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28)
돈지랄 네트로맨서 (128)
보물의 산
각성자들을 바라보았다.
손에 쥔 자그마한 상자들을 바라본 채 놀라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충 귀동냥해 보니, 점수 대신 유니크와 레전드 등급의 장비 뽑기 상자를 얻은 것 같은데.
‘하긴.’
맨 처음 여기 왔을 때 봤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점수는 여전히 쌓입니다. 단, 이전에 특별한 일을 겪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변화는 없습니다.]VIP 상점을 개방 못 했으면 앞으로 점수 먹어도 개방이 안 된다.
대충 이런 뜻일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각성자들에게 점수로 보상을 준다 한들 딱히 써먹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러니 점수 대신 물건을 보상으로 건넨 것일지도.
유니크와 레전드 등급이면 각성자들도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보상이었다. 원래 그런 장비 얻으려고 목숨 거는 게 각성자란 직업이니까.
그가 사령검을 바라보았다.
이프락스를 잡아냈을 때.
[강적입니다! 흡수량이 크게 증가합니다! (9/10)]5 정도의 수치를 흡수했다.
공작이 4인 것에 비하면 낮긴 한데.
‘기여도에 따라 흡수량이 달라지는 구조인가 보네.’
아마 그런 것 같았다.
현재 남은 수치는 1.
게이트 가서 강적 하나 잡아내면 또다시 성장이다.
레전드에서 레전드+ 등급이 되었으니, 다음은 아마 고대급이겠지.
‘고대 등급의 검이라.’
정말 사치스러운 무기다.
아마 이 녀석과는 상당히 오래 가지 않을까 싶었다.
아쉽게도 타이틀은 못 얻었는데.
‘이상할 건 없지.’
원래 타이틀은 파티보단 솔플에서 잘 나오곤 하니까.
‘그래서, 난 뭐 주려나?’
그때였다.
[기여도 1위입니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세요!] [1. 기여도를 점수로 환산하여 받기.] [2. 점수로 환산하지 않는 대신 ‘보물의 산’으로 이동하기.]‘흐음…….’
신기한 선택지가 나왔다.
1번은 원래 생각했던 보상 방식이었고, 2번은…….
‘보물의 산이라.’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선택지였다.
그때였다.
―자, 다들 보상받으셨지요? 이제 곧 시험이 끝날 겁니다! 지구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뜻이죠!
“그럼 우리도 돌아가나?”
김민우의 질문에 포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1, 2, 3등은 예외입니다. 선택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겁니다.
선택?
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선택지 두 개, 떴습니까?”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서로 대화를 나눠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때였다.
각성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전송 전까지 고작 3분?”
“너무 짧은 거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인사 나눌 시간은 주셔야…….”
당황하던 것도 잠시.
각성자들이 이쪽을 향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구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잘 깼습니다. 혹시 프랑스에 올 일 있으면…….”
“여기 인도도 있습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말들.
사방에서 명함이 수도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노련한 A급 각성자들이다.
이중에선 시간이 흐르면 S급으로 올라가는 각성자가 대다수였다.
SS급 업적이 등장했다 한들 S급 각성자가 어디 가서 무시 받을 존재는 아니었다.
이참에 인맥을 형성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지.
마치 디펜스 게임을 하듯 명함을 하나씩 받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서예림과 박시우 또한 수많은 명함을 받았다.
실력을 봤으니 안 친해지고 싶은 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때.
미국 측 각성자들이 다가왔다.
톰슨이 씩 웃은 채 말했다.
“대장! 아니, 이제 대장은 좀 그런가? 어쨌든, 혹시 미국에 놀러 올 일 있으면 우리 드래곤 길드 한 번 와. 맥주 한잔하자고.”
그가 근육질 팔로 맥주를 벌컥 마시는 포즈를 취했다.
드래곤 길드.
미국에서 1위를 달리는 길드다.
‘뭐, 다들 그랬지.’
애초에 국가에서 셋 뽑아서 참가한 대회다. 각성자들의 배경이 부실한 게 더 이상한 일일 터.
“기회가 되면 꼭 방문하겠습니다.”
“그래. 다음에 볼 땐 아마…… 게이트 쟁탈전이겠군. 그때까지 잘 지내고.”
다음은 소피아였다.
슬쩍 다가온 그녀가 물었다.
“민우 씨! 혹시 여자 친구 있어요?”
“연애보단 사냥이 재밌을 시기라.”
“그래요? 사실 저도 그런데. 우리 연락하고 지내요.”
그러면서 슬쩍 종이 한 장을 주머니에 넣었다.
“업무용 말고, 제 개인 번호예요. 비싼 거니까 잃어버리면 안 돼요?”
소피아가 미소지은 채 말했다.
얜 좀 강적이네.
일단 받아 두었다.
번호란 게 한 번 보관해 두면 언젠가 써먹는 날이 오곤 하니까.
