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97)
우주천마 3077-96화(97/349)
16. 용살흑마 Demon the White Dragon Slayer (3)
16. 용살흑마 Demon the White Dragon Slayer (3) – 미친 강호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간단한 일이다.
분명 방주는 그렇게 말했었다.
괴물딱지 같은 절대고수는 백룡대가 묶을 테니 공방에는 A급에도 못 미치는 무인과 평범한 안드로이드 하나밖에 없을 거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악군방의 부방주, 흑경비조(黑鏡飛爪) 비오르 J. 스콧은 다른 임무 때에 비해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우주선에 올라탈 수 있었다.
염화나찰 세령은 주로 활동하는 성계에서는 그런대로 인지도 있는 무인이긴 하지만 그건 캐릭터가 강해서일 뿐 무공이 특출난 것은 아니다.
당장 비오르 자신이 나설 것도 없이 상위급의 방도 두세 명만 붙이면 어렵지 않게 제압이 가능한 수준이었으니까.
타겟인 염화나찰의 우주선 조종 실력이 전문 파일럿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나다는 정보에 혹시 모를 도주를 대비하여 방도들을 대동했지만, 비오르는 그마저도 걱정하지 않았다. 제갈세가로부터 받은 정보에 의하면 그녀는 현재 내공 드라이브 이식 수술에 들어가 있을 테니까.
서천검후도 때려잡았다는 그 괴물딱지 절대고수를 상대하러 간 제갈홀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번 임무는 정말 꿀을 빠는 것과 같이 편한 임무다. 비오르와 부하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 파고들어! 그래봐야 구식 방어시설밖에 없······으악!
– 존! 존이 당했습니다!
– 저게 어딜 봐서 구식 방어시설인데?!
– 메인 엔진 피탄! 기체 컨트롤이 안 돼!
– 탄막 때문에 타겟에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부방주님, 지시를!
아니 미친. 비오르가 욕설을 내뱉었다.
평범한 안드로이드? 그는 이딴 걸 정보랍시고 넘긴 제갈세가의 정보팀을 싸그리 족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구식 조준 보정 모듈도 없는 골동품 방어시설 이십여 개로 회피기동을 하는 우주선을 요격한다니. 저게 어딜 봐서 평범한 안드로이드란 말인가.
심지어 그들의 우주선에 장착된 회피 시스템은 메이드 인 제갈 제품으로 최신 민수용 방어시설을 상대로도 피탄율 5% 미만을 자랑하는 놈이다. 그런 걸 달고 있는 우주선을 수동으로 격추한다고? 어지간한 상위 클래스의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오르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그래그래, 우리 임무가 쉽게 풀릴 리가 없지.”
순자라고 했던가. 깜찍하게 생긴 외형과는 달리 교활하기 그지없는 안드로이드 년은 자신들이 방어시설의 사정거리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공격을 시작했다.
열여덟 기의 우주선 중 삼분지 일이 당하는 데에는 고작 오 분도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임무를 완수한다.’
허무하게 부하를 잃은 것은 뼈아프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냉정해야 한다. 제갈홀과 함께 악군방을 이끌면서 맞닥트려온 비공식 임무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 정도 돌발상황은 그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비오르는 회피기동을 믿고 순자가 펼치는 탄막을 파고들어가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회피기동을 대부분 예측해서 조준함은 물론, 조종사가 임기응변으로 페이크를 넣어도 모조리 간파하는 것을 보면 가망이 없는 작전이었다.
“매스 캐논이 문젠데.”
에너지 캐논이야 우주선의 출력을 실드로 돌리게 하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사이로 날아 들어오는 질량탄이다. 그들이 탄 우주선으로서는 전하 실드로도 녹일 수 없는 고질량의 포탄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럼 방법은 하나밖에 없군. 우주선의 제어를 보조 AI로 돌린 비오르가 곧바로 통신채널을 열었다.
“전부 내 우주선의 후미에 원추형 진을 짜서 모여. 출력의 구 할을 실드로 돌린다.”
– 부방주, 그러면 매스 캐논의 질량탄을 피하기 어려워집니다.
“그건 신경 쓰지 마.”
