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84)
우주천마 3077-83화(84/349)
13. 제갈공주 Princess of the Great Jegal (6)
13. 제갈공주 Princess of the Great Jegal (6) – 수틀리면 인맥찬스를 쓰면 된다
“······.”
세령은 제 손이 으스러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붉은 핏방울이 배어나왔다.
이다지도 간단한 일이었던가. 수 년 동안 무던히도 자신을 괴롭혀 왔던 자들을 무릎꿇리는 것은.
차마 검을 맞댈 생각이 들지조차 못할 정도로 강한 이들이었다.
익힌 무공의 수준 차이.
내공 드라이브의 출력 차이.
가진 장비의 스펙 차이.
가문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보이지 않는 경험의 차이.
고작 무공에 대한 재능 하나 믿고 따라잡기에, 그녀와 그들이 가진 것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좋은 신발 하나 있다고 바이크를 탄 이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건 자격지심이었다. 태어나길 같은 곳에서 태어났을지 모르나, 결국은 밑바닥의 밑바닥까지 떨어진 그녀이기에 더더욱 사무치게 느껴지는 그런 자격지심.
그깟 무재(武材) 좀 더 뛰어난 게 다 무슨 소용일까, 결국 다른 모든 것이 저 멀리 뒤쳐져 있는데. 세령이 그리도 내공 드라이브의 등급에 집착한 까닭은 그 때문이었다. 자격지심을 떠나서 그것이 냉엄한 현실이니까.
좋은 내공 드라이브를 가진다 해도 약간의 가능성이 생기는 정도에 불과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 조금의 가능성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떠한가?
그 걸어다니는 전쟁병기와 같은 무림세가의 직계혈족을 무릎꿇린 것은, 돌고 돌아 결국 압도적인 무(武)가 아닌가.
아마 목진으로서는 그저 버릇없는 후기지수들을 훈계할 뿐인 비무였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세령에게만큼은 전율스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건 그동안 그녀를 짓누르던, 현실이라는 이름의 고정관념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현실이라는 미명 하에 억눌려있을 수밖에 없던 무인 당세령의 본질이 아주 조금이나마 눈을 뜨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령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패배함으로서,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던 오대세가의 눈이 자신을 향하게 될 것을 깨달았기에.
“······패배를, 인정합니다.”
참담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제갈희가 고개를 떨구며 패배를 선언했다.
동등한 조건에서의 패배.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유리한 조건에서의 패배다. 상대는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오대세가의 주력 무공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원시의 고대인이었으니까.
비록 그녀의 강모어선술이나 남궁천의 창룡후가 그 본연의 위력에 미치지 못하는 미완의 무공이라고는 하나, 그 상태로도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만큼 고강한 무공. 그런 비전절기를 꺼내 합공을 하고도 목진의 옷자락 하나 건들 수 없었으니, 그 어떠한 말로도 그들의 패배를 변명할 수 없었다.
가문의 명예를 지키지 못해 참담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두 사람. 반면 목진은 그래, 하고 평탄한 목소리로 그들의 패배를 수긍했다.
“그러면 이만 가보거라. 이왕이면 그 시답잖은 암계도 그만 두고.”
“그것이······전부입니까?”
싱거운 목진의 대답에 두 사람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친목을 다지는 것이 목적인 정파간의 친선비무라면 모를까, 비무를 했으니 응당 승패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지 않은가.
세가의 무공이나 보물. 아니면 막대한 보상금. 어쩌면 세가의 힘.
승자의 권리로서 양 세가에 무언가를 요구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두 사람으로서는 별다른 요구사항 없이 그들을 보내주는 목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생각이었다.
당사자들이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모르지만, 목진으로서는 비무의 승패를 가르는 일에 하등 관심이 없었다. 그는 이 비무 자체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니까.
“내 무림세가의 생리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너희의 어리광에 어울려주긴 하였으나, 이것은 내게 비무라 할 것이 되지 못한다. 그저 강호의 선배로서 후배에게 가르침을 내렸을 뿐. 단지 그 뿐인 일이다.”
