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04)
돈지랄 네크로맨서 (104)
타임스퀘어(1)
쨍그랑!
TV를 보던 조 회장이 리모컨을 거칠게 던졌다. 날아간 리모컨이 화면을 깨뜨렸다.
“젠장!”
조 회장이 자신의 머리를 쥐었다.
길드전.
그 결과가 너무 압도적이다.
그건 김민우를 옹호하는 여론이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불매 운동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도림의 입장에선 치명타와 다름없었다.
‘뭘 줘야 하지?’
이쯤 되면 누가 잘못했고 잘했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뭘 줘야 이놈이 만족한 채 물러서게 될지가 중요한 거지.
단순히 제 아들의 행동으로 인한 원한 때문이라면, 보상금을 준다 했을 때 냅다 달려왔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다리를 박살 냈을 때 이번 일을 깔끔하게 끝내 버렸던가.
하지만 김민우는 그러지 않았다.
계속해서 여론에 등장하며 도림의 이름을 슬쩍슬쩍 꺼내고 있었다.
그보다 더 큰 것을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사업권을 뚝 잘라 건네 달라고 할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 내어 줘야 할지 머리가 아파 올 지경이다.
도림의 경호원 중 하나가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
“회장님. 김민우 씨가 방문했습니다.”
“……그래.”
힘없이 답한 조 회장이 몸을 일으켰다. 머지않아 김민우와 마주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회장님.”
“……그래. 내 김 회장하고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 말 정도는 놓아도 되겠지?”
“마음대로 하시죠.”
“원하는 게 뭐냐? 뭘 해야 그만두겠어? 내 진심 어린 사과라도 바라는 것이냐?”
그 말에 김민우가 피식 웃었다.
“농담이시죠?”
“……질질 끌 거 없겠지. 그림은 짜 왔을 테고. 대체 뭘 원해?”
“가전은 내버려 두죠. 대신 통신과 전자 반도체는 주셔야겠고. 거기에 마석 배터리 사업부하고 건설, 조선 정도 떼어 주면 깔끔하게 마무리 치겠습니다. 더 이상 뒷말 안 나오게 하죠.”
“이런 미친놈을 봤나.”
외투 정도 내주려 했더니 대뜸 바지에 팬티까지 죄다 벗으란다.
저거 다 주면 도림이 망하는 건 순식간이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김민우가 조 회장을 바라본 채 물었다.
“그럼, 회장님의 제안은 뭡니까?”
“필욱이 문제는 회사 외부 문제일 뿐이다. 그걸로 사업을 달라고 하는 게 가당키나 할 것 같으냐?”
“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저희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이유가 없겠군요.”
김민우가 벌떡 일어났다.
으득.
조 회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대놓고 협박이었다.
근데 저런 어린놈의 협박에 흔들리게 될 정도로, 도림이 맛이 갔다.
여기서 파투나면 비명 지르는 건 도림이었다.
다음 만남까지 시간만 질질 끌어도 온갖 상처를 입게 될 테니까.
일성의 점유율이 하루가 지날수록 오르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그랬다.
“……진짜 원하는 걸 말해라.”
“배터리 사업부. 거기에 생산 공장 몇 개 좀 받았으면 하는데요.”
“…….”
침묵하는 조 회장을 향해 김민우가 말했다.
“공장이야 지금 많이 놀 테고. 배터리도 뭐, 연구에 돈만 주구장창 들어가지 결과물은 형편없지 않습니까.”
가전과 반도체, 통신까지.
도림의 핵심이다.
건설과 조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외에도 수많은 계열사들이 있었다.
‘사실 첫 번째는 그냥 크게 질러 본 거고.’
저것들은 아예 배 째면 쨌지 줄 리가 없었다.
너무 조여도 정부에서 난색을 표할 게 뻔한 만큼, 적당히 일을 마무리 짓는 게 서로에게 좋았다.
지금도 슬슬 그만해 달라고 정부에서 옆구리를 콕콕 찌르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핵심은 배터리야.’
마석을 통해 고효율 배터리를 만드는 사업부.
세계 곳곳에서 죄다 연구 중이긴 한데.
‘도림이 이거 홈런 치거든.’
지금 당장은 아니다.
3년 뒤쯤.
돈을 쏟아붓던 도림에서 연구에 성공하며 제대로 홈런을 친다.
기존 거보다 용량 훨씬 늘고, 소모율도 압도적으로 적은 새로운 배터리. 그거 개발 성공하면서 돈을 쓸어 담게 된다.
원래도 야금야금 일성의 파이를 먹어 가던 도림이 일성의 시총을 따고 완전히 넘어서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지금은 어림도 없지만.’
조 회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관련 인력도 저희가 다 흡수하죠. 인수가는 적당히 치러 드리겠습니다.”
“……그것만 건네주면, 멈추는 건 확실하겠지?”
“거래는 확실해야죠.”
배터리 사업부.
