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41)
우주천마 3077-40화(41/349)
7. 백만강시 Legion of Steel (6)
7. 백만강시 Legion of Steel (6) – 크고 빨간 단추
콰직.
‘어찌한다······?’
기계적으로 강시들을 박살내는 한편, 목진은 계속 생각했다. 그 노괴를 찾아낼 방법을 말이다.
이대로 끝도 없이 무의미한 파괴행위를 계속해 봐야 의미가 없다, 암만 부숴봐야 고작해야 기계 나부랭이가 아닌가.
몇 시간동안 방법을 고심하며 강시들을 부쉈을까, 문득 목진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외부에서 원격으로 강시들을 조종한다는 현대 강시술의 기본 개념. 당시 로버트에게 설명을 들으며 기로 물건을 움직이는 격공섭물(隔空攝物)의 수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물론 이쪽은 기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과학이란 놈의 힘을 쓰겠지만 말이다. 목진이 주목한 건 바로 그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그 과학이란 놈을 잡아내면 되겠군.’
뭔지는 몰라도 그것이 존재하는 이상 목진이 감지하지 못할 리는 없다. 그는 그때부터 강시들을 파괴하는 한편, 다양한 방식으로 기감을 확대해 강시들을 연결하는 매개체를 찾았다.
그로부터 걸린 시간이 또다시 수 시간. 아무런 과학적 기반지식도 없이 단순히 무언가 강시들을 조종하는 매개가 있을 거라는 확신만 가지고 온갖 방법을 시도하던 그가 강시들을 조종하는 특별한 파동을 감지한 것은 거의 십만에 달하는 강시들이 무력화될 즈음이었다.
“파동이라.”
과거 술법쟁이들이 방울소리를 통해 강시를 부린다는 이야기는 들었거늘, 그가 아니라면 감지조차 못할 정도로 작은 파동을 통해 강시를 부리다니 과연 미래과학이란 놈은 신기한 존재였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소리도 파동의 일종이지만 목진이 알 턱은 없는 지식이었다.
어쨌든 강시를 조종하는 매개를 알았으니만큼 이 지겨운 반복작업을 그만두고 그 노물을 끌어내 못 다한 일을 끝마칠 때가 왔다. 목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파동의 근원이 결코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때까지는 말이다. 정말로 그 파동이 강시들을 조종하는 것이 맞긴 한 것이었을까? 강시들을 조종하는 파동은 때론 하늘에서, 때론 생강시들에게서, 때론 저 멀리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서부터 퍼져나오고 있었다.
‘설마 여기까지 생각하고 사술을 쓴 것인가.’
강시들의 원활환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지상과 위성, 생강시들에게 있는 중계 시스템 때문에 혼란이 온 것이다. 해킹 지식은커녕 네트워크 강시술의 기초적인 원리조차 알지 못하는 목진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고작 스무 개 남짓할 뿐, 정 알 수 없다면 하나하나 뒤져보면 그만인 일이다. 그가 막 가장 가까운 파동의 근원을 향해 진로를 변경하려던 순간이었다.
“음?”
저 멀리 지하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파동. 비록 그 파동의 형태는 강시들을 조종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것이었지만, 목진이 생각하기에 이런 황량한 행성에서 저런 강력한 파동의 근원이라면 필시 강시들을 조종하는 노괴와 관련이 있을 터였다.
때문에, 그는 하늘 저 너머로 뻗어나가는 파동을 뿜어내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사납게 웃었다.
‘찾았다.’
목진은 파죽지세로 강시들을 때려잡으며 파동의 근원을 향해 달렸다. 그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강시들이 한층 더 맹렬하게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당연히도 양떼 사이의 늑대처럼 질주하는 그를 막을수는 없었다.
그때, 우주까지 뻗어나갈 기세로 뿜어져 나오던 파동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실상은 단지 리첼이 통신을 끝냈을 뿐이지만, 공교롭게도 마치 그가 오는 것을 알아챘다는 듯이 사라진 파동은 목진에게 있어 자신의 추리를 증명하는 확증이나 다름없었다.
“여기렷다.”
콰직. 황량한 언덕 위에 올라선 목진이 왼손에 잡힌 드로이드 강시의 머리통을 우그러트리며 바닥을 바라봤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이어지는 익숙한 파동. 목진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후우웅. 과거 거대 비무선을 반파시켰을 때와 같이, 그의 발에 어마어마한 양의 기가 빨려들어갔다. 자욱하게 펼쳐진 모래먼지들을 통해 가시화되는 막대한 내공의 흐름은 보는이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공포를 느끼게 만들 정도로 거대했다.
명색이 요새이고, 저 정도 깊이인데 무너지진 않겠지. 저 아래에 용적산과 화린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 내력의 양을 조절한 목진은 망설임 없이 바닥을 향해 발을 굴렀다.
