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idol RAW novel - Chapter (199)
빌어먹을 아이돌 199화
* * *
Title : STAGE
Artist : 세달백일
Track : 13
Track List
01. Show must go on
02. Stage (Title)
03. 3AM
04. 시간을 지나쳐
05. 어젯밤에 우리가 마셨던
06. Back in time
07. Down force
08. One & Only
09. Winter Cream
10. 있잖아,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11. Dream Chaser
12. DuDuDuDeDe
13. Time Traveler(Bonus)
* * *
자정에 세달백일의 음원이 공개되는 순간, 버즈량이 폭발했다.
한시온이 예언했듯이, 초동 판매량으로 승부를 보려던 라이언 엔터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세달백일이 음원을 공개하지 않았을 때는 두 그룹을 비교할 지표가 앨범 판매량뿐이긴 하다.
하지만 그게 영원할 리가 있겠는가?
음원이 공개되는 순간 음원 성적으로 비교가 가능하고, 엠쇼의 음방에 함께 출연하는 이상 무대의 퀄리티로도 비교할 수 있다.
이는 성공한 기획자가 가진 오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대중은 집합과 해산을 강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데 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달백일 VS 믹스 웨이의 막이 제대로 오른 느낌이 풍기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들이…….’
최대호는 세달백일이 타이밍에 맞춰서 음원을 발매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건 아니었다.
어차피 음원을 공개했을 시기다.
아니, 오히려 살짝 늦었다.
원래는 발매 2주 차에 온라인 유통을 하려고 했는데, 유닛 앨범과 2집 앨범을 언박싱하는 게 유행을 타서 미뤄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3주차가 되고, 믹스 웨이가 덤벼들기 시작하면서 유닛 앨범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한시온과 온새미로의 유닛 온앤온의 앨범인 [Side C>였다.
전자 사운드를 배제하고 순수한 악기 사운드로만 구성한 언플러그드 앨범의 인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유행을 이끌었던 최재성의 앨범처럼 한 번에 확 불타오르진 않았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타올랐다.
그 증거로 주간 차트 7, 8위는 벌써 몇 주째 온앤온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시온과 이이온의 팬들에게서 생겨난 밈들이 퍼져 나가기도 했다.
-앞으로 음원 차트 순위는 5, 6 다음에 9입니다.
-동의합니다. 7, 8은 온앤온에게 귀속되었습니다.
덕분에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세달백일은 지금껏 안무가 필요할 때면 유명 댄스 팀들에게 안무를 의뢰해 왔다.
댄스 팀들에게 세달백일은 함께 일하는 게 즐거운 클라이언트였다.
우선 회사의 대표이자, 작곡가이자, 가수가 안무를 의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소통 과정이 심플했다.
뿐만 아니라, 노래가 좋다.
케이팝 안무가들에게는 노래가 좋고 나쁨도 꽤 큰 영향을 준다.
자신들이 듣기에도 절로 흥이 나는 노래는 안무가 잘 나오지만, 돈 때문에 억지로 만드는 안무는 즐겁지 않을 때도 많으니까.
게다가 세달백일은 안무의 난이도로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 팀이기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세달백일과 댄스 팀들의 사이는 꽤 좋은 편이었고, 특히 라이언 엔터에게 견제를 받던 초창기에 함께한 팀들과는 돈독했다.
초창기 라이언 엔터의 눈치를 봐서 세달백일의 의뢰를 받지 않은 팀들이 현재는 아쉬워하는 것과 달리 말이었다.
한데, 이들이 유투브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올리면서 박자를 세는 방식을 ‘파이브, 식스, 나인, 텐’을 사용했다.
해당 영상에 별다른 코멘트는 없었고, 세달백일의 이름도 언급되지 않지만 그래도 알 만한 시그널이었다.
-오, 메리 쌤이 이번 활동 곡 안무 만든 거 아님?
-ㅇㅇㅇㅇ 그 시그널 같음.
-어떤 곡으로 활동하려나.
-일단 STAGE는 확정이지. 타이틀 곡이니까.
-ㅇㅇㅇㅇㅇ
-수많은 그룹의 안무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렇게 딱 한 그룹만 편애하는 게 좀 그렇지 않나 싶은데….
-나도 좀….
-뭐라는 거야ㅋㅋㅋ 다른 그룹 안무 만들었을 때는 그거 커버 영상 올리잖아ㅋㅋㅋㅋㅋ 홍보도 하고.
