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39)
돈지랄 네크로맨서 (139)
이자벨라.
만만치 않은 여자다.
그간 타이틀과 액세서리 등을 통해 능력치가 많이 상승했다지만, 맨몸으로 상대하는 건 그야말로 자살행위.
그건 이자벨라의 손가락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화려하네.’
이쪽은 이제야 고대급 반지 두 개 구했는데.
이자벨라의 손가락은 달랐다.
뭔 손가락마다 심상찮아 보이는 반지들이 하나씩 끼워져 있는 건지.
그중 몇 개는 김민우도 알고 있는 유명 아이템이었다.
대표적인 액세서리, 어둠 무도가의 반지와 불사조의 반지만 해도.
[어둠 무도가의 반지] [등급: 고대] [레벨 제한: 800 이상, 무술가 직군] [그림자 속에서 춤추는 전설의 무도가가 남긴 반지입니다.] [효과 1. 힘, 민첩, 체력 +150] [효과 2. 크리티컬 확률 30% 증가] [효과 3. 크리티컬 데미지 100% 증가] [효과 4 치명상을 입힐 공격을 1회 무효화(쿨타임 30일)] [불사조의 반지] [등급: 고대] [레벨 제한: 900 이상, 무술가 직군] [죽음과 부활을 끝없이 반복하는 상징적인 존재, 불사조의 힘을 담은 반지입니다.] [효과 1. 힘, 민첩, 체력 +150] [효과 2. 체력이 30% 이하로 떨어질 시 불사조의 가호가 몸을 감싼다. 10초 동안 공격력 50% 증가, 이동 속도 30% 증가, 받는 회복량 50% 증가] [효과 3. 적을 처치 시, 불꽃 에너지가 1씩 충전된다. 불꽃 에너지 30을 소모 시 다음 공격의 데미지가 150% 상승한다.]높은 레벨 제한.
고대 등급.
거기에 직업 전용 액세서리라는 삼박자가 맞춰지며 나올 수 있는 성능이었다.
듣기론 목숨 걸어 가며 히든 게이트 격파하고 얻은 물건이라고 하던데.
이자벨라는 저 정도의 아이템을 온몸에 둘둘 두르고 있는, 템빨의 극한을 보여 주는 각성자라 할 수 있었다.
연무장 위에 선 이자벨라가 김민우를 바라본 채 말했다.
“장비는?”
“다 착용하고 하죠.”
“불리할 텐데.”
“게이트에서도 장비 쓰지 않습니까.”
그 말에 이자벨라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목표는 히든 게이트 내부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다.
맨몸으로 잘 싸운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게이트 가서 장비 안 쓸 것도 아닌데.
결국 각성자의 장비 또한 실력이었다. 혹시 그것에 대해 말이 나올까 봐 미리 물어본 건데.
‘마인드는 괜찮군.’
그때.
김민우가 씩 웃은 채 말했다.
“그리고, 꼭 내가 불리할 것도 없습니다.”
“……?”
그의 곁에 익숙한 소환수들이 나왔다.
메르헨과 세드릭.
이자벨라 또한 두 존재를 알고 있었다. 김민우가 둘에게 장비를 건네주었다.
하나같이 경매장에서 쓸어온 레전드 등급의 물품들.
세드릭은 갑옷과 건틀릿을.
메르헨은 신발과 모자를 구했다.
“착용해.”
상세 설명을 본 세드릭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울파울루의 숲.
그곳에서 누더기 같은 장비를 착용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달랐다.
등급 레전드.
레벨 제한도 다 250 이상이라 그런지 외견부터가 상당히 괜찮았다.
―이제야 좀 쓸 만한 걸 구해 왔군.
“레전드 구하는 게 그리 쉬운 줄 알아?”
―맞아. 세드릭은 민우의 노력을 몰라. 입혀 주고, 먹여 주고, 재워 주는데. 그치?
“그럼.”
참 기특한 소환수란 말이지.
