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74)
우주천마 3077-73화(74/349)
12. 기공철방 Forge World of Warriors’ Galaxy (3)
12. 기공철방 Forge World of Warriors’ Galaxy (3) – 정조역전세계
쯧. 호버 바이크 점검을 끝낸 메카닉, 글로리가 세령이 들으라는 듯 크게 혀를 찼다.
“외장 장갑부터 해서 서브 부스터랑 메인 엔진까지, 아주 개작살을 내 놨구만.”
토투가 랠리가 원래 온갖 유혈이 낭자하는 대회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머신을 골고루 박살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까놓고 말하자면 결승점까지 도착한 것이 용할 정도랄까. 이런 걸레짝 같은 상태의 머신을 몰고 레이스를 하느니 차라리 금 간 핵분열 배터리들로 저글링을 하는 쪽이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처음부터 육탄전을 상정하고 만든 머신이면 모를까, 최대한 충돌을 피하면서 기동성을 살려야 할 머신이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심혈을 기울여 머신을 조정한 엔지니어인 글로리로서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세령도 할 말은 있었다.
“어쩔 수 없잖아. 뭔 원수를 갚는답시고 흑적 새끼들이 스크럼 짜고 미친개처럼 달려드는데 머신을 고상하게 몰 틈이 어딨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만, 네 뻔뻔한 낯짝을 보니 스팀이 돌 것 같으니까 그 주둥이 좀 다물고 있어라. 육각 렌치에 머리통 날아가고 싶냐?”
거 성질머리 하곤. 세령은 글로리의 으름장을 귓등으로 흘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우승은 했잖아.”
“이만치 머신을 조져놨으니 그 정돈 해 줘야 수지가 맞지.”
“에이, 몸값 올라갔다면서 둠칫둠칫 춤추던 양반이 이제와서 점잖은.”
크흠. 글로리가 머쓱하게 헛기침을 했다. 와도 하필 그 순간에 쳐들어올 게 뭐란 말인가.
“그래도 고칠 수는 있지? 이렇게 한번 써먹고 버리긴 아까운 물건인데.”
태생이 대회 출전용으로 주문제작한 머신이긴 하지만, 이대로 폐기하기엔 아까운 물건. 세령은 이 참에 호버 바이크를 일반용으로 개수해버릴 작정이었다. 안 그래도 우주선의 차고에 넣을 물건이 없어서 창고로 쓰던 참이었으니까.
글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프레임이 나간 건 아니야. 오버홀 시켜서 다 뜯어고쳐야 하긴 하지만, 단가만 잘 쳐 주면 못할 것도 없지.”
“돈귀신 붙은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딴 사람은 몰라도 너같은 수전노는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그나저나 그 청년도 괴물딱지가 따로 없구만. 호버 바이크에서 분리해 낸 트랜스 부스터를 살펴보면 글로리가 혀를 내둘렀다.
“대체 내가기공이란 게 얼마나 대단하길래 고작 한 대회에 트랜스 부스터가 멜트다운 직전까지 가지? 내가기공 그거 효율 나빠서 도태된 거 아니었어?”
“내가기공이 대단한 게 아니라 그 아저씨가 대단한 거 아닐까. 지저혈곡 마그마 강에 잠수했다가도 팔팔하게 뛰쳐 나오는 양반인데.”
“허, 진짜냐? 그게 어딜 봐서 사람이야?”
질린 얼굴을 하는 글로리의 반응에 세령이 포기했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나도 몰라. 내가 이번에 하나 배운 게 있다면, 그 양반 걱정만큼 쓸데없는 게 없다는 거야.”
“유명해질 것 같은데 미리 사인이라도 받아둘까. 이목진이라 했었지, 그 친구는 지금 뭐 하고 있냐?”
“신나게 마시고 있지. 아닌 척 하면서도 트로피가 무지 마음에 든 모양이더라. 트로피 한 번 보고 술 한 잔 하고 하던데. 순 꼰대 같으면서도 가끔 뜬금없이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 여튼, 전에 말한 트랜스 부스터 파워팩은 구했지?”
“오냐. 잘 나가는 놈으로 구해 뒀다. 근데 아깝긴 하군,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건데.”
“별 수 없잖아. 이대로는 목진 아저씨가 아니면 제 성능을 못 내는데. 난 저런 미친 물건 못 써.”
지금의 호버 바이크는 목진의 무지막지한 내공의 출력을 감당하기 위한 특별제작품이다. 우주선 차고에 넣어둔 채 두고두고 써먹으려면 일단 트랜스 부스터를 포함한 파워팩 전체를 표준 사양으로 되돌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흥, 혹시 몰라서 만들어 둔 예비용 파워팩이 있으니 챙겨 가라.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글로리가 선심 쓰듯 말하며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어울리지 않게 새침떼기 같은 말투였다. 물론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세령이 그 속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생색은. 어차피 목진 아저씨 아니면 쓸 수도 없는 물건, 팔아먹지도 못할 거면서.”
