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16)
돈지랄 네크로맨서 (116)
선발전(1)
선발전이 훌쩍 다가왔다.
그 기간 동안 김민우는 내실을 다졌다. 대표적으로 해골의 제작 스킬을 올리는 데 몰두했다.
‘앞으로 쓸데가 많지.’
매직 등급의 플러스 템은 레어 등급보다 살짝 못한 정도다.
세드릭이나 메르헨 같은 특별한 소환수라면 모를까.
나머지 소환수들은 그냥 제작 장비 맞춰 주는 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훨씬 더 편한 일이었다.
거기에 덤으로 연금술까지 올렸다. 스켈레톤 수습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무리.
각자 자신과 관련된 기술을 들고 소환되는 일종의 전문화 소환수였다.
그 효능은 금세 드러났다.
[스켈레톤 수습 대장장이 3이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경험 공유!] [모두의 망치질이 좀 더 능숙해집니다!] [수습 대장장이 143이…….]이전엔 물품 열 개 만들면 아홉 개는 일반 등급에 하나 정도가 매직이 뜰까 말까였는데.
‘이젠 두세 개는 그냥 뽑네.’
거기에 중간중간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기까지.
그 덕분인지 숙련도가 오르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고작 일주일의 노가다만으로도.
[드워프식 제작법이 D로 성장합니다!] [엘프식 연금술이 D로 성장합니다!]장비 제작과 연금 두 분야가 모두 D에 도달할 정도로.
“오, 떴냐?”
지하 공방 내부.
수천의 해골들이 와르르 이쪽을 돌아보았다.
“자, 이제 니들 낄 장비 만들자. 재료는 이것들 써.”
척!
지칠 줄 모르는 해골들이 다시 한 번 노가다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오는 수천 개의 장비들.
[기운이 맞는 아이템들이 모입니다!] [새로운 세트 아이템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드워프식 제작법을 지니고 있는 상태입니다!] [수습 대장장이들이 새로운 깨달음을 얻습니다!] [세트 아이템이 + 물품으로 구성됩니다!] [1. 등푸른 철갑 방어구 세트(+)] [2. 숙련 마법사의 방랑자 세트(+)]메시지를 본 김민우가 눈을 빛냈다.
‘드디어 레시피가 뚫렸군.’
D급이 되자 레시피 효과가 활성화됐다.
레시피.
이건 제작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효과는 간단하다.
레시피에 등록된 물건을 만들면,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처럼 세트 아이템 같은 경우엔.
‘세트로 취급되게 만들지.’
만약 레시피 없이 세트 아이템을 만든다면?
죄다 개별 아이템으로 취급된다.
세트 효과를 못 받는 것이다.
개별 아이템 또한 레시피를 등록하면 제작할 때마다 특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레시피란 제작 직군들에게 있어 일종의 비급과 다름없었다.
보통은 게이트 내부 고서 등을 발견해 얻어 내던가, 스승을 찾아 전수받곤 하는데.
‘이렇게 제작하다 발견하기도 하지.’
다만 이런 제작으로 레시피를 찾으려면 상당한 노가다가 필요했다.
세트 아이템 같은 경우엔 기운이 맞는 물건들을 전부 제작해야 레시피가 등록되곤 했으니까.
여기서 ‘기운이 맞는’ 재료를 찾는 과정이 상당히 빡세다.
머리, 상의, 하의, 신발, 장갑.
보통 이 5종으로 세트가 구성되곤 하는데.
장갑엔 A몹 부산물 넣고, 갑옷엔 B몹 부산물 넣고 신발엔 C몹 부산물 넣고…….
그걸 일일이 찾아야 세트 아이템으로 등록되는 식이었다.
‘엄청난 노가다야.’
거기에 더 큰 문제는, 우연히 세트 아이템이 될 만한 물품들을 제작해 냈다 쳐도…….
‘레시피가 한 방에 등록이 안 될 때가 있거든.’
그럼 제작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넘어가는 것이다.
아, 이건 아닌가 보네 하면서.
그렇기에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세트 아이템은 몬스터 드랍품이 대부분이었다.
제작 레시피를 알아내기 빡세니까.
다행인 점이 있다면 게임 내 썩은 물이었던 만큼, 김민우의 기억 속엔 제법 많은 레시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게임 내에서 발견하기도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유저 공략글에서 정보들이 나오곤 했기 때문이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쓸 만하거나, 명품으로 불린다거나.
그런 물건들의 레시피는 죄다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등록한 두 가지 세트가 그랬다.
레벨 제한 101.
해골들이 바로 낄 수 있다.
거기에 드워프식 제작법 덕분인지 세트 아이템이 전부 +로 바뀌는 놀라운 효과까지 창출해 냈다.
