈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세상의 종말이라는 것을.
“부처의 얼굴에 구멍을 냈으니 극락에 가기는 글렀구나.”
하늘로부터 떨어져내리며, 목진은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 높은 하늘 위로 어깨 위가 사라진 채 서서히 흩어져가는 여래의 모습이 보였다.
목진은 다시 허공을 박차 속도를 줄이며 황량한 행성 표면에 내려앉았다. 최소한의 테라포밍으로 인해 매캐하고 텁텁한 공기를 맛보며 목진이 주변을 둘러봤다.
강시. 강시. 그리고 강시.
미리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시체보다도 무감정한 얼굴을 한 머나먼 미래의 강시들이 빼곡하니 언덕 위를 메운 체 붉은 눈을 빛내며 그를 노려봤다. 크기도 형태도 제각각인 드로이드 강시들은 저마다의 무기를 들어올렸다.
저 멀리 하늘에서 십여 개의 철기둥들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보나마나, 저 안에는 무수한 숫자의 날아다니는 강시들이 들어있으리라.
문득, 땅바닥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의 기감에 무언가 생기 없는 것들이 땅 속에서 우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허허.”
강시의 군단을 데려오라 했더니 정녕 군대를 끌고 왔구나. 목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하늘도, 땅 위도, 땅 아래도 온통 강시뿐이었다.
이 많은 것들이 대체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세상을 가득 메운 드로이드 강시의 군세에 목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목표하던 요새의 입구를 안내해 줄 이정표인 단말기는 정체 모를 방해로 인해 먹통이 된 상태. 혹시나 싶어 기감을 늘려보았으나 어찌나 먼 곳에 자리하고 있는 지, 생강시로 보이는 몇몇을 제외하곤 리첼의 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수를 보아하니 장과 검을 휘둘러 수백 수천의 강시를 멸해도 또 다른 강시가 그 자리를 채우리라. 하지만 당장 목진이 쓸 수 있는 수는 그것뿐이었다.
목진은 검을 든 채 작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좋다. 까짓, 내 일기당천(一騎當千)을 넘어 일기당군(一騎當軍)의 역사를 써 주마.”
멸하고 멸하면 그 끝이 없겠으랴. 생각은 검을 휘두르며 해도 충분하다. 목진은 망설임 없이 강시의 군세 속, 가장 가까운 생강시의 기척을 향해 몸을 날렸다.
“미친 자식······.”
행성의 지하 깊숙한 곳, 목과 등 뒤에 무수한 케이블을 꽂은 채 마치 왕처럼 옥좌에 앉아있는 리첼은 질린 얼굴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벌써 열여섯 시간째다.
보통 강시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와 그의 수족들이 수십년 동안 열과 성을 들여 만들어낸 강화종 강시들이 섞인 군세를 상대로, 내공 드라이브도 없는 내추럴의 무인이 버텨낸 시간이 말이다.
아니, 버텨냈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강시들의 군세가 그를 버텨냈다는 표현이 좀 더 알맞으리라.
보통 고수의 범위를 초월한 기감으로 요령 좋게 생강시들을 노리는 목진의 검은 한때 인간이었던, 그리고 여전히 인간일지도 모르는 이들을 상대로도 망설임이 없었다.
사람의 영역을 초월한 듯한 무위를 보고 결코 쉽지 않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지독할 줄이야. 우주무림에 널린 게 기인이사라지만 이건 우주무림의 기준에서도 숫제 괴물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무공과 군사병기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특제 무기들도, 대 절대고수용으로 특별히 조정된 강시합격진도, 대기를 가득 메우는 독성물질도 통하지 않는다. 목진은 기계보다도 더 기계같이 강시들을 도살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목진의 손에 무력화 된 강시의 수만 십만에 가깝다. 직접 박살난 수가 절반에, 호스트 생강시의 파괴로 다운된 수가 절반. 구대문파의 삼할쯤은 한번에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병력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무의미하게 깎여나가고 있었다.
‘저 괴물은 지치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리첼은 강시들의 눈으로 관측되는 목진의 데이터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제 아무리 대단한 고수도 열 시간이 넘게 강화 강시들을 상대로 무공을 펼친다면 조금이라도 힘든 기색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거늘, 체온과 생명 에너지 스캔, 뇌파 스캔, 기 스캔 등 수많은 수치들은 열여섯 시간 내내 떨어지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기세를 올려가고 있었다.
그의 상식으로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오죽하면 내가기공을 익힌 내추럴은 원체 다 저런 식으로 싸울 수 있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겠는가.
