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00)
돈지랄 네크로맨서 (100)
길드전(1)
―신궁, 신궁이라…… 김민우 길드장님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럼 혹시, 저어기 박시우 각성자에겐 붙여 주시고 싶은 이명이 있으십니까?
“이명? 아직 저도 없는데?”
―아,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그러고 보니 아직 길드장님에게 이명이 없긴 하네요. 오늘 기깔난 거 하나 붙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양 길드장님들, 길드전을 선포해주시기 바랍니다!
[‘길드전’이 활성화됩니다!] [일성 길드와 돈지랄 길드의 대결입니다!] [세부 조건을 설정해 주세요!]공개적인 길드전에서 사용하는 국룰 같은 조건이 있었다.
바로 보호막 대전 모드.
[‘보호막 대전’이 설정됩니다!] [‘신체 보호막’이 주어집니다!] [보호막이 파괴될 시 경기에서 자동으로 퇴장됩니다.]효과는 간단했다.
보유한 체력과 동일한 보호막이 주어진다.
보호막이 깨지면 퇴장.
장점은 많았다.
시스템이 주관하기에 일단 목숨 잃을 일이 없다.
보호막을 뚫어 내는 강력한 공격을 펼친다 해도, 보호막이 터지는 순간 신체가 경기장 밖으로 이동하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아무렴 20만 관중에 방송사들이 죄다 주관하는 길드전에서 서로 목 베고 죽이고 할까.
그런 건 비공식 길드전에서조차 거의 안 나오는 광경이다.
‘보호막 씌워졌어도 실전과 비슷하지.’
온몸에 쓰인 보호막.
이건 어떤 신체 부위를 공격당하느냐에 따라 닳는 속도가 천지 차이다.
예를 들어 급소를 공격당한다면?
보호막이 훨씬 더 빠르게 닳는다.
미간 같은 데 화살 꽂히면 보호막이 얼마나 크던 즉사 판정이었다.
물론 스킬로 대응해서 막거나 방어막을 씌운다든가 하면 판정이 좀 달라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시스템이 주관하기에 불합리한 요소가 끼어들 일이 없었다.
단지 목숨을 잃을 일이 없는 실전이라는 것 정도가 차이점일 뿐.
두 사람의 곁에 돌아왔다.
서예림이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신궁이라니.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요. 부담스럽게.”
“활봉보단 신궁이 낫지 않습니까.”
“그건 그런데…….”
“부담 가질 거 없습니다. 예림 씨 실력이면 그런 이명 가질 자격, 충분히 있어요.”
거인의 땅에서 보고 확신했다.
무기만 신궁이 아니라, 실력도 신궁이 맞다.
그런 만큼 이참에 서예림의 이름값을 좀 높일 생각이었다.
솔직히 돈지랄 길드에서 숙련된 각성자라고 하면 얘밖에 없다.
‘이명 붙을 만한 각성자도 서예림뿐이지.’
원래 이명이란 게 각성판에서 구르고 구른 숙련자들에게나 붙는 칭호 같은 것이다.
박시우와 자신에게 아직 이명이 안 붙은 이유이기도 했다.
이건 명성뿐만 아니라 시간 또한 필요한 일이었기에.
[길드전 시작까지 1분 남았습니다.] [위치가 이동됩니다.]이동되는 위치는 경기장의 양 끝부분이었다. 그렇게 두 길드가 다가올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방송 3사.
세 방송의 핵심 해설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길드전의 해설을 주관하기 위해서였다.
조금 전 두 길드장의 인터뷰를 한 최용준 해설.
그가 첫 시작 멘트를 맡았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용준 캐스터입니다. 이번 길드전, 정말 많이 기대가 됩니다. 특히 돈지랄 길드의 기세가 심상찮거든요?”
“맞습니다. 소식이 전해질 때만 해도 무모한 도전이란 말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저희 해설진들도 너무 성급한 행보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달라요. 여론 조사 결과 또한 마찬가지고요.”
“승률 반반. 그만큼 거인의 땅에서 보여 준 행보가 심상찮았죠. 그야말로 폭풍 같았습니다.”
―ㄹㅇㅋㅋ.
―폭풍 같긴 했지 ㅋㅋ
―오늘 개꿀잼 매치업 ㅇㅈ.
뉴튜브로 송출되는 생방송 사이로 수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실시간 생방송 시청자 수 2,500만.
보통 저런 숫자가 모이려면 세계에서도 1군급 길드의 길드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 대회를 주목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만큼 돈지랄 길드의 퍼포먼스가 미쳐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두 해설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최용준이 말했다.
“거기에 또 다른 이슈도 생겼죠. 남철민 길드장. 이분의 이명이 뭡니까? 바로 궁귀거든요?”