[등푸른 철갑 방어구 세트] [등급: 매직+] [세트 아이템 효과] [1. 힘, 체력 +60] [2. 철갑 방어(C) 사용 가능] [숙련 마법사의 방랑자 세트] [등급: 매직+] [세트 아이템 효과] [1. 마력 +100] [2. 마법 방패(C) 사용 가능]‘오.’
레시피에 적힌 세트 아이템 효과를 본 김민우가 감탄했다.
철갑 방어구.
저건 원래 다 모으면 힘과 체력을 30씩 올려 주는 게 전부였다.
근데 수치가 두 배로 변했을뿐더러, 추가 스킬까지 생겼다.
그냥 매직 아이템 세트가 아닌 플러스 세트가 되며 추가된 효과인 것 같았다.
방랑자 세트 또한 변한 건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무장 장착까지 붙으면…….’
아이템 능력치 20% 상승.
이 정도면 해골이 아니라 깡패 수준이다.
‘메이지도 머지않아 100레벨 찍겠지.’
마법사 세트는 그때 끼워 주면 될 거다. 그렇게 해골들이 부지런히 물건들을 제작하는 사이.
“하양아, 밥 먹자.”
―꾸우.
파드득 날아온 하양이가 아이템의 속성을 쏙 빼먹는 모습이 보였다.
[신수 하양이의 상태창을 불러옵니다!] [이름: 하양이] [종족: 칠색조] [보유 속성: 빙 20%, 화 10.2%, 풍 10.31%, 전기 10.11%, 대지 10.23%]‘그간 많이 올랐네.’
빙 뿐만 아니라 다른 속성들까지 10% 정도로 올라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돈 많이 투자하긴 했지.’
네 가지 속성 10% 만드는데 대충 4조 원 정도 들었나?
물론 그만한 값어치는 있었다.
10% 정도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상극의 적에겐 20%까지 딜이 뻥튀기되니까.
거기에 중첩 공격이 겹친다면?
진짜 좋아 죽을 거다.
‘이 정도면 준비도 끝났고.’
선발전이 훌쩍 다가왔다.
그거 끝나면 다음은…….
김민우가 신비한 목걸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대륙 구원.
S+ 등급의 게이트.
입장 레벨 251은 이미 충족한 지 오래다. 천공 경매장에 들른 다음 곧바로 진입할 생각이었다.
거기서 얻을 게 좀 많다.
‘악세 천국이지.’
목걸이.
거기에 아직 나머지 파편들을 다 모으지 못한 4사도의 반지까지.
득템이 기다리고 있었다.
* * *
“오빠아!”
달려와 다리 한쪽을 꽉 안은 나예와 눈을 마주쳤다.
“나 오늘 유치원에서 오빠 이야기 들었어. 응원도 했다?”
나예를 번쩍 안은 채 물었다.
“그래?”
“응! 오빠 맞다고 하니까 선생님도 그렇고 다들 엄청 대단하다고 했어!”
선발전까지 단 하루 남았다.
국가가 인원을 지정한다는 것 외에 참여 형식이랄 건 딱히 없었다.
‘보통 이럴 땐…….’
그날 당일 지정된 인원들이 어디론가 끌려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대회가 시작되겠지.’
나예가 다니는 유치원에서조차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날짜가 코앞까지 다가온 셈이다.
곧이어 김 회장과 최 여사까지 다가왔다.
“잘 다녀오거라. 몸조심하고.”
“엄마는 등수 같은 거 하나도 안 중요하니까, 다치지만 말고 돌아오렴. 알겠지?”
“조심할게요.”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선발전의 내용에 대해선 퍼진 지 오래였다. 사망할 수 있으며 그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는 문구까지도 말이다. 걱정이 따라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참여 안 한다는 선택지는 없지만.’
원래 각성자는 목숨 거는 직업이다. 이 정도에 쫄면 아무것도 못 한다.
“오빠 금방 올 거지?”
“그럼. 나예도 잘 지내고 있어. 고기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응! 야채도 많이 먹을 거야!”
김민우가 피식 웃었다.
퍽이나.
오늘 아침에도 접시에 담긴 피망 구석으로 치우더만.
그래도 귀여우니 됐다.
가족과 인사를 나눈 뒤.
그가 집 밖을 나섰다.
길드 사옥으로 향했다.
이미 그곳엔 수많은 기자들이 자리해 있었다. 일행들과 합류한 다음 기자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사옥에서 대기했다.
머지않아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한국’에서 지정한 참가자입니다.] [선발전에 참여합니다!] [당신의 번호는 123번입니다!]눈앞의 풍경이 뒤바뀌었다.
참여 국가 50개.
