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70)
우주천마 3077-69화(70/349)
11. 지저혈곡 Bloodbath Underworld Maze (5)
11. 지저혈곡 Bloodbath Underworld Maze (5) – 내가 돌아왔다. 빚 갚으러.
“징하군.”
마진강은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동안우공 이목진을 생각 이상으로 성공적이게 리타이어시켰음에도 그의 얼굴은 여전히 일그러진 채였다.
굳이 그 이유를 찾는다면, 제법 시간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황 때문이 아닐까.
“견제를 하라고 멍청아! 가서 붙어!”
“퍽이나 견제가 되겠다. 염화나찰이 들고 있는 초진동 블레이드는 장식이냐 머저리 자식아? 엄호나 제대로 하고 아가리 털어!”
“엄호가 필요하면 사복검 들고 설치는 저 하얀 애꾸년부터 막던가!”
서로 상극인 성격과는 달리 생각 이상으로 손발이 잘 맞는 세령과 백사희. 두 사람은 염천성 무인들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잘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감히 어딜 올라오려 들어!”
“으헉?!”
호버 바이크에 올라타기 위해 근접한 염천성 무인을 향해 세령의 날카로운 검격이 날아든다. 그녀보다 높은 레벨의 내공 드라이브를 운용하는 염천성의 정예 무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막거나 튕겨냈을 테지만, 염천성의 무인은 기겁을 하며 그녀로부터 멀어졌다.
위력이 부족하면 비싸고 좋은 무기로 때우면 된다. 그것은 보통의 무인에게 있어 당연한 상식이었으니까.
과거 철시귀옹 리첼과의 싸움에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듯, 초진동 블레이드 같은 고가의 무기는 절대고수와의 싸움에선 약간의 어드밴티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실력의 무인을 상대한다면 그 차이는 비싼 가격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만큼 절대적이다.
사용할수록 줄어드는 내구성 때문에 그간 신줏단지 모시듯 아끼던 초진동 블레이드지만, 목진의 리타이어로 인해 눈이 뒤집힌 세령은 초진동 블레이드를 오버클럭시키면서 악다구니를 써댔다.
“덤벼 모지리 새끼들아! 용암 속에서 시체도 못 찾고 싶으면 들어오라고! 들어오면 다 뒤진다!”
“템빨 믿고 큰소리라니! 염화나찰이라는 이름이 우는구나!”
“시발 꼬우면 너네도 비싼 무기 들고 오던가!”
아무리 내공을 불어넣은 무기라 해도 검강에 준하는 레벨이 아닌 이상 오버클럭시킨 초진동 블레이드를 완벽히 막아낼 수는 없다. 컨트롤이 된다면 검기 정도만 있어도 흘려낼 수 있지만, 그게 가능한 이가 있다면 이미 염천성의 장로급 자리를 꿰찼을 것이다.
“오버클럭을 시켰으니 오래 못 간다! 거리를 벌리고 암기를 쏟아부어서 화망을 펼쳐라!”
“그렇겐 못 하지!”
그렇다고 거리를 벌려서 초진동 블레이드를 견제하자니, 이번에는 금사단주 백사희와 그녀 휘하의 무사들이 문제다.
쌍사마녀(雙巳魔女)라는 별호에 걸맞게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이며 호버 바이커들을 꿰뚫는 한 쌍의 백색 사복검. 암기라면 어떻게든 최소한의 피해만 입고 견딜 수 있는 호버 바이크의 실드와 장갑이지만 검기를 두른 채 달려드는 검까지 막긴 어렵다.
두 사람의 맹공을 견디다 못해 하나둘 용암 속으로 추락하는 염천성 무사들을 보며 마진강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멍청한 것들······!”
