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75)
우주천마 3077-74화(75/349)
12. 기공철방 Forge World of Warriors’ Galaxy (4)
12. 기공철방 Forge World of Warriors’ Galaxy (4) – 니 아를 낳아도
호텔 근처의 작은 공원. 연화는 느긋하게 산책을 하는 목진을 따라 사뿐사뿐 걸으며 입을 열었다.
“먼저 축하부터 드려야겠군요. 이번 토투가 랠리에서의 우승. 축하드립니다.”
“고맙네. 그대도 이번 대회에서 펼친 무공들이 상당히 인상깊더군. 어찌 지난번에는 그런 무공들을 펼치지 않았는가?”
지난 경기에서 연화가 선보였던 암기술인 천두비룡섬은 목진이 보기에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을 만큼 난해하고 파해하기 어려운 무공이었다. 그저 상대가 말도 안 되는 기감과 반응속도를 가진 목진이었기에 쳐낼 수 있었을 뿐.
이 시대에 대해서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목진이 보기에는 그 암기술만 가지고도 동급에서 적수가 없을 것 같았다.
“과찬이십니다. 나름 암기술에도 재주가 있지만 그래봐야 잡기일 뿐, 소녀의 본 절기는 암기술이 아닌 검이지요.”
“허. 겸양이 과하군.”
목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번에 그녀가 펼친 칠단섬결이라는 무공은 천두비룡섬과는 감히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대단한 무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한 검술에 비한다면 천두비룡섬을 감히 잡기술이라 칭해도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듣자하니 이 시대의 무인들은 본 절기 이외에도 다양한 무공들을 익히고 산다 들었네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무공들도 한번 견식해보고 싶군.”
“선배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옵지요.”
목진의 말에 연화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서로 무공을 주고받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무인에게 또 어디 있겠는가. 골수까지 무공에 심취한 내츄럴본 무림인인 그녀로서는 더없이 바래마지 않는 제안이었다.
문득, 연화는 경기 전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경기 전에 했던 내기의 셈을 해야겠지요.”
“그랬었지.”
분명 경기의 승패에 따라 서로의 소원을 들어주는 내기를 했었더랬다. 부담 없이 가볍게 한 내기인 만큼 사소한 소원 정도만 들어주는 내기.
아쉽지만 경기에서 진 관계로 연화가 내심 생각하고 있던 소원은 말할 수가 없다. 대신 그녀는 눈앞의 대선배가 무슨 소원을 빌 지 궁금해하며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목진이 꺼낸 말은 그녀로서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 내기, 내가 진 것으로 함세.”
“······예?”
연화는 순간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부터 했다. 진 것으로 하자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연화의 고운 아미가 찡그려진다. 아무리 가벼운 내기라 해도 내기는 내기. 선심 쓰듯 가볍게 승패를 뒤집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막 그녀가 따지고 들려는 찰나 목진이 재차 말을 이었다.
“그대는 모르겠지만, 이번 대회에서 나는 약속을 어겼네.”
“약속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조금 민망한 듯한 표정을 지은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그 심판이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일정 수준 이상의 내공을 써서는 아니 된다고.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어.”
“하지만 선배님께서는 그런 많은 내공을 쓰신 적이······아!”
목진의 말에 반박하던 연화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토투가 랠리의 두번째 레이스, 지저혈곡.
목진의 말은 분명 그곳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 용암 속에 들어갔을 때, 나는 본신의 내공을 모두 끌어올려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 경기가 끝난 직후였네.”
일시적으로나마 행성의 맨틀을 일부 움직인 일이다. 아무리 사량발천근의 묘리를 극한까지 담았다 한들 거기에 사용한 내공이 적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흑적에서 선배님을 습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마시게.”
