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s Youngest Son is a Warlock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황제, 케틀란 테슬라(3)
[내가 따라갈게.]라타 혼자 보내기가 걱정스럽던 베델이 손을 슬쩍 들었다.
―후후. 베델이 라타를 보면 깜짝 놀랄걸? 세상에나. 라타가 이렇게 똑똑하다니 하면서!
“문 열어줄게, 라타.”
―아니야. 라타가 할 수 있어. 봐봐.
라타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다 힘차게 뛰어서는 문에 매달렸다.
‘달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봤지? 라타는 다 잘해. 이히히.
라타는 문틈 사이에 앞발을 집어넣고는 이어 얼굴로 비집으며 문을 열었다.
―갔다 올게!
라타만 보냈으면 모르겠지만, 베델까지 함께 가니 루시온은 마음이 놓였다.
* * *
저택의 밤은 무척 어두웠다.
라타의 까만 털은 어둠에 묻히기에 아주 최적이었다.
라타가 제일 좋아하는 건 바라만 봐도 좋은 자신의 발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일이었다.
킁킁.
라타는 또 냄새를 잘 맡았다.
헤인트의 방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지만, 트로에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따뜻한 냄새가 났다.
복도를 달리고, 계단을 내려가고, 사람들이 보이면 구석에 들어가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그렇게 다 똑같아 보이는 문 앞에 앉아 앞발을 가리켰다.
―여기야! 여기! 라타가 찾았어!
[대단한데, 라타?]베델은 벽 너머를 살피다 깜짝 놀랐다.
정말 헤인트의 방이었다.
라타가 기척이 거의 없는 편이라는 걸 알지만,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도착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라타. 안에는 헤인트가 있어. 어떻게 들어갈 거야?]베델이 라타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라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라타 봐봐라.
라타가 문을 향해 돌진했다.
쿵!
쿵!
[…라타?]베델은 웃음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아이코.
라타는 아픔을 꾹 참고 문이 열리는 곳에 몸을 웅크렸다.
“누구세요?”
헤인트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라타는 문이 열리자마자 우다다 뛰어서 물고 있던 쪽지를 책상에 올리고 창문으로 뛰었다.
‘뭐지?’
주변을 살피던 헤인트는 어리둥절한 표정과 함께 눈동자를 굴렸다.
주변에서 어떤 기척도 느껴지질 않았다.
‘분명히 소리를 들었는데?’
헤인트는 여전히 한쪽 눈썹을 올리며 문을 닫았다.
곧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금 전에는 없었던 쪽지 하나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쪽지를 읽고 난 후에 헤인트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내가 황실과 연락이 닿은 건 또 어떻게 알았대?’
* * *
루시온은 하멜로서 마차에서 내렸다.
다시 황궁으로 왔다.
그때 느꼈던 황궁의 위엄이 살갗에 닿기도 전에 황궁 주변을 둘러싼 빛의 불쾌감에 속이 울렁거렸다.
베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실에 이토록 많은 빛이 깃든 물건이 있는 줄은 몰랐다.] [저번에 루시온이 저 속을 뚫고 들어갔어. 그때도 제대로 치우지 못했으니 지금이라고 치우겠어? 그때는 골골거렸는데 지금은 빛 내성이 쌓여서 그대로 좀 버티네.]―맞아. 라타도 그땐 기운이 없었어.
러쉘의 말에 라타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이야.”
헤인트가 밤을 틈타 황실의 샛길로 루시온을 안내했다.
마차에 내리기 전, 헤인트는 약속이 워낙 급하게 잡힌 터라 황궁에 빛을 치우지 못했고, 대신 황제가 빛이 없는 곳에 먼저 대기하고 알려주었다.
“수작 부리지 마라.”
카슨이 루시온의 뒤를 따라가며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내가 여기서 뭔 짓을 저지르면 죽기밖에 더해?”
루시온은 살짝 짜증이 났다.
루시온으로서 만난 카슨은 참 좋은 형이었지만, 하멜로서 만난 카슨은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놈이었다.
마차에서 잠 좀 자고 싶은데 카슨이 그조차 하지 못하게 자꾸 자신을 툭툭 건드렸다.
“그런데 하멜.”
헤인트가 입을 열었다.
“너 부상은 괜찮아? 카슨이 널 찔렀다며?”
“괜찮을 리가 있어? 오러에 휘둘린 검이었는데.”
“제법 마음에 드는 소리네.”
카슨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형님 때문에 진짜 고생했습니다!’
루시온은 목까지 올라오는 간지러움을 참느라 목에 핏대까지 섰다.
[카슨. 너 나중에 하멜이 루시온인 거 알면 어쩌려고 그래. 후회하기 전에 정도껏 해.]처음에는 카슨이 루시온을 놀리는 게 재미있어 구경하는 맛이 있었지만, 슬슬 조마조마했다.
