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06)
돈지랄 네크로맨서 (106)
타임스퀘어(3)
다사다난했던 광고 촬영이 끝났다. 녹초가 된 채 나오는 일행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주 퍼펙트합니다!”
쌍따봉을 날리는 감독의 옆엔 빈 포션 병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그렇게 촬영장을 나오는 길.
박시우가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두른 채 말했다.
“광고란 거, 정말 쉽지 않네요.”
“5천억이잖냐. 이 정도 고생은 해야지.”
“그렇긴 하죠. 근데 진짜 실감이 안 나는데요? 고작 이거 하고 5천억이라니…… 이런 돈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익숙해질 거야.”
김민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녀석이 서예림을 바라보았다.
“누나.”
“어.”
“누나는 돈 받으면 어디에 쓸 거예요?”
“글세. 검해각에 기부 좀 하고…… 나머지는 저축해 놔야지. 나중에 장비 살 때 필요할 테니까.”
“장비는 저희 길드에서 다 지원해 주잖아요.”
“그래도. 구하는 데 한계가 있잖아. 계속 쓸 수 있는 장비는 구하기도 어렵고.”
“하긴. 그런 건 구하기 빡세긴 하죠.”
한 번 착용하면 오랫동안 함께할 만한 장비.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물품을 흔히 명품 장비라 부르곤 했다.
보통은 레전드 등급 이상의 장비를 지칭했다.
이만한 건 아는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거래하거나 그게 아니라 해도 국가에서 유출을 통제하는 게 보통이었다.
너 그거 팔 거야?
아, 우리나라 각성자 중에서 살 사람 못 구했다고?
그럼 정가 줄 테니까 그냥 우리 정부한테 팔아.
뭐? 안 팔아?
혹시 나라 망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이런 살벌한 압박이 들어오곤 했다. 그런 압박이 가능한 건 게이트라는 실존하는 위협이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엔 잠잠한데 재수 없게 한 번 터지기라도 하면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는 구조다.
좋은 장비는 그런 상황에서 큰 활약을 내보일 수 있었다.
당연히 유출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밖에.
물론 템 먹은 쪽에서 입 싹 닫고, 몰래 해외에 유출할 수도 있긴 했다.
성공만 한다면 정가보다도 훨씬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었으니까.
‘근데, 쉽지 않지.’
개인이 그런 장비를 얻긴 쉽지 않고, 보통 길드나 모임 같은 곳에서 득템을 하곤 하는데.
거기선 쉬쉬한다 쳐도 시간이 흐르면 얼마든지 공개될 위험이 있는 일이었다.
그게 만약 발각된다?
가장 먼저 국민들에게 쌍욕을 먹는다.
아니, 정부에서 헐값에 후려치는 것도 아니고!
정가 주고 산다는데 돈 욕심 때문에 국가의 안보를 팔아먹어?
대충 이런 식으로 말이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바로 천공 경매장에 매물을 올리는 경우였다.
국가마다 할당된 개수의 물품을 등록해야 이 경매장에 참여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만약 물품을 등록 안 하면?
관련 국민에겐 초대장이 안 간다.
이건 오히려 손해였다.
우리 국가는 궁수 관련 물품이 필요한데 전사 것밖에 없네?
멍청하게 그걸 꼭 쥐고 있느니, 올리고 경매장 참여해서 궁수 관련 물품 구하는 게 더 이득인 구조 아닌가.
거기에 천공 경매장은 ‘돈’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무대인 만큼.
‘기본적으로 돈 많은 선진국이 유리한 구조지.’
그래서 천공 경매장에 매물 올리는 건 들켜도 지탄을 안 받는 구조였다.
아니, 선진국들은 오히려 권장하기까지 한다.
각성자는 낮은 수수료에 비싼 물건 경매로 팔아먹어서 좋고.
국가는 그걸 통해 참여 자격을 얻을 수 있으니 좋고.
올린 물건은 경매장 가는 각성자들 골라 돈 듬뿍 쥐여 주고, 되사 오게 하는 구조였다.
물론 전부를 다시 되사 갈 수는 없었다. 그건 미국이라 해도 불가능한 구조다.
한두 푼 드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대충 ‘핵심 장비’라 취급받을 만한 것들만 악착같이 되사 가는 느낌이라 보면 됐다.
‘네크 건 나름 구하기 쉬울 것 같은데.’
