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29)
돈지랄 네크로맨서 (129)
심봤다
그렇게 향을 맡던 도중.
김민우의 눈이 반짝였다.
‘하나가 좀 다른데?’
셋 중에서도 유독 강렬하게 느껴지는 향 하나가 있었다.
‘차이가 있나?’
분명 매우 좋음 등급은 세 개일 텐데.
그럼 향에 차이가 없어야 정상이다. 근데 있다는 건…….
‘숨겨진 요소가 더 있을지도.’
어찌 됐든.
이 권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니,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저쪽으로 가죠.”
곧바로 달려가는 김민우.
길드원들이 그의 뒤를 쫓았다.
곧이어 어느 상자 앞에서 딱 멈춰 선 그가 박시우를 바라보았다.
“시우야.”
“네.”
“저거 골라.”
“저거요?”
“어. 저게 대박이야.”
고개를 갸웃하던 것도 잠시.
박시우가 상자를 주웠다.
“다음 장소로 가죠.”
머지않아 두 번째 상자 앞에 도착한 김민우가 서예림을 바라보았다.
“예림 씨는 저거 고르시죠.”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상자를 집었다. 저렇게까지 확신에 찬 채 말하는 것이라면 뭔가 알아낸 게 틀림없을 테니까.
‘……이것도 그때 말했던 그 상점의 능력인가?’
돈 대신 특수한 재화로 물품을 교환할 수 있다고 했었지. 어쩌면 그것을 활용해 좋은 상자를 찾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길드원들에게 상자를 건네준 다음엔, 김민우의 차례였다.
코끝을 스치는 가장 강렬한 향기.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였다.
“응?”
분명 강렬한 향기가 앞에서 피어오르고 있는데…….
‘안 보인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텅 빈 바닥만이 있을 뿐이었다.
김민우의 눈이 반짝였다.
‘설마, 위장색인가?’
슬쩍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툭!
손에 뭔가가 집혔다.
슬쩍 만져 보니 딱 봐도 네모난 상자였다.
‘이건 내 거.’
매우 좋음 상자까지 찾아 줬으면 사실상 다 해 준 것 아닌가.
가장 특별한 보상만큼은 길드장으로서 양보할 수 없었다.
“가죠.”
“……?”
텅 빈 손을 본 서예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도 잠시.
“혹시 지금 손에 상자 들고 있는 거예요?”
“예. 투명한 상자 같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이 각자 상자를 하나씩 쥔 채 포포를 향해 다가갔다.
“셋 다 골랐어.”
―……? 한 분 상자가 없…… 아니 잠깐. 왜 다 선택했다고 나오지?
당황하던 것도 잠시.
큼큼거린 포포가 덤덤하게 물었다.
―……정말 그것들로 하시겠습니까?
자기도 뭐가 좋은지 모르는 만큼 최대한 사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어. 이것들로 할게.”
―알겠습니다. 그럼…….
포포가 박수를 짝 하고 쳤다.
그 순간이었다.
[상자를 선택하였습니다!] [상자의 등급이 공개됩니다!]번쩍!
손에 쥔 상자에서 무지갯빛의 화려한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
[놀랍습니다!] [보물의 산에 단 하나뿐인, ‘정체를 숨긴 채 위장하고 있던 매우 매우 좋은 상자’를 획득합니다!] [타이틀, ‘엥? 이걸 어떻게 찾았지?’를 획득합니다!]서예림과 박시우의 상자에서도 빛무리가 터져 나온 건 마찬가지였다.
자신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쪽은 무지갯빛이 터진 것에 비해, 저쪽은 새하얀 빛무리가 터졌다는 것 정도였다.
“어라?”
고개를 갸웃한 박시우가 자신의 상자와 김민우의 상자를 번갈아 보았다.
“형, 매우 좋음 상자 세 개 아녜요? 근데 왜 색깔이…….”
“이건 숨겨져 있는 특별한 상자라고 하던데.”
“진짜요?”
“어. 하나밖에 없단다.”
“와, 대박이네…… 형은 그런 걸 대체 어떻게 찾아낸 거예요?”
“예전에 얻었던 게 요긴하게 쓰이더라고. 일회용이긴 한데…… 뭐, 이럴 때 써먹어야지.”
