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17)
돈지랄 네크로맨서 (117)
선발전(2)
‘아, 안 돼.’
설마 또 그때의 악몽이…….
그때였다.
마치 아는 척하지 말라는 것처럼, 김민우가 조용히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
황급히 고개를 끄덕인 포포가 각성자들을 둘러본 채 말했다.
―어…… 에…… 1차 시험의 내용을 발표하겠다! 너희는 이제 동일하지만, 각자 다른 도시에 가게 될 거다.
‘도시?’
갸웃하는 각성자들을 향해 포포가 말을 이어 갔다.
―기간은 1주. 거기서 뭘 하든 자유다. 단, 너희의 행동에 따라 점수가 쌓일 거다. 점수를 가장 높게 쌓은 사람이 승자! 틈틈이 알림판에 각자의 점수가 나올 테니, 보고 정진하도록!
곧이어 포포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럼, 시험 시작이야!
[1차 시험이 시작됩니다.] [‘도시 – 123번’에 입장하였습니다!] [경험치를 얻을 수 없는 특수한 무대입니다!] [대신, 이제부터 당신의 행동에 따라 점수가 쌓입니다!]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은 점수를 쌓으세요.]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모으면, 특별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규칙] [* 1차 시험의 점수 상위 50등만이 2차 시험으로 진출합니다.] [* 기존 보유 물품은 상거래에 활용할 수 없습니다.]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 양식부터 시작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일단 판타지 쪽이고.’
포포가 말했던 동일하지만 각자 다른 도시가 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123번이란다.
아마 이런 비슷한 도시들이 참가자 숫자에 따라 150번까지 형성되어 있는 구조겠지.
“하양아.”
―꾸.
“아빠 잘 따라다니고 있어. 알겠지?”
―꾸우.
투명해진 하양이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간판에 요상한 꼬부랑글자들이 쓰여 있었는데, 다행히 읽는 게 가능했다.
거기에 상인들이 물건 팔며 외치는 목소리까지도 알아서 해석되며 들려오고 있었다.
“갓 구운 따끈한 빵 팝니다! 점수 2점!”
“싱싱한 과일 사쇼! 점수 1점부터 시작!”
게이트와 비슷한 취급이었다.
거기서도 문자와 언어가 다 제대로 들려오니까.
생필품 판매금을 점수라는 요상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걸 보니, 여긴 점수가 일종의 돈으로 취급되는 세계관 같았다.
‘행동에 따라 점수가 쌓인다 했었지.’
행동의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또 어떤 행동을 해야 점수를 쌓을 수 있는 건지 아직 모르는 게 많았다.
행인 중 하나를 붙잡은 채 물었다.
“여기, 혹시 용병 길드 있습니까?”
“용병 길드? 저쪽으로 가 보쇼.”
“고맙습니다.”
제대로 된 신분도 없고 돈도 없을 때.
이럴 땐 판타지 국룰, 용병으로 전직하는 게 최고다.
행인이 안내해 준 곳을 따라 이동했다. 머지않아 큼지막한 건물 하나가 보였다.
[용병 길드]안으로 들어가자 험악한 인상을 가진 용병들이 술을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
흘긋흘긋 모이기 시작하는 시선들.
“신참인가?”
“헤, 면상은 좀 반반한데?”
곧이어 웬 대머리 근육 용병이 벌떡 일어서더니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를 띤 건 덤이었다.
“어이 이쁜이. 용병 일이라는 게 참 쉽지가 않아. 그래서 말인데…….”
“3초 주지.”
“앙?”
“꺼져.”
“하! 이 오래비가 점수 좀 쉽게 벌게 해 주…….”
쾅!
검집으로 얼굴을 가격당한 놈이 벽에 쾅 하고 처박혔다.
용병들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뭐야? 지금 쿤델이 당한 거야?”
“금급 용병인데?”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을 마주치던 것도 잠시 홱 하고 고개를 돌려 버리는 용병 무리.
아무래도 방금 쓰러뜨린 놈이 나름 한가락 했던 녀석이었던 것 같았다.
카운터를 향해 다가갔다.
“용병, 될 수 있습니까?”
“어. 무, 물론입죠. 혹시 신분증이라던가 그런 것 있으십니까?”
“없는데요.”
“그, 그렇군요. 그럼 임시 용병패를 발급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차후 실적이 쌓이면 정식 패가 발급될 겁니다. 받으시죠.”
직원이 둥그런 은색 패를 하나 건넸다.
[‘임시 은패 용병’이 되었습니다.] [점수 200점이 주어집니다.] [현재 보유 점수: 200]행동에 따라 점수가 쌓인다더니.
용병이 되는 것도 점수로 쳐주는 모양이었다.
“은패라…….”
“드, 등급을 높이려면 실적 또한 중요합니다.”
“실적 잘 쌓으면 어디까지 올릴 수 있습니까?”
“아다만티움. 여기까지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큰 실적을 쌓아야겠지만 말이죠.”
동, 은, 금, 백금, 아다만티움.
용병 길드의 패는 총 5단계로 나눠진다고 했다.