목진이 연화의 말을 끊고 조금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가벼운 내기였다곤 하나 무인의 이름을 건 내기일세. 이 핑계 저 핑계 다 대가면서 그 승패마저 가벼이 한다면 어찌 무인의 이름을 걸었다 할 수 있겠나. 어떤 사고가 있든 그때 정해진 것 이상의 내공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야. 그대가 괜찮다 해도 내가 괜찮지 않다는 말이야.”
사실, 엄밀히 따지면 내기뿐만 아니라 레이싱 대회의 관점에서 보아도 부정행위이긴 했다. 하지만 목진의 입장에서는 경우가 달랐다.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지.’
목진은 외인으로서 천마의 자리에 올랐기에 마인다운 성격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지만, 강자존의 율법과 더불어 한 가지 더 마인다운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목적을 위해서는 편법이나 속임수 또한 거리낌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세령이 사용할 내공 드라이브 코어를 위해서 참가한 대회였다. 우승을 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깟 편법 쯤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까짓 거 들키지만 않으면 그만 아닌가.
반면, 연화와의 내기는 그런 목적성 없이 순수하게 실력을 겨루는 내기다. 당연히 편법을 쓰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었다. 남은 속여도 자신까지 속일 수는 없지 않은가.
무인의 말은, 특히나 그처럼 가볍지 않은 이름을 짊어진 무인의 말은 그만한 무게가 있는 법이다. 여기서 못 이기는 척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 했다가는 제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격이었다.
“······그렇습니까.”
이견은 받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목진의 말에 연화는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서천검후라는 이름을 짊어진 입장이었으니까.
“내기의 기본적인 조건을 지키지 못하였으니 이번 내기는 내가 진 것이네. 그러니만큼 소원도 내가 아니라 그대가 말하는 것이 합당하겠지.”
그대의 소원을 말해보시게. 목진의 말에 연화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리 말하신다면 소녀는 겸양하지 않고 선배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마는, 괜찮으실지요?”
“말해 무엇 할까.”
목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화의 입가가 완만한 곡선을 그렸다.
예의상 한 번 거절도 했으니 이제는 거리낄 게 없다. 연화는 거리낌없이 대회 전에 생각해 두었던 소원을 떠올렸다.
“저는-.”
이윽고 그녀가 입에 담은 말은, 목진으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말이었다.
“선배님의 씨를 받고자 합니다.”
“······어억?”
우드득. 목진의 목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그녀를 향해 돌아갔다.
“아, 그거 나도 알아요. 서천검후 관련해서는 나름 유명한 이야기지 아마?”
“그게 대관절 무슨 소리냐는 말이다! 어찌 정인도 아닌 이에게 대뜸 그리 망측한 말을······!”
“정자기증 좀 해달라는 거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그, 거시기 하자는 것도 아닌데.”
“거시······?!”
“섹스요 섹스.”
“그래요 섹······야, 순자 너 진짜 대놓고 그런 말 할래!?”
“왕언니는 평소 이미지랑 다르게 이런 쪽 얘기만 내성이 없다니까요. 제가 뭐 못할 말 한 것도 아니고.”
“······섹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아, 영어는 모르시는구나. 성관계요. 교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좀 무협지스럽게 음양합일?”
“떼, 떽!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워서······!”
“목진 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안드로이드는 날 때부터 성인이거든요? 제가 생긴 건 이래도 합법이라구요.”
“그건 또 무슨 망측하기 그지없는······.”
“아 좀, 그런 이야긴 나중에 하고, 일단 이야기나 계속 해 봐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선배님의 아이를 갖고 싶습니다.”
“어어억!?”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들어온 추가타.
목진은 혼란에 빠졌다.
“지, 지금 그것이 무, 무슨······.”
어찌나 당황했는지 부동심이고 나발이고 말까지 더듬으며 혼란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는 목진. 그런 목진을 보며 연화가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전에 선배님과 검을 섞었을 때, 소녀는 확실히 느꼈습니다. 꼭 이분의 씨를 받은 아이를 갖고 싶다고.”
연화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 눈빛을 마주한 목진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아니, 아니아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네. 거기서 갑자기 왜 남녀의 정을 느낀다는 말인가?!”