동안우공 이목진을 리타이어시키고 난 뒤 모든 일이 다 풀릴 거라고 생각했거늘, 고작해야 잔챙이들 때문에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이번에 그가 데려온 수하들은 염천성에서도 나름대로 엄선한 정예들로, 객관적인 전력을 따져봐도 두 사람에게 밀릴 이유가 없었다. 호버 바이크 위의 전투라는 특수상황이라지만 그래도 엄연한 무공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고작 잔챙이 몇 놈을 죽이지 못해 이 꼬라지라니. 염천성의 이름에 부끄럽기 그지없는 추태였다.
“물러서 놈을 몰아세워라!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보다못한 마진강이 부하들을 뒤로 물리며 소리쳤다.
조금 전 목진에게 날린 전력의 일격 때문에 내공 드라이브의 출력이 반토막 난데다 육체에 걸린 부하도 적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정도 잔챙이들을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괜히 무의미하게 부하들을 소모시키느니 차라리 조금 무리해서라도 자신이 직접 마무리를 짓는 쪽이 나았다.
“염화나찰, 오늘 네 목숨을 거둬 내 아들의 원통함을 달래겠다.”
“아 그놈 안 죽었잖아!”
“가문의 대가 끊겼으니 죽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쌰앙! 그러면 성전환이라도 시키던가! 누가 자식 교육을 등신같이 하래? 왜 시비 걸린 나한테 지랄이야!”
“이······이 건방진 년이! 뭣 하느냐! 당장 호버 바이크를 붙여라!”
세령의 위아래 없는 걸걸한 발언에 마진강은 대노하며 라이더를 닦달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백사희의 독문병기인 사복검 쌍백뇌사(雙白雷巳)가 마진강과 그의 호버 바이크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까짓 잔재주가 내게도 통할 성 싶으냐!”
하지만 상대는 지금까지 싸워온 보통의 무사들과는 격이 다른 장로급의 무인. 마진강의 눈에 이식된 렌즈가 붉게 번뜩임과 동시에 그의 새까만 의수가 백사희의 쌍백뇌사를 받아쳤다.
쩌어엉!
“꺄악!”
막대한 내공이 담긴 주먹질에 쌍백뇌사가 맥없이 튕겨나가고, 백사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마진강은 그에 그치지 않고, 번개같은 손놀림으로 쌍백뇌사를 낚아챘다.
“아둔한 것!”
“아윽······!”
“이대로는 딸려들어갑니다, 단주님!”
비웃음을 지으며 양 손에 감아쥔 쌍백뇌사를 잡아당기는 마진강. 불도저 같은 괴력에 고속으로 질주하는 호버 바이크가 요동치자 백사희의 호버 바이크를 조종하던 금사단의 라이더가 비명을 지른다.
자칫 잘못하면 호버 바이크채로 용암 속으로 처박힐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다행히 백사희의 결단은 신속했다.
그녀가 보낸 신호에 의해 강철의수에 잡힌 부위에서 저절로 툭하고 끊어지는 사복검. 그런 쌍백뇌사의 모습을 보며 마진강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망할······.”
백사희가 조용히 욕설을 내뱉었다. 어떻게든 목숨은 살렸지만, 날카로운 검 끝을 잃은 쌍백뇌사의 위력은 반토막이 난 상태. 염천성의 무인들이야 어떻게든 상대한다 쳐도 저 섬광열권 마진강을 상대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다리거라, 네년은 나중에 손 봐 줄 테니.”
마진강이 차가운 백사희를 흘겨보며 양 손에 힘을 주자 뇌령백철 합금으로 만든 쌍백뇌사가 종잇장처럼 구겨진다. 마치 자신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모습에 백사희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하!”
까가강!
염천성의 포위망 때문에 도망치지 못한 세령. 그녀는 가까이 다가온 마진강을 향해 초진동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허나 마진강의 의수를 이루고 있는 암흑선철은 우주에서도 손꼽히는 강도를 가진 합금. 제아무리 초진동 블레이드라고 해도 내력이 꽉꽉 들어찬 암흑선철은 그 격이 다르다.
