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63)
우주천마 3077-62화(63/349)
10. 기물경주 Deadly Hover Bike Rally (8)
10. 기물경주 Deadly Hover Bike Rally (8) – 빡돈 놈, 성실한 놈, 미친 놈.
끝없이 갈고닦은 검기(劍技)로 검후라는 별호를 얻은 건 사실이나, 서천검후 김연화가 펼칠 수 있는 무공은 그녀의 성명절기인 용호검기가 전부가 아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무공광 답게 그녀는 소싯적에 다양한 무공들을 섭렵했었는데, 개중에서 검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일가를 이룰 만큼 뛰어난 성취를 이룬 무공들 또한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원거리 교전을 위해 익힌 비장의 비도술(飛刀術)이었다.
까가가강!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목진의 검날에 불꽃이 튄다. 하지만 그곳에 보이는 것은 오직 목진의 검 뿐. 가시왜곡장 속에 숨은 날카로운 비도들이 대기에 형성된 역장레일을 따라 기괴한 궤도를 그리며 날아든다.
북서 우주에서 악명을 떨치던 청부업자인 천독암노(千毒暗老)를 일격에 주살하여 무림에 명성을 떨친 상승의 절기, 천두비룡섬(千頭秘龍閃).
천 개의 머리를 가진 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 방위를 점하고 쇄도해 들어오는 비도들을 보며 목진은 경악과 감탄이 반쯤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참으로 괴이한 무공이로고······!”
내공에 제한이 있으니만큼 위력은 대단할 것이 없으나, 단순히 사라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 공중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가 감추었다가를 반복하는 탓에 간파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목진의 안력(眼力)이 인세의 경지를 초월했다 한들 보이지 않는 것까지 잡아낼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고작 시각에만 의존해서야 고수라 불릴 수 있으랴. 시각을 믿을 수 없다면 다른 감각을 통해 간파하면 그만이다. 그를 증명하듯, 감탄과는 별개로 목진이 휘두르는 검 끝에서는 어김없이 비도들이 튕겨나가고 있었다.
“악! 미친 진짜 죽이려고 작정했나!?”
섬뜩한 소리와 함께 튕겨나가는 비도들을 보며 세령이 비명을 질렀다. 만약 한 개의 비도라도 목진의 방어를 뚫고 들어온다면 그 즉시 저세상 익스프레스일 테니까. 그뿐 아니라 간간히 의도적으로 빌딩의 잔해를 떨어트리는 성범의 견제까지 들어오니 도무지 정신을 차릴 틈이 없었다.
목진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셀 수 없이 많은 날붙이들이 사방에서 번뜩이는데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세령의 심공이 깊진 않았다. 특히나 온 정신을 집중해 잔해들을 피해가며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호버 바이크를 제어하고 있는 동안에는 말이다.
“반쯤은 그런 듯 싶구나.”
목진이 눈을 반개한 채 능숙하게 비도를 튕겨내며 대답했다.
아무리 자신의 경지가 그녀에 비해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다고는 하나, 엄연히 유희의 연장인데도 대놓고 손대중을 하지 않는 건 좀 어떨까 싶었다. 지난 비무 때도 느꼈지만, 어지간히 제멋대로인 여인이었다.
“세령아, 이걸로 저 위로 올라갈 수는 없겠느냐?”
“······원래 호버 바이크로 빌딩 타고 올라가는 게 이상한 거에요. 그리고 당장 여유도 없고요.”
세령이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올라가는 것 자체는 환영이다. 장애물도 적고, 방해꾼도 거의 없는데다 저 망할 놈의 검후가 보내는 견제를 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따로 특수한 조정을 거친 머신이 아닌 이상 수직으로 빌딩을 타고올라갈 방법이 없었다.
물론 머신의 성능 자체가 좋은 편에 속하니만큼 이리저리 빌딩 사이를 박차고 올라가는 꼼수를 쓴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당장 자신들의 뒤로 수많은 라이더들이 따라오는 마당에 그런 시간낭비를 할 여유는 없었다.
“그냥 나 혼자 올라갈 수는 있겠다만.”
“아저씨 가면 나는 누가 지켜줘요!? 지금 등 뒤에 눈 뒤집힌 애들이 한둘인 줄 알아요?”
일단 드론의 시야에 보이는 이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지만, 중요한 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놈들이다. 건물 안이나 지하, 혹은 하수도를 통해 지름길을 탄 라이더가 갑자기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면 조종실력 하나만 믿고 가는 세령이 위험할 수가 있었다.
“쯧. 답답하군.”
목진이 비도들을 요격하며 가볍게 혀를 찼다. 혹시나 싶어 날아오는 비도를 몇 개 잡아채 던져봤지만 빌딩에 가려 투로가 제한된 이상 별다른 재미를 볼 수는 없었다.