거기에 공장 등에 딸린 인력까지 죄다 흡수한다 해도 커 봐야 2~3조 정도일 거다.
나름 할인이 들어 갈 테니까.
그 정도야 뭐 일성 정도 체급이면 그냥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동의하십니까?”
“……그러지.”
조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석 배터리 사업.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는 건 미국의 배터리 회사들이다. 당연히 미국발 배터리가 전 세계를 석권한 지 오래였다.
그 지배력을 낮추기 위해 주구장창 연구에 돈을 쏟고 있긴 한데.
십 년 가까이 투자했음에도 아직도 유의미한 결과물이랄 게 없었다.
당연히 도림만 그러는 건 아니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배터리 개발해 보겠다고 눈 시뻘게진 채 달려들고 있었다.
미국 것보다 좋은 게 안 나와서 문제지.
그렇기에 배터리 사업부는 일종의 계륵 같은 부서였다.
로또 터지길 바라면서 돈은 붓는데, 정작 로또 맞은 기업은 미국밖에 없는 분야.
‘내줘야 하는 건 아쉽지만…….’
그렇다고 치명상까지는 아니었다.
어차피 뭐 하나는 줘야 멈출 텐데 그럴 거면 돈 버는 부서보단 돈 먹는 하마인 부서를 건네는 게 좋았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건네줄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개발 못 한 걸 네가 한번 해 보겠다고?
어디 한번 해 보든가.
대충 이런 마인드였다.
“내일 실무진들 보내도록 하죠. 그럼 가 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김민우가 조 회장의 집을 나섰다.
‘얻을 건 다 얻었고.’
배터리 시장 규모가 좀 많이 크다. 이쪽 세상에선 전기차 시대를 넘어 마석차 시대가 오며 1천 조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그 시장을 좌지우지할 키를 얻었다. 아마 조 회장은 차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지도 몰랐다.
‘내 알 바 아니지만.’
이쪽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이었다.
* * *
일행들이 모인 전집에 도착했다.
배정된 방 안에 들어가니 이미 박시우는 얼굴이 반쯤 빨개져 있었다.
“형! 여기요!”
옆자리를 하도 펑펑 쳐대길래, 녀석의 옆에 앉았다.
“한 잔 쭈욱!”
사발 위에 막걸리가 듬뿍 담겼다.
“……얘 얼마나 마신 겁니까?”
“저만큼요.”
서예림이 가리킨 곳엔 일곱 개가 넘는 빈 병이 놓여 있었다.
‘많이도 마셨군.’
그나마 각성자라 덜 취한 거지, 일반인이었으면 진작에 맛 갈 만한 주량이라 할 수 있었다.
7병을 둘이서 나눠 마셨다 해도 마찬가지다.
한 잔 마신 뒤.
파전을 집어 간장에 푹 찍은 채 입안에 넣었다.
기름지면서도 새콤한 맛.
‘맛있네.’
가상현실 게임의 감각 동화율은 최대 5할 정도. 그땐 미각 또한 5할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지금의 파전은 현실과 같은 순수 100%의 맛을 전달해 주고 있었다.
이럴 때마다 여기가 진짜 게임 속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히히거린 채 파전과 막걸리를 무한으로 들이키는 박시우를 바라보았다.
기왕 뒤풀이 하는 거, 길드장의 업무도 함께 수행하는 게 좋겠지.
“시우 넌, 고충 같은 거 없어?”
“고충이요?”
고개를 갸웃하던 녀석이 붕붕 저었다.
“에이. 그런 게 어딨습니까. 번듯한 집도 생겼고, 연봉도 많이 받는데요.”
“그건 네 실력에 당연한 거고. 다른 건?”
“음…… 더 많이 강해지고 싶다는 것 정도? 솔직히 형님하고 누님 보면 좀 후달리긴 해요. 노력해도 격차가 멀어지는 것 같아서…….”
녀석이 머리를 긁적인 채 말했다.
이해하지 못할 반응은 아니었다.
원래 길드에서도 그런다.
실력 떨어진다 싶으면 1군에서 방출되고 2군 가는 건 그냥 흔히 보는 일상 중 하나였다.
아마 그런 걸 걱정하는 것 같은데…….
“그대로만 해, 그냥. 저기 예림 씨야 레벨 높고 그러니 차이 좀 나는 거고. 나야 뭐…… 그냥 날 목표하지 말고, 세드릭을 목표로 해.”
열심히 하면 따라잡을 수 있네 마네 하는 건, 솔직히 좀 기만이다.
‘군단장도 넷이고.’
이럴 때 솔직하게 말해 주는 게 나을 것이다.
“……쩝. 사실 그분도 못 이길 것 같긴 해요. 성역 써야 좀 버틸 것 같은데…….”
“사실 당연한 거야. 걔 세상은 여기 지구와 한참 다르니까.”
“얼마나 다른데요?”
“거기서 날뛰던 용이 지구에 오면, 지구 멸망하는 수준?”