“맞습니다. 활 하나는 정말 귀신같이 잘 쏜다고 해서 붙여진 이명이죠. 괜히 한국 1위 궁수가 아니긴 합니다.”
“근데 그 최고의 자리를, 오늘 서예림 씨가 탈환할 것이라 장담했단 말이죠?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 서예림 씨가 괜히 직업을 바꾼 건 아닐 겁니다. 분명 활에 재능이 있겠죠. 근데 그게 남철민 길드장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냐 하면, 글쎄요?”
“저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신궁? 그런 이명이 언젠가 붙을 수도 있겠죠. 근데 직업 바꾸고 고작 한 달 만에 붙는다? 뭘 보여 줘야 그런 이명이 붙을지, 솔직히 상상이 안 되거든요?”
―맞긴 해. 솔직히 궁귀보다 신궁이 더 높은 이명 아닌가?
―ㅇㅇ. 귀신보단 그냥 신이 더 세지 ㅋㅋㅋ
―검봉도 거의 7년 가까이 굴러서 얻은 이명인데. 봉도 아니고 신? 흠…… 그 정돈가?
―ㅋㅋ 근데 김민우가 그렇게 장담한 거 보면 뭐 있긴 할거임.
―어쩌면 큰 그림일 수도 있을 듯.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붙일 이명으로 기깔난 거 미리 말해 둔 걸지도?
“아, 말씀드린 순간 양 길드가 경기장 끝으로 이동했는데요. 일성 길드, 준비 시간 동안 가장 먼저 버프를 돌리고 있습니다.”
“버프! 이거 참 중요하거든요. 거기에 일성 하면 뭡니까? 돈이거든요? 버프에 필요한 핵심 직군을 많이 보유했단 말이죠?”
“맞습니다. 주술사의 조상 토템, 성기사의 찬란한 빛, 사제의 축복 기원, 드루이드의 곰의 기세, 흑마법사의 영혼 증강 등 다양한 버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생방송 화면.
그 사이로 일성 길드원들의 몸에 찬란한 빛무리가 쏟아지는 게 보였다. 못 해도 저 버프들로 능력치가 50%는 올랐을 것이다.
그게 조합을 갖춘 길드의 힘이기도 했다.
“이번엔 돈지랄 길드를 보겠습니다. 김민우 길드장, 역시나 언데드 무리를 뽑아내고 있는데요. 어라? 근데 저건 뭐죠?”
공중에 뜬 카메라가 어딘가를 확대해 비췄다.
한껏 커진 화면 사이로 웬 양산을 쓴 여자 하나가 김민우의 곁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특별해 보입니다? 언데드가 아닌 사람…… 같아요?”
“근데 저거 사람일 수가 없거든요? 돈지랄 길드 3인 참여입니다. 그럼 소환수란 뜻인데…….”
―머임? 세드릭 말고 또 뽑은 거?
―원래 언데드 사람 닮을수록 세지 않음?
―ㅇㅇ. 생전의 모습 남아 있을수록 보통 강함. 리치하고 데스나이트도 뼈 말고 살까지 붙어 있자늠 ㅋㅋ
―미모 보니까 딱 각 나오네 ㅋㅋ 겁나 쎌 듯 ㅋㅋ
―길드전 건 이유가 설마 저거 때문인가?
그때.
카메라를 빤히 바라보던 여자가 빙그레 웃은 채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 나오네 ㅋㅋ
―컄 ㅋㅋㅋㅋㅋ
“말하는 사이 경기 시작 10초 남았습니다. 아, 남철민 길드장.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하는데요!”
“저거 조준 위치 보니까, 딱 봐도 김민우 길드장 저격이거든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직업이 뭐냐? 바로 머어어얼리 떨어져 있는 궁수입니다! 여기 경기장 크거든요? 잘 쏘는 궁수는 마법보다 훨씬 더 멀리서 맞춰요!”
“그렇죠. 네크로맨서가 지금처럼 이것저것 아무리 소환하면 뭐합니까? 결국 소환사 터지면 소환수도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궁귀가 지금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나, 쟤 쏠 거야. 막아 볼 테면 한 번 막아 봐!”
궁귀 남철민.
그의 행동은 지금 대놓고 상대를 도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근데 경기장은 크다.
남철민의 유효 사거리는 경기장 전체를 뒤덮을 정도다.
심지어 이명은 궁귀.
활을 귀신같이 잘 다룬다.
시작부터 수많은 화살 세례가 터질 게 틀림없었다.
그것도 길드원들의 버프를 받아 능력치가 빵빵하게 올라간 화살 세례가.
소환수로 막는다 해도 한계가 있었다. 궁귀 정도 되면 빈틈 정도는 쉽게 찾아 화살을 꽂아 댈 테니까.