어차피 쓰는 사람 많지도 않고, 그만한 장비의 성능을 100% 발휘할 각성자도 거의 없었다.
국가에서 눈 뒤집힌 채 사려 달려들 이유가 별로 없다.
‘검사하고 궁수 장비 구하는 게 문제겠구만.’
반면 이 두 직업은 메인 중의 메인급 직업이었다.
구하려면 돈 좀 깨질 것이다.
다른 국가들도 일단 주류 직군 장비부터 얻으려 발광을 해댈 테니까.
“검사하고 궁수 장비들, 이번에 천공 경매장 가게 되면 한번 구해 보겠습니다.”
“……천공 경매장이요?”
서예림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물었다.
곧이어 그녀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민우 씨는 돈 많은 데다 명성도 될 테니, 자격이 될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초대장이 올 수 있을지도…….”
“맞네! 형님 정도면 초대 받겠는데요?”
“뭐, 아직은 모르지.”
“근데 구할 수 있을까요? 저희 장비는 가격대가 많이 나갈 텐데…….”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 개는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천공 경매장에 참여하는 각성자들. 그들의 뒷배는 국가였다.
국가는 일종의 단체다.
그런 만큼 아이템을 살 때 고려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직업마다 어떻게 배분해서 물품을 구매할지, 형평성은 어떻게 맞출 건지, 경매에서 돈을 얼마나 써야 국민들이 큰 불만을 가지지 않을지 등등.
아주 많은 걸 고려해야 한다.
그냥 레전드 아이템이라고 무지성으로 조 단위를 부를 순 없다는 거다.
대충 아이템마다 규격화된 가격 라인이 정해져 있었다.
그 이상을 부른다?
그러면 돈을 충당해야 하는데.
보통은 세금이다.
당연히 국민들이 불만을 갖게 된다.
반면 이쪽은?
돈 많은 개인이다.
한 아이템에 시원하게 돈을 쏟아부어도 누가 뭐라 할 것 없는 개인.
‘물론 이쪽도 너무 많이 쓰면 곤란하긴 한데…….’
어쨌든 기동성에 있어선 이쪽이 훨씬 더 유연할 수밖에 없었다.
해 볼 만한 승부다.
‘돈도 곧 늘어날 테니까.’
돈이야 얼마든지 끌어올 방법이 있었다.
썩은 물에겐 방법이 참 많다.
“……진짜 천공 경매장에 참여하게 되면, 이번에 받은 돈 다 송금할게요.”
“저도요, 형님. 얼마 안 되는 돈이긴 하지만…….”
“아직 참여할지 안 할지는 모르는 거니…….”
김민우가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돌연, 그의 손에 황금색 티켓이 쥐어졌다.
[조건을 달성합니다!] [당신은 천공 경매장의 초대를 받았습니다!]“응?”
아이템을 살폈다.
[천공 경매장 티켓] [등급: 특수] [보유 시 천공 경매장에 참여할 수 있는 티켓입니다.] [효과 1. 5월 5일, 천공 경매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서예림과 박시우 또한 김민우가 든 티켓을 본 채 놀란 눈빛을 내비쳤다.
“그거…….”
“천공 경매장 티켓 맞죠?!”
“어. 이걸 벌써 주네?”
지금은 3월 초였다.
원래는 4월 달부터 티켓을 뿌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의 한 달 먼저 초대장을 받은 셈이었다.
‘60조 투자받아서 그런 건가?’
아마 그것 때문에 금액 조건은 충족이 된 것 같은데.
명성은…….
‘아직 광고 안 나갔는데?’
그만큼 지난 길드전의 여파가 컸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세계에 뿌려 댈 광고가 아직 안 나갔음에도 명성 조건이 충족될 정도로.
‘하긴.’
뉴튜브 구독자 7천만 명이 무시할 수준은 아니긴 하지.
레벨은 뭐.
‘좀 낮긴 한데 깡패 맞잖아?’
어쨌든 일찍 받아서 나쁠 건 없었다.
“저희 이번에 받은 거 다 입금할게요.”
서예림과 박시우를 바라보았다.
결연한 얼굴로 5천억을 입금하겠다 말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긴…….
둘의 입장에선 큰돈이긴 할 거다. 아니, 솔직히 대다수의 각성자들에게 큰돈이 맞긴 했다.
합쳐서 1조 원.
나름 괜찮은 레전드 물품들을 구해 볼 만한 금액이었다.