다만, 이번의 발구름은 달랐다. 과거와 같이 패도적인 기세로 내리찍는 진각이 아니라, 무언가를 앞으로 밀어내는 듯 묵직하고 힘있는 발구름이었다.
쿠-웅!
쿠르르릉-! 귓가를 먹먹하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소리와 함께 언덕 전체가 파도처럼 출렁이며 밀려나간다. 모래와 흙, 그리고 바위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질량의 언덕은 그대로 해일이 되어 목진의 뒤를 쫓던 수천의 강시들을 뒤덮었다.
우공이산이라 했던가. 발구름 한 번으로 작은 산을 옮긴 목진의 별호가 동안우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흥. 목진은 흙무더기 사이로 모습을 드런낸 거대한 금속 구조물을 보고 콧방귀를 뀐 뒤 검을 휘둘렀다.
구조물의 상부가 목진의 검을 따라 그대로 잘려나간다. 궤도폭격조차 견딜 수 있게 설계된 지하벙커의 합금 장갑이었지만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밀집된 강기의 칼날 앞에서는 종잇장이나 다름없었다.
지하이니 도망갈 곳도 없겠지. 목진은 조금의 주저도 없이 자신이 만들어낸 구조물의 틈 사이로 몸을 던졌다.
“적성개체가 시설 내부에 침입했습니다. 루트를 무시하고 일직선으로 접근중입니다. 요격 루트의 병력을 예상 루트로 변경 배치하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비서인 레이첼의 보고를 받으며, 철시귀옹 리첼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곳은 만화검존 용적산이 침입한 메인 요새시설도 아니고 강시들의 컨드롤을 위해 행성 여기저기에 몰래 설치한 컨트롤 벙커다. 저들이 가진 정보로 알 수 있을리도 없거니와 사람이 휴대할 수 있는 탐지장치로는 찾아낼 수도 없는 곳인데 도대체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리첼은 설마 사람에게 강시 조종용네트워크와 통신회선을 감지당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현재 속도로는 3분 20초 내에 이곳까지 도달합니다. 요새로 탈출하시지요, 마스터.”
“하 젠장,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리첼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런 간이 벙커의 방어 시스템으론 도저히 저 괴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상식의 경지를 초월한 무림인이 가진 힘을 뼈져리게 통감하며 레이첼의 안내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나마 시간은 끌 수 있겠군.”
자신의 모습과 꼭 닮은 더미를 남겨놓은 리첼이 컨트롤 룸을 빠져나가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꽈앙! 두 사람이 떠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컨트롤 룸의 한쪽 벽면이 찢겨나가며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양 손에 시퍼런 강기를 두른 채, 눈앞에 보이는 것은 강시든 벽이든 모조리 잡아찢으며 일직선으로 도착한 목진이었다. 목진은 옥좌를 닮은 의자 위에 앉아있는 리첼의 더미를 보며 얼굴을 구겼다.
“이번에도 가짜인게냐.”
“그렇소. 진짜는 이미 여기에 없지.”
“괴이한 힘을 다루는 놈들이라 하는 짓도 괴이하기 짝이 없구나. 생기가 느껴지기에 진짜라 생각했거늘.”
“그야 이 더미의 재료는 산 사람이기에 생기가 느껴질 수밖에 없지 않겠소.”
사람의 육체에 그의 의식을 덧입힌 더미의 입을 빌려 리첼이 대답했다. 목진이 그의 대답을 듯고 혀를 찼다.
“······쯧. 사람을 재료라 하다니. 네가 하는 짓에 비하면 차라리 혈교의 무리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런 정신나간 것들과 한 패로 묶지는 말아주시오. 사이비 종교쟁이들에 비하면 나는 제대로 된 과학적 성과를 얻고 있소만.”
리첼이 불쾌한 듯 인상을 썼지만 목진은 코웃음을 쳤다. 그 의도가 어떻든간에 자신이 보기에 눈앞의 노괴가 가진 사상과 행동은 혈교의 무리들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미친놈과 더 말을 섞어서 무엇하랴. 목진은 말없이 시퍼런 강기가 물든 손을 들어올렸다. 어차피 죽을 것은 더미이기에 리첼은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궁금한 게 있소.”
“읊어보거라.”
“도대체 당신 같은 인물이 왜 화산파의 말을 듣는 것이오? 내가 본의 아니게 화산파의 제자를 납치하게 된 것은 맞소만, 그렇다고 해서 백만이 넘는 강시들 속으로 홀로 몸을 던질 만큼 중한 일이오이까?”
