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22)
돈지랄 네트로맨서 (122)
저주받은 대지(1)
[참여할 50인이 모두 선정되었습니다!] [저주받은 대지로 이동합니다!]풍경이 뒤바뀌었다.
마치 썩어 문드러진 것처럼 시꺼먼 땅 위. 곳곳이 파괴된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건물 양식으로 봐선 판타지 계열 같은데…….’
메시지가 떠올랐다.
[2차 시험이 시작됩니다.] [‘저주받은 대지’에 입장하였습니다.] [경험치를 얻을 수 없는 특수한 무대입니다.] [점수는 여전히 쌓입니다. 단, 이전에 특별한 일을 겪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변화는 없습니다.] [규칙이 안내됩니다.] [규칙] [1. 참여자들은 곳곳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2. 참여자들은 저주받은 대지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3. 뭘 하든 자유입니다. 이곳에서 한 달간 생존하세요.] [4. 국적이 같을 경우 상대의 위치가 상단에 표시됩니다.]목표는 간단했다.
한 달 동안 살아남기.
김민우가 바로 인벤토리의 내용물부터 살폈다.
음식, 장비, 소모품 등.
‘사용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렇다고 땅이 발을 집어삼켜 버리는 것도 아니고, 저주를 걸어 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뭐지?
주제가 너무 쉽다.
‘그럼 뭔가 더 있겠네.’
상단을 바라보았다.
하나의 붉은 점과 두 개의 푸른 점이 보였다.
붉은 건 이쪽.
푸른 건 나머지 길드원들인 것 같았다.
‘찾긴 쉽겠네.’
움직이기 전 먼저 메르헨과 세드릭을 소환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메르헨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여긴…… 이상한 곳이네.
“저주받은 대지래.”
―확실히, 그런 것 같아.
새까만 흙을 조금 집은 그녀가 입안에 집어넣었다. 곧이어 그녀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죄다 섞였네?
“섞였다?”
―응. 맛이 복잡해. 마치 키메라처럼.
곧이어 메르헨이 이쪽을 바라본 채 물었다.
―여기서 뭘 해야 해?
“한 달간 살아남기.”
―그건…… 별로 좋지 않은데.
“왜?”
―화가 나 있어.
그때였다.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우르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오오!
뭔가 아련한, 메아리 같은 울음소리가 대지 전체에 퍼져 나갔다.
세드릭의 안광이 불타올랐다.
―뭔가 올 것 같군.
“그럴 것 같네.”
김민우가 사령검을 뽑았다.
불룩!
불룩!
마치 물이 끓으며 거품을 내는 것처럼 썩은 땅이 부풀어 올랐다.
푸확!
사방에서 기포처럼 터져 나가는 땅.
그 안에서 괴상한 촉수 무리가 튀어나왔다.
딱 봐도 수십이 넘어가는 촉수 더미들이 포위진을 구성하고 있었다.
하나당 크기가 3M 정도 되는 촉수가 넘실거리는 걸 보니 제법 혐오스러웠다.
‘많기도 하네.’
그때였다.
―징그러. 죽어.
[메르헨이 사이클론(SS)를 사용합니다!]쏴아아……!
막대한 풍압과 함께 땅 밑에 박혀 있던 촉수 더미가 죄다 뽑혀 나갔다. 꿈틀거린 채 일점으로 뭉쳐진 촉수들.
[메르헨이 대폭발(SS)를 사용합니다!]퍼버벙!
거대한 연쇄 폭발이 터져 나왔다.
수천 개의 파편으로 변해 바닥에 비처럼 흘러내리는 촉수 더미가 보였다.
‘약한데?’
물론 메르헨의 마법이 SS급이라는 것도 있긴 할 테지만, 그걸 감안해도 촉수가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다. 단지 생김새가 좀 혐오스러울 뿐이지.
그때였다.
갈가리 찢긴 촉수 파편들 중 일부가 갑자기 한 곳을 향해 뭉치기 시작했다. 마치 찰흙 놀이처럼 꿈틀거리던 파편이 사람의 모양으로 변한 것도 모자라.
“크허억!”
다급히 숨을 내쉬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요. 괜찮으십니까?”
“무, 물…….”
삐쩍 말라비틀어진 금발의 사내가 애타게 물을 찾았다. 괴상한 언어임에도 해석이 되는 걸 보니, 1차 시험처럼 언어가 통하는 모양새였다.
딱 봐도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물 대신 최상급 포션 한 병을 입안에 부었다.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온몸을 벌벌 떨던 남자의 안색이 조금 나아졌다.
“허억. 허억…….”
“좀 괜찮으십니까?”
“여, 여긴…….”
“당신, 조금 전까지 저 괴상한 촉수였습니다.”
그 말에 남자가 멍하니 촉수 파편을 바라보았다.
“허…….”
믿을 수 없다는 듯 허탈한 한숨을 내쉬는 남자.
그를 본 김민우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최상급 포션을 먹였는데도 딱히 회복에 차도가 없다.
‘생명력을 죄다 빨린 건가?’
몸의 근원이라 할 만한 생명력이 죄다 빨렸을 때, 보통 저런 반응을 보이곤 했다.
