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61)
우주천마 3077-60화(61/349)
10. 기물경주 Deadly Hover Bike Rally (6)
10. 기물경주 Deadly Hover Bike Rally (6) – 부처님 오늘도 정의로운 라이더가 되는것을 허락해 주세요
최신형 의안의 HUD 사이로, 섬광열권 마진강은 보았다. 마치 매스 드라이버로 쏘아낸 것마냥 무시무시한 속도로 멀어지는 푸른 점을.
기이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묵빛의 궤적이 하늘 위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그는 그것이 세령의 호버 바이크가 만들어낸 흔적임을 직감했다.
“······도망을 치다니.”
성주가 직접 손을 써 준, 자식의 원수를 갚을 절호의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원수가 있다면 무슨 손이라도 쓰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니던가. 꼭 죽이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세령을 물고 늘어지려 벼르고 있던 마진강의 입장에서는 열이 뻗칠 상황이었다.
“근처로 오는 놈들은 다 쳐내라! 바로 속도를 올려 놈을 쫓는다!”
“장로님의 명을 받듭니다!”
그의 사나운 외침과 동시에 염천성에서 따로 붙여준 수족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주변의 아수라장을 정리한다. 세령처럼 대단한 수준의 곡예주행을 하는 건 아니지만, 노련하게 움직이는 수하들의 실력은 주변의 난장판을 걷어내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따라잡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장애물 없는 직선 코스라면 결국 머신의 출력으로 결정되는 법이지요. 저만큼 강한 순간 부스터라면 트랜서가 제대로 맛탱이가 갔을 겁니다.”
마진강의 앞자리에 앉아 호버 바이크를 모는 라이더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오늘을 위해 사비를 털어 영입한 순위권 경력의 라이더와 커스텀 호버 바이크였다.
암만 세령의 주행실력이 좋다 해도 결국은 현상금 사냥꾼 나부랭이. 라이더는 눈앞의 선두를 충분히 따라잡을 자신이 있었다. 자고로 레이싱의 순위란 얼마든지 엎치락 뒤치락 하곤 하는 법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는 그의 말을 증명하듯, 마진강의 수하들이 벌어준 틈을 빠져나가 곧바로 선두 그룹에 들어섰다.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세령의 호버 바이크. 그리고 그처럼 복마전을 빠져나온 십수 대의 호버 바이크들. 그들을 훑어보던 마진강의 눈가가 와락 구겨졌다.
“저건······서천검후인가? 저런 고수가 어째서······.”
자그마치 화경의 끝자락에 있는 절대고수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흑도의 대회에 참가했다는 말인가. 자칫 그녀의 검에 잘못 걸린다면 아들의 복수고 나발이고 그의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작 라이더의 견해는 그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장로님, 토투가 랠리에서는 무공의 고하가 비교적 덜 중요합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내공 드라이브에 락이 걸리는 만큼 절대고수라도 할 수 있는 활약에는 한도가 있거든요. 일대일 상황만 아니라면 최우선으로 고려할 요소는 아닙니다.”
정말 조심해야 할 쪽은 저쪽입니다. 라이더가 앞쪽을 가리켰다.
눈가에 바이저를 쓰고 검은 가죽 승복을 두른 채 아수라 데칼을 붙인 머신을 타는, 가히 기괴한 비주얼의 괴승(怪僧). 그를 보며 인상을 찡그린 마진강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냥 변태 싸이코가 아닌가?”
“아닙니다. 매번 이 대회 때마다 나온 유명한 네임드 라이더인 ‘아수라 붓다’죠. 실력은 의심의 여지 없이 최고지만 정작 주행은 뒷전이고 경기 중 주변의 라이더들을 모조리 들이받으며 리타이어시키는 악질 중의 악질이죠. 머신 뒤쪽의 주 엔진에 새겨진 빼곡한 흔적이 전부 킬마크입니다.”
변태 싸이코 맞는 것 같은데. 부르르 몸을 떠는 라이더의 모습을 보며 마진강이 속으로 생각했다.
쓸데없는 변수는 줄여 두는 게 좋겠지. 마진강은 살기를 품었다. 서천검후 정도라면 감당하기 벅찬 상대이나 저런 듣도보도 못한 잡놈이라면 사람 하나 보내는 것쯤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럼 처리하는 게 낫겠군.”
“진정하시죠. 그런 의미에서 조심하라고 한 말이 아닙니다. 저 작자랑 드잡이질할 만큼 저희가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크흠. 그건 그렇지.”