중간부터 무슨 부스터라도 섭취했는지 점점 광폭해져가는 무공과 살기를 더해가는 눈빛. 리첼은 점점 무언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안 그래도 이쪽도 손이 급하거늘······!”
하필 목진에게 시선이 팔린 틈을 타 지하요새에 숨어든 만화검존이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며 요새를 휘저어대고 있는 상황. 요새의 백업을 받는 리첼이 전력을 다해 요격한다면 그를 쓰러트릴 수 있겠으나, 그러면 간신히 밖에 잡아두고 있는 목진이 요새 안으로 진입하는 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리첼로서는 천천히 요새를 공략하는 만화검존을 두 눈 뜨고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수밖에 없는가.’
이 이상 시간을 끌어봐야 이긴다 하더라도 그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 그는 결국 끝까지 망설이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잠시 양자 시스템에 목진의 상대를 일임한 리첼이 저 하늘 너머, 인공우주기지에 있는 그의 동업자를 향해 통신을 걸었다.
–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네. 무림인 나부랭이 하나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통신이 연결되자마자 흘러나오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는 짙은 실망감이 숨기지 않고 묻어났다. 화면 저편으로 고집스런 인상의 백발 중년인은 미간을 좁힌 채 리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카탈로그 상으론 자네가 만든 물건들이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보이는 결과가 이래서야 동업자로서 품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나.
큰소리 떵떵 치던 주제에 무림인 하나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그의 모습을 질책하는 말투다. 무림인도 아닌 주제에 뭘 안다고. 리첼이 보이지 않게 이를 갈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굴욕적이더라도 저 괴물딱지부터 최대한 빨리 치워버려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는가. 리첼은 만들어낸 듯한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무림이란 곳의 심부는 언제나 상상도 못할 고수들이 득시글거리는 인외마경이지. 부끄러운 일이나, 처음에 오판이 있었음은 인정하겠소. 하지만 이럴 때를 위해 그대가 있는 것이 아니겠소?”
– 궤도폭격이 자네 말 하나하나에 움직일 정도로 가벼운 일로 보이나?
리첼이 말하는 의도를 눈치챈 중년인, 버나르도 소장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으르렁거렸다.
전함은 어디까지나 억제력으로서 써먹을 때 최고의 효율을 내는 법이다. 서류상으로 퇴역 처리가 된 채 실질적으로 그의 소유가 된 전함을 운용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뒷처리에는 군부에 있는 인맥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었다. 금기시되어 있는 무림의 일에 개입하는 건 그로써도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리첼은 눈썹 하나 까딱 않고 그의 말에 대답했다.
“그대가 본 노부는 그 무게도 모르고 말을 꺼낼 만큼 가벼운 사람이었소?”
– ······.
버나르도 소장은 입을 다물고 그를 노려봤다. 리첼은 계속 말을 이었다.
“노부의 이름을 걸고 보증하지. 저건 그 무림에서도 규격 밖의 괴물이오. 어쩌면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함에 감히 대적할 수 있을지 모르는 유일한 가능성일수도 있지. 이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 수집된 자료로부터 도출된 결론이외다.”
– ······흥. 여전히 허풍은.
버나르도 소장이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의 눈은 조금 전보다 한층 진지해져 있었다. 리첼은 그를 설득할 최후의 한 수를 내밀었다.
“우리의 뒤에 있는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변수는 줄여두는 것이 좋지 않겠소?”
망설이는 군벌의 등을 떠미는 결정적인 한 마디. 잠깐 생각에 잠겼던 버나르도 소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 좋아. 이번만큼은 수고를 해 주지. 두 시간 뒤에 좌표를 송신하게.
“알겠소.”
휴. 통신을 끈 리첼이 지친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도 이제 잠시만 버티면 저 괴물같은 고수도 세상에서 지워버릴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 순간, 군세를 지휘하던 시스템으로부터 경고가 날아왔다. 리첼이 인상을 구겼다.
“또 뭐가 문제인지.”
경고의 내용은 타겟의 갑작스런 행동패턴 변화였다. 생강시 위주로 공략하던 중 갑자기 어느 한 쪽을 향해 무작정 직진하기 시작하는 목진. 그의 이동경로를 살펴보던 리첼의 눈이 점점 크게 벌어졌다.
“······여기라고?”
도대체 무슨 수로? 리첼은 혼이 나간 표정으로 강시의 시야를 연결했다.
우연인지 의도인지 모르게 그가 연결한 강시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지옥에서 올라온 마귀 같은 눈을 한 사내.
그가 리첼을 보며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찾았다.