“······망할 것. 알면 좀 좋게좋게 받아.”
글로리가 김샜다는 듯 툴툴거렸다.
“우승상품이 알파 프라임 급 코어였지 아마?”
“그렇지. 솔직히 운이 좋았어. 원래는 베타 급만 구해도 감지덕지였는데 어떻게 타이밍이 이렇게 딱 맞았네. 목진 아저씨 아니었으면 우승은 엄두도 못 냈을 거야.”
아수라 붓다는 그렇다치고 서천검후까지 참가할 만큼 커다란 판이다. 아무리 세령이 머신을 신들린 듯 조종할 수 있는 라이더라지만 홀로 그 둘을 제치고 우승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공 드라이브로 가공해 줄 기술자는 구했고?”
“기공방(氣工房)에 연줄이 있어. 원래는 베타 급 코어를 가져가기로 이야기를 해 두긴 했었는데······어떻게 안 되려나.”
성계 하나를 차지하고 전 우주강호 무림인들의 내공 드라이브를 제작하는 거대 공방인 기공방. 그 안에서도 알파 프라임 급 코어를 다룰 수 있는 장인은 매우 드물다. 수많은 장인들 중에 몇 안 되는 명공(名工)의 칭호를 받은 자들만이 최고급 코어의 포텐셜을 모두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일개 바운티 헌터인 세령으로서는 그만한 장인에게 의뢰할 수 있는 자격부터 미달이다. 암만 돈과 재료를 가져온다 해도 의뢰 자체를 넣을 창구가 없을 테니까.
글로리가 혀를 차며 품속에서 작은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네놈 성격이면 어차피 냅다 들이박을 것 같긴 한데, 미련한 짓 하지 말고 아는 사람한테 소개장 하나 써줄 테니까 이쪽으로 한번 알아봐. 내가 명공 급을 직접 소개해줄 깜냥은 안 되고, 그쪽 업계 사람이니까 어떻게 잘 부탁하면 비벼볼 수 있을 거다.”
갑자기 왜 이런대. 세령은 미심쩍은 눈으로 글로리가 내민 카드를 바라봤다.
“······뭐야, 영감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벌써 갈 때 된 거야?”
“애새끼가 말 본새 하고는. 말마따나 너랑 그 내가기공 근본주의자 양반 덕분에 내 이름값이 뛰었으니 그 대가로 해 주는 거다. 너처럼 기회만 되면 후려치는 양아치랑 다르게 나는 거래에 있어서는 정직하거든.”
“······시세 두 배로 후려치는 게 정직하다고?”
“아 꼬우면 딴 집 가던가.”
얼굴에 호신강기 깐 영감탱이. 가볍게 중지손가락을 치켜 든 세령이 카드를 낚아채듯 받아들었다.
“뭐, 그렇다면야 소개장은 고맙게 받을게. 영감이 밤새 끙끙거리며 준비했을 소개장을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염병. 꼭 한 마디가 길다니까. 언제 갈 거냐?”
“수리 끝나자마자 곧바로. 조만간 항쟁이 일어날 것 같으니까 불똥 튀기 전에 발 빼야지.”
모르긴 몰라도 이번 달 안으로 토투가 전체가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세령은 어제 백사희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 전부는 아니지만 기대 이상으로 결과가 좋아. 기존 보수 이외에 보너스 겸 해서 좀 더 쳐서 보냈으니 나중에 확인해 봐.
– 왠일이래, 평소엔 칼같이 정해진 만큼만 주더니.
– ······그런 일이 있어. 그리고 되도록이면 빨리 여길 떠나는 게 좋을 거야. 염천성 쪽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거든. 조만간 전면적인 대규모 항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
– 일찌감치 발 뺄 생각부터 하는 내가 말하기는 좀 뭐한데, 괜찮겠냐? 돌아가는 판 보니까 좀 판이 커질 것 같던데.
– 하. 우리가 얼마 동안 이런 일을 준비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동네 구멍가게 같은 문파도 아니고, 너한테 걱정받을 만큼 삼극회가 만만한 곳은 아니야.
– 배배 꼬여있기는. 기껏 걱정해주니까 지랄이야.
– ······괜히 염천성과 붙었다가 이목진 님께 피해라도 가면 우리가 면목없게 돼. 그건 염천성 쪽도 마찬가지일테고. 일 터지기 전에 조용히 떠나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아.
하긴, 흑도간의 항쟁에 목진 같은 거물이 끼어들면 서로에게 불편할 뿐이다. 목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삼극회의 입장에서는 괜히 항쟁에 엮어서 목진의 심기를 거스를 바엔 차라리 빨리 보내버리고 홀가분하게 치고받고 하는 게 나으리라. 세령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괜찮겠냐? 넌 삼극회 쪽 소속이잖아.”