착한 말 했으니 상 하나 줘야겠다.
“여기, 귀걸이도 쓰고.”
―우와! 예뻐!
경매장에서 구한 레전드 등급의 귀걸이. 그걸 본 메르헨이 눈을 반짝였다.
―고생했어, 민우!
이쪽을 와락 껴안기 시작하는 메르헨.
세드릭이 슬쩍 이쪽을 바라본 채 물었다.
―……난 뭐 없나?
“뭐 있지.”
녀석에게 반지 하나를 던졌다.
근접 전용 직군 반지.
턱 하고 반지를 받은 녀석이 상세 설명을 살피더니, 흡족하다는 듯 뼈 손가락에 끼었다.
[세드릭이 바바리안 대족장의 반지를…….] [세드릭이 거인의 갑옷을 착용…….] [세드릭이 블랙 드레이크의 건틀릿을…….] [메르헨이 우아한 영혼 귀걸이를…….] [메르헨이 똑똑한 오우거 마법사왕 모자를…….] [메르헨이 마법 귀신 장화를…….]고대 둘둘한 이자벨라보다 질에서 밀린다?
그럼 양으로 승부하면 된다.
김민우 또한 장비를 착용하긴 마찬가지였다.
[전염 군주의 장갑을…….] [망자의 애도를 착용합니다!] [망령 걸음을…….] [서늘한 심장의 반지를…….]갑옷, 망자의 애도.
신발, 망령 걸음.
장갑, 전염 군주의 장갑.
반지, 서늘한 심장 반지.
투구하고 하의는 못 구해서 그냥 레어 아이템들로 땜빵했다.
이자벨라를 바라보았다.
“나름 괜찮죠?”
“소환수가 호강하는군. 근데, 더 안 뽑나?”
고개를 저었다.
미쳤다고 자잘한 소환수들을 뽑나.
불사조의 반지만 봐도 그랬다.
적 처치 시 불꽃 에너지가 충전되는 구조다.
스켈레톤 뽑았다가 한번 쓸리면, 폭발적인 데미지가 들어올 거다.
이자벨라 같은 괴물을 상대로는 일반 소환수가 큰 의미 없었다.
그나마.
―구어어.
돌쇠 정도가 좀 의미 있겠지.
그녀의 손 위로 새하얀 건틀릿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신의 건틀렛(고대).
그녀의 성명절기와도 같은 무기였다.
칠흑 같은 야밤.
하지만 연무장엔 이미 조명이 환하게 들어올뿐더러.
사실 이 정도 각성자쯤 되면 어둠은 그리 큰 문제도 아니었다.
“시작할까요?”
“그럼, 가겠다.”
[죽음의 땅(S)를 시전합니다!] [모든 아군 언데드의 능력치가 20% 상승…….]쭉 미끄러지는 이자벨라의 신형.
[돌쇠가 이자벨라에게 도발(A)를…….] [격차가 아득…….] [이자벨라가 거신의 일격(S)를 사용…….]뻥!
막아선 골렘을 방패째로 뭉개 버리는 주먹.
주먹질 한 방에 튼튼한 돌쇠가 증발했다.
그 모습에 김민우가 눈을 찌푸렸다.
‘능력치 장난 아닌데?’
인간의 레벨당 평균 능력치는 4.
이자벨라는 1천 레벨이 넘는데, 장비와 영약 타이틀 효과까지 섞여 그게 더 뻥튀기된 상태였다.
딱 봐도 모든 능력치가 2천 후반대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도, 해 볼 만해.’
이쪽도 타이틀과 고대 반지 등을 감안하면 능력치 1천 수준은 된다.
승리의 법칙.
몬스터 전용 타이틀이 발동되지 않아도 무언가를 시도해 보기엔 충분한 수치였다.
[노화의 저주(D)+9가…….] [타이틀, ‘이상 먹보’가 발동됩니다!] [상태 이상, 저주를 먹어 버립니다!]‘저주는 안 먹히고.’