내공을 더 집어넣어 건물을 꿰뚫어 버리거나 아예 어검술을 쓴다면 되는 문제이지만, 목진은 구태여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없다곤 해도 제한된 내공을 사용하는 것이 규칙이 아니던가. 목진은 적어도 전투에 있어서는 그 규칙을 존중해 줄 생각이었다. 정정당당함을 따지기 이전에 하수들을 상대로 힘자랑을 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쿠구궁. 다시 한 번 지진이 울리며 빌딩들이 위태롭게 흔들리자, 어딘가의 빌딩들이 무너진 듯 굉음이 들려왔다.
“시발 진짜, 그 정도 고수가 왜 여기서 깽판이야! 주책도 정도가 있지!”
세령은 위에서 떨어지는 잔해들을 재주 좋게 피하면서도 연신 연화를 씹어댔다. 정작 목진을 끌어들여 선두에 도달한 그녀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정신에 충실한 세령은 당당했다. 이미 눈에 뵈는 게 없어진 그녀에게 무림의 존경스런 대선배고 나발이고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끊임없이 날아오는 비도를 모두 쳐내고 소강상태에 이르렀을 때쯤, 드디어 목진이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리스크 없이 위로 올라갈 방법을 찾았어요.
“진짜로?”
– 2시 방향에 지진 때문에 반쯤 쓰러진 빌딩이 있는데, 지금 머신의 스펙으로 충분히 타고 올라갈 수 있을 만큼 경사각이 나와요. 다음 체크포인트까지 가는 길에서 조금만 우회하면 되고요.
“타임 로스도 그렇고, 이렇게 지진이 끊이질 않아서야 리스크가 너무 커. 계산 돌려 봤어?”
– 네. 시간은 약간 더 걸리지만 이 상태로 현상유지하는 것보다는 리스크가 적어요.”
“······콜. 그쪽으로 안내 해.”
위험함은 물론 등 뒤의 라이더들에게 따라잡힐 수도 있었지만, 세령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위해 그녀를 오퍼레이터로 쓴 것인데 순자의 계산을 신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세령이 목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준비해요 아저씨. 그 망할 검후한테 복수할 거니까. 당하고는 못 살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야 우리 세령이답지. 목진이 사납게 웃었다.
휴. 연화는 작게 한숨을 쉬며 남은 비도를 머신의 수납함에 집어넣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구나.”
앞뒤 생각없이 전력을 다해서 마음껏 비도를 던져댄 만큼 기분은 좋았지만, 정작 효과는 신통치 않다. 천에 달하는 비도의 소나기 속에서 단 한 번의 유효타도 허용하지 않는 목진의 무위는 그녀의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그 무공을 펼치는 것은 오랫만에 봅니다만, 상대가 상대니까요. 괜한 일을 하신 게 아닌가 싶네요.”
“어머, 그래도 스트레스는 확 풀렸으니 이득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신 호버 바이크의 운전대를 잡은 성범의 말에 연화가 어쩐지 후련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까지 상대를 죽일 기세로 천에 달하는 비도들을 마구 던져댄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화사한 표정이었다. 성범은 그런 그녀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 괜히 동안우공과 척지면 곤란하니 적당히 해 주세요.”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탓하실 분은 아니야.”
그녀는 당사자인 목진이 은근히 꽁해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대답했다.
“그나저나 대단하시긴 하구나. 이 정도 조건이면 하다못해 보조엔진 구동계 정도는 건드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연화는 내심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생사결이나 비무가 아니라 제한된 규칙 아래의 유희인 만큼 나름대로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자만인 모양이었다.
천재지변이 생각날 정도로 광폭한 내공을 다루는 목진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싸움에는 익숙할 지 모르나, 그 내공의 사용에 제한이 걸린 상황에까지 익숙할까?
어릴 때무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 고수가 된 명문세가의 무인들, 혹은 절세의 신공을 익힌 고수들조차 무심결에 간과하곤 하는 문제. 최상급의 내공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그들에게 그리 치명적인 약점이 되지는 않겠지만 지금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감생심 승기를 잡을 수 있으리라고까지는 기대도 않는다. 딛고 있는 무공의 경지가 다른데 아무렴 거기까지 바랄까. 다만 고지를 점하고 있으니 약간의 틈 정도는 노릴 수 있으리라. 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오판이었다.
‘내공의 흐름과 초식의 연결이 말도 안되게 효율적이야.’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불필요한 부분들을 제거해 낸, 일개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인 움직임이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깔끔한 목진의 무공을 보며 연화는 혀를 내둘렀다.
‘······고대인이라 그런 걸까?’
연화의 추측은 썩 정확했다. 목진의 시대는 그녀의 시대와는 달리 내공 드라이브라는 풍요로운 자원이 없는 시대였으니까.
