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56)
우주천마 3077-55화(56/349)
10. 기물경주 Deadly Hover Bike Rally (1)
10. 기물경주 Deadly Hover Bike Rally (1) – 아저씨가 왜 거기서 나와……?
북쪽 우주, 염천성 본성,
갈색의 장발을 길게 늘어트린 근육질의 거한, 염천성주는 눈앞에 떠 있는 통신화면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염화나찰이 토투가 랠리에 나와?”
– 예 성주님, 저희 지부의 문도가 염화나찰이 호버 바이크 정비소에서 나오는 걸 확인했답니다.
“자기네 구역이라고 아주 간이 부었군.”
토투가 지부장의 말에 염천성주가 얼굴을 구겼다. 전후상황 파악 어쩌구 하면서 에둘러 거절할 때부터 저럴 것 같긴 했지만, 너무 대놓고 옹호하는 티를 내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삼극회 측에서 순순히 그녀를 넘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란듯이 자기네 구역 안에서 활개치고 다니게 하는 꼬라지가 용납이 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별 기대를 하고 날린 요청은 아니라지만, 기분이 좋지 않아. 그냥 애들을 풀어서 손을 봐 줄까?”
– 진정하시지요 성주님. 토투가 랠리 이전에 삼극회를 지나치게 자극해선 안된다고 하시지 않으셨잖습니까.
“······알고 있어. 그냥 해 본 소리야.”
별로 그냥 해 본 소리 같지는 않습니다만. 지부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켰다.
애초에 세령의 일은 본격적으로 판을 벌리기 전에 구실삼아 깔아둔 수많은 밑밥 중의 하나일 뿐이다. 굳이 얻는 것도 없는데 삼극회를 자극하다가 소규모 항쟁이라도 벌어져 놈들이 병력을 모을 구실을 줄 이유는 없었다.
물론 졸지에 자식 하나가 성불구자가 된 염천성의 원로급 고수인 섬광열권 마진강이 복수를 하겠다며 길길이 날뛰고는 있긴 했다. 하지만 염천성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고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잴 필요가 있었다.
“거사를 일으키기도 전에 경거망동해서 일을 그르칠 필요는 없지.”
전 우주에서 호버 바이크 좀 타 봤다 하는 무림인들이 모두 모이는 토투가 랠리. 염천성은 이번 토투가 랠리가 끝난 뒤 삼극회와의 항쟁을 선언할 예정이었다.
전 우주에 흩어져 있는 염천성의 고수들. 그들을 의심 없이 한데 모으는 데 토투가 랠리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거기에 약간의 텀을 두고 이어질 토투가 지부장의 생일잔치는 다른 외지의 무인들이 빠져나갈 때까지 염선성의 고수들을 이 토투가에 붙잡아둘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였다.
염천성 토투가 지부는 형식적으로는 일개 지부에 불과하지만, 삼극회 본성과 마주하며 토투가 낭인시장의 이권을 경쟁해야 하는 처지인 만큼 다른 지부에 비해서 힘과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지부다. 염천성주로 향하는 엘리트 코스 중 하나가 바로 이 토투가 지부의 지부장이니만큼 인맥 관리를 위해 여러 무인들이 모이는 것도 전혀 어색한 그림이 아니었다.
–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그리고 사실, 그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염화나찰을 습격하는 것은 상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하필이면 동행으로 동안우공 이목진이 붙어 있는지라······.
“동안우공 이목진이라면······. 서천검후를 꺾은 그 내가기공 근본주의자?”
지부장의 말에 염천성주가 미간을 좁혔다.
동안우공과 서천검후의 비무영상 정도는 그도 본 적이 있다. 역시 우주무림은 명불허전 온갖 기이한 사건들이 일어난다며 혀를 내두르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그때도 염화나찰이 있었던가.”
– 예. 정황 상 아무래도, 서천검후와의 비무 이후 함께 움직이게 된 듯 보입니다.
“쯧. 왜 하필······. 그러면 직접 건드릴 수는 없겠군. 동안우공 같은 자와 대놓고 척을 질 수는 없지. 일단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선 계속 캐 봐.”
– 예. 성주님.
우스꽝스러운 별호와 고루한 사상 때문에 은연중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동안우공 이목진은 같은 화경의 경지 내에선 적수가 없다 평가되는 그 서천검후를 가볍게 무력화시킨 괴물이다.
이건 잘못 건드리면 아주 제대로 거시기 된다. 명성이나 배분 따위의 쓸데없는 요소는 제외하고 오직 힘과 위험성만을 두고 사람을 평가하는 흑도로서는 지극히 당연하기 그지없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보고까지 다 올라왔는데 이대로 염화나찰을 가만히 둘 수는 없어. 아랫것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뭔가 하긴 해야 해.”