차라리 호승심을 느꼈으면 느꼈지 남녀의 정이라니, 이게 웬 날벼락 같은 소리라는 말인가. 목진의 이마에 식은땀이 또르륵 흘렀다.
그런데 정작 연화는 목진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남녀의 정이라니요? 소녀는 아이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인가! 애당초 그대는 혼인을 하여 장성한 자식도 있지 아니하던가!?”
“제게 자식은 있지만 혼인은 한 적이 없습니다마는?”
“······.”
대관절 언제부터 혼외자식을 가졌다는 일이 이리도 당당하게 밝힐 일이었던가. 목진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런 목진을 보며 연화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하고 쳤다.
“그러고 보니 선배님이 살던 시대와 지금의 결혼관은 좀 차이가 있을 수 있겠군요. 제가 미쳐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혼란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가볍게 꾸벅 고개를 숙인 연화가 말을 이었다.
“저는 딱히 누군가와 혼인을 하거나 연인관계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인정할 만큼 뛰어난 무인들의 유전자······그러니까 씨와 제 씨를 수정시킨 뒤 인공자궁을 통해 아이들을 낳았을 뿐이지요.”
“······그 말은 즉 다른 사내들 여럿과 정을 통했다는 말이 아닌가.”
남의 사생활이니만큼 딱히 남자 여럿과 관계한다고 경멸하듯 바라볼 생각은 없으나, 그것이 저리 자랑하듯 말할 건 아니지 않은가. 목진은 떨떠름한 기분을 숨길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연화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따로 성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아도 인공수정이라면 아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검을 수련하기도 부족할진대 굳이 남녀상열지사를 고집할 필요는 없지요. 고대에는 그런 기술이 없었는지요.”
“······내가 온갖 사이한 술법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있으나 그런 건 난생 처음 듣는 이야기일세.”
남녀가 정을 통하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생긴다니, 황새가 물어다주는 것고 아니고 세상 천지에 그런 말도 안되는 게 어디 있냐. 목진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간신히 되삼켰다.
“인공수정과 인공자궁 기술 덕분에 아이를 직접 낳지 않아도 상관없답니다. 지금의 시대에는 그리 특이할 것도 없는 일이지요.”
아 그리고. 연화가 덧붙였다.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 말씀드리는 사족입니다만, 소녀가 씨를 받은 무인들 중에서는 사내 뿐 아니라 여인들도 있습니다.”
“뭣이라?!”
설명을 들었는데 가면 갈수록 혼란해진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목진은 비틀거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나는······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네. 이게 도대체······.”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선배님이 동의만 해 주신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까지 소녀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선배님께서 신경쓰실 일은 최대한 없도록 신경쓰겠습니다.”
목진은 멍하니 연화를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의 반의 반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한 말을 들어보니 단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이 시대에서 평범한 일이라고 하여도, 적어도 자신만큼은 그녀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목진은 단언하며 고개를 저을 수 있었다.
“그건 아니 될 말일세.”
정보)
누가 마도 아니랄까봐, 목진은 딱히 편법이나 꼼수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방법을 써서라도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 또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다만, 무공에 있어서만큼은 예외이다.
사실 목진이 제한 이상의 내공을 사용한 것은 입만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모른 채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지만 목진은 그러지 않았다. 양심 때문은 아니고, 순전히 본인의 프라이드 때문이었다.
연화는 자존심 때문에 굴러온 복을 발로 찰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세령은 걸걸한 입담과는 달리 음담패설 관련 주제에는 대단히 약한 편이다. 아직 속에 소녀감성이 남아있어서 그렇다.
반면 순자는 음담패설에도 거리낌이 없다. 애초에 안드로이드는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를 포함해 온갖 지식들을 섭렵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모르는 게 없다. 때문에 안드로이드는 연령에 관계없이 합법이다.
목진과 연화의 대화는 서로간에 핀트가 안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