목진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말인즉슨, 애초부터 두 사람은 목진과 대등히 겨룰 자격이 없다는 말이었으니까. 하다못해 피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았을 정도로.
“······후배들에게 모욕을 주려 하십니까.”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이 내가 구태여 너희를 모욕할 이유가 있느냐? 억울하다면 네 약함을 탓하거라.”
으드득. 두 눈에 핏발이 선 남궁천이 이를 악물었다. 남궁제일검 창천검제의 직계 손자이자 남궁세가의 내일을 이끌어갈 후기지수로서, 이러한 굴욕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이리 굴욕을 줄 바에야 차라리 목숨을 거두는 것이 나았다.
명문세가의 후기지수란 흔히 고대 무협지에서 나오는 후기지수와 달리 실질적으로 세가를 이끌어 가는 주축이다.
가문의 큰어른들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완성된 무공과, 가문의 운영에 있어 자체적인 결정권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무림세가의 후기지수.
강호에 출도할 때부터 배분을 떠나 강호의 명숙으로 대우받는 그들이 언제 이런 식으로 애송이 취급을 받아보았겠는가. 목진의 입장에서야 과거의 무림에서 후기지수를 대하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할 뿐이었지만, 현대 무림에서는 다분히 모욕적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처사였다.
당장에라도 그 말을 취소하라 소리치고 싶었지만 남궁천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이 패자임을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힘이 지배하는 강호무림에 약자의 목소리가 자리할 곳은 없었다.
“······.”
이루 말할 수 없는 굴욕감을 느끼는 것은 제갈희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그녀가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목진이 두 사람에게만 들리게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니 가서 너희의 가주에게 이르거라, 머잖아 본존이 당문의 후예와 함께 너희의 세가에 찾아가 직접 당문비사의 책임을 묻겠노라고.”
“······진심이신지요?”
“본존이 허언을 할 필부로 보이느냐?”
목진의 확언에 제갈희가 아연실색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비무 전 은연중에 사천당가의 멸문에 관계가 있음을 암시할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대놓고 선전포고를 할 줄이야.
세가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야 이 드넓은 우주무림에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그것이 사황오제에 버금가는 절대고수라면 결코 가벼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꿀꺽. 남궁천이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당문비사. 십수 년 전에 일어난 오대세가의 참혹한 비극.
세월과 암투 속에 묻혔던 과거의 불씨가 다시금 불타오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에요?”
제갈희와 미래세가회, 덤으로 흔투가까지 떠나간 뒤, 간신히 내상을 다스린 세령이 창백함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목진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까지 꼬인 걸까. 당초의 계획으로부터 한참 벗어나버린 상황에 세령은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맡겨달라고 했잖아요. 다 계획이 있었다고요! 그대로 그년을 속여넘겼으면, 시발, 내공 드라이브 문제는 해결이었다고!”
“진정하거라.”
“계획이 전부 파토났는데 어떻게 진정해요! 간신히 찾아낸 유일한 기회였는데, 이번 고비만 넘기면 더 이상 이따위 조잡한 이류무공 따위에 목 맬 필요도 없었는데!”
탄식으로 시작한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절규로 변해간다. 세령은 반쯤 이성을 잃은 채 목진에게 악다구니를 써댔다. 그만큼 그녀에게 내공 드라이브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였다.
사천당가가 건재하던 시절 이식받은, 낮은 출력의 훈련용 내공 드라이브. 내공의 안정성과 내구력 모두 흠잡을 데 없는 명품이지만 턱없이 낮은 출력 탓에 상승무공을 익힐 수 없는 한계를 지닌 내공 드라이브다.