리첼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이미 인연이 끝났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처음 그가 우주선에서 강하하는 모습을 봤을 때 얼마나 기겁을 했던가. 도대체 당장 무신과 맞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고수인 그가 뭐가 부족해서 화산의 일에 간섭하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가 목진과 마주친 것은 단순히 우연한 사고에 불과한 일이었다. 마침 실험용 소체가 부족하던 참에 꼬리가 붙었다는 전갈이 왔고, 들여올 강시의 재료들도 검수할 겸 특이한 소체도 구해볼 겸 해서 겸사겸사 마실 나가듯 나간 변방의 행성. 그런데 그런 강호의 음지에 낭인의 뒷배로 떡하니 괴물같은 절대고수가 튀어나올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말이다.
화산파에서 대외비로 취급하고 있었기에, 화산파의 제자인 화린과 목진의 관계는 꿈에도 모르고 있는 그이기에 가진 의문이었다.
“너는 아직 모르고 있는 모양이구나.”
네가 납치한 그 아이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던 것이 본존이었다. 목진의 말에 리첼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화산의 무인은 아닌 것으로 아오만.”
“강호의 인연이 그리 간단한 이치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 정식 제자라 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가벼이 여길 인연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
“염병할.”
리첼이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리 정식으로 인정받은 제자가 아니라 한들 무공을 배운 사제관계. 보통 무림에서 사제관계라 함은 부모자식간의 관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목진이 이 싸움에 개입한 것은 당연한 이치였던 것이다.
이미 그가 납치한 화산의 제자는 척수의 QIOS를 뜯어내 더 이상 무공을 배울 수 없게 된 상태. 이렇게 된 이상 이 자와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원만한 해결을 볼 방법은 없었다.
“······혹여 그 아이를 돌려주면 얌전히 물러갈 생각은 있소?”
“불가(不).”
혹시나 해서 물은 리첼의 말에 목진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화린이 그렇게 된 원인에 그의 실책도 있는 이상, 무공을 가르친 입장을 떠나 그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다.
누군가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만 끝이 날 은원(恩怨). 리첼은 새삼 버나르도 소장과 담판을 지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구려. 그럼 더 이상 할 말은 없겠군.”
리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목진의 손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리첼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리첼의 더미는 그대로 의자 위에 축 늘어졌다.
목진은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손으로 컨트롤 룸의 화면에 보이는 도시를 눈에 담았다.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일단 그 모습만큼은 유지하고 있는 작은 도시. 목진은 서서히 멀어지는 리첼의 기운을 느끼며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마 이 지겨운 술래잡기도 저곳에서 막을 내리게 되리라. 막 목진이 지상으로 올라가려던 순간이었다.
쿠구궁.
“······이건.”
구조물 전체에 한 차례 울려퍼지는 강한 진동. 목진은 도망간 리첼이 무언가 수를 썼음을 직감했다.
“끝까지 지저분하게 구는구나.”
살짝 욕설을 내뱉은 목진이 전신에 호신강기를 펼치며 들어온 길을 따라 몸을 날림과 동시에, 굉음과 함께 지하벙커가 붕괴했다.
정보)
목진은 아직 과학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
리첼이 일부러 전투와 가까운 지하벙커까지 와서 강시들을 조종한 것은, 전투 알고리즘 덕에 어느 정도 원격으로 조종이 가능한 드로이드 강시와는 달리 생강시들은 직접 증폭된 신호로 조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무림인은 통신회선을 기감으로 감지하는 짓 같은 거 못 한다.
궤도폭격도 견디는 합금장갑이 강기를 견디지 못하는 것은 목진의 강기가 워낙 밀도가 높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좁은 면적에 힘을 집중하는 방식의 장갑이 아니라 면으로 받는 충격을 방어하는 장갑이기 때문이다.
용적산은 여전히 메인 요새시설을 공략중이다.
메인 요새시설은 지하에서 행성 도시로 이어져 있다.
리첼의 더미는 산 사람으로 만든 생강시의 일종이다. 다른 생강시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다.
리첼도 워낙 막나가는 사파의 마두이지만, 혈교랑 비교당하는 것은 싫어한다.
목진이 화린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대외비 취급을 받고 있기에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이전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외비로 취급한 이유는 당연히 화산의 제자가 외인에게 가르침을 받으면 화산의 위신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목진은 화린에 대한 것도 화가 났지만, 그 원인에 자신의 실수가 있다는 사실에 더욱 화를 내고 있다.
리첼은 대부분의 거점에 자폭장치를 설계해 두었다. 막 누르고 싶어지는 크고 빨간 단추를 누르는 것이 정석적인 방법이지만, 일단은 리첼 자신이 원격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생매장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긴 하지만, 목진이 구조물 위의 언덕을 치워버렸기에 생각보다 빠져나오는 데 걸릴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