미친. 흠집조차 나지 않은 마진강의 양 주먹을 본 세령의 얼굴이 구겨졌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섬광열권 마진강의 또다른 별호는 선철거인(銑鐵巨人).
개조파 외공의 고수답게 전신에 암흑선철이 섞인 장갑판을 이식한 그는 어지간한 위력으로는 상처조차 낼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세령처럼 저레벨 내공 드라이브를 가지고 있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이런 자를 상대로는 그녀의 특기인 호버 바이크 조종으로 거리를 벌려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지만, 지금은 용암 폭포로 인해 제한된 공간 내에서 염천성 무인들에게 포위까지 당한 상태다. 거기에, 마진강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이 포위망을 뚫을 수 있을 만큼 그녀가 탄 머신은 컨트롤하기 쉬운 놈이 아니었다.
“포기하거라. 건방지긴 하나, 내 너의 분투를 높이 사 고통 없이 보내줄 터이니.”
‘이걸로 체크메이트라고? 지랄 마!’
무공의 차이를 두고 짐짓 여유를 부리는 마진강의 말에 세령이 이를 악물었다.
그 전대의 대마두 철시귀옹과도 맞붙어서 살아남은 그녀다. 가문의 원수도 갚아야 하고,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은 그녀인데 고작 염천성의 똘마니 따위에게 죽을 수는 없었다.
‘부스트 트랜서를 폭주시킨다면? 아니, 그건 역시 아니야······.’
아직 목진의 내공이 충분히 주입되어 있는 초대형 용량의 부스트 트랜서를 폭주시킨다면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는 무조건 탈락 확정인데다, 폭주한 부스트 트랜서가 어디로 어떻게 튈 지도 모른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목숨만큼 소중한 게 어디 있겠냐마는, 지금까지 갖은 고생을 하며 간신히 얻은 기회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허무하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필 비장의 한 수 였던 마약성 부스터도 지난 철시귀옹 리첼과의 전투에서 사용해 버린 채 새로 구하지 못한 상황. 세령의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목진이 떠올랐다.
‘목진 아저씨가 오면 일수에 끝날 놈인데······!’
하지만 그 목진은 지금 불타는 용암의 강에 가라앉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도움을 주면 자신이 주어야 할 상황. 헛된 희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세령은 절실하게 목진이 와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쯧쯧. 아직도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느냐. 아둔한 것.”
세령의 호버 바이크에 올라탄 마진강이 비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검은 의수를 뻗었다.
‘염병.’
정말 부스트 트랜서를 폭주시켜야 하는 걸까. 세령은 최후의 발악을 위해 부스트 트랜서에 폭주 코드를 입력할 준비를 했다.
그 순간이었다.
– 때로는 아둔한 믿음이 진실을 꿰뚫는 법이지.
지저혈곡 전체에서 울리는 듯한 누군가의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에 세령이 번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저씨?”
“육합전성(六合傳聲)이라고······?”
그보다 용암폭포에 파묻혔는데 도대체 어떻게? 마진강의 얼굴이 숨길 수 없는 경악으로 뒤덮였다. 절대고수조차 깊이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불과 암석의 도가니 속에서 도대체 어떻게 빠져나왔다는 말인가?
‘아니, 일단 염화나찰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진강이 세령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도대체 무슨 수를 써서 살아남았는지는 몰라도, 아직 동안우공 이목진은 여기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가 이곳에 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염화나찰에게 원수를 갚고 이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내-가-돌-아-왔-다-!”
거대한 사자후와 함께, 그가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쏟아지는 거대한 용암폭포 속에서 동안우공 이목진이 뛰쳐나왔으니까.
그 모습은 실로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용암 폭포로 인해 반쯤 녹아내리고 있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호버 바이크와, 그 위에서 형형한 안광을 빛내고 있는 용암괴인(溶巖怪人).
반쯤 굳은 용암으로 온 몸이 뒤덮인 괴인 이목진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마진강을 직시했다.
생각이고 뭐고 할 겨를도 없었다.