곧이어 각성자들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아예 2차 시험의 무대에서 사라진 각성자들.
남은 건 돈지랄 길드 단 셋뿐이었다. 슬쩍 다가온 박시우가 말했다.
“와, 방금 그 소매넣기 뭡니까? 직업 마법사 말고 도둑인 줄.”
“뭐 그리 놀래. 넌 한 열 개 받았으면서.”
“……그중 여덟 개는 허수예요. 죄다 형 소개시켜 달라고 준 거라니까요?”
김민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거면 그냥 직접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제가 좀 들은 게 있는데, 여자들 사이에 서열? 같은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훈련생 중에선 소피아 씨가 1위라던데요?”
“그래서, 번호 못 주게 협박이라도 했다고?”
“그런 건 아닌데. 은연중에 그, 뭐랄까. 아무튼 그런 게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그게 아니면 저보고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그럴지도.
‘오히려 낫네.’
덕분에 번호 한 개만 받지 않았는가.
“여덟 개 빼도 두 개나 남네 뭘.”
“큼. 뭐, 저도 나름 활약하긴 했죠?”
허리를 쭉 편 채 자랑스럽게 말한 녀석이 서예림을 바라보았다.
“누나도 번호 많이 받지 않았어요? 아까 보니까 그 바게트 형이 대시하던데. 막 이렇게, 느끼한 눈으로.”
“난 한식 좋아해.”
덤덤하게 답한 서예림이 김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둘 중 뭐 고를 생각이에요?”
“글쎄요. 포포?”
―넵.
대기 중이던 포포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2번 고르면, 점수는 아예 없는 거야?”
―그렇습니다.
“흠…….”
김민우가 잠시 고민했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 선택지였다.
1번, 기여도 점수 환산.
아마 상당한 점수가 주어지겠지.
‘문제는…….’
[1. 빛 폭탄(50만 점)] [2. 최상급 영약 레시피(100만 점)] [3. 엘릭서(100만 점)] [4. 랜덤 아이템 박스(200만 점)] [5. 낡은 열쇠(500만 점)] [6. 벼락의 성흔(700만 점)] [7. 엘루의 눈물(900만 점)] [8. (매진)]바로 매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핵폭탄, 이제 매물 없다.
“기여도, 점수로 환산하면 몇 점 정도지?”
―대략 퍼센트 당 100만 점 정도라 보면 됩니다.
대충 예상했던 것과 비슷했다.
‘기여도 1%가 레전드 상자를 받았지.’
참고로 상점에서 파는 200만 점짜리 상자는 레전드~고대 뽑기 상자다.
훨씬 더 잠재력이 높았다.
그러니 각성자들한테 점수에 맞게 반쪽짜리 상자 뿌린 거겠지.
“VVIP 목록은 매진되면 더 못 사는 거야?”
―정확히 말하면 5번 목록인 열쇠부터 그렇습니다.
“점수를 더 얻으면 VVIP 이상의 상점도 개방할 수 있는 건가?”
―죄송하지만, 그 이상의 상점은 이번 무대에서 배정되지 않았습니다.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메시지로 알려 주었을 것이다.
‘그럼 점수로 바꾸는 건 맛 없겠네.’
5, 6, 7번 다 사도 2,100만 점이나 남는다. 이걸 자잘한 물품들에 나눠 소모한다?
송사리가 모여 봤자 결국 송사리 무리다.
상어한텐 못 이긴다.
차라리 2,100만 점짜리 비싼 거 하나를 사는 게 훨씬 나았다.
근데 지금 1번 고르면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보물의 산은 어떤 곳인지 말해 줄 수 있어?”
―어, 음…… 그냥 말 그대롭니다. 보물이 많이 쌓여 있는 곳이죠.
“보물을 죄다 고르는 건 당연히 안 될 거고.”
끄덕.
“복불복 같은 건가? 터지면 고점이 한없이 높은, 그런 거?”
끄덕.
친절한 포포.
그걸 본 서예림과 박시우가 눈을 빛냈다.
두 사람 또한 이 곰 인형의 행동 패턴에 대해 숙지하고 있었다.
여기 오기 전에 VIP 상점 써서 물건 샀으니까.
그것도 눈앞의 곰 인형이 추천해 준 걸로 말이다.
“저한텐 2번이 맞네요. 예림 씨하고 시우 넌 1번도 괜찮겠다.”
김민우가 간단하게 VVIP 상점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둘의 기여도는 환산하면 1,000만 점을 훌쩍 넘는다.
VVIP 상점이 개방될 테니, 거기서 소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반면 이쪽은…….
‘악마 권능이 있지.’
안드로말리우스.
통칭 안 모 씨.
그 녀석이 준 권능이 있었다.
보물 찾는 능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박시우가 씩 웃은 채 말했다.
