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72)
우주천마 3077-71화(72/349)
12. 기공철방 Forge World of Warriors’ Galaxy (1)
12. 기공철방 Forge World of Warriors’ Galaxy (1) – 나이브 하시군요
“······세가라면, 사천당가 말이냐?”
멸문한 사천당가의 이름이 나오자 목진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물끄러미 순자를 바라보는 그 눈은 방금 전과 달리 취기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순자는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얼굴로 그런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옛 사천당가의 본성을 되찾고 그 위에 새로운 사천당가를 세우는 것. 그게 왕언니의 진짜 꿈이에요.”
궤도폭격으로 잿더미가 된 뒤 인류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사천당가의 본성. 세령의 진정한 숙원은 바로 그 사천당가의 본성을 되찾은 뒤 다시금 우주무림에 당가의 이름을 세우는 것이었다.
“왕언니가 그랬어요. 복수도 복수지만, 그보다는 당가를 재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자기한테 딸린 의무같은 거라나. 사천당가가 멸문한 거야 자업자득이라지만 그렇다고 새롭게 시작할 권리까지 없는 건 아니잖아요? 남는 거 없는 복수보다야 다시 세가를 일으키는 게 더 생산적이기도 하고요.”
“······.”
과거 자신에게 사천당가의 비사와 복수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조차 내비치지 않은, 그녀의 속내. 순자를 통해 그 진의를 알게 된 목진은 저도 모르게 입가를 끌어올렸다.
“흐.”
“목진 님?”
“흐흐흐······!”
목진은 웃었다.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단언컨대, 이 머나먼 미래에서 눈을 뜬 이후로 지금만큼 기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리라.
결국 그는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흐흐······과연, 그랬단 말이렷다. 그럼 그렇지. 그 당가의 여식이라면 응당 그래야지. 역시 내 안목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구나.”
다른 곳도 아니고 명문세가의 후예라면, 사천당가의 후예라면 세가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기개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 세령으로서는 몰라도 당가의 후예 당세령으로서는 기대에 차지 못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그녀였다.
명색이 정파에 적을 올린 세가의 후예라는 자가 사파보다 더 사파같고, 흑도의 무리와 어울리는데다 익힌 무공은 낭인처럼 근본이 없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인 모습 중 어디 명문세가의 후예다운 것이 있기나 하던가.
복수에 대한 의지는 확인했지만 그것이 전부. 솔직히 말하자면, 수천년 전 과거의 인연만으로 그녀의 행보를 따라온 목진조차도 때때로 스스로의 선택이 옳았던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헌데 그 속에 이리도 큰 대망을 품고 있었을 줄이야. 목진은 그것이 기쁘기 그지없었다.
범의 새끼는 제아무리 그 겉모습이 볼품없어 보여도 범인 법이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당세령은 분명, 범의 새끼였다.
“······헌데 이 이야기를 내게 해 주는 연유가 무엇이냐.”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목진은 웃음을 그치고 정색한 얼굴로 순자를 돌아보며 물었다.
본디 이런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야 함이 마땅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당사자가 아닌 이를 통해 건너 들을 만큼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당세령이라는 여인이 어엿한 당가의 후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분명 기뻤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 순자가 취한 행동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순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확신하지 못하고 계셨잖아요? 저희 왕언니와 함께해야 할 지, 아니면 갈라서야 할 지.”
“······.”
주저없이 핵심을 찔러오는 순자의 말에 목진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말은 가감 없이 목진이 가지고 있던 생각 그대로였으니까.
“이대로 가다간 목진 님이 저희를, 왕언니를 떠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왕언니 성격 상 목진 님께 당가의 재건 같은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을테니까요.”
순자의 입장에선 당가에 얽힌 비사와 복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도 굉장히 의외의 일이었다. 얼핏 단순하고 기분파인 것처럼 보이는 언행과 달리 세령은 제 속내를 쉽사리 남에게 내보이는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어찌 그리 단언할 수 있다는 말이냐. 네 생각만 가지고 그 아이의 사담을 섣불리 말하는 것은 그릇된 일이다.”
“저는 알 수 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저랑 왕언니만큼 서로를 잘 이해하고 의지하는 사이는 없을 테니까요. 그건 언니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순자는 적어도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와 세령의 인연은 결코 다른 사람이 상상하는 것처럼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목진은 가만히 순자의 눈을 마주보았다. 살아있는 사람과는 조금 다른, 다소 이질적인 눈동자였지만 목진은 어째선지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건 분명 사람이 아닐 터. 그럼에도 그 의지는 사람보다 더 사람같다. 무언가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목진은 그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 아니니까.