저러면 포션으로도 못 살린다.
포션은 있는 생명력을 활성화시켜 주는 역할이지, 없는 걸 활성화시켜 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쿨럭!”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가 피를 마구 토하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당신, 오래 못 살 겁니다.”
“……대충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쩌다 이 마굴에 온 겁니까……?”
“……마굴?”
“이곳이…… 어딘지…… 모르십니까?”
“모릅니다. 혹시 알고 계신 게 있습니까?”
“여긴…… 감옥입니다…… 끔찍한 괴물을 가두는 감옥…….”
“좀 더 설명해 주시죠.”
남자의 입에 포션을 한 병 더 부었다. 지금 듣는 정보엔 그만한 가치가 있을 테니까.
남자의 눈이 빛났다.
“지하에 괴물이 있습니다.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깨어납니다. 후욱…… 흑마법사들이…… 이곳을 점령했습니다…….”
“흑마법사들이?”
“……여긴 괴물만 안 깨우면…… 그들의 수련에 최적화된 장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납치해…… 주기적으로 제물을 바치죠…….”
저주받은 대지라더니.
아무래도 흑마법사와 찰떡궁합인 동네인 것 같았다.
“제물을 바쳐야 하는 주기는?”
“……하루에…… 한…… 번…… 제물이…… 강할수록…… 저주가…… 강해집니다…… 흑마법사들에겐……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이런.
남자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포션 한 병을 더 부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모으기 위해 그의 입을 주시했다.
“조심……하십……쇼…… 여기…… 있는…… 이상…… 흑마법사들이…… 당신을…… 노릴…… 허억.”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자의 숨이 멎었다.
김민우가 그의 눈을 감겨 주었다.
‘상황은 대충 알겠군.’
흑마법사 입장에서 여긴 제물만 바치면 꿀단지나 다름없는 장소였다.
‘참가자들은 여기 못 빠져나가고.’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여길 점령한 흑마법사 무리와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안 그래도 제물 바쳐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그럴듯한 제물이 마구 굴러들어 온 것과 다름없을 테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이쪽도 막 나쁘진 않다.
만약 흑마법사라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십중팔구 이곳에 온 각성자들끼리 내분이 터졌을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과 싸우느니, 제물 주고 시간 버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자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
‘울음소리부터 좀 세 보이긴 했지.’
티모른 공작보다 지금 지하에 있다는 그 괴물이 훨씬 더 강할 것 같은데…….
‘일단 촉수 정도는 알아서 처리했을 거고.’
별로 안 세다.
2차 시험에 온 각성자들이라면 촉수 무리 정도는 가볍게 해치웠을 것이다.
자신이 이 금발 남자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 다른 각성자들도 지금쯤 대충 굴러가는 상황을 파악했을 터.
‘일단 길드원들부터 찾아야겠군.’
상단에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흑마법사도 마주칠 테고, 놈들의 수준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될 것이다.
두 군단장과 함께 전진했다.
* * *
오래전, 흑마법사들에게 있어 축복과도 같은 땅을 찾았다.
괴물이 잠들어 있는 대지.
땅 위의 도시를 멸하고, 오랜 기간 제물을 바쳐 괴물의 성장을 도왔다.
대지 위로 저주의 힘이 퍼졌다.
그 힘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결계를 쳤다.
그렇게 이 저주받은 대지는, 오랜 세월이 지나 흑마법사들의 성지(聖地)가 되었다.
오로지 단 한 가지 규칙만 지킨다면 성지의 흑마법사들은 영원토록 광명을 누릴 수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제물을 바칠 것.
그런데 이 성지에.
“……침입자가 있다고?”
“곳곳에서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성지의 제사장, 모르탄이 고개를 갸웃했다.
“결계가 뚫린 신호는 없었지 않나?”
“예. 아주 멀쩡합니다. 그래서 더 의문입니다. 어떻게 성지에 들어온 건지…….”
“수준은 어떻던가?”
“벌써 몇몇 신도들이 당한 모양입니다.”
신도들이 당할 정도라.
모르탄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제물이 되어 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숫자는?”
“현재 파악한 것으론 일단 스물은 넘을 것 같습니다.”
“쓸 만한 제물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 됐군.”
“예. 그분께서 보우하시는 게 틀림없습니다.”
“……자네. 요즘따라 자주 망각하는 것 같군. 우린 신을 모시는 게 아닐세. 단지 괴물과 거래를 하는 것일 뿐.”
“……아, 예. 제가 실수했습니다.”
“가지.”
모르탄이 몸을 일으켰다.
휘하의 흑마법사들과 함께 신전을 나섰다. 수정구를 통해 연락하며 침입자들의 행방을 찾아나선 지 2시간 정도가 됐을 때쯤.
그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시꺼멓게 변한 동공.
시야가 한껏 넓어졌다.
저 멀리 세 명의 일행이 보였다.
‘찾았다.’
그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마치 야수를 형상화한 것 같은 장비를 착용한 각성자, 류웨이였다.
“커헝!”
순식간에 표범처럼 변한 류웨이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렵한 움직임.