십여 년이 넘도록 내공 드라이브에 발목잡혀 이류무인의 경지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무인. 그런 그녀가 품고 있는 한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꿈도 희망도 없던 삶 속에서 기연에 기연을 거듭해 간신히 한 줄기 빛을 찾았건만, 그 기회가 눈앞에서 날아가 버렸다. 세령이 이성을 잃고 광분하는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왜 하필 이럴 때······.”
“······.”
자신의 옷자락을 부여잡은 채 소리 없이 오열하는 세령을, 목진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약자의 설움을 알지 못한다. 한때 잠시 무공을 잃은 적은 있을 지 몰라도, 한 평생 약자로서 멸시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천마 이목진은 세령에게 공감할 수 없었다.
목진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충동적인 결정이 아닌, 숙고 끝에 낸 결론이었다. 만일 처음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는 망설이지 않고 같은 결정을 내렸으리라.
때문에, 목진은 일말의 미혹도 없는 목소리로 말할 수 있었다. 비록 그녀에게 공감할 수는 없을지언정, 그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세령아. 나는 네가 왜 그 치들에게 고개를 숙이려 했는지 안다.”
“안다고요? 거짓말 마요. 내 생각을 알았다면······!”
“하지만!”
목진은 세령의 말을 끊고 힘주어 말했다.
“적어도 네가 넘어서야 할 자들 앞에서만큼은 고개를 들고 허리를 꼿꼿이 펴거라.”
“목진 님, 지금 그런 말씀은······.”
일단 듣거라. 손을 들어 자신을 말리려 하는 순자를 멈춘 뒤, 목진은 세령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평생 저 치들을 넘을 생각도 못 하고 살아갈 테냐? 그깟 뒷방 늙은이들 몇 쓰러트리고 만족할 것 같느냐고 묻는 것이다. 내가 본 사천당가의 후예 당세령은 그렇지 않았다. 기왕 복수를 하려 한다면, 지금까지 너를 업신여기던 저 오대세가 전부를 발 아래 두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목진의 물음에 세령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누군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그것이 너무나도 허황된 바램이기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것을.
“······내가 아저씨처럼 세상살이 편한 무공고수인 줄 알아요? 댁 한테는 해볼만 한 일일 지 모르죠. 근데 나 같은 삼류한테는 꿈에서도 못 이룰 일이에요. 왜일 것 같아요? 당연한 거 아냐?”
약하니까. 씹어뱉듯이 내뱉은 세령의 얼굴이 비참함으로 물들었다.
“저 빌어먹을 오대세가의 문을 두드리려면, 최소한 그 앞에 설 자격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 최소한의 자격조차도, 나한테는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다고요.”
세령은 겨우 최상급 내공 드라이브 하나 얻는다고 모든 게 다 잘 풀릴 거라고 대책없는 낙관론을 펼칠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녀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고 있었다.
복수의 대상인 노괴들이야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된 만큼 급격히 끌어올린 실력으로도 승부를 걸어볼 만 하지만, 실질적으로 각 세가 무력의 정점에 자리한 현역의 가주들은 말 그대로 걸어다니는 일인군단이나 다름없다. 자신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수십 년이 넘도록 무공을 연마한 괴물들을 어떻게 쓰러트린다는 말인가.
만에 하나라도 그녀가 엄청난 깨달음을 얻어서 절대고수의 반열에 오른다 해도, 그것만으로 무림세가의 아성에 도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녀가 말한 ‘자격’이란 일신의 무력뿐 아니라 세가라는 집단과 겨룰 만한 세력, 경제력, 무공을 총망라한 거대한 인프라니까.
수천의 무인과 수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무가도 그만한 세력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감히 스스로 세가라 칭하지 못한다. 세가의 이름이란 그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가진 것 없는 자신의 앞에서 오대세가에 도전하라니. 세령은 마치 자신의 약함을 조롱받은 기분에 목진에게 배신감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자격이 있으면 도전하지 못할 건 없다는 말이렷다.”
하지만 목진은 그런 그녀의 반응에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를 끌어올렸다.
“그렇다면 그 자격, 내가 얻게 해 주마.”
