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26)
돈지랄 네트로맨서 (126)
길드원과 군단장들에게 각성자들의 훈련을 맡긴 사이.
신전에 있던 흑마법사들의 연구실. 그곳에서 김민우는 연금술에 매진하고 있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매진하는 건 아니었다.
[수습 연금술사 234가 엘프식 연금술(D)를 사용…….] [수습 연금술사 342가 엘프식…….] [대실패!] [도저히 물약이 될 수 없는 조합법입니다! 숙련도가 쌓이지 않습니다!] [대실패!].
.
해골들이 죽어라 구르고 있는 것일 뿐.
이프락스의 정신 공격.
애초에 남의 정신을 건드린다는 것부터가 대단히 수준이 높은 영역이었다.
고작 D등급 연금술로 저런 걸 막아 낼 물약을 뽑아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최소 S급은 되어야 만들어 낼 만하겠지.
그래서 발상을 바꿨다.
굳이 정신 공격을 막는데, 정신을 방어하는 물약이 필요한가?
김민우가 보기엔 딱히 아니었다.
애초에 정신 공격이란 건 보자마자 무슨 마인드 컨트롤처럼 노예로 만드는 능력이 아니었다.
그런 능력이면 신에 가까운 권능이다.
‘신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애초에 그 정도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제사장을 비롯한 흑마법사들은 죄다 노예로 다뤄지고 있었을 것이다.
‘봉인진 수준에서 제약당할 정도면…….’
잘 쳐줘야 시간 들여서 꼭두각시로 만드는 능력이겠지.
결국 정신을 흔들고 속박하기까지 텀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 틈새를 잘만 활용한다면 정신 공격도 충분히 흐트러뜨릴 수 있었다. 지금 해골들을 죽어라 굴리고 있는 이유였다.
3일 내내 이어 간 노가다.
“슬슬 뭐 하나 떠 줄 때가 됐는데…….”
그때였다.
[성공!] [‘100일 굶은 오우거도 고개를 저을 정도로 맛없는 악취 물약’이 제작됩니다!] [새로운 연금술 레시피를 발견하였습니다! 목록에 등록됩니다!] [수습 연금술사들이 귀중한 경험을 얻어 냅니다!] [노하우 폭발!] [성공!] [‘노련한 악마도 울고 갈 간지럼 물약’이 제작…….] [성공!] [‘파멸적인 재채기 물약’이…….] [새로운 연금술 레시피들을 발견하였습니다! 목록에 등록됩니다!] [엘프식 연금술(D)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떴냐?”
해골들이 공손하게 물약을 바쳤다. 그것들을 쥔 그가 내용을 살펴보았다.
[100일 굶은 오우거도 고개를 저을 정도로 맛없는 악취 물약] [등급: 유니크+] [광기에 물든 제작자의 첫 번째 명작. 세상 맛없고 냄새난다는 건 죄다 때려 넣은 것 같은 물약이다.] [효과 1. 너무 맵고, 짜고, 시고, 쓰고, 역하다. 여기에 감칠맛이 폭발한다.] [효과 2. 섭취 시 동안 미각과 후각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을 지속적으로 가한다.(2시간)] [노련한 악마도 울고 갈 간지럼 물약] [등급: 레어+] [광기에 물든 제작자의 두 번째 역작. 마시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효과 1. 마시면 온몸에 개미가 기어가는 간지러움을 느낄 것 같다.(1시간 30분)] [파멸적인 재채기 물약] [등급: 매직+] [광기에 물든 제작자의 세 번째 작품. 그나마 이건 좀 인간답다.] [효과 1. 마시면 재채기가 나온다.(1시간)]“오.”
내용을 본 김민우가 감탄을 내뱉었다. 엘프들의 레시피에도 이런 목록들은 없기에, 일단 관련이 있다 싶은 재료들을 죄다 때려 박아서 물약 제조를 시도했는데.
“유니크가 떴네?”
지난 3일간의 뜨거운 노력.
그게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레시피가 등록됐으니 이제 재료만 넣으면 무한 복사가 가능한 구조였다.
‘거기에 하나는 레어고.’
생각했던 것보다 위력이 더 끔찍할지도 모르겠다.
‘한 번 실험해 봐야 할 것 같은데…….’
목숨이 걸린 일이다.
위력 검증은 필수.
이런 건 직접 시도해 봐야 안심할 수 있었다. 악취 물약을 집은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에라.”
그가 눈을 질끈 감은 채 내용물을 들이켰다.
꿀꺽.
액체가 혀에 닿자마자 느껴지는 폭발적인 맛의 향연.
악취는 또 얼마나 지독한지, 하수구에서 음식물을 수십 년간 삭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웨엑!”