휴. 헛기침을 하며 멋쩍은 듯 손을 거두는 마진강의 모습을 보며 라이더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렴 지금까지 그처럼 생각한 이가 한 명도 없었겠는가. 아니, 오히려 넘치면 넘쳤지 적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흑도의 대회인 만큼 참가자들도 호전적이기 그지없는 토투가 랠리니까.
하지만 저 땡중은 그 모든 도전들을 쳐부수면서 여기까지 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제아무리 섬광열권이 대단하다 한들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세간에 소림 출신의 고승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을 정도로 그 무공이 심후한 자다. 물론 저 싸이코패스같은 성격을 보고 있자면 정말로 승려일 가능성은 지극히 낮겠다마는, 어쨌든 그의 고강한 무공에 대한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뒤쪽에서도 속속들이 합류하는군. 두 기는 리타이어했나.”
뒤쪽을 흘긋 본 마진강이 가볍게 혀를 찼다. 선두 그룹보다는 약간 처지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그룹을 유지하며 바싹 따라오는 이들. 아직도 후미는 치열한 난전이 벌어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진정이 된 모습이었다.
“잠시 후면 폐도심지 구역으로 들어갑니다. 그 전까지는 무리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랑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겠습니다.”
루트가 복잡한 것도 모자라 지각변동의 여파 때문에 현재진행형으로 불타고 붕괴하는 중인 고층 건물들. 아직 선두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이상 상상도 못할 변수들이 가득한 폐도심지 안에서라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 했다.
“······끙. 그 부분은 맡기지.”
라이더의 말에 마진강이 못마땅한 기색을 누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의 복수를 위해 참가했을 뿐, 그는 레이싱에 대해선 문외한에 가까웠으니까. 그러려고 눈앞의 라이더를 고용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리고 라이더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승부는 시작한 지 오래였다는 것을.
“하하하하!”
별안간 들려온 커다란 웃음소리에 마진강과 라이더가 퍼뜩 고개를 돌렸다. 휘몰아치는 난기류 사이에서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심후한 내공이 담긴 앙천광소. 두 사람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뭐야? 지금 우릴 보며 웃는 건가?”
마진강이 불쾌한 듯 중얼거렸다. 조금 전 그들이 언급한 괴승, 아수라 붓다가 입을 크게 벌려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눈가를 뒤덮은 LED 바이저 위로 ‘LOL’이라는 문자가 번쩍 떠올랐다.
달리 생각할 것도 없었다.
저 괴승은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껄껄껄! 시주들 남근 되었소이다! 아미타불!”
대놓고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 보면 볼수록 약이 오르는 바이저의 가증스러운 이모콘에 마진강이 푸른 눈을 부라렸다.
“저 땡중이 미쳤······?”
콰직.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귓가에 느껴지는 화끈한 감각에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암기! 손상으로 인해 짧게 점멸을 반복하는 호버 바이크의 배리어를 본 라이더가 비명처럼 외쳤다.
시속 수백 킬로미터로 폭주하는 호버 바이크 경주에서 일방적으로 뒤를 향해 흩뿌리는 암기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내공을 가득 담은 채 쏘아지는 암기와 그 작은 암기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들이받아야 하는 후발주자. 보통의 암기 투사에 내공과 관성이 더해지면 고작 쇠구슬조차 저격소총을 가볍게 능가하는 흉악한 병기로 변모한다.
가장 안전한 대응방법은 호버 바이크의 출력을 배리어로 돌려 막아내는 것. 하지만 그랬다가는 엔진 출력이 떨어져 영영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지레 겁먹고 배리어 출력을 높이는 건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에나 고려하는 최수의 수단이다. 그들은 비무가 아니라 레이싱을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저런 암기를 막기 위해서 한 명 이상의 무림인이 추가로 탑승하는 게 아니던가? 라이더는 등 뒤의 마진강을 향해 소리쳤다.
“장로님! 요격하십쇼!”
“아, 아니······잠깐······!?”
하지만 마진강은 라이더의 말에 곧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방금의 암기 공격에 미처 반응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 단순한 실수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차마 못 하겠다 말할 수가 없었다. 저 앞에서 그들을 비웃고 앞서나간 아수라 붓다의 재수 없는 상판 때문이기도 했고, 근본 없는 현상금 사냥꾼 팀 따위에게 물러서기엔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었다.
마진강은 주먹을 치켜들고 눈을 부릅떴다. 다시 암기가 나타난다면, 이번에는 기필코 그의 별호이자 성명절기인 섬광열권으로 불태워버릴 작정이었다.
“허억!”