이걸 막으려면…….
생방송 화면이 분할되며 반은 남철민을, 반은 서예림을 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 잡힌 화려한 활의 모습이 보였다.
“활 참 멋지네요. 저게 아마 스킬이었죠?”
“맞습니다. 박시우 각성자처럼 무기를 소환하는 게 업적 스킬로 주어진 걸로 알고 있는데요.”
“예림 씨에 대해 소문이 있긴 했습니다. 검선과 대련을 펼쳤었다고.”
“결과가 어땠다고 합니까?”
“쉬쉬해서 자세히는 모르는데, 아무튼 대단했다고 하긴 했습니다. 물론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이라 신뢰성이 백 퍼센트는 아니겠지만요.”
“아! 말씀드린 순간, 서예림 씨 또한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합니다!”
영롱한 마나 화살이 시위에 맺히는 모습이 보였다.
“길드전, 시작됩니다!”
“남철민 길드장,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수십 발의 화살을 쏴 댑니다!”
“고속 연사! 남철민 길드장의 S급 업적 스킬입니다! 저거 정말 무서운 스킬입니다! 어라 하는 사이에 진짜 미친 속도로 화살 쏘거든요!”
“고속 연사, 남철민의 트레이드마크거든요? 공식 기록에 나와 있어요! 궁귀 실력이면 3초에 백 발을 쏴 댄다고!”
“하물며 지금은 버프도 받았거든요? 백 발? 아니죠! 이거 이백 발 쏠지도 모릅니다!”
하늘을 빽빽하게 메운 채 곡사로 날아오는 화살들.
그 궤도는 정확히 김민우가 서 있는 곳을 노리고 있었다.
심지어 이 화살이 끝이 아니었다.
남철민이 계속해서 고속 연사를 발동시키며 화살을 마구 쏴 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쐐애액!
마나가 담긴 채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화살 무리.
근데…….
김민우는 움직이기는커녕 태연하게 고개를 든 채 하늘의 화살 무리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어? 김민우 길드장, 안 피합니다?”
“소환수들도 가만있거든요? 설마 이거…… 서예림 각성자 믿는 건가요? 지금 활봉, 시위 당기고 있거든요?”
“화살 딱 보기에도 오백 발 넘어 보입니다! 이거 시간 얼마 없습니다! 화살은 공중에서 낙하할 때 속도가 훨씬 빨라요!”
“저걸 화살로 어떻게 쳐냅니까!”
그때.
김민우와 서예림이 눈을 마주쳤다. 빙그레 웃은 채 고개를 끄덕이는 김민우.
경기 시작 전.
그가 말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한번 뒤집어 봐요. 제대로.
그래서, 누가 제대로 된 궁수인지 한번 보여 주라고.
판이 깔렸다.
그것도 제대로.
이쯤 되면 발 빼는 것도 바보짓이다.
‘아까 그 스킬, 좋아 보이던데.’
궁수는 시야가 좋다.
경기장 끝과 끝에서도 남철민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보일 정도로.
분명 화살을 기가 막힌 속도로 쐈다.
규격화된 움직임.
그건 스킬이었다.
서예림이 남철민의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 했다.
그 순간이었다.
[압도적인 재능이 스킬을 모방합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스킬, 고속 연사(S)가 생성됩니다!]스킬이 생성됐고.
서예림의 손이 초고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나 화살은 자동 생성이다.
화살 통에 손을 집어넣을 필요도 없기에, 남철민보다 시위를 당겨 쏘는 속도가 배는 빨랐다.
해설자들이, 경악했다.
“……어?”
“뭐지?”
“저거, 고속 연사 아닙니까?”
“……스킬을 복사했다고?”
오히려 남철민보다 훨씬 많은 화살이 날아간다.
곧이어 그녀의 화살이 하늘에서 내려오던 남철민의 화살과 부딪쳤다.
“미, 미친……!”
“궁귀의 화살이 죄다…… 궤도가 꺾였습니다! 힘없이 추락합니다!”
아슬아슬하게 끝단이 부딪치며 궁귀의 화살은 힘을 잃은 채 지면에 추락한다.
반면 서예림의 화살은 달랐다.
충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계속해서 궤도를 높이고 있었다.
그렇게 날아가는 마나 화살은 정확히 남철민을 노리고 있었다.
화살을 화살로 쳐 낸다.
이것만 해도 세계 랭커급 기예인데, 심지어…….
“자, 자신의 화살은 죄다 살리고, 궁귀의 화살은 모조리 깡통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가, 가능하긴 합니다. 쏠 때부터 궤도를 정교하게 계산하면…… 근데…… 그걸 진짜 한다고? 고려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미친…….”
해설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신궁.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두 글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