“임무는 어디서 볼 수 있죠?”
“여깁니다.”
직원이 게시판을 가리킨 채 말했다.
게시판에 붙어 있는 임무표들.
[등산하기] [산을 오른다] [제한 시간: 30분] [난이도: 최하] [보상: 점수 10점] [맹수 사냥] [어두운 산. 그곳을 지배하는 맹수 무리가 있다고 한다. 맹수들을 사냥하자.] [제한 시간: 2시간] [난이도: 하] [보상: 점수 50점] [암살자 무리 조우] [노련한 암살자 무리를 조우했다.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제한 시간: 5시간] [난이도: 중] [보상: 점수 200점] [화산 지대 조사] [뜨거운 화산 지대. 그 깊은 곳엔 알 수 없는 울음소리가 들려 온다는데…….] [제한 시간: 24시간] [난이도: 중상] [보상: 점수 1,000점] [외눈박이 거인의 마을] [사이클롭스 무리를 모조리 토벌하라.] [제한 시간: 48시간] [난이도: 상] [보상: 점수 10,000점] [뱀파이어의 고성] [고성을 지키는 뱀파이어 무리를 토벌한다.] [제한 시간: 없음] [난이도: 최상] [보상: 점수 500,000점, ???] [남은 횟수: 1/1]“임무는 어떻게 수행합니까?”
“거기 있는 종이를 찢으면 됩니다. 그럼 해당 장소로 이동할 겁니다. 다만…….”
이쪽을 슬쩍 바라본 직원이 경고하듯 말했다.
“난이도 중 이상부턴 실패하면 죽습니다. 그러니 무턱대고 들어가진 마십쇼.”
“예. 그나저나 저기 최상 난이도 말입니다. 횟수 제한이 있던데, 모든 도시에서 통용되는 겁니까?”
“예. 어떤 도시든 저 임무를 수행하면 목록에서 사라질 겁니다. 여태 단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지만요.”
고개를 끄덕였다.
등산이나 맹수 사냥.
이런 것으로는 평생 해도 하위권을 맴도는 구조다.
점수가 그만큼 짜니까.
반면 상위 임무는?
사이클롭스 처치는 수행만 가능하다면 이틀 만에 무려 1만 점을 얻을 수 있었다. 뱀파이어의 고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50만 점.
딱 봐도 엄청난 점수다.
아주 대략적으로 난이도 측정을 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당장 사이클롭스만 해도 굉장히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평균 레벨 600 이상.
거인형 몬스터로 오우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저력을 가진 몬스터다.
‘마을이라고 했으니 그런 놈들이 우글거릴 테고.’
그놈들 죄다 때려잡는 게 1만 점이었다.
근데 그 50배의 점수도 모자라 +@까지 준다?
‘난이도가 최소 50배에 가깝다는 건데.’
뱀파이어 무리 토벌에 그 정도 난이도라면.
‘죄다 진혈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건가.’
뱀파이어의 수준은 몸에 구성된 피로 나눈다. 진짜 제대로 된 피를 가진 뱀파이어들.
보통 이런 놈들을 진혈족이라 일컬었다. 만약 저 고성에 그런 놈들만 우글거린다면, 50만 점을 주는 것도 그리 이상할 건 없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씀하시죠.”
금급 용병을 한 방에 박살 내서 그런지 접수원은 굉장히 친절했다.
“여긴 네크로맨서 인식이 어떻습니까?”
“뭐…… 나쁘진 않죠?”
“언데드 소환하고 다녀도 상관없을 정도로?”
“예. 남에게 피해만 안 준다면, 딱히 제재는 없습니다.”
그렇다 이거지.
곧바로 세드릭과 메르헨을 소환했다. 큼지막한 해골과 양산을 든 여자. 둘을 봤음에도 접수원은 크게 놀란 기색이 없었다.
단지.
“……허, 진짜 네크로맨서셨군요?”
조금 의외라는 듯 물었을 뿐.
“맞습니다. 혹시 당신도 일하면 점수를 받는 겁니까?”
“예. 한 달에 500점을 받습니다.”
“500점이라. 그거 산 50번 오르면 끝 아닌가요?”
“그렇죠. 다만 하나 간과하신 게 있는데, 일반인은 30분 내로 저걸 못 합니다. 육체가 안 따라주거든요.”
대충 그런 느낌이구만.
고개를 끄덕인 뒤 접수원을 바라보았다.
“500점이면 평범한 수준보다 더 잘 버는 겁니까?”
“보통 잡부가 하루 10점씩 받습니다. 그것과 비교해 본다면 썩 나쁘진 않지요.”
의뢰가 가능하다는 것.
고작 산을 타는 것만으로도 엘리트 취급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는 세계관이었다.
잡부가 온종일 일해야 10점인데, 산 30분 타면 10점 준다고 하지 않는가.
하루 24시간.
그중에 12시간 산만 타도 240점이다.
잡부 일급의 24배.
그야말로 점수 복사였다.
산 타는 게 그 정도로 괜찮은 일이다?