내 개인적인 체면도 그렇고. 염천성주가 중얼거렸다. 명목상 거사를 위한 밑작업이라지만, 염천성주가 직접 그녀의 신병을 요구한 것은 그만한 무게가 있는 일이다.
염천성 문도를 때려눕힌 세령의 행방을 알게 되었는데도 이대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부하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리고 당사자의 부모인 섬광열권은? 그런 의미에서 염천성주도 겉으로든 진지하게든 무언가 보복의 제스쳐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 하지만 그녀에게 손을 대는 건 리스크가 크지 않습니까?
“이 사람아, 누가 직접 손을 대겠다고 했나? 어디까지나 뒷작업만 하겠다는 거지.”
– 뒷작업이라 하시면······?
“염화나찰이 토투가 랠리에 참가한다 했었지? 뻐꾸기들 시켜서 호버 바이크 OS에 바이러스 심어. 얌전히 숨어있다가 중요한 순간에 펑하고 터트릴 수 있는 놈으로. 알겠나?”
– 으음. 그 정도로 충분할까요? 염화나찰이라면 우주선 뿐만 아니라 호버 바이크 다루는 실력도 꽤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거 열악한 장비로 토투가 랠리 상위권에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건 단순한 사전준비일 뿐이야. 이번 일에 섬광열권을 추가로 투입하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 ······과연 성주님이십니다.
토투가 랠리가 벌어지는 중 무인들이 죽어나가는 건 예사요, 경기 한중간에 무리한 부하를 견디지 못한 호버 바이크가 이상을 일으키는 건 굳이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다.
섬광열권의 입장에서는 적당히 약을 친 뒤에 직접 복수를 할 수 있도록 판까지 마련해 주는 셈. 이 정도로 판을 깔아준다면 염천성주로서도 면이 선다. 이만한 성의라면 아들 때문에 눈이 뒤집힌 섬광열권이라도 불만이 없으리라.
비겁하다는 감상은 흑도인 그들에게 손톱만큼도 들지 않는다. 그들에겐 이런 뒷수작이야말로 정석 중의 정석이었으니까.
격렬한 대회 중 이상을 일으킨 염화나찰의 호버 바이크와 때를 노리다가 그녀를 격추시키는 섬광열권.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지부장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저희에게 그 정도쯤은 식은 죽 먹기죠. 적당한 때를 노려서 뻐꾸기들을 풀겠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이니만큼 알아서 잘 하리라 믿네.”
염천성주는 지부장을 한 차례 격려한 뒤 통신을 종료했다. 그의 푸르스름한 눈동자가 패널 옆에 나타난 사진으로 향한다.
“동안우공 이목진이라······.”
언뜻 보면 젋다 못해 앳되게까지 보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풍기고 있는 눈빛을 보면 결코 범상한 인물은 아니다. 안좋게 엮이면 대단히 골치가 아파지는 부류의 무인. 부디 염화나찰과의 관계가 별 거 아니길 바랄 뿐이다.
삑. 잠시 상념에 잠겨 있던 그의 귓가로 누군가가 찾아왔다는 알림이 들린다. 염천성주는 고개를 들고 문을 열었다. 한 장년의 남자가 그를 향해 똑바로 걸어와 가볍게 포권했다.
“성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빛 하나 비치지 않을 것 같은, 새까만 검은빛의 의수를 양손에 달고 있는 오십대 즈음 되어보이는 거대한 체구의 금발 서양인 사내. 염천성주도 작은 체구는 아니었지만 눈앞의 남자, 섬광열권 마진강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꿈틀거리는 그의 눈에는 감춰진 분노와 열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만큼 의욕적이라면 다른 이번 일은 확실히 처리할 수 있으리라.
염천성주가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만족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내 그대에게 약속했었지. 이제 아들의 복수를 할 때가 왔소. 배편을 준비해 줄 테니 짐을 꾸려 토투가로 가시게.”
“도저히 못 해먹겠구나.”
에잉. 목진이 신경질적으로 연습용 호버 바이크에서 내리며 말했다. 세령이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다.
“반사신경이 좋아서 별 문제 없을 줄 알았는데······.”
계산 미스다.
QIOS도 없이 한 번에 부스트 트랜서에 내공을 주입하는 상식을 파괴하는 묘기를 보이길래 당연히 호버 바이크의 조종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흐름에서 그러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아니었다.
목진은 재능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탈것을 조종하는 재능이 말이다.
반응속도와 균형감각 모두 흠잡을 곳이 없었으나, 핸들만 틀면 호버 바이크가 산으로 가는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무리 잘 포장해도, 탈것에 재능이 없다는 말 이상으로 이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설명이 없었다.
“영상으로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직접 해 보니 너무나 복잡하구나. 방향타 하나만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늘, 뭐 그리 만져야 할 게 많다는 말이냐.”
목진이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안 그래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호버 바이크 때문에 정신없어 죽겠는데 거기에 우주선의 콕핏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복잡한 커스텀 머신의 셋팅 패널까지 조작한다? 몇 년쯤 진득히 수련을 한다면 모를까, 지금의 목진에겐 무리한 요구였다.