자신이 꺼낸 말처럼 카슨이 하멜의 정체를 알아버리면 그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 됐다.
카슨이 루시온을 얼마나 아끼던가.
[나는 이제 너무 아슬아슬해 보여서 좀 걱정돼.]베델도 마찬가지인지라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저도 좀 걱정이 되긴 합니다.’
두 사람의 걱정에 루시온은 문득 미루고 있었던 걱정이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내었다.
헤인트가 걸어가다 말고 뒤를 돌아보며 루시온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너를 보면 볼수록 내가 아는 사람을 닮았어.”
“누구?”
“루시온 크로니아. 뭔가 무리하는 모습이 루시온을 떠올리게 되네.”
“헤인트.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그 말에 카슨이 바로 발끈했다.
어디 붙일 게 없어서 자신의 동생을 언급하다니.
“이봐, 카슨.”
루시온은 카슨을 불렀다.
“내가 네가 알던 사람이면 어쩌려고 이래?”
“그럴 리가 있겠나.”
카슨의 강한 확신에 루시온은 더는 말을 섞지 않았다.
조금 전 러쉘과 베델의 말에 순간 흔들려서 내뱉은 말이지만, 이 문제는 나중에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카슨. 루시온이라고. 가면만 썼지, 그냥 루시온인데.
라타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카슨에게 토로했다.
* * *
“저 카슨 크로니아가 제국의 유일한 태양을 뵙습니다.”
“소신, 헤인트 트리아가 제국의 유일한 태양을 뵙습니다.”
황제, 케틀란을 보자마자 카슨은 허리를 숙였고, 헤인트는 한쪽 무릎을 꿇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루시온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케틀란은 그 모습에도 무례하다 꾸짖지 않았다.
그저 미안한 얼굴로 루시온을 바라보았다.
“오느라 고생 많았네. 빛이 깃든 물건을 미처 치우지 못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만남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슨 공과 헤인트 경은 잠깐 자리를 비켜주겠나?”
케틀란이 두 사람을 향해 부탁과도 같은 명령을 내렸다.
은밀한 만남인 만큼 황제도 호위 기사 몇 명을 끌고 왔기에 루시온은 그 부분에서 자신을 헤칠 의도가 없다는 걸 확신했다.
두 사람이 나가고 문이 닫혀서야 케틀란은 루시온에게 자리를 권했다.
“일단 앉게나.”
“예.”
“우선 그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네. 그대가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떠나 제국을 위해 일해준 은혜는 사실이지 않은가.”
케틀란이 활짝 웃었다.
하지만 루시온은 저 웃음에 속지 않았다.
자신을 헤칠 의도가 없다 한들 속을 훤하게 들여다볼 수 없는 한 케틀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귀족도 낯이 두껍기로 유명한 만큼 황제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을 테지.
“저는 폐하의 의중이 무척 궁금합니다.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짐이 그대를 이용하고 버릴 건지가 궁금한가?”
“그렇습니다.”
“세상은 흑마법사를 증오하고, 미워하지. 그건 짐 역시 마찬가지야.”
“저도 흑마법사입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그대가 바꿔주었네. 이렇게 도움을 준 흑마법사는 그대가 처음이니.”
“제가 폐하를 속이기 위해 했던 행동이라면 어떡하실 겁니까?”
루시온의 물음에 케틀란이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하멜.”
“예, 폐하.”
“그대는 짐이 무엇으로 보이던가?”
“테슬란 제국의 황제이십니다.”
“고맙네. 그대가 말한 것처럼 짐은 황제라네.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입만 놀리는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지. 그대가 진실을 알려주었다는 건 이미 확인했네. 그대는 오직 진실로서 내게 그대를 알아달라 하소연하지 않았던가?”
[괜히 황제가 황제가 아닌가 봐.]러쉘이 베델을 보며 속삭였다.
[케틀란 폐하께서는 다시는 없을 훌륭한 황제이시지.]베델의 눈동자에는 조국을 향한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대가 온 마음과 온 정성으로 짐에게 그리 하소연했는데 이를 몰라주는 건 짐의 성미에도 맞지 않는다네.”
케틀란은 여전히 루시온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물론, 짐에게 모든 흑마법사를 포용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어렵다고 대답해줄 수밖에 없다네. 흑마법사가 짐의 백성들에게 입에도 담지 못할 일을 저지른 건 사실이니.”
“저도 합리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른 놈들은 흑마법사를 떠나 공정하게 벌을 내려주셨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나도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네. 아니, 오히려 더 일찍 깨달아야 했던 부분이 아닌가 싶었지.”
케틀란은 손깍지를 껴 테이블 위에 올렸다.
“흑마법사도 제국인이다. 헤인트 경이 그대를 보며 보고했던 그 구절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네. 그대는 정말로 제국인인가?”