“······좋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더 이상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 헌데 아직 내 질문에 대한 답은 듣지 못했구나.”
“언니에겐 목진 님이, 그리고 목진 님의 무력이 필요해요.”
“······.”
노골적으로 자신의 힘이 필요하다 말하는 순자의 말에, 목진은 잠시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일평생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대관절 어떤 겁대가리 없는 치가 감히 천마 이목진을 눈앞에 두고 당신을 이용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는가?
순자는 목진이 무언가 반응을 보이기 전에 잽싸게 말을 이었다.
“복수행까지는 몰라도, 냉정하게 말하자면 왕언니 홀로 사천당가를 재건한다는 건 현실성이 없어요. 말 그대로 꿈에 불과하다는 거죠.”
꿈은 크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제 입으로 친자매보다 더 끈끈한 인연이라고 말한 것과는 정 반대로, 현실을 재단하는 순자의 시선은 지극히 냉정했다.
세가를 재건한다는 것은 그만한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그 세력을 모으기 위해서는 다른 세력에게 얕보이지 않을 만큼의 명성과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냉정히 말하자면 세령은 그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다.
“왕언니는 분명히 천재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세가를 일으킬 정도의 천재는 아니에요.”
분명 무공에 대한 그녀의 재능은 대단한 기재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공 드라이브만 받쳐준다면 단기간에 오대세가의 장로급 인사들을 꺾을 정도의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보통의 재능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결국 그것이 한계다.
한없이 노력하면 어떻게든 문파를 이끄는 수장 정도 되는 성취는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문파, 혹은 세가를 세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하물며 가문이 몰락해 제대로 무공의 기초를 닦을 기회를 잃었는데 오죽하겠는가.
사천당가의 재건을 위해서는 뭇 무림인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경외하고 우러러보게 만들 정도의 압도적인 무력과 존재감이 필요하다.
세가(世家)를 재건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하지만 목진 님이 함께해 주신다면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목진 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거에요.”
“허허허.”
목진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당돌하다못해 미친 이야기였다.
만일 그런 말을 한 것이 강호에 적을 둔 무림인이었다면 단매에 쳐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무공은커녕 평범한 성인보다도 못한 무력을 가진 순자가 그런 소리를 하니 분노 이전에 황당한 감정이 먼저 일었다.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그 속내도 어린아이와 같은 것인가. 목진은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는 순자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소리구나. 과거의 은원이 있어 내 그 아이를 돕기는 한다마는, 세령이는 딱히 내게 먼저 손을 벌리지 않았다. 왜 그런지 아느냐? 그 아이가 강호에 몸을 담은 무림인이기 때문이다.”
외인불청(外人不請). 개인의 은원에는 가능한 한 외인의 도움을 바라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강호의 법도였다.
목진이 흔쾌히 세령의 복수행을 돕겠다 나선 것은 목진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쉬운 길을 두고도 스스로 복수행을 하겠다는 의기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헌데 너는 지금 내 힘을 이용하고자 네 의매의 의기에 먹칠을 하는구나. 너는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게냐?”
강호를 살아가는 무인으로서의 염치조차 없는 행동을 태연히 행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 보인다. 목진은 지극히 실망한 눈으로 순자를 내려다봤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눈앞에 있는 안드로이드는, 애초에 무림인의 것과는 억만년 이상 떨어진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 제 입장을 이해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순자는 꾸중 같은 목진의 말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한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애초에 저는 무림인이 아니에요. 굳이 따지자면 무림에 반 정도 걸치고 있는 어중간한 위치에 가깝달까, 그런 제게 무림인다운 감성을 기대하시면 곤란해요. 죄송하지만, 저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생각이 없거든요.”
“······허?”
“제게 있어서 최우선 목표는 왕언니의 꿈을 이루는 것. 그러니까 사천당가의 재건이에요. 강호의 법도도 무림인의 자존심도 저에게 있어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죠. 자존심을 꼬박꼬박 챙겨갈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잖아요. 이미 멸문한 세가의 재건이라는 건.”
목진은 차마 순자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멸문한 세가의 재건. 무림인으로서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는 대망(大望)이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현실적인 가능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강호에서 적잖은 세월을 보낸 목진이 그 현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러니까 제가 돕는 거에요. 순자는 한치의 미혹도 없는 눈으로 말을 이었다.