당장 저것을 떨쳐내야 한다. 순간 마진강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그는 본능을 따라 다시 한 번 전력을 다한 일격을 준비했다.
“크아아아······!”
이미 부하가 걸린 내공 드라이브를 한계까지 혹사시킨다. 끝없이 모이는 내공으로 인해 전신이 비명을 질렀지만, 마진강은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동안우공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간신히 상대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절대고수다. 그런 그를 잠시나마 떨어트리기 위해선 이깟 고통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나름대로의 계산도 있었다.
괴물 같은 모습을 보이는 동안우공이다. 하지만 저도 여인의 배에서 나온 사람이라면, 그 불지옥을 빠져나오는 동안 적잖은 힘을 사용했으리라. 그렇다면 어떻게든 희망은 있다.
라고 마진강은 생각했었다.
투콰앙!
“한 번 본 무공에 또다시 당할쏘냐.”
이렇다 할 반응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했던 조금 전과는 달리, 손짓 한 번에 너무나도 간단하게 튕겨나가는 마진강의 뇌섬철완. 그 충격으로 인해 몸을 두르고 있던 용암 조각들이 떨어져나가며 상처 하나 없는 목진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전의 그것은 본존의 의표를 찌를 만큼 획기적인 한 수였다. 내 그 점만은 인정하지.”
헌데 말이다.
“이젠 슬슬 내 네게 빚을 갚을 때가 된 듯 싶구나.”
목진이 그를 보며 사납게 웃었다.
그리고 마진강은 차마 그 얼굴을 향해 마주 웃음지을 수 없었다.
정보)
세령의 초진동 블레이드는 지난날 철시귀옹 리첼과의 싸움에서 부러졌던 것과 같은 모델이다. 다행히고, 부러진 검은 보험 적용으로 인해 새 제품으로 교체받을 수 있었다.
초진동 블레이드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내구성이 소모된다. 검의 본체가 그 초진동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진동 블레이드를 오버클럭시키면 위력은 현저히 올라가지만, 그 이상으로 검의 내구성은 엄청나게 빠르게 소진된다.
섬광열권 마진강은 목진을 저격하느라 상당히 무리했다. 직접 세령과 백사희를 제압하지 못한 것은 그 까닭이다.
금사단주 백사희의 별호는 양 손의 사복검에서 이어진 쌍사마녀다. 그녀에게 붙은 비공식 별명으로는 닥터 옥토퍼스가 있다. 백사희는 둘 다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금사단주로 불리우는 것을 선호한다.
백사희의 독문병기인 사복검의 이름은 쌍백뇌사이고, 전기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뇌령백철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비싸다. 백사희는 아버지인 삼극회주 백무정의 도움을 받는 것을 꺼리지만 이 쌍백뇌사만큼은 아빠찬스를 썼다.
개조파 외공고수인 마진강의 두 눈은 눈동자 대신 이식된 시각렌즈가 대신한다. 양 손은 의수이고, 전신의 피부에는 암흑선철이 함유된 장갑이 이식되어 있다. 그의 의수와 피부에 사용된 암흑선철은 별다른 기능은 없지만 강도 하나만큼은 우주에서 손꼽힐 정도의 강도를 자랑한다. 최소 검기 정도는 되어야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목진이 타고 온 호버 바이크는 나름 방어가 튼실하게 개조된 모델이다. 덧붙여 조종 난이도는 세령의 머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편이라, 조종에 별 재능이 없는 목진도 어떻게든 조종할 수 있었다.
목진은 단순히 기를 쫓아서 그들을 찾아내 일직선으로 달려왔다. 보통 용암폭포를 직접 뚫고 나가는 것은 일부 특수개조 머신이나 가능한 일이지만, 그런 걸 모르는 목진은 대충 꼬라박았다. 덕분에 목진의 호버 바이크는 나름 중장갑인데도 불구하고 배리어와 장갑이 죄다 작살이 났다.
레일건 로켓 펀치는 목진이 쳐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