‘그럼 시험을 안 해 볼 수가 없겠지.’
해일이를 소환했다.
딸그락!
힘차게 경례를 날리는 녀석을 향해 게시판을 가리킨 채 말했다.
“해일아. 저거 찢고 산 타고 와 봐.”
딸그락!
달려간 녀석이 종이를 북 찢었다.
그 순간이었다.
[‘해일이’의 위치가 변경됩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소환이 취소됩니다!]‘아쉽구만.’
아무래도 종이를 찢으면 아주 멀리 이동하는 구조 같았다.
점수 복사 플랜 1 실패.
그래도 괜찮았다.
‘플랜은 더 있으니까.’
뭘 하든 자유고, 행동에 따라 점수가 쌓인다고 했다.
선택지가 오로지 의뢰뿐인가?
아니다.
인벤토리에서 쓸 만한 무기 하나를 꺼낸 뒤 접수원을 바라보았다.
“이 검, 몇 점이나 할 것 같습니까?”
“음. 잠시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검을 건네주자 확인하는 접수원.
방금 건네준 검은 해골들이 제작 가능한 100레벨대의 일반 등급 물품 중 하나였다. 곧이어 그가 고개를 끄덕인 채 말했다.
“괜찮은 검이군요. 동급부터 잘하면 은급 용병분들까지도 애용할 것 같습니다. 제가 시세를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4백 점은 받을 것 같은데요?”
4백 점 정도면 하급 임무 8탕은 뛰어야 벌 수 있는 점수였다.
‘일반 등급이 이 정도 시세라.’
해골이 물건 10개 만들면, 3개 정도는 매직이 뜨곤 했다.
매직 등급은 아마 훨씬 더 비싸게 팔리겠지.
접수원을 바라보았다.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
“150개 도시 말입니다. 각자 거리가 멉니까?”
“마차 타고 가는 걸 기준으로 보면, 가까운 곳은 하루 정도 걸립니다.”
말을 마친 말콤이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렸다.
작은 동그라미 하나.
그 위에 좀 더 큰 동그라미 하나.
그렇게 동그라미가 계속 나열된 모습을 그린 그가 말했다.
“저희 123번 도시는 여기 위치해 있습니다.”
동그라미 중 가장 큰 곳의 구석을 짚은 말콤이 말했다.
너무 멀진 않은 거리.
‘좋은데.’
1번부터 150번 도시까지.
혹시 완전히 단절된 구조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단지 각 도시당 거리가 좀 벌어져 있을 뿐.
이런 식이라면…….
“상단도 있겠네요?”
“물론이죠?”
점수 복사 플랜.
아무래도 찾아낸 것 같은데.
기존 보유 물품은 상거래 불가.
가지고 있는 재료로 물건을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
팔아먹을 수 없으니까.
근데, 여기서 구한 재료로 물건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까지도 상거래 금지일까?
‘아니겠지.’
그건 기존 보유 물품이 아니지 않은가.
거기에 상단 같은 곳이라면 당연히 재료도 잔뜩 쌓아 두고 있을 터.
재료 공급처로는 이만한 곳이 없었다.
“여기서 가장 큰 상단이 어딥니까?”
“말레이 상단이 제일 유명합니다. 인근 서른 개 도시와 교역 중이지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작으로 점수 복사하는 법.
재료를 구하기 쉬워야 한다.
거기에 소비자가 넘쳐나면 더 좋겠지.
‘서른 개 도시 정도면…….’
은급과 금급 용병도 넘쳐날 것이다. 거기에 수요는 거기서만 한정되는 게 아니었다.
도시엔 성주도 있을 거고, 경비대와 기사단도 있을 것 아닌가.
좋은 무구와 방어구는 모두가 탐낼 만하겠지.
‘아주 좋아.’
그 외에도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그렇게 필요한 정보를 다 얻은 뒤엔…….
“혹시 점수 이전 같은 건 어떻게 하죠?”
“그냥 생각하시면 됩니다.”
접수원의 말대로 생각을 한번 해 봤다.
그 순간이었다.
[‘접수원’ 말콤에게 점수 50점을 건네주시겠습니까?]오, 진짜 되네.
고개를 끄덕였다.
[말콤에게 점수가 이전됩니다!]느닷없이 50점을 건네받은 말콤이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엥? 이걸 왜 저한테…….”
“정보료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얼떨떨한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말콤. 귀찮을 텐데 성실하게 답한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궁금하신 게 있다면 얼마든지 더…….”
“아, 이제 됐습니다. 그럼 이만.”
용병 길드를 나섰다.
사람처럼 보이는 메르헨이야 그렇다 쳐도.
겉모습이 완전히 해골인 세드릭과 동행하고 있음에도, 시민들의 관심은 그리 크게 모이지 않았다.
말콤 말대로 확실히 네크로맨서가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았다.
20분 정도 걷자 목적지가 보였다.
〈말레이 상단 지부〉
상단.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은 점수를 쌓으세요.]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모으면, 특별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점수를 모으면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고 했었지.
그게 뭔지.
여기서 점수 좀 복사하면서 한번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