티끌만큼의 군더더기를 없애기 위해 막대한 시간을 퍼부으며 한도 끝도 없이 고행에 가까운 수행을 이어나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고대의 무림. 그것은 수련은 물론 무공철학에 있어서도 가성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 무림을 살아가는 이에게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머신의 스펙도 그렇고, 정면에서 붙으면 힘들겠네요. 다행히 코스 운이 따라줬으니 이대로 결승선까지 가면 1등은 확정이고, 다음 라운드부터는 좀 힘들겠어요.”
“으응. 그 전에 먼저 지금 상황부터 어떨게든 해야하지 않을까.”
“예?”
보렴. 연화가 왼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반이 주저앉은 탓에 다른 건물에 기대듯이 쓰러진 빌딩과, 그 빌딩의 비스듬한 벽면을 타고 위로 올라오는 한 대의 호버 바이크. 세령과 목진이었다.
“······이걸 올라오네.”
성범이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스카이라인을 따라 달리기 위해 작정하고 준비한 자신들인데 그걸 기어코 따라올라올 줄이야.
“괜찮겠어요, 어머니?”
“안 괜찮으면 또 어떻겠니.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할 뿐이지.”
환장하겠네. 레이스고 뭐고 목진이 올라왔다는 사실에 희희낙락해서 검을 뽑아드는 연화를 보며 성범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역시나 자신의 어머니는 제한된 상황에서 검을 맞댈 생각에 푹 빠진 모양이었다.
“이러려고 어머니께 부탁드린 게 아니었는데.”
나라도 정신차려야지. 성범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자신에게 달린 입이 몇인데 녹림의 채주로서 부하들 먹고살 돈은 벌어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레이스, 그 무대의 마지막에 오를 주역이 한 명 더 남아있다는 것을.
콰아아앙!
“또 뭐야?!”
오른쪽에서 울리는 거대한 폭발음. 빌딩이 무너지는 소리조차도 뛰어넘을 정도로 커다란 소리에 화들짝 놀란 성범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나무-뒈져라-미타불-!”
누구인지 모를 불쌍한 희생양을 깔아뭉개 터트림과 동시에, 그 폭발력을 추진력으로 삼아 하늘 높이 치솟아오르는 아수라 붓다의 모습이었다.
정보)
천두비룡섬은 장거리 전개할 수 있는 역장 레일을 통해 천 개에 달하는 비도들을 사출시키는 무공으로, 사천당문의 만천화우와는 달리 일제사격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격인 점이 차이점이다. 역장 레일의 투로는 수십 가지의 초식(패턴)으로 나뉘어 있으며, 그 초식들을 랜덤하게 조합하기 때문에 미리 간파하기가 매우 어렵다.
천두비룡섬의 비도들은 각자 단발성의 가시왜곡장 기능이 있으며, 그를 통해 공중에서 불규칙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때문에 보고서 막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기감으로 막는 목진이 규격 외이다.
천독암노는 이미 파문당한 사천당문 방계 출신의 청부업자로, 독과 암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해 수많은 고수들을 암살한 악명 높은 사파의 고수다. 김연화는 무림에 출도한 지 고작 일 년밖에 되지 않은 무림초출이던 시절 천두비룡섬으로 한 합에 천독암노를 격살했다. 그 뒤 김연화는 서천검후라는 별호를 새로 얻을 때까지 북서 우주에서 검은 히드라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다.
김성범은 연화가 비도를 난사하는 와중에도 열심히 세령을 향해 잔해를 떨구며 방해했다. 목진이 갑자기 튀어나와 일이 꼬였지만, 일단 김성범은 이 대회에 진지하게 돈을 벌러 참가했다.
김연화는 ‘어차피 대단하신 선배님이 다 막겠지?’라는 생각으로 신나게 천두비룡섬을 전개했다. 덕분에 일방적으로 공격당한 목진은 은근히 뿔이 났다. 심지어 세령은 선배고 뭐고 아예 눈이 뒤집힌 상태이다.
호버 바이크를 타고 빌딩을 타고오르는 건 이점이 많긴 하지만 보통은 불가능한 짓이다. 거기에 맞게 바이크를 개조해야하는데다 라이더의 매우 섬세한 컨트롤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재차 언급하지만, 서천검후 김연화는 소싯적에 호버 바이크 좀 타는 언니였다.
현대 무림의 무공은 거시적으로 보면 나름 내공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편이긴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내공의 낭비를 없애고자 노력하지는 않는다. 내공 드라이브로 인해 여유롭게 내공을 운용할 수 있기에 별다른 단점이 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장 큰 이유는 거기에 들어갈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아수라 붓다, 공무대사는 소림의 고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살계를 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소림에서도 이에 대한 말이 많으나, 워낙 소림을 위해서 힘든 일을 많이 겪어온 그인지라 어쩔 수 없이 아수라 붓다의 존재를 묵인하고 있다. 사실 살계를 여는 걸로 치면 소림의 방계문파인 천주소림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한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