척수 반사적으로 구역질이 나왔다.
쓰러지지 않은 건, 산전수전을 죄다 겪은 경험 덕분이었다.
“허억. 허억.”
그가 다급히 인벤토리에서 박하사탕을 꺼냈다.
열 개를 입안에 죄다 때려 박았음에도 여전히 느껴지는 끔찍한 맛과 악취.
오히려 박하의 시원한 향이 섞이며 더 이상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란 게 뭔지 단숨에 깨달았다.
“됐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
정신 공격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하는 쪽에서 정신만 또렷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시간을 대단히 지연시킬 수 있었다.
고통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데 가장 좋은 효과 중 하나다.
레어 등급과 매직 등급의 물약도 죄다 한 모금씩 마셨다.
유니크보단 좀 못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위력은 충분했다.
‘완벽하게 막는 건 바라지도 않았어.’
빛 폭탄 11개.
애초에 장기전을 갈 싸움이 아니었다. 폭탄 죄다 터질 때 놈이 죽거나 이쪽이 죽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지.
“에취! 이것들 만들어. 최대한 많이.”
딸그락!
충성스러운 해골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3일간 신전의 연구실 안에서 두문불출했던 김민우.
누구도 그 안에 접근하지 못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훈련으로 빡세게 굴러 방문할 틈 자체가 없었을뿐더러.
밤과 새벽 사이엔 잠들지 않은 두 군단장이 입구에서 경계를 섰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길드원들 정도만 출입했을 뿐. 그렇기에 호기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뭐 하길래 안 나오는 거지?’
여기 모인 각성자들의 리더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김민우였다.
가장 강한 네 명의 교관들부터가 이미 그렇게 여기고 있는 구조였으니까.
근데, 합을 맞춰야 하는 이 중요한 순간에 리더란 사람이 콕 박혀서 대체 뭐 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나날이 궁금증이 커질 때쯤.
드디어 김민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괴상한 포션이 가득히 들어간 상자를 든 해골들을 이끈 채로.
“잠깐 훈련들 멈추고 다들 모여 보세요.”
그렇게 모인 마흔 둘의 각성자들.
그들을 향해 김민우가 여태 모은 이프락스의 정보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정신을 지배하고, 저주도 쓰고, 거기에 특수한 능력이 더 있는 괴물이란 겁니까?”
“예.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문헌들을 살폈는데, 그렇게 써 있더군요.”
연금술은 해골이 쓰는 거지 김민우가 쓰는 게 아니었다.
덕분에 틈틈이 서적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제사장의 방에서 숨겨진 공간을 찾아낸 건 덤이었다.
그곳엔 이프락스의 능력에 대해 적힌 서적이 있었다.
역대 제사장들이 철저히 분석하고 파헤친 능력들이.
‘그놈들도 나름대로 대비했던 거겠지.’
애초에 인식부터가 그랬다.
신이 아니다.
위험한 괴물임을 인지해라.
공포를 느낀다 등등…….
제사장이라는 직함과 다르게 그들은 이프락스를 명백히 경계하고 있었다. 괴물의 능력과 힘을 철저히 분석해 온 것도 그 경계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김민우가 계를 탔다.
레이드를 시작하기도 전의 적의 힘과 권능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저주는 사제들의 축복으로 대비하면 되고. 정신 공격은 이걸로 대비들 하시면 됩니다.”
뒤따라온 해골들이 세 개의 포션을 집어 각성자들에게 건네주었다.
상세 설명을 본 각성자들의 눈에 경악이 스쳐 갔다.
“……100일 굶은 오우거도 고개를 젓는 물약?”
“……노련한 악마도 울고 가?”
그나마 나름 괜찮다는 수식어가 ‘파멸적인’ 이었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경험을 쌓은 숙련자들이었기에, 왜 이런 포션을 건네주는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괴물의 가장 주된 권능인 정신 공격. A급 각성자 수준의 정신력으로 버티기엔 딱 봐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그러니 포션 준 거겠지.’
수식어가 너무 살벌해서 문제일 뿐. 오죽하면 별다른 이점도 없는 똥템에 유니크와 레어 등급이 붙었겠는가.
‘그러고 보니, 일성에서 + 물약을 팔던데…….’
‘그 연금술사가 이런 것도 만든 건가? 취향 한번 참 괴상하군.’
상세 설명도 그렇게 느낀 건지, 친절하게 ‘광기에 물든 제작자’라고 표현해 주고 있었다.
이런 괴작을 선발전에 바리바리 싸 온 김민우도 이해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아공간 반지가 넘쳐나도 그렇지, 진짜 공간이 남아도는 건가 싶을 지경이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다들 기본기는 어느 정도 감 잡았을 거고, 이제 심화 단계로 포션 먹고 움직일 겁니다. 알겠습니까?”