“진짜 형님은, 인정. 아니, 존경.”
박시우가 따봉을 날렸다.
만약 김민우가 없었더라면?
아무것도 모른 채 얼 타다 상자 하나 고르고 기도나 했을 것이다.
아마 높은 확률로 조악이나 열악한 상자가 나왔을 테지.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수만 개의 상자 중에서도 가장 좋은 상자를 고르게 되었다.
물론 김민우의 상자가 1위긴 할 테니, 엄밀히 말하자면 두 번째로 좋은 상자긴 하겠지만…….
‘어차피 난 몰랐을 테니까.’
그러니 사실상 1등 상 먹은 셈이다.
서예림 또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자신감 있게 나설 때부터 뭔가 있겠거니 하고 생각은 했는데.
‘진짜였네…….’
덕분에 버스를 제대로 탔다.
“고마워요, 민우 씨.”
“어차피 써야 할 능력이었습니다. 그러는 김에 둘 다 챙긴 거고요.”
두 길드원이 있든 없든 최상의 보상을 먹으려면 활용해야 할 능력이었다. 그러는 김에 길드의 전력 강화까지 된 셈.
그로선 이득이면 이득이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그때.
옆에서 자그마한 감탄성이 들려왔다.
―와아…… 그 상자는 뭡니까?
“너도 몰라?”
―모릅니다. 여기 관할이었던 선배들도 그런 이야기는 해 준 적 없는데…….
“봐 봐.”
포포를 향해 상자를 갖다 댔다.
[정체를 숨긴 채 위장하고 있던 매우 매우 좋은 상자.] [등급: 특수] [수만 년 전부터 위장색을 띈 채 보물의 산에 숨어 있던 교활한 상자. 절대 안 걸릴 것이라 자신했지만, 오늘 결국 덜미를 붙잡히고야 말았다.]―한 단계 위면…… 뭘 줄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매우 좋음은 보통 특성을 준다고 들었는데…….
“……특성?”
스킬은 아닌 것 같은데.
매우 좋음 상자에서 뜨는 물품이니 좋기야 할 텐데, 그게 어떤 의미의 보상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어,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선배들한테 들은 거라. 다만 엄청 좋다고 듣긴 했습니다. 한 번 열어 보시죠.
세 사람이 동시에 상자를 열었다.
[매우 매우 좋은 상자를 개방합니다!] [기여도 42%만큼의 보정치를 받습니다!] [특별한 상자입니다. 당신에게 맞는 추가 보상을 얻습니다! 인벤토리에 주어집니다!] [보상 목록] [1. 특성 발현의 씨앗(상급)] [2. 아이템 등급 업 티켓 x1] [3. 엘루의 눈물] [4. 낡은 열쇠] [5. 랜덤 아이템 박스 3개, 엘릭서 1개]보상을 본 그가 휘파람을 불었다.
특성 발현의 씨앗은 원래 있던 메인 보상이라 쳐도.
아이템 등급 업 티켓이라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물건부터 시작해서.
‘익숙한 게 많은데?’
VVIP 상점에서 봤던 고대급 반지인 엘루의 눈물.
‘500만 점 열쇠에, 박스에, 엘릭서까지?’
씨앗 뺀 보상만 따져도 2,100만 점어치 수준이다.
메인 보상을 살필 차례였다.
[아이템 등급 업 티켓] [등급: 특수] [아이템의 등급을 높일 수 있는 일회용 티켓. 매우 매우 좋은 상자가 몰래 먹고 숨어 버렸다. 누군가 절박하게 찾고 있을지도?] [효과 1. 사용 시 아이템의 등급을 한 구간 더 높여 준다.]‘와.’
죽이는데?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등급을 높인다는 간단한 효과.
근데, 그 제한이랄 게 딱히 없다.
‘만약, 신화급 물품에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고대 다음의 등급인 신화.
여태 게임 플레이하며 딱 한 번 봤다. 당연히 죽여 주는 옵션이었다.
만약 그 신화급 물품에 등급 업을 때려 버린다면 어떨까.
‘뭐가 나올지 진짜 궁금한데.’
물론 고대급을 신화로 만드는 데도 쓸 수 있긴 한데.
‘아깝지.’
지금도 딱히 약한 게 아닌데, 굳이?
일단 아껴 두는 게 맞는 선택이다.