“제가 길드에 들어가면서 생각한 게 있습니다.”
“뭔데?”
“뭘 해도 형 따라가면 반타작은 하겠다는 거. 저도 그냥 2번 할게요. 누나는요?”
“나도 2번.”
“의외네요. 누나는 그냥 안전한 선택지 고를 줄 알았는데.”
“왜?”
“그냥, 성실하잖아요. 막 계획형 인간처럼 딱딱 생활 패턴 맞춰서 움직이고. 보통 그런 사람들은 안전한 선택지 고르지 않나 해서요.”
서예림이 피식 웃었다.
“아닌데? 나도 충동적이야.”
그녀가 흔히 받는 오해 중 하나였다. 딱딱하고, 형식적이고, 막 그럴 거라는 느낌 말이다.
굳이 정정할 필요성까진 못 느꼈기에 대응하진 않았는데.
여기 길드원들은 달랐다.
그간 제법 친해졌다.
굳이 오해를 내버려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에 박시우가 눈을 끔뻑인 채 물었다.
“……누나가요?”
“어. 아무튼 나도 2번 할 거야. 고점 높다며? 그럼 노려봐야지.”
“그럼 셋 다 2번 하죠.”
저점 낮은 대신 고점이 높은 구조. 한 번 선택해 볼 만한 요소다.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지?”
―네, 그럼 세 분 다 보물의 산으로 모시겠습니다.
포포가 박수를 친 순간.
주변이 홱 뒤바뀌었다.
“오.”
“와.”
“많네.”
말 그대로, 반짝거리는 보물 상자가 사방에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물의 산’에 입장하였습니다.] [규칙을 설명합니다.] [1. 각 상자엔 등급이 있습니다. 조악함, 열악함, 보통, 좋음, 매우 좋음 순입니다.] [2. 등급이 낮을수록 상자의 숫자가 많고, 높을수록 숫자가 적습니다. 매우 좋음 등급은 단 세 개뿐입니다.] [3. 각자 단 하나의 상자만을 고를 수 있습니다.] [4. 각자 배정된 상자가 있습니다. 이 상자의 등급은 ‘보통’입니다.] [5. 배정된 상자 대신 다른 상자를 선택해도 무관합니다.] [6. 하루 내로 하나의 상자를 선택하세요.] [7. 상자를 고르면, 등급에 따라 당신에게 맞는 보상이 주어집니다.] [8. 단, 상자를 훼손 시 그 상자로 선택이 강제됩니다. 주의하세요.]“배정된 상자는 어딨지?”
―저기 있습니다.
포포가 가리킨 곳.
자그마한 탁자 위에 상자 3개가 놓여 있었다.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굴러가는 방식은 알았다.
‘안전한 거 고르면 딱 보통짜리.’
다른 거 고르면?
대박 터지거나 쪽박 터지거나.
대다수가 그렇듯 쪽박의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세 사람이 사방에 퍼진 상자들을 살펴보았다.
[보물 상자] [등급: ??] [보물 상자이다.]“……설명이 다 똑같은데요?”
생김새도, 무게도, 설명도 죄다 같았다. 친절한 포포 씨도 소용없었다. 묵시적인 제스처조차 내비치지 않는 포포.
녀석 또한 상자를 구분하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딱 봐도 수만 개가 넘는 거 같은데…… 당첨이 겨우 3개밖에 없다고?”
박시우가 절망하듯 머리를 쥐었다. 서예림 또한 미간을 찌푸린 건 마찬가지였다. 궁수의 발달한 시야로도 특별한 상자를 찾기란 불가능했다.
“부숴서 내용물을 볼 수도 없고……. 어렵네.”
그때.
김민우가 기도하듯 양손을 꽉 쥐었다.
“……?”
“……?”
길드원들이 고개를 갸웃하든 말든, 김민우는 여전히 기도하고 있었다.
‘권능 터져라. 터져라…….’
안 모 씨의 권능은 총 3개.
범인 찾기, 도둑맞은 물건 찾기, 보물 찾기다.
앞의 둘도 나름 의미가 있는 능력일 테지만, 진짜 로또는 바로 세 번째 권능이었다.
마침 무대도 좋았다.
사방이 보물 상자다.
임시 권능을 건네주며 녀석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건 제 약소한 선물입니다. 딱 한 번, 사용 가능한 순간 제 권능 중 하나가 자동으로 발동될 겁니다.
지금이야말로 이 능력이 자동으로 발동될 때였다.
72위라 해도 명색이 악마 군주인데, 유능함을 보여 줘야 할 것 아닌가.
그때였다.
[사방이 보물로 가득합니다!] [72군주 중 하나인 안드로말리우스의 임시 권능이 발동됩니다!] [강한 보물의 냄새가 진동합니다!]곧이어.
아주 향기로운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도 세 갈래 방향에서.
‘럭키.’
안 모 씨가 홈런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