“그…… 괴물하고 싸울 때 먹으면 안 되는 겁니까?”
“다 아실 만한 분이 왜 그러실까. 지금부터 익숙해져야, 그때도 포션 먹고 잘 움직이죠. 안 그렇습니까?”
“그, 그렇죠.”
“얼른 드세요. 이거 보양식보다 비싼 겁니다.”
레시피 찾기까지 들어간 재료값만 해도 수백억 단위다. 어지간한 보양식보다 비싼 게 맞았다.
꿀꺽.
긴장 어린 얼굴로 물약을 바라보는 각성자들.
용감한 각성자 하나가 가장 먼저 나섰다.
“에라!”
우락부락한 팔로 물약을 연 채 벌컥 들이켜는 톰슨.
“……우웨에엑!”
“아! 고개 돌려서 해요!”
“웨에엑! 안 멈…… 웨에엑!”
각성자들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뚜껑이 열린 순간부터 퍼져 나오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냄새.
한 가지 확실한 건 멀리서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날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크, 큰일 났군.’
남은 4일.
인세에 지옥이 현신할 것 같았다.
* * *
4일이 지났을 때.
아침이 되자마자 각성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들 아시다시피, 오늘 놈을 공략할 겁니다. 말했던 대로 빛 폭탄을 던질 겁니다. 하나씩. 아마 차근차근 잡아가는 과정이 되겠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프락스에 대한 정보는 그들도 들어 알고 있었다.
정신 공격과 저주 외에도.
‘고통 경감까지 지녔다 했었지. 생각보다 더 까다로운 놈이다.’
고통 경감.
A급 게이트 보스 중에서도 그런 능력을 가진 놈이 몇 있었다.
효과는 간단했다.
한 방에 큰 데미지를 받으면, 그중 일정 데미지를 무시하는 능력이었다.
한 방 딜이 커지면 커질수록 비례해서 무효화 되는 딜도 커지는 구조다. 저러면 폭탄을 한꺼번에 던지지도 못한다. 딜 감쇄 폭이 훨씬 커질 테니까.
그때.
김민우가 빙그레 웃은 채 말했다.
“너무 긴장할 거 없습니다. 다들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맞지. 대장이 준 포션에 적응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
톰슨이 쓴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
이젠 포션 먹어도 아예 정신도 못 차린 채 쓰러져 구역질을 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좀, 아니 아주 많이 역겨울 뿐.
“갑시다.”
각성자들과 함께 신전의 지하로 이동했다.
드넓은 마법진 사이로 흑마법사들이 묶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출현 조건은…….’
봉인진에 제물을 바치지 않는 것.
여태까지는 흑마법사 놈들로 제물을 꼬박꼬박 바쳐 왔다.
하지만 준비가 끝난 지금.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언데드 군세가 지하를 가득 메웠다. 사이사이, 각성자들이 파고들었다. 긴장 어린 기색으로 무기를 쥐는 각성자들.
다수가 모여 시도하는 레이드는 당연히 난이도가 높다.
보통 실수 한 번 하면 골로 가는 구조다. 사망자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김민우가 뒤돌아본 채 말했다.
“사전에 연습했던 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사망자가 없을 거라 단언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박자 쉰 그가 빙그레 웃은 채 말했다.
“보상은 목숨 걸 만한 값어치가 있을 거라는 것. 그럼, 시작합시다.”
직후.
푸른 화살 다섯 발이 묶여 있던 흑마법사들의 미간을 꿰뚫었다.
깔끔한 즉사.
우르르……!
신전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봉인진 위에 제물이 없습니다!] [이프락스가 크게 분노합니다!] [경고!] [10분 내로 봉인진에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이프락스가 대지 위로 직접 출현하게 됩니다!]첫날 땅이 크게 울려 퍼지던데.
머지않아 잠잠해졌던 건 10분 내로 다시 제물을 올려놔서 그랬던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땅이 점점 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꽈직……!
꽈직……!
머지않아, 혼이 빨려 들어갔던 구멍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마치 거대한 우물 같은 구멍이 생겨났다.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아래가 끝도 없이 이어질 지경이었다.
구멍 아래서 무언가가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포도같이 수백 개의 눈알이 뭉쳐진 괴물.
각성자들이 준비한 포션을 마셨다.
끔뻑.
이프락스가 눈을 끔뻑였다.
공략, 시작이다.
놈을 향해 빛 폭탄을 던졌다.
뻐엉!
새하얀 폭발이 눈동자 위에서 터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