“알아보니 이 호버 바이크라는 녀석은 원래 복잡한 기능들을 알아서 처리해 준다는데,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이냐? 오히려 경주에 방해가 될 것 같구나.”
차라리 성능적으로 조금 떨어지더라도 다루기 쉬운 놈을 다루는 게 맞지 않을까. 목진의 입장에서는 자연히 그런 생각부터 떠올랐다.
무공도 마찬가지다. 당장 익혀서 써먹어야 한다면 수많은 변초와 초식이 담긴 복잡한 무공보다는 간결하고 단순한 무공을 택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그런 의미에서 목진이 호버 바이크를 조종하려면 지금의 방식으로는 곤란했다.
하지만 세령은 단칼에 거절했다.
“토투가 랠리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성품 방식으론 안 돼요. 차이는 얼마 없지만, 그 얼마 없는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고요.”
물론, 그녀로서도 말만 번지르르할 뿐 이렇다 할 대책을 낼 수는 없었다. 단지 목진으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더 호버 바이크 조종법을 익힐 수 있도록 코칭하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래선 그냥 목진을 전투에 몰빵한 포지션으로 보내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세령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목진으로 하여금 최소한의 호버 바이크 조종술 정도는 습득하게 하고 싶었다.
“휴······많은 것까지는 안 바래요. 그냥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나 대신 잠시 조종을 맡아줄 수 있는 정도? ”
“끄응. 알겠다. 내 한 번 노력해 보지.”
세령의 말에 목진이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호버 바이크를 향해 다가갔다. 그래도 여러 번 시도해 보니 쥐꼬리만큼이나마 익숙해지는 것 같기는 했다.
백 번 천 번을 연습하면 좀 길이 보이겠지. 목진은 마음을 다잡았다. 한참 어린 세령조차 온 힘을 다해 준비를 하고 자신을 돕는데, 연장자이자 무림선배가 되어서 쉬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이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막 목진이 다시 훈련용 호버 바이크에 올라타려던 순간이었다.
– 왕언니, 지금 잠시 시간 괜찮을까요?
별안간 순자로부터 세령에게 걸려온 통신. 세령은 의아한 기색으로 통신을 열었다.
“어, 괜찮아. 무슨 일인데?”
– 손님이 왔어요.
손님? 세령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보통 이곳 토투가에서 그녀를 찾아오는 손님은 미리 연통을 넣은 뒤 약속을 잡고 찾아오는 편이다. 세령 일행은 삼극회 산하 호텔의 최고급 방에서 묵고 있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손님이라. 모르긴 몰라도 가벼운 이유로 방문한 객은 아니겠지.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다잡은 세령이 어쩐지 우물쭈물하는 기색을 보이는 순자에게 물었다.
“갑자기? 누군데?”
“그게······.”
흑표채주 김성범이 찾아왔어요.
“······엥?”
상상조차 못한 순자의 말에, 세령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깜박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보)
염천성주는 아이리시계 백인이다. 염천성은 그 뿌리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백인의 비중이 꽤 되는 편이다. 섬광열권은 바이킹의 피를 짙게 이었다.
염천성은 세령의 일 외에도 물밑에서 지속적으로 삼극회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 전부 나중의 항쟁을 위한 밑밥이다.
흑도에서는 해커, 특히 상대의 시스템에 뭔가 바이러스를 심어넣는 전문 크래커들을 뻐꾸기라고 부른다.
섬광열권은 개조파 외공의 고수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이 성불구자로 만든 세령에게 강한 원한을 품고 있다.
목진은 대단한 무공의 재능과 오성과는 별개로, 탈 것을 다루는 재능이 전무하다. 과거 목진의 시대에도 말을 탄 적이 없을 정도다. 당연히 공간기동을 하며 가끔 물리법칙도 초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호버 바이크의 조종이 될 리가 없다.
경주용 커스텀 호버 바이크의 경우는 대부분 기성품과 달리 세부 조종을 모두 드라이버가 컨트롤한다. 퍼포먼스를 극한으로 끄집어내기 위함이다. 보통 기성품으로는 아무리 잘 해봐야 상위권 정도가 한계고, 그 이상은 머신의 퍼포먼스를 모두 꺼내야 가능한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목진은 진지하게 임하는 세령 때문에 징징거리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호버 바이크 조종훈련을 하고 있다. 속으로는 계속 투덜거리고 있다.
순자는 숙소에서 그간 못하던 게임들에 빠져있다. 세령은 게임에 관심이 없지만 수령은 의외로 하드코어한 헤비 게이머다. 지금 하는 게임은 <무림매니저 3077>이다.
흑표채주 김성범은 세령 일행과 관계없이 토투가에 왔다가, 세령과 목진이 있다는 소식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