이건 인벤토리 안에 고이 모셔두기로 하고.
가장 메인인 보상을 살폈다.
[특성 발현의 씨앗(상급)] [등급: 특수] [당신의 타고난 특성은 무엇일까. 이걸 먹으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효과 1. 섭취 시 상태창에 ‘특성’ 목록이 생성된다.] [효과 2. 각 특성에 따라 특수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효과 3. 특성은 활용할 때마다 점차 성장한다.]이것 또한 대단히 흥미로운 아이템인 건 마찬가지였다.
‘상태창에 목록이 추가된다라…….’
난생처음 보는 종류의 물품.
서예림과 박시우를 바라보았다.
둘의 손에도 씨앗 같은 게 들려 있었다.
“형도 씨앗 얻으셨어요?”
“어. 너도?”
“네. 중급 특성 발현의 씨앗이라는데…… 혹시 누나도?”
“응. 나도 중급 씨앗이야. 거기에 랜덤 아이템 박스 3개 줬네.”
“아니 잠깐만! 3개라고요?”
“왜? 너도 3개 아니야?”
“……전 1개인데요? 잠깐만. 혹시, 형도?”
“미안. 나도 3개다. 거기에 이것저것 주는 게 많더라.”
“왜! 왜 나만…….”
박시우가 세상 서글픈 눈빛으로 말했다.
“씨앗 얻었으면 됐지 뭘. 장비는 경매장 가서 사 줄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으…… 이거 설마 기여도 차이 때문일까요?”
“아마도? 그래도 상자 하나는 얻었으니 됐지 뭐. 그럼 씨앗 먹읍시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자그마한 씨앗을 입에 털어 넣었다.
김민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성 발현의 씨앗을 섭취합니다!] [당신의 혼에 담긴, 삶의 발자취를 분석 중…….]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끝없는 도전. 당신은 그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상태창에 특성, 불굴(상급)이 추가됩니다!]상세 내용을 살펴보았다.
[특성: 불굴(상급)] [어려움에 굴하지 않을 때마다 특수한 보정을 받는다.]‘불굴이라.’
그가 눈을 빛냈다.
가장 좋은 보상.
효과는 고작 한 줄.
달리 말하면 저 한 줄에 모든 효과가 몰빵 됐다는 소리 아닌가.
발동 조건도 매우 쉬웠다.
그냥 어려운 선택지만 고르면 된다.
‘맨날 하던 일이군.’
어려운 거 고를 때 효과 확인해 보면 되겠지. 어깨를 으쓱인 그가 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전 불굴 떴는데, 예림 씨는 뭐 떴습니까?”
“전…… 성실이요.”
“성실? 효과가 뭐죠?”
그 말에 움찔하던 그녀가 말했다.
“……노력하면, 보답받는다.”
노력하면 보답받는다라.
중급이니 상급과 위력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상당히 좋은 문구 같았다.
“시우 너는?”
“인내요.”
“인내?”
“네. 살다 보면 볕 들 날도 온다는데요?”
“오, 언젠가 한 방 터진다는 건가?”
“어…… 그런가? 근데 제 인생 이미 볕 든 거 같은데……?”
“그건 맞지.”
보육원에서 정착지원금 500만 원 받고 나가 노가다 뛰는 것보다야 훨씬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뭐, 한방 빵 안 터뜨려도 되니까 너무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채 말했다.
“이참에 박스도 까죠.”
레전드에서 고대급 장비가 등장하는 박스.
세 사람이 박스를 개방했다.
상세 내용을 살폈다.
뿔피리는 불면 아군에게 강력한 버프를 주는 아이템이었고.
‘신발도 괜찮네.’
신으면 특수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 전용 장비였다.
마지막으로 전염 군주의 장갑은…….
[전염 군주의 장갑] [등급: 고대] [제한: 251 이상, 네크로맨서] [전염 군주의 피륙을 엮어 만든 장갑이다.] [효과 1. 저주가 적에게 전염된다. 근처에 적이 있다면, 저주 또한 무한히 증식한다.]이게, 고대급의 위엄?
김민우가 눈을 끔뻑였다.
효과는 단 하나.
근데 그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저주를 전염시켜?’
그것도 근처에 적만 있으면 무한대로?