메르헨의 마법이 뿜어졌다.
벼락과 불꽃, 거기에 바람까지.
온갖 속성 마법이 휘몰아쳤다.
[이자벨라가 신속 대응(S)를 사용합니다!] [이자벨라가 멸살의 춤(S)를 사용합니다!] [이자벨라가 철인(S)+9를 사용…….]압도적인 능력치 차이를 통해 그걸 죄다 피하고, 깨부순 채 거리를 좁히는 이자벨라. 프랑스의 사랑으로 완성된 S급 9강 스킬, 철인이 그녀의 육신을 금강석보다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마법이 적중해도 피부 위로 그을음 정도만 생겨날 뿐.
그걸 아는지 대담하게 메르헨을 향해 일직선으로 접근하는 이자벨라.
세드릭과 김민우.
언데드와 사람이 서로를 본 채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나갔다.
이자벨라의 육체 내구도는 상상 이상.
온몸은 고대 장비들로 빈틈없이 보호되고 있었다.
잡으려면?
부위별로 하나하나 무력화시켜야 한다.
‘장비부터 부순다. 특히, 건틀릿.’
그녀가 낀 건틀릿은 그런 의미에서 노리기 좋은 장비였다.
주먹질하려면 결국 건틀릿 갖다 대야 하니까.
거리를 알아서 좁혀 주니 상대적으로 중첩 공격을 노리기 수월할 것이다.
그거 박살 내면 맨손이나 발 써야 하겠지.
사령 검법으로 인해 쏟아지는 검기.
거기에 그림자의 창과 용의 일격이 담긴 창이 휘둘러졌다.
검기는 무시한 채 여러 갈래의 창영 중 하나를 선택해 손을 홱 뻗는 그녀.
세드릭이 창에 회전을 먹인 채 건틀릿을 때렸다.
카앙!
14배의 데미지로 후려치는 창.
잠시간 움찔하는 건틀릿을 향해 사령검을 내리쳤다.
[동일한 부위를 가격하였습니다! 데미지가 11% 증가…….]남은 주먹 하나가 이쪽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메르헨이 수중 끈끈이(SS)를 사용…….]찰싹!
몸이 아무리 단단하다 한들.
끈끈이에 속도가 좀 느려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예상대로.’
거기에 세드릭이 창을 후려치며 속도를 한 번 더 늦추고.
그사이 아슬아슬하게 회피한 채 이번엔 반대쪽 건틀릿을 검으로 후려쳤다.
[동일한 부위를 가격하였습니다! 데미지가 11% 증가…….]세드릭과 정확히 같은 부위를 후려치며, 중첩 공격이 적용되는 일격.
그간 세드릭도 레벨이 높아지며 창술이 한층 더 정교해졌다.
서로 이 정도 호흡은 충분히 맞춰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때.
뒤로 훌쩍 물러난 이자벨라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보면 모르십니까?”
“하.”
자존심이 상한 듯 눈을 팍 찌푸리는 이자벨라.
이상할 건 없었다.
중첩 공격?
공격받는 부위를 조금만 비틀어도 중첩이 취소될 정도로 판정이 까다롭다.
그러니 어지간한 실력 차이가 아니면 시도 자체를 안 하는 게 정상인 공격 방식이다.
근데 자신을 상대로 그걸 시도한다?
그것도 소환수랑 편 먹고 셋이서?
머리에 스팀 좀 올라오겠지.
황당하다는 듯 숨을 내쉰 것도 잠시.
“……이제부턴 양손만 쓰도록 하지. 그러니 해 봐라. 할 수 있으면.”
[이자벨라가 고속 공방(S)를 사용합니다!]한층 더 빨라진 속도로 공세를 가하는 이자벨라.
재빨리 검을 들어 건틀릿을 받아쳤다.
쿵!
[동일한 부위를 가격하였습니다! 데미지가 22% 증가…….] [‘한 곳만 후벼 파는’ 타이틀이…….]건틀릿 때렸던 부위를 검으로 받아치자 중첩이 또 쌓였다.