“목진 님께서도 아시죠? 말하는 건 좀 미덥지 못하게 보일지 몰라도, 왕언니는 뼛속까지 무림인이라는 걸. 그런 식으로는 늙어 죽을 때까지도 세가를 일으켜세울 수 없어요. 정말 천운이 따른다면 모를까.”
그래서 제가 나서는 거에요. 그렇게 말하는 순자의 목소리는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왕언니는 지금처럼 왕언니로 있으면 돼요. 무림인답지 않은 일은 제가 해결하면 되고요.”
‘······철없는 소릴 한 건 오히려 내 쪽이었는가.’
순자의 말을 듣고, 목진은 스스로의 판단이 경솔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는 안드로이드 소녀는 그 누구보다도, 심지어 당사자인 목진과 세령보다도 더욱 진지하게 사천당문의 재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호인들에게 스스로가 손가락질 받을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무(武)와 협(俠)의 정신을 제일로 치는 무림인의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험난한 강호를 헤쳐온 무림인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진정으로 사천당가의 재건을 바란다면, 이견의 여지는 있을지언정 그녀의 태도를 감히 재단할 수 없으리라.
부끄러워해야 할 쪽은 자신의 입장에서 멋대로 그녀를 재단하고 나무라는 말을 한 목진의 쪽이다. 목진은 솔직하게 순자를 향해 사과했다.
“조금 전 한 말은 사과하마. 네가 그리 진지하게 그 아이의 숙원을 고민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사과 받아드릴게요.”
대뜸 철없는 애송이 취급을 받으며 꾸지람을 들어 기분이 상했는지 순자가 조금 새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목진을 보는 그녀의 시선에는 조금 의외라는 시선도 섞여있었다.
저만한 무공을 지녔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순순히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다른 곳도 아니고 힘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 무림에서 말이다. 순자는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저도 알아요. 무림인의 시점에서 보면 제 말은 거의 이단이나 마찬가지인 것쯤은. 하지만 수단방법 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닌걸요.”
“네 입장은 이해하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다만 너의 진의와는 별개로, 이것은 확실하게 하고 가야겠다. 오래 이야기를 한 탓에 목이 타는지 술로 가볍게 목을 적신 목진이 말을 이었다.
“내가 과거 사천당가에 빚이 있긴 하다만, 그렇다고 내가 세령이의 숙원을 도와 세가를 재건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세령을 돕는 건 어디까지나 목진의 개인적인 호의일 뿐. 세가의 재건을 위해 목진의 힘을 빌리겠다는 당돌하기 그지없는 포부는 높이 평가하나, 그것과는 별개로 목진이 그런 순자의 의도대로 움직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순자가 그것을 모를 리는 없었다.
“알고 있어요. 저라고 목진 님의 호의를 바라고 이런 말을 꺼낼 만큼 염치가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목진 님께도 꽤 도움이 될 일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도움이 된다? 내게 말이냐?”
“네. 목진 님은 내가기공의 부흥을 바라고 계시잖아요. 사천당문의 재건이 목진 님이 원하시는 내가기공의 부흥에 도움이 된다면 어떠신가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갑자기 훅 들어온,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에 목진은 두 눈을 꿈벅일 수밖에 없었다.
세령의 숙원은 멸문한 사천당가를 새롭게 재건하는 것이다. 명문세가의 후예로서 짊어지게 된 의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세가를 재건함으로서 먹고살 걱정이 사라질 먹고사니즘적인 흑심도 있다.
목진은 은근히 세령에게 당가의 후예로서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한 세령에게 내심 실망하고 있었다. 그나마 복수행 이야기가 나와서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지, 복수행이 끝나면 적당히 헤어지고 제 갈 길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목진은 세령의 숙원이 사천당가의 재건이라는 것을 알자 매우 기뻐했다.
세령과 순자의 신뢰는 보통의 형제자매 이상으로 끈끈하다. 서로의 과거를 모두 알고 유일하게 속내를 모두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신뢰하고 의미하고 있다.
복수행까지는 몰라도, 현재로서 세령이 사천당문을 재건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그런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순자는 매우 진지하게 사천당문을 재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천당문과 인연이 있는데다 대단한 무공을 지닌 목진의 등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순자는 그간 분석한 목진의 성격 패턴에 따라 은근슬쩍 포섭하는 것보다는 대놓고 솔직하게 들어가는 쪽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다소 지나치게 솔직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