미친 아이템이다.
유일한 약점이라면 소수전에선 그다지 힘을 못 쓴다는 것 정도인데.
‘그거 감안해도 미쳤는데?’
여태까지 적이 다수면, 일일이 저주 걸면서 싸워 왔었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주만 쓰면 알아서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갈 테니까.
여기에 엘루의 눈물까지 합치면 고대급 아이템만 벌써 두 개나 득템한 셈이다.
‘배 터지겠네, 진짜.’
여태 얻은 것들을 전부 정리해 보면…….
―최상급 영약 레시피.
―진혈족(준남작급)의 회복력.
―엘릭서 하나.
―핵폭탄.
―아이템 등급 업 티켓과 특성.
―고대와 레전드 아이템 두 개.
‘아, 낡은 열쇠도 있었지 참.’
이것도 들고 있다 보면 언젠간 써먹겠지.
그뿐인가?
길드원들의 전력도 크게 늘어났다. 중급이지만 각자 특성을 얻었을뿐더러, 상자깡을 하며 장비까지도 획득했으니까.
서예림은 레전드 장비 2개에 고대급 장비 1개를 얻었고.
박시우 또한 잭팟을 터뜨렸다.
딱 하나 있는 상자에서 고대급 장비가 떠 준 것이다.
‘부위별로 장비값 줄겠네.’
그게 다 이쪽의 투자금이 될 테고.
‘잘 먹고 갑니다.’
정말, 알찬 대회였다.
* * *
다시 돌아왔을 때.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선발전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했던 대기실이었다. 밖을 빠져나오자, 어마어마한 인파가 보였다.
수백의 기자진들.
딱히 놀라진 않았다.
‘먼저 나간 각성자들이 소식 알렸겠지.’
한국은 각성 약소국이다.
국제 대회에서 예선 통과만 해도 전국 치킨집에 매진 행렬이 이어질 정도다.
근데 이번엔 아예 1, 2, 3등을 나란히 차지하고 왔네?
국뽕이 안 살아나고 배길까.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목을 가다듬었을 때였다.
“김민우 씨! 중국에서 핵심 자원들에 대해 수출 제한을 한다는데요! 혹시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응?
갑자기 중국이 왜 튀어나와?
의문도 잠시.
‘아.’
김민우가 피식 웃었다.
안 봐도 비디오네, 이거.
“귀엽네요.”
“……예?”
“각성 강대국 중에선, 유일하게 참여자들이 죄다 전멸한 쪽이었었죠 아마?”
“어…… 그렇긴 한데…… 직접 제물로 바치셨다고…….”
“왜 바쳤는지는 모른답니까?”
“어…… 아마 알고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뭐, 됐습니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저도 통제 하나 하죠.”
“……통제요?”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뭐, 일성 제품들을 통제한다는 건가?
김민우의 영향력이라면 분명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중국의 입장에선 생채기조차 나지 않을 텐데…….
그때.
씩 웃은 김민우가 말했다.
“선발전에서 참 좋은 걸 얻었습니다. 최상급 영약 레시피. 프랑스에선 이거 받으려고 미국과 밀약까지 맺었다죠?”
꿀꺽.
기자들이 침을 삼켰다.
최상급 영약.
오로지 미국에서만 생산 가능한 영약으로, 프랑스와 몇몇 소수의 우방국을 제외하면 유출 자체가 안 되는 물건이었다.
어마어마한 이권이 걸린 게이트 쟁탈전에서 미국의 독주를 시작하게 만들어 준 바로 그 영약.
하물며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
뭘 해도 절대 못 구하는 물건이라 단언할 수 있는데…….
“재료로 귀한 게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원가가 하나에 80억은 될 것 같던데. 마침 게이트 쟁탈전도 코앞이니, 할증 요금 좀 붙이죠. 중국은 앞으로 뭘 하든 10배입니다.”
열 배?
설마 원가의 열 배를 받겠다는 건가?
‘……그럼, 한 알에 800억?’
사실상 사 먹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길드장님. 혹시, 영약을 타국에 팔 생각도 있으신 겁니까?”
“뭐, 상황 봐서요?”
의미심장한 대답.
기자들이 직감했다.
판이 제대로 커졌다고.
‘이거 당장…….’
미국과 우방국부터 난리가 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