하지만, 모르탄에게 있어선 의미 없는 반항일 뿐이었다.
수십 년간 이곳을 지배한 성지의 제사장.
그가 쌓은 힘은 어중이떠중이들이 받아 낼 만한 게 아니었으니까.
손짓 한 번에 사방에서 검은 가시가 치솟았다.
곧바로 곰처럼 변한 류웨이가 몸을 웅크렸다. 가시가 두꺼운 모피를 단숨에 찢고 살에 푹 박혔다.
“크허엉!”
안간힘을 쓴 채 몸을 움직이는 거대한 곰.
“그나마 힘 하나는 봐 줄 만하군.”
모르탄이 냉소한 채 말했다.
남은 중국 측 각성자 두 명이 몸을 움찔했다.
운 좋게도 서로 가까이 있었기에 빨리 합류할 수 있었다.
촉수 더미를 처리하며 등장했던 사람. 그를 통해 흑마법사가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 또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걸 대체 어떻게 이기라는 건데?!’
류웨이 정도면 이번 참여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각성자였다. 근데 뭘 해 보지도 못하고 제압당했다.
심지어 흑마법사는 저게 끝이 아니었다. 시꺼먼 로브를 쓴 자들이 뒤편에서 몰려오고 있었으니까.
“성소를 짓밟은 버러지들아. 너희의 죄는…….”
그때.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류웨이가 다급히 외쳤다.
“자, 잠깐만요!”
“……?”
“당신들을 돕겠습니다! 아니, 돕게 해 주십시오!”
“우릴 돕는다?”
“저희만 이곳에 온 게 아닙니다! 분명 다 잡으셔야 할 테지요. 저희가 그걸 돕겠다는 겁니다!”
“……넌 그놈들과 동료가 아닌가?”
“동료는 무슨! 여기도 국가 같은 것이 있지 않습니까?”
“있지.”
“그냥 다른 국가 사람들입니다! 생판 모르는 남남이요!”
진짜 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흐음…….’
모르탄이 잠깐 고민했다.
성지는 넓고, 놈들의 수준은 제법 높았다.
이대로라면 날벌레처럼 흩어진 놈들을 사냥하기 위해 자신이 계속해서 돌아다녀야 했다.
하지만 이놈들을 활용한다면?
성지의 청소가 훨씬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독을 독으로 제어한다라…….’
괜찮은 생각이다.
“원하는 건?”
“살려 주십시오. 그거면 됩니다.”
“좋다. 충성을 증명한다면.”
“……증명이라면…….”
“낙인을 받아들여라.”
류웨이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제길. 곱게 넘어가긴 글렀군.’
보아하니 뭐 이상한 걸 할 생각인 것 같은데.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좋습니다. 다만, 궁금합니다.”
“별거 없다. 너희의 심장에 표식을 새기는 것일 뿐이니.”
“…….”
중국 측 각성자들의 얼굴이 똥 씹은 듯 구겨졌다.
심장에 뭘 새긴댄다.
딱 봐도 별거 있었다.
“……예.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류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겨야 했다.
‘마냥 답이 없는 것도 아니야.’
정황상 이곳은 게이트 내부처럼 아예 다른 차원인 것 같았다.
인종도, 언어도, 생김새도 죄다 다르다.
‘지구로 돌아가기만 하면 돼.’
심장에 뭘 새긴다 한들 차원을 넘어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한 달만 버티면 된다.
그럼 시험 끝이다.
‘거기에, 차라리 이게 나을 수도 있어.’
1차 시험에서 5위를 달성한 자신조차 숨 한 번 내쉴 시간에 제압당했다.
차라리 이놈들 편들고 각성자 잡아 제물로 바치는 게 훨씬 더 안전해 보일 지경이었다.
유일한 변수라면 1,500만 점을 달성한 1위 정도인데.
‘실력은 아닐 거다. 꼼수를 찾아낸 게 틀림없어.’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거 무섭다고 거절하면 지금 당장 죽을 테니까.
“너희는? 거부할 것이냐?”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새기겠습니다! 충성을 증명하겠습니다!”
그제야 모르탄이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의 손이 제압당한 류웨이의 가슴팍을 향해 푹 파고들었다.
“커흑!”
“고통은 잠깐일 뿐이다.”
중국 측 각성자들의 가슴에 낙인이 새겨졌다.
손이 쑥 빠져나가고.
“허억!”
각성자 무리가 숨을 내쉬었다.
곧이어 그들이 전율했다.
몸 안에 기이할 정도로 활력이 넘쳐났기 때문이었다.
그걸 본 모르탄이 차게 웃었다.
저들은 알까?
이 낙인이란 게 생명력을 빨아먹어 불태우는 구조라는걸.
성지를 흙발로 짓밟은 놈들을 살려 둘 생각 따윈 애초부터 없었다.
적당히 써먹고, 폐품이 됐을 때쯤 제물로 바치면 딱 좋을 테지.
그가 명령하듯 말했다.
“놈들을 찾아라. 그리고 내 앞에 데려와라.”
“알겠습니다.”
중국 측 각성자 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