“그렇습니다. 저는 제국인이자, 폐하의 백성입니다.”
루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케틀란이 본인 입으로 ‘흑마법사도 제국인이다’라는 구절에 마음을 뺏겼다고 하지 않았던가.
스스로 약점을 꺼냈으니, 당연히 더 자극해야지.
“그리고 폐하께서 버리셔 보호받지 못한 백성이자, 언제 누군가에게 죽을지 몰라 겁에 떨고 있는 가여운 백성이기도 합니다.”
“그래.”
케틀란은 잠깐 미소를 그렸다.
원래 황제란 무릇 누구한테도 약점을 보여서는 안 되지만, 오늘은 꺼냈다.
그만큼 미안하고, 또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흑마법사로서 세상에 해를 끼친 이들이 많을지, 원치 않은 발현으로 흑마법사가 되어 아무 이유 없이 죽은 자가 많을지를, 헤인트에게 보고를 받았던 그 날부터 떼어낸 적이 없었다.
너무도 답이 뻔한 문제였음에도 고민이 길어졌다.
“무엇도 그대, 아니 그대들의 마음을 달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짐이 잘못했다.”
흑마법사는 잘못이 없었다.
잘못이 있는 쪽은 어디까지나 죄를 저지르는 쪽이었다.
흑마법사가 저질렀던 일보다 전쟁 때 더 많은 사람이 죽었고, 평화로운 지금 산적이나 도적들로 목숨을 잃는 자가 많았다.
“짐과 세상이 그대들에게 잘못했다.”
흑마법사는 소수였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다수인 마법사들이 잠재된 위험은 더 높았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지금 사람들과 잘 지내지 않는가.
흑마법사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고 왜 선을 그어버렸는지, 너무도 부끄러웠다.
“…폐하.”
루시온은 부디 케틀란이 꺼내는 말이 진심이길 바라며 입을 열었다.
자신이 흑마법사가 된 지 고작 두어 달 정도였다.
저 사과는 햇병아리인 자신이 아니라 오랫동안 흑마법사로서 자긍심을 가졌던 러쉘에게 향해야만 했다.
더 많은 차별과 죽음의 고비는 러쉘이 뼈에 사무치도록 느꼈을 테니까.
“그래, 뭐든 말해 보거라.”
루시온은 케틀란의 말을 들으며 러쉘을 바라보았다.
[…고맙다, 루시온.]러쉘은 자신의 시선을 느낀 건지 살짝 울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설령 케틀란이 진심이든 아니든 황제가 사과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늘 마음에 가지고 있던 응어리가 풀려나가는 게 우습긴 했지만, 러쉘은 기뻤다.
[네가 아니었으면 죽은 후에도 절대로 들을 수 없었던 말이었을 거야.]러쉘은 루시온을 그를 너무도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루시온도 잠깐 러쉘을 바라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4황자 저하를 들먹인 제가 원망스러우십니까?”
“…짐은 그대를 이해한다. 그대가 내게 맞설 수 있는 수단이자 그대를 지킬 수단이 아니던가.”
“맞습니다. 저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짐이 그대에게 물어봐도 되겠는가?”
“예. 말씀하십시오.”
“사실… 인가?”
“4황자 저하께서는 이미 제국의 기밀을 뉴브라 왕국에 넘기셨습니다.”
계속 미소를 짓던 케틀란의 입가에 처음으로 웃음기가 사라졌다.
“짐이… 부덕했다. 짐이 자식을 잘못 키웠다.”
케틀란이 갑자기 약해졌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초췌해져 갔다.
당당하던 그의 눈빛도 바람 앞에 놓인 초와 같았다.
그렇기에 루시온은 몰아붙였다.
“결단을 내리시기가 무척 힘들겠지만, 어찌하실 셈입니까? 귀족들의 중심이 트웰로 스프리카도 후작이라고 한다면 이를 전부 아우르는 구심점이 바로 4황자 저하이십니다.”
“…….”
케틀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루시온은 말을 멈추질 않았다.
“폐하. 혹 제이엘 켈을 기억하십니까?”
“짐이 어찌 켈 가문을 잊을 수 있겠는가. 충성스러운 가문이었네. 살아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어찌나 기뻤는지 몰라.”
헤인트로부터 제이엘 켈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기에 케틀란은 바로 반응했다.
그 반가움이 제 발을 묶어 놓을 줄도 모르고.
“제이엘 켈, 그자가 지금 4황자 저하를 추대하는 무리에게 모함을 받아 내쫓겼다고 말씀드리면 믿으시겠습니까?”
루시온은 케틀란이 빠져나갈 수 없게 헤인트에게 보고 받지 못했던 과거를 들먹여 현재를 이어버렸다.
지금 25살인 네 아들이 황좌가 탐나서 과거부터 수작질을 부렸다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