질량탄은 내가 처리한다. 외우주 호흡기를 단 비오르가 우주선의 콕핏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호리호리한 체형과는 달리 기형적일 정도로 육중한 금속재질의 양 팔. 그리고 그런 팔에 달린 흉흉한 칼날 손톱. 일상생활조차 힘들어 보이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재주도 좋게 뾰족 선글라스를 쓴 비오르의 시선이 저 멀리 보이는 직념공방을 향했다.
마침 매스 캐논 하나가 이쪽을 조준하고 있는 상황. 비오르는 의기양양하게 자신을 겨누고 있을 안드로이드를 향해 가볍게 중지를 치켜올렸다.
“흥, 무기 좀 다룰 줄 안다고 무림인을 만만하게 보면 쓰나.”
무림인이 우주공간에서 극히 취약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고수라면 피치 못할 우주전을 대비한 한 수는 있는 법. 민수용 무기, 그것도 나온 지 백 년도 더 되어보이는 구형이라면 까짓 거 처리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와라. 양 손을 앞으로 내민 그가 중얼거림과 동시에 매스 캐논이 발사됐다.
질량탄은 음속을 한참 초월한 속도로 쏘아지지만, 의식각성모듈을 이식한 고수의 의식은 그보다 더욱 빠르다.
‘지금.’
눈 깜짝할 새 지척까지 다가온 질량탄을 비오르가 인식한 순간, 그의 양손에 달린 칼날 손톱들이 채찍처럼 길게 늘어나며 질량탄을 향해 튀어나갔다.
정면을 향해 날아오는 드럼통만한 질량탄을 가르며 산산조각을 내버리는 열 개의 칼날 손톱. 손톱의 궤적을 따라 조각조각이 난 질량탄의 잔해들은 우주선의 고전하 실드를 뚫지 못하고 불타 사라졌다.
캬, 이게 무림인이지. 우주공간이라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비오르는 팔을 타고 느껴지는 통쾌한 감각에 사납게 웃어제꼈다.
자, 그럼 이제 매스 캐논 하나 믿고 개기던 건방진 안드로이드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으려나. 비오르는 당황하고 있을 순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들리지 않을 환영인사를 건넸다.
“강호무림에 온 걸 환영한다. 개년아.”
어떡하지.
순자는 초조한 얼굴로 동동 발을 굴렀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컨트롤 룸의 스크린에는 기어코 콜로니 외벽에 구멍을 뚫은 습격자들이 하나둘씩 공방 콜로니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원래의 계획대로였다면, 저들은 공방에 접근하기도 전에 모조리 우주의 먼지가 되었을 텐데.
순자는 처음부터 자신이 있었다. 방어시설이 열악하긴 해도 무기 하나하나를 제 수족처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그녀라면 전문 조종사도 아닌 무림인들의 우주선쯤은 눈 감고도 맞출 수 있었으니까.
적어도 흑경비조 비오르가 앞으로 나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총알 던져서 우주선을 격추하는 목진처럼 규격 외의 인종도 아니고, 설마하니 날아다니는 우주선 위에서 쏘아지는 고질량 포탄을 박살내 버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원래 A급 이상의 무림인들이 상식을 엿 바꿔 먹은 작자들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실감하고 싶진 않았다.
물론 순자라고 아무런 시도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실드 출력을 최대로 올린 채 천천히 다가오는 우주선들을 보고 기겁한 그녀는 에너지 캐논을 과충전시켜서 집중조사하거나 매스 캐논을 시간차로 쏘아내는 등 온갖 방법으로 습격자들을 방해했다.
하지만 열악한 무장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던 걸까. 비오르는 그런 순자의 방해공작들을 모조리 박살내며 기어코 아홉 대의 우주선을 공방에 붙이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방법이 안 보여······.’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다?
불가능하다. 한시가 급박한 상황에 제때 올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그 누가 제갈세가라는 거대한 문파를 상대하려 들겠는가. 그나마 서천검후 김연화 정도가 목진과의 친분 덕에 어떻게든 도움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얼마 전 남쪽 우주로 떠난 뒤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순순히 투항한다?