‘뭘 바꿔 줘야 하려나…….’
액세서리는 좀 빡셀 것 같고.
미안한데 악세는 진짜 비싸다.
‘장비류를 좀 갈아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둘 다 지금은 레어 등급을 둘둘하고 있었다. 뭐라도 레전드 등급 하나 끼워 주면 전력이 확 튈 거다.
거의 사령검급 전력이니까.
“나 없는 동안에도 열심히 렙업하고 있어.”
“형님. 어디 가요?”
“어. 해외 좀 갔다 와야 할 것 같다.”
“……해외요?”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4월은 슈퍼 루키 선발전이 진행되는 기간이었다.
그렇게 나오면 일주일도 안 지나서 천공 경매장에 초대받게 된다.
‘일정 비는 시간은 지금밖에 없다는 거지.’
달리 말하면 이 3월 달에 돈을 왕창 벌어 둬야 천공 경매장에서 날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건 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인 만큼 뽕을 제대로 뽑아 놔야 할 터.
60조로는 좀 부족한 감이 있었다.
괜찮은 악세 하나 나온다?
조 단위 훅훅 뛰어넘는 건 기본이다.
‘부족하면 복사하면 되지.’
그래서 진짜 돈 복사하러 갈 생각이었다.
* * *
[(속보) 일성폰 광고, 세계를 휩쓸다! 사전 예약 물량 500만대를 넘으며…….] [(속보) 일성폰, 뉴욕 타임스퀘어를 장악하다!] [(속보) 돈지랄 길드 광고 모델 비용, 조 단위 추산?] [(속보) 광고비 이미 다 뽑았다! 일성, 즐거운 비명!].
.
―와 미쳤네. 이번 일성폰 가격 지난 버전보다 50% 올랐는데 사전 예약 물량 뭐임? ㄷㄷ; 이 가격대면 사과폰 가격인데?
―요즘 일성 제품들 죄다 프리미엄화되고 있잖음. 폰도 이번에 각 잡고 프리미엄으로 가려는 듯. 사과폰도 그렇게 왕창 남겨 먹자늠 ㅋㅋㅋ
―근데 저렇게 팔리네 ㅋㅋ
―광고 보니 잘 빠지긴 했더라. 투박했던 디자인도 좀 바뀌고. 뒤에 해골 마크 박은 것도 큰 듯. 해외에선 벌써 애칭 붙음.
―애칭?
―스켈레톤 폰 ㅋㅋ 줄여서 스켈폰이라고 하던데?
―기능도 이 악물고 높임. 사과폰보다 더 나은 부분도 있음 ㅋㅋ
―저거 평소에 예약 물량 100만대 넘으면 잘한 수준 아니었음? 시작부터 500만대 뭐냐? 김민우 신드롬 미쳤네 진짜;
―박시우하고 서예림도 밥값 하던데? 광고 멋지긴 했지 ㅋㅋ
―메르헨 눈나 캐리인 거 모르는 흑두루미 없제?
―ㄹㅇㅋㅋ 지금 미국 마법계 펄펄 끓는 중임 ㅋㅋ 혼자서 어그로 다 끔 ㅋㅋ
―응 끓으면 어쩔 건데~ 마법 못하는 거 팩트야 ㅋㅋ
―수룡 소환 보면 뭐 느끼는 게 없나? 그냥 급이 다른데 ㅋㅋ
―ㄹㅇㅋㅋ
―마법사? 김민우 소환수 선에서 죄다 컷 ㅋㅋ
―이렇게 보니 진짜 웅장해진다. 망나니 채널 구독자도 광고 나오고 1억 넘겼던데. 이제 김민우의 시대가 진짜 오는 거냐 ㄷㄷ
―1억 ㅋㅋ 김치국 인구수 두 배 ㅋㅋㅋ
―(진짜 무서운 이야기) 이제 각성한 지 석 달 된 뉴비다 ㄷㄷ
―석 달? 30년 한 거 아니고? 진짜 돌았네 ㅋㅋㅋ
―우린 김민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근데 돈지랄 길드는 뭐 함? 레벨 높여야 하는 거 아닌가?
―박시우하고 서예림은 혼자서 게이트 가던데. 근데 김민우 얜 어디 갔냐?
―또 히든 게이트 돌고 있는 건가?
그때.
속보 하나가 떠올랐다.
―엉?
―사우디?
―갑자기 기름국엔 대체 왜 감?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