-원래 안무가들은 직전 클라이언트가 최애돌이라고.
-그게 “자본주의”다. 애송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대중들도, 세달백일도, 심지어 라이언 엔터도 음방 활동은 후순위였다.
지금 중요한 건 음원 순위였다.
-ㅋㅋㅋㅋ오우 실시간 차트 줄 세우기 봐라.
-근데 이건 급 좀 되는 돌이라면 다 하는 거라서ㅋㅋㅋ 일간 차트에 반영돼 봐야 알 수 있음.
-ㄴㄴ 자정부터 줄 세우기는 쉽지 않음. 보통 팬덤이 줄 세우는 건 새벽 2시 이후부터라서.
자정에 공개된 세달백일의 음원이 실시간 차트의 꼭대기서부터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누군가의 말처럼 실시간 차트는 팬덤의 화력에 좌지우지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또 누군가의 말처럼 자정부터 줄 세우기는 쉽지 않았다.
자정부터 1시까지는 팬덤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활동을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트는 트랙 순으로 줄 서 있지 않다.
1- Winter Cream (new)(hot)
2- STAGE (new)(hot)
3- 시간을 지나쳐 (new)(hot)
4- Time Traveler(new)(hot)
5- Show must go on(new)(hot)
1위를 기록하는 윈터 크림은 9번 트랙이고, 타이틀 곡이 2위에 있다.
3, 4, 5위도 4번, 13번, 1번 트랙이었다.
-ㅋㅋㅋㅋ세달백일 앨범은 맨날 이런 식이지ㅋㅋㅋㅋ
-그치ㅋㅋㅋ 1집 앨범 때도 생각지도 못했던 섬머 크림이 날아다녔으니까.
-이번에 입덕한 뉴비인데 섬머 크림이 활동 곡이라서 그랬던 거 아닌가요?
-ㄴㄴ 섬머 크림 활동 곡 아니었음ㅋㅋㅋ 그냥 인기가 너무 많아서 행사에서 활동해 준 거임.
-ㅇㅈ 옜다 활동이었음ㅋㅋ
-아, 여기 스샷 자료 있음.
(사진)
1- Summer Cream (new)(hot)
2- Pin Point (new)(hot)
3- Holiday (new)(hot)
4- State Of Mind (hot)
핀 포인트는 타이틀 곡이었고,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는 MV와 함께 선공개된 곡이었다.
하지만 섬머 크림과 홀리데이는 아무런 활동 보정이 없었던 하위 트랙이다.
순수하게 곡이 좋아서 빵 뜬 케이스였다.
그러니 지금도 비슷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가 있었다.
특히 누가 봐도 섬머 크림과 형제 곡인 윈터 크림이 1위인 것만 봐도 티가 났다.
-ㅁㅊ 윈터 크림 개좋아ㅋㅋㅋ
-아니 스키장 폐장할 시간인데 이런 띵곡을…?
-겨울에 만들어서 윈터 크림인가 봐ㅠㅠ 이제 곧 봄인데ㅠㅠ
-와 이거 연말에 나왔으면 진짜 길거리에서 캐롤보다 더 많이 들렸을 것 같은데.
세달백일의 팬덤인 티티는 섬머 크림에 보냈던 지지만큼 윈터 크림에 보냈고.
-헐 미친 보너스 트랙ㅠㅠㅠㅠㅠ
-타임 트래블러ㅠㅠㅠㅠ
-티티라고는 못 적었네ㅋㅋㅋ
-시온이 취향이 반영된 듯!
-그래도 요즘은 티티라고 부르잖아ㅋㅋㅋㅋ
보너스 트랙이자 열세 번째 트랙인 타임 트래블러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팬송을 앨범에 수록하는 건 그렇게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팬들이 좋아하는 것도 특이한 일이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어마어마한 퀄리티의 팬 송이라면 좋아하지 못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티티는 이미 온라인 음원이 유통되기 전에 앨범을 구매해 노래를 들었었다.
그러니 지금 나오는 반응들은 대중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반응이었다.
왜냐고?
-2집이 1집보다 더 좋은 것 같지 않아?
-진심으로 우열을 가릴 수가 없어ㅋㅋㅋㅋ
-소포모어 징크스 어쩌구 거리던 애들 입 다무는 거봐ㅋㅋㅋ
2집의 퀄리티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연예계에서 데뷔에 성공하고 후속 앨범이 망하거나, 영화의 1편이 성공하고 속편이 망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이유야 많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역후광 효과였다.