구파일방처럼 정의의 수호자 같은 포지션까지는 아니지만, 오대세가도 명색이 정파인 만큼 투항한다면 목숨을 보장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부 카메라에 찍힌 습격자들의 모습을 본 순자는 투항하려는 생각을 일찌감치 지울 수밖에 없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한 명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암녹색 복장을 한 채 복면을 쓰고 있는 이들. 개중 일부는 아예 작정했는지 시설 내부 돌파용 장비까지 갖추고 있었다.
더욱 중요한 건, 이들이 제갈세가 소속의 무인이 아니라는 것. 흉흉한 기세를 보니 정파인지도 장담할 수 없어 보였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곧, 정파답지 않게 대응하겠다는 뜻.
결국 제갈세가는 자신들에게 사천당가의 마지막 후예로서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원한을 가지고 있는 세령을 제거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도를 읽은 이상 순순히 투항해 봐야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다.
애초부터, 자칭 정파라는 인간들이 이렇게 양동 작전으로 뒤통수를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평소의 제갈세가가 음흉한 계책을 자주 꾸미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유리한 상황에서까지 수작질을 부리는 것을 즐기는 이들은 아니었다.
결국 현재로선 목진이 백룡대에게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 최선인 셈이다.
하지만 제갈세가의 재밍 때문에 통신조차 할 수 없는 목진이 언제 올 줄 알고 버틴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리 생각하고 싶진 않은 가정이긴 하지만, 상대가 오버 S급의 고수들을 전문적으로 격퇴한 전적이 있는 그 백룡대인 이상 목진이 패할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왕언니 만큼은 지켜야 해.’
깊게 심호흡을 한 순자의 눈에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령의 안전뿐이다. 좋아 마지않는 돈도, 꽤 신뢰할 수 있는 동료인 목진도, 심지어 순자 저 자신조차도 세령의 안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내공 드라이브 이식 수술 중인 세령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킬 수는 없다.
이미 공방 안을 휘젓고 있는 습격자들을 막을 방법도 없다.
항복을 한다 해도 높은 확률로 살인멸구를 당한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선택지를 시뮬레이팅하던 순자의 인공두뇌가 한 가지 해결책을 도출해냈다. 낮은 가능성이나마 어떻게든 세령의 안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은인들에게······.’
지금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승부를 걸어야만 했다. 다만 도의적인 문제가 있을 뿐.
“미안해요.”
그러나 후폭풍에 대해 고민할 틈도, 사적인 감상에 빠질 틈도 없다. 순자는 곧바로 컨트롤 룸의 중앙 콘솔이 있는 자리에 앉아 접속단말에 손을 올린 뒤 공방의 메인시스템에 접근했다.
– 접근 확인. 액세스 코드 요청.
조금 전에는 청원에게 받은 액세스 코드를 입력해서 방어시설을 통제할 권한을 얻었었다. 하지만 순자는 액세스 코드를 입력하지 않고 곧바로 공방의 중추 시스템에 접근을 시도했다.
– 경고. 허가되지 않은 접근.
“나도 알아.”
순자는 시스템의 경고를 가볍게 무시하며 시스템 방화벽의 취약점을 찾았다.
“그런데 이번엔 정상 루트로 들어갈 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널 좀 망가트려야겠어.
순자는 무감정한 목소리로 시스템의 루트 권한을 얻기 위해 파상적인 해킹공격을 시작했다.
작가의말
.
<아래 정보)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스토리 진행에 지장이 없는 잡다한 설정놀음입니다. 흐름이 끊기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
정보) 흑경비조 비오르 J. 스콧의 풀네임은 비오르 제갈 스콧으로, 제갈세가 방계 출신의 A+급 무인이다. 그는 호리호리한 체형의 쾌남형 미남으로 강호넷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의 고수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장비한 무기 겸 의수인 분쇄참륙조(分碎斬戮爪)는 열 개의 합금 칼날 손톱들을 수십 장의 길이로 늘여 쏘아내는 기능이 있다. 비오르의 트레이드마크는 매우 뾰족뾰족한 선글라스와 상어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보이는 상어 미소다.
정보) 질량탄을 분쇄하는 모습을 본 순자는 답지 않게 무림인 개새끼를 외쳤다.
정보) 서천검후 김연화는 지난 토투가 레이스 때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남쪽 우주로 수련을 위한 여행을 떠났다.
정보) 순자는 철시귀옹 사건 이후로 목진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세령에 비해선 우선순위가 밀리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