정보)
용적산이 기겁한 건, 불상강시의 힘 때문이 아니라 군용기술에 손을 댔다는 사실 때문이다.
철시귀옹 리첼은 버나르도 소장과 다른 투자자들의 힘을 빌려 인류정부의 눈을 피해 군용기술을 몰래몰래 카피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뒷배가 없다면, 아니 있더라도 미친 짓, 혹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이다.
용적산은 능숙하게 강하 파츠의 부스터를 사용하며 강시들과 화려한 공중전을 펼쳤다.
불상강시가 펼친 것은 무공을 기반으로 한 초식이지만, 내공이 없는 흉내내기 혹은 마이너 카피에 불과하다. 불상강시는 막대한 출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강했다.
무림에선 4년마다 강호의 화합을 위해 전 무림이 모여 무림올림픽을 개최한다. 이때만큼은 혈교 같은 막장집단이 아닌 이상 각자의 소속을 떠나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참여한다.
무림올림픽은 5년에 한번씩 열리는 우주제일 비무대회, 통칭 무림월드컵과 더불어 엄격한 제한과 도핑검사 등을 통해 치러지는 무림의 최대 축제이며, 바다를 가르는 내공대결, 바둑과 비슷하게 치러지는 논검대결, 빠르게 움직이는 목표물들을 격추하는 쾌검대결, 아름다움을 승부하는 환검 콘테스트 등등 수많은 종목들이 있다. (물론 이름과는 달리 검이 아니라도 참가에 제한이 없다)
어기충소 대결은 단순히 높이 뛰는 심플한 경기내용 때문에 재미가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참가자의 시야를 포함한 감각을 화면 혹은 가상체험으로 공유하는 중계방식 덕에 의외로 속도감이나 스릴이 있어 인기가 있는 종목이다.
목진의 어기충소는 우주신기록의 다섯 배를 가뿐히 넘어선다.
천수교룡장은 목진의 독문무공이 아니라 비급으로 익힌 무공이다. 비급은 그의 절친한 벗이 주었다.
목진은 불교 문화권이기 때문에 부처를 싫어하진 않으나, 딱히 공경하지도 않는다. 이래뵈도 그는 근본이 마인이었다.
폐기장 행성은 거주행성이 아니기에 딱 죽지 않을 정도의 테라포밍만 되어있다. 다만 행성수도이자 항구인 소도시는 커다란 역장 돔으로 덮인 패러테라포밍 지역이라 썩 쾌적한 환경이다.
외부에서 강시 생산시설과 요새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폐기장 행성은 이중 삼중으로 은폐장이 형성되어 있다. 목진을 에워싼 강시의 군대는 지표면 아래의 강시 보관시설들로부터 튀어나온 것이다. 이런 보관시설들은 시설 지역 전체에 개미집처럼 분산되어 있다.
목진의 단말기가 먹통이 된 것은 통신재밍 때문이다.
목진이 열여섯 시간동안 무력화시킨 강시의 수는 9만이 조금 못 된다.
리첼은 강시의 군세를 직접 지휘했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16시간 내내 병력 손실을 감수하며 전력으로 레이드를 돌았는데 보스몬스터의 피통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히 화딱지가 나서 치트키(궤도폭격)를 쓸만 한 상황이었다.
생강시는 엄연히 살아있는 인간이다. 목진은 별로 신경 안 쓴다.
나름 정교한 알고리즘과 패턴으로 짜여진, 하나 혹은 여럿의 호스트 생강시가 컨트롤하는 강시합격진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특성 덕에 매우 효율이 좋다. 목진의 힘이 규격 외라서 통하지 않을 뿐이다.
독성물질 하독은 만독불침이라 통하지 않았다. 차라리 방사능 오염이나 나노머신 독공이 가능성이 있다.
리첼은 정찰용 강시를 통해 목진의 신체 데이터와 수치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며 분석하고 있다. 분석의 결과는 ‘답이 없다’였다.
내추럴도 저 지랄은 못 한다.
목진은 중간부터 어느 정도 마인으로서의 마성을 해방했다. 아무 생각 없이 강시들을 박살내기 편하기 때문이었다.
용적산은 성공적으로 요새에 침입했다. 그는 화린을 찾으며 차근차근 요새의 방어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중이다.
리첼이 요새의 방어 시스템과 강시들의 백업을 받아 전력을 다하면 용적산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목진이 미쳐 날뛸 것이다.
버나르도 소장은 리첼의 동업자이다. 다만 미묘하게 우위에 있다.
목진은 아무생각없이 강시들이랑 싸우기만 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