“……진짜요?”
“어. 오늘 말했잖아. 백작 기사단 수준에서 한국 1군 컷이라고. 내가 보기에도 그래.”
아카데미에서 기사들을 좀 봤다.
평균으로 놓고 보면 그쪽 세상의 실력이 훨씬 더 높은 건 사실이었다.
“성검이 말 안 해 줬어?”
“얘 대화 길게 못 해요. 기억도 많이 불완전하고. 어떨 때 보면 진짜 치매 걸린 할아버지 같다니까요.”
“아, 진짜?”
“네. 그래도 1레벨 때보단 훨씬 나아지긴 했는데, 그거 감안해도 멀쩡하게 대화 나누긴 힘들더라고요.”
“레벨 높이면 그래도 나아지긴 하나 보네.”
“그런 구조인 것 같아요. 아무튼…… 그분이 대단하긴 한데, 그래도 소환수 하나일 뿐이잖아요. 그걸 목표로 한다는 게 좀…….”
“세드릭 걔, 너랑 같은 등급이야.”
“……진짜요?”
“어. 메르헨도 그렇고. 그러니 뭐가 낫고 말고가 없다는 거지.”
박시우뿐만 아니라 묵묵히 듣고 있던 서예림까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김민우의 업적 등급이 높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소환수까지 그렇게 높은 등급일 줄이야!
“와…… 실화인가? 그럼 형님은 SSS급 소환수들 데리고 다니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형님 본인 업적 등급은 그거보다 더 높고?”
“어.”
“……개쩌는데요?”
“내가 좀 쩐다. 그러니까 괜히 나랑 비교하면서 심마 빠지지 마라. 그리고 강해질 길은 얼마든지 있어. 검선 보면 알잖아.”
“하긴…… 심검 그거 한 번 봤는데, 진짜 대단하긴 하더라고요. 상대도 못 하고 나뒹굴었다니까요?”
서예림 또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림 씨는 고충 같은 거 있습니까?”
“저도 뭐…… 시우랑 비슷하죠. 강해지고 싶다는 거. 사실 각성자가 대부분 이런 고민 하잖아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각성하고 구를 때면 모를까.
어느 정도 기반이 쌓이고,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하게 된 각성자들의 고민은 대부분 비슷했다.
더 강해지고 싶다.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
십중팔구는 그런 고민이 대다수였다.
“저도 그 부분 한 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방법이 아예 없진 않을 테니까요.”
각성자가 강해지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 정도였다.
영약, 장비, 기연, 깨달음.
깨달음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기연 같은 건 한 번 찾아볼 만할지도.’
천계 도시에서 증표 얻어 건네주는 것도 일종의 기연과 비슷하겠지.
6단계로 인해 무대가 훨씬 넓어진 지금, 이런 게 한두 가지만 있진 않을 것이다.
저 둘이 쓸 만한 장비는 천공 경매장 가면 찾아볼 수 있을 테고.
영약 같은 경우는…….
박시우는 아직 레벨이 안 되니 어림도 없고.
서예림은 최상급 영약을 먹을 수는 있는데, 구하지 못해 못 먹는 상황이었다.
‘여기 둘도 먹이긴 해야 하는데.’
능력치가 무려 600이다.
놓치고 가긴 많이 아쉬운 수치였다.
문제는 지금 자신도 그걸 먹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루키 선발전에서 뭐 좀 나와 주려나?’
처음 보는 종류의 대회인 만큼 보상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규모가 제법 큰 만큼 쓸 만한 것 좀 나와 줬으면 싶었다.
그때.
그의 폰이 울렸다.
“예, 아버지. 네. 이야기 잘 끝났습니다. 내일 인수팀 보내면 될 겁니다. 아, 투자 집행 됐다고요? 네. 네. 아, 그래요? 지금 다 모여 있으니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근데 얼마나? 아, 뭐 그 정도면 나쁘지 않네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툭 끊은 김민우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광고 들어왔는데, 할래요?”
“……광고요?”
“네. 이번에 나올 일성폰, 저희 길드랑 함께 광고 하나 찍고 싶다고 하네요. 뉴욕 타임스퀘어부터 시작해서 전 세계에 쫙 뿌릴 거라는데. 단가가 좀 셉니다.”
그 말에 서예림의 귀가 쫑긋하게 변했다.
“……얼마?”
“인당 5천억. 현금. 일시불.”
그 말에 서예림과 박시우가 입을 쩍 벌렸다.
“……5천억이요? 그것도 인당?”
“이번에 사과폰 한번 고꾸라뜨리고 싶나 보죠. 그래서, 하실래요?”
“……해야죠?”
“형님! 저, 저도!”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세계에 뿌릴 광고.
당연히 이쪽의 명성 또한 빠르게 높아질 것이다.
거기에 60조의 투자금까지.
어쩌면 생각보다도 더 빨리 천공 경매장의 초대장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