“소속이라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삼극회에서 자란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딱히 삼극회 소속 무인인 건 아니야.”
세령은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삼극회의 그늘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삼극회에 입회한 적은 없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는 해도 명색이 당문의 복수와 재건이라는 숙원이 있는데 미쳤다고 흑도로 전향하겠는가.
“삼극회와는 가끔 대가를 받고 의뢰를 해주는 관계일 뿐이야. 그 이상 깊게 엮일 생각은 없어.”
“흠······. 금사단주 생각은 다른 모양이던데,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인가. 작업해야 하니까 이만 가 봐.”
사흘 뒤에 찾아와. 글로리의 말에 세령은 휘적거리며 손을 휘저은 뒤 공방을 나섰다. 대충 해야 할 일처리도 끝냈으니 숙소에 돌아가서 밤새 달릴 생각이었다.
“······응?”
잠시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 세령은 저 멀리 호텔 벤치에 익숙한 그림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 순자가 골라준 올드스쿨 스타일의 흑색 무복을 입고 앉아있는 사내. 이번 레이스의 일등공신인 목진이었다.
이 양반 아니었으면 우승은 꿈도 못 꿨지. 세령은 빙글빙글 웃으며 목진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뭐야, 술 마시다 산책하러 나온 거에요? 나 볼일 끝나서 마저 달릴 건데, 들어가서 같이 마시······엥?”
목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친근하게 굴던 세령의 말이 뚝 멈췄다.
그녀를 돌아본 목진의 얼굴은, 난생 처음 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때때로 욱하긴 해도 언제나 중심을 잃지 않던 목진이었거늘, 지금 그는 마주한 그녀가 당황할 정도로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혼돈, 경악, 충격, 그리고 불신.
목진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여지껏 본 적 없는 강렬한 종류의 것들이었다.
“······뭐, 뭐야. 아저씨 왜 그래요?”
“세령아······.”
목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세령을 불렀다. 그의 눈동자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흔들리고 있었다.
“예, 예?”
이 양반 대체 왜 이러지. 세령은 처음 보는 목진의 태도에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되물었다.
그에 목진이 일갈하길.
“도대체 이 시대의 정조관념은 어찌 되어먹은 것이더냐······!”
그것은 처음으로 31세기의 결혼관을 마주한 고대인의 절규였다.
정보)
레이스에서 우승한 직후 세령의 호버 바이크는 격렬한 경주 때문에 방사능 차폐막이 손상되어 방사능을 줄줄 흘리는 것도 모자라 엔진 내부에서 소규모 화재까지 일어났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참고로 방사능 피폭은 내공을 운기해서 대충 회복했다.
이번 레이스 우승 덕분에 글로리의 공방 이름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당장 예약으로 잡힌 제작 주문만 스무 건이 넘을 정도다. 기분이 째진 글로리는 홀로 EDM에 맞춰서 둠칫둠칫 몸을 흔들다가 때마침 들어온 세령에게 그 모습을 들켰다.
세령의 우주선에는 따로 차고가 있다. 차고에는 호버 바이크나 소형 비행로켓 등을 넣어둘 수 있지만 세령은 창고로 쓰고 있었다. 당연히 돈 때문이다.
기공방 산하 성계는 무림에서 몇 안 되는 중립지대 중 하나로, 제대로 된 무림인이라면 내공 드라이브를 달기 위해 한 번쯤은 들르는 곳이다. 내공 드라이브를 포함해 QIOS, 무공 특화 사이보그 파츠 같은 무림 관련 기술들은 어느 정도 퀄리티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하고 관리한다. 때문에 고작 행성 한두개 정도 규모에 불과한 토투가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삼극회는 목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목진의 존재 자체가 부담스럽다. 괜히 다른 흑도랑 싸우다가 목진이 엮인다면 그 대가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세령은 삼극회와 친분이 깊긴 하지만, 일단은 삼극회의 소속이 아닌 외부인이다. 몇몇 호사가들은 그녀가 삼극회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평하긴 하지만 일단 당사자가 거리를 두는 만큼 일단은 별개의 소속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시대에서 목진의 옷은 모두 순자가 골라준다. 너무 현대적이지 않고 목진도 만족할 만큼 적당히 고대의 스타일과 비슷한 스타일은 올드스쿨 모던무림 스타일로, 하늘하늘한 고대 무림의 무복에 약간의 현대적인 어레인지가 가해진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은 보통 젋은 무인보다는 나이 많은 문파의 장로급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많다.
31세기의 연애와 결혼 가치관은 21세기 사람이 보기에도 대단히 개방적이고 파격적이다. 당연히 11세기의 목진에게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목진은 서천검후 김연화와 십여 분 정도 대화를 하고 멘탈이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