각출된 각성자는 국가당 3인.
총 150명의 인원이 허허벌판 위에 위치해 있었다.
이미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해 두었는지, 크게 당황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함께 온 동료들끼리 작게 속삭일 뿐.
신기하게도 각자 다른 언어들이 한국어로 치환되어 들려오고 있었다.
“형. 외국어 다 통역되는 것 같은데요?”
“그러게.”
괜히 통역을 시켜 주는 건 아니겠고.
‘아마 서로 대화할 일이 있나 본데.’
그때,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중국 쪽 각성자 무리가 이쪽을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익숙한 얼굴이었다.
구룡 길드에 소속된 400레벨대의 각성자들. 시간이 흘러 중반 단계가 되면 중국의 서브 간판급으로 활약하는 놈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노란 머리의 모히칸을 가진 놈이 한 걸음 튀어나왔다.
‘이름이…… 류웨이였던가?’
드루이드라는 흔치 않은 직업을 가진 각성자.
여러 동물로 변신해 싸우곤 하는데, 그걸 잘 써먹어서 나름 이름을 알린 중국 각성자였다.
녀석이 바닥에 침을 퉤 뱉은 채 말했다.
“네놈이 김민우냐?”
“알면서 왜 물어?”
“건방진 놈. 소국의 각성자 주제에, 감히 우리 구룡 길드원을 핍박해?”
피식 웃었다.
“짝퉁이나 내놓는 놈들이 핍박은 무슨.”
“하, 이 새끼가 근데…….”
험악해지는 분위기.
타국 각성자들의 시선이 죄다 몰려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게 바로 싸움 구경 아닌가.
중국 쪽 각성자들이 무기를 쥐는 모습이 보였다.
눈을 찌푸린 박시우와 서예림 또한 자신들의 무기를 꺼냈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때였다.
쏴아아……!
허공에 바람이 뭉치더니 형체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거센 풍압에 류웨이를 비롯한 중국 쪽 각성자들이 뒤를 홱 돌아보았다.
김민우 또한 동일한 방향을 바라본 건 마찬가지였다.
‘응?’
“저거…….”
놀라는 서예림.
김민우 또한 눈을 좁혔다.
시험의 장에서 만났던 곰 인형.
그 곰 인형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라 있었으니까.
―엣흠! 반갑다. 이 몸은 위대한 측정관, 포포 님이시다.
팔짱을 낀 채 오만하게 아래의 각성자들을 둘러보는 포포.
“이건 또 뭐야?”
“……곰 인형?”
중국 측 인사들이 눈을 찌푸린 채 말했다.
―시끄럽다! 나 포포 님이 설명하는 시간에 누가 감히 떠드는 거야!
눈을 부릅뜬 채 각성자들을 둘러보는 곰 인형. 곧이어 류웨이를 빤히 노려본 포포가 말했다.
―73번. 경고다. 입 다물고 있어.
“니가 경고하면 뭘 어쩔…… 쿠웨엑!”
까불거리던 류웨이가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갔다.
저 멀리 튕겨 나간 채 쓰러진 류웨이. 마치 복부에 충격을 받은 것처럼 위액을 마구 게워 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류웨이 앞에 다가간 포포가 경고하듯 말했다.
―두 번은 없어.
토를 게워 낸 채 눈물 콧물을 쏟으며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는 류웨이. 그걸 본 타국의 각성자들이 고소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모르는 존재 앞에서 건방을 떨어?’
‘기본도 안 된 놈들.’
이 자리에 모인 자들은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들이다.
외견만 보고 상대를 경시하는 건 각성자가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중 하나였다. 근데 구룡 길드원들은 그렇게 했다.
과도한 국뽕과 안하무인격인 태도. 중국 각성자, 그중에서도 구룡 길드원들의 특징 중 하나였다.
덕분에 시작부터 참교육을 당한 셈이다. 고소해하던 각성자들이 포포를 바라본 채 얼굴을 굳혔다.
‘역시. 숨겨 둔 한 수가 있었어.’
‘섣불리 나서면 안 되겠군.’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저게 대체 뭐 하는 녀석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저거, 귀여운 외견과 달리 속은 완전 괴물이었다.
―엣흠!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한 포포가 허공에 떠오른 채 폼을 잡으며 말했다.
―1번부터 150번까지! 너희는 운이 아주 좋다. 원래라면 이런 최하위 차원 따위에 시스템의 은총이 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에…… 까요?
녀석의 당당했던 어조가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빤히 마주친 시선.
그 끝엔 김민우가 위치해 있었다.
‘뭐, 뭐야?’
최하위 차원에 선발전이 배정됐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 그게 저 인간 행성이었다고?’
포포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