“······그건 무슨 소리에요.”
북받쳐 올라온 감정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세령이 되물었다. 목진이 팔짱을 끼며 답했다.
“내 너의 복수행을 돕겠다 하지 않았느냐. 자격이 부족하다면 그 자격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합당한 것이겠지.”
“설마 내가기공 이야기에요?”
이미 그 이야기는 끝난 줄 알았는데. 목진의 말에 세령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간의 경험으로 내가기공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녀가 내가기공을 익힐 생각은 없었다.
목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순자를 흘긋 본 뒤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 건은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해주마.”
사천당가의 재건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목진은 아직 확실하게 순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고, 세령에게 그만한 각오가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지금은 네 내공 드라이브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지.”
그게 안 되니까 이러는 거잖아요. 다시금 욱하고 올라오는 말을 억지로 씹어삼킨 세령이 지쳤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이미 늦었어요. 머잖아 제갈세가랑, 아니 오대세가 전부랑 척을 진 게 사방에 소문날 텐데 어떤 간 큰 장인이 의뢰를 받겠어요.”
설령 목진의 경고를 순순히 받아들여서 제갈세가가 손을 떼겠다 선언하더라도 의미는 없다. 어떻게 새로운 루트를 찾는다고 쳐도, 고작 비공식 의뢰 때문에 오대세가와 얼굴 붉힐 일을 감수할 이는 없을 테니까.
그러나 목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글쎄,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 이도 한둘 쯤 있지 않겠느냐.”
일단 소개를 받았던 그 정가라는 장인부터 만나보자꾸나. 목진은 가만히 서 있는 세령을 지나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세령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런 목진의 등을 쳐다봤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러는 걸까.
그렇게 몇 발자국을 걸었을까. 잠시 걸음을 멈춘 목진이 세령을 향해 말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하였지. 정 방법이 없다면 내 책임지고 어떻게든 내공 드라이브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 용가나 검후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니 걱정은 접어두거라.
그 말에 세령은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것이 목진의 호언장담 때문인지, 아니면 전 화산파 문주와 서천검후의 이름 때문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정보)
세령은 성장환경 상 보통의 무인보다는 훨씬 세속적인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가 무인임을 완전히 부정하진 않는다.
세령의 무공에 대한 재능은 어지간한 명문세가의 후계자 이상으로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내공도 부족하고, 무공도 근본없고, 장비도 형편없고, 수천년 이어진 노하우도 없기 때문에 명문세가 후계자와 붙으면 필패한다. 내공 드라이브와 무공 문제가 해결된다 쳐도 가주급과 붙으면 매우 불리하다.
세령이 여태까지 어떻게든 아득바득 성장한 것은 오대세가에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대세가가 작정하고 견제하면 세령 혼자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다.
제갈희의 강모어선술과 남궁천의 창룡후는 그 오의를 깨우치지 못한 미완성의 무공이다. 각 가문의 가주급들은 완전한 무공을 익히고 있다. 물론 미완성의 상태로도 실전성은 충분하다.
목진에게 두 사람과의 싸움은 비무라기보다는 단순한 훈계에 불과했다.
남궁천은 현 남궁제일검인 창천검제의 직계 손자다. 남궁세가 후기지수들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프라이드도 꽤 있는 편이다.
남궁세가의 태상가주인 창천검제는 노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현경의 경지에 올라 오대세가 내 최고수로 손꼽히는 이들 중 하나다.
목진은 나름대로 생각해서 일을 벌이긴 했지만, 오대세가에 선전포고를 한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세령은 내공 드라이브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상승무공을 익히지 못했고, 그래서 쌓인 설움이 많다. 심지어 상대가 목진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멱살잡이를 할 뻔했다.
세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무력과 세력 양쪽이 필요하다. 세령의 경우에는 당가의 후예이기 때문에 인류정부의 인정도 필요하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목진은 되도록 용적산이나 김연화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먼 후배들에게 체면이 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