적어도, 수십여 개의 쇠구슬들이 기기묘묘한 궤적을 그리며 그에게 날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흠. 생각보다 다들 잘 버티는구나.”
목진은 등 뒤를 따라오는 후발주자들을 보며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리 말하면서도 그의 손은 연신 주머니에서 쇠구슬들을 꺼내 뒤쪽으로 집어던지고 있었다.
서천검후는 당연히 그가 흩뿌리는 구슬들을 가볍게 막아낼 것이라 예상했었건만, 그녀 외에도 그의 투환(投丸)을 막아내는 이들이 이리도 많을 줄은 몰랐다.
사실, 목진은 처음 고수들의 내공 드라이브에 금제를 건다는 이야기를 듣고 코웃음을 쳤었다.
고수가 어찌하여 고수라 불리우겠는가. 내공의 고하를 떠나 그 무공을 쓰는 수법이 다른 이들과 한 단계 높은 곳에 있기에 고수라 불리는 것이 아닌가. 내공을 쓰는 데 제약이 걸린다 한들 그 수법에 담긴 무공의 이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고작 내공 드라이브에 금제를 건다고 다른 무인들과 비슷한 급으로 내려갈 정도라면 그만큼 무공의 정수를 알지 못하는 반쪽짜리 고수일 뿐이다. 목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쇠구슬들을 던질 때 최소한의 내공만을 담고도 이 시대의 무인들 중 그것을 감당할 이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암기술을 익히지 않은 그라고 하더라도 그가 깨우친 무리를 담아 던지면 그것이 곧 상승의 암기술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기분 좋은 오판 말이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가볍게 투환을 막아내는 서천검후 뿐 아니라 적잖은 수의 무인들이 저마다 가진 무공을 뽐내며 어떻게든 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개중에는 무공을 펼쳐 직접 쇠구슬을 쳐내는 이도 있었고, 아예 호버 바이크의 배리어에 독기를 흘려 쇠구슬을 녹여버리는 이도 있었으며, 목진으로서도 정체가 짐작이 가지 않는 기묘한 방법을 통해 아예 공격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저건!”
하지만 그들 중 목진의 시선을 잡아끈 이는 따로 있었다.
투투투퉁!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목진의 투환들을 모조리 처내는 기묘한 복색의 사내. 그가 펼치는 무공을 본 목진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초식 하나하나에 담긴 절도와 강맹함, 그리고 그 안에 깃들어 있는 돌부처와 같은 굳건함은 분명 목진으로서도 익숙한 무공이었다.
“나한십팔수(羅漢十八手)······흑도의 대회라더니 어찌 숭산의 중이 여기에 있는가!”
소림사(小林寺). 그 누구보다 고고해야 할 정파의 기둥을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목진이 어처구니 없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헌데, 그에 답하는 아수라 붓다의 대답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껄껄껄! 아미타불! 어리석은 중생들을 레테 강 앞에 서성이는 꼴로 만들러 왔소이다!”
정보)
섬광열권 마진강은 최신형 의안을 끼고 있다. HUD를 통해 목표를 포착하기가 한층 더 쉽다. 게임으로 치면 목표지점이나 목표물 등이 시야에 표시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령의 호버 바이크의 부스트 트랜서가 목진의 내공으로 인해 맛탱이가 간 건 사실이다. 다음 라운드 전에 패치업을 해도 더 사용하기는 요원하다. 다만 부스트 외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
아수라 붓다, 공무대사는 화경의 영역에 다다른 소림의 고승이다. 그의 진정한 정체는 토투가 랠리 주최측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다. 매번 대회에 참가해 깽판을 놓지만, 토투가 랠리에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거물이라서 그냥 반쯤 포기한 채 질주하는 함정덩어리 같은 재해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수라 붓다의 머신에 새겨진 킬마크는 그 수가 세자리 수에 달한다.
당연히 마진강이 아수라 붓다에게 덤비면 순살당한다.
아수라 붓다의 LED바이저에는 그때그때 이모티콘 등이 떠오른다. 조롱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매우 화가 난다.
호버 바이크 경주에서 선발주자는 후발주자에 비해 매우 유리하다. 별 힘 들이지 않고 치명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후발주자의 입장에선 기껏 암기를 던져봐야 공기저항 때문에 선발주자에게 유의미한 데미지를 주기가 어렵다. 이 경우에는 무공에 전적으로 의지한 채 바이크의 출력을 높여 최대한 빠르게 선두를 따라잡는 것이 중요하다.
레테 강 앞에 서성이는 꼴로 만들겠다는 말은 사체로 만들어주겠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