기대감이 0일 때는 80점짜리가 나오면 모두 소리를 지르지만, 기대감이 100일 때는 80점짜리가 나오면 아쉽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달백일의 2집 앨범에 대한 기대감은 100도 아닌 1,000이었다.
어쩌면 만이었을 수도 있고.
셀프 메이드가 지나치게 성공했으며, 유닛 앨범 또한 지나치게 성공한 탓이엇다.
그러니 어지간한 작업물로는 대중을 만족시키기 힘들 것 같았지만…….
한시온은 아니었다.
-솔직히 ㅈㄴ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건 부정할 수 없는데, 작곡 능력은 인정함.
-ㅇㅇ 필요악이야
그래서 한시온을 싫어하는 개인 팬(특히 이이온)들도 이번만큼은 한시온의 능력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사람을 인정하진 않지만, 작곡 능력만큼은 부정하기 힘들다면서.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고, 여전히 한시온을 욕하는 이들도 있긴 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이성이 있는 이들은 한시온이 2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부담스러웠을지를 짐작하는 게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게 자정에 공개된 세달백일의 음원들이 실시간 차트에서 무시무시한 지표를 쌓기 시작했다.
새벽의 실시간 차트는 팬덤의 시간이라고 불리기에, 믹스 웨이의 팬덤이 총공세를 퍼부어 세달백일을 저지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팬덤의 행동력과 응집도 자체는 믹스 웨이가 더 강했다.
원래 사람은 위기감을 느끼면 더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서 티티는 유닛 앨범에서부터 몇 주간 서포팅을 이어 오고, 시야를 확장하다면 셀프 메이드에서부터 서포팅을 이어 오고 있었다.
게다가 의외로 티티는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아이돌 문화에 빠삭한 이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초동 비교’가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애들은 팬 사인회도 안 잡았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른 방식으로 잡겠지ㅠㅠㅠㅠ 지난번처럼ㅠㅠㅠㅠ
그래서 믹스 웨이의 팬덤이 실시간 차트를 뒤집으려는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도 티티는 평온했다.
1- Winter Cream (new)(hot)
2- STAGE (new)(hot)
3- 시간을 지나쳐 (new)(hot)
4- Show must go on(new)(hot)
5- 있잖아,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new)(hot)
실시간 차트에 별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순위가 요동치면서 바뀌고 있는 건 맞지만, 전부 세달백일의 2집 앨범 안에서 바뀌고 있다.
“……이거 일간 차트가 어떻게 되려나.”
“톱 3에 하나는 머무르지 않을까? 우리도 우리 지표는 좋았는데.”
“만약 톱 5에 없으면 대표님 피해 다녀야지…….”
라이언 엔터 직원들은 퇴근을 한 이후에도 시간 날 때마다 차트를 들여다보았다.
이 결과가 내일의 회사 분위기와 직결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실시간 차트와 일간 차트는 긴밀하게 링크되어 있진 않지만, 세달백일의 화력을 보아하니 일간 차트에 오르는 건 틀림없다.
문제는 대체 몇 위에 유지되느냐였다.
발매 시점이 세달백일이 조금 더 유리하니, 톱 3 안에 있으면 선방이다.
톱 5 안에만 있어도 어떻게 지표들을 들먹이며 비벼 볼 수가 있다.
하지만 톱 5에도 없다면 그건 좀 곤란하다.
라이언 엔터 직원들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잠에 들었고, 다음날 출근해서 일간 차트 갱신 시간을 기다렸다.
회사가 고요하다.
아마 그들뿐만 아니라, 윗선까지, 어쩌면 라이언 엔터의 모든 구성원들이 일간 차트 갱신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차트가 갱신되고…….
“아.”
극도로 고요한 사무실 안에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이 눈치 없이 탄식을 내뱉었다.
-11. 부탁해
1위를 기록했던 믹스 웨이의 타이틀 곡이 11위에 있었으니까.
무려 10계단이나 밀려났다.
그리고 1위부터 10위까지는 전부 세달백일의 2집 앨범 STAGE의 수록곡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하……. 들어가기 싫다.”
다음 날 믹스 웨이의 타이틀은 14위로 밀려 있었다.
이게 무슨 실시간 차트도 아닌데, 일간 차트의 1위부터 13위까지가 전부 세달백일이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