세드릭의 창과 사령검, 무신의 건틀릿이 초고속으로 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메르헨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수중 감옥(SS)가…….] [속박하는 대지(SS)가…….]귀걸이 받은 값을 하겠다는 듯, 온갖 마법을 걸어 대며 이자벨라를 방해하고 있었으니까.
중간중간 속도를 늦춘다는 점에서 대단히 까다로운 공격 방식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쪽 건틀릿에 쌓이는 데미지.
이자벨라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봤다는 것처럼 눈을 찌푸렸다.
능력치 차이는 궤멸적이다.
근데 그런 능력치 차이를 두 소환수가 정교하게 메꿔 주고 있었다.
필연적으로 빈틈이 생길 때마다 마법과 창이 보조하며 시간을 늦추고.
그걸 감안했다는 듯 정말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회피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 행동을 읽고 있는 거다.’
그게 아니라면, 소환수의 보조를 받는다 해도 저런 모습을 보여 주는 건 불가능했다.
벌써 양쪽 다 여섯 번째 가격이었다.
공격 방향을 계속 꺾으며 교란하는데도 거머리처럼 따라오는 칼날.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녀가 입술을 짓씹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수월하게 중첩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난생처음 겪는 상황에 이자벨라가 당황했다.
급한 마음에 점점 더 손이 꼬이기 시작한 건 덤이었다.
일곱 번.
여덟 번.
아홉 번.
점점 더 높아지는 데미지에 경악하던 그녀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자, 잠깐.”
건틀릿을 감싼 채 입가를 우물거리는 이자벨라.
뭔가 말하고 싶은데 자존심 때문에 쉽게 토해 내기 어려운 모양새였다.
고충을 좀 덜어 주기로 했다.
“혹시, 손 말고 발도 쓰시려고?”
그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것도 잠시.
이자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부딪치면 건틀릿이 위험했으니까.
자존심이 좀 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입술을 악문 그녀가 말했다.
“……번복해서 미안하군. 근데 손만으론 안 될 것 같다.”
“됐습니다. 애초에 무술가가 손만 쓰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지.”
“……이해해 줘서 고맙군. 이제부턴, 나도 전력으로 가겠다.”
……전력?
그 순간이었다.
[이자벨라가 천재의 시간(SS)를 사용합니다!] [시간의 인식이 한껏 느려집니다!] [이자벨라가 무술의 달인(SS)를 사용합니다!] [10분간 모든 무술 기술에 매우 강력한 보정이 주어집니다!] [무신의 건틀릿이 발동됩니다! ‘무신 강림’을…….] [무자비한 은둔자의 목걸이가 발동…… ‘학살의 향연’을…….] [여제의 갑주가 발동…….] [바람의 춤사위가 발동…….] [심판자의 진노가…….] [어둠의 진혼곡이…….].
.
근래 S급에서 SS급으로 성장한 몇몇 스킬들.
거기에 고대급 장비에 내장된 온갖 스킬들이 화려하게 발동했고.
찰나의 순간.
쿠웅!
세드릭이 터져 나가며 역소환됐다.
그다음은 메르헨이었다.
줄곧 마법을 날려 방해하는 게 짜증 났던 듯 세드릭이 터지자마자 메르헨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자벨라.
황급히 방어 마법을 시전하는 메르헨.
그러나 어마어마한 능력치가 집약된 발차기 한 방에, 순식간에 역소환되는 모습이 보였다.
고작 1초 남짓한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시 군단장들이 소환되기도 전, 이자벨라는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와 씨.’
이건 반칙 아닌가?
두 군단장의 희생으로 겨우 검을 들어 반응할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그 반응조차 크게 의미 없었다.
콰앙!
주먹이 검에 닿은 순간, 한 방에 몸이 저 멀리 날아가 처박혔으니까.
흘려 내고 자시고.
이건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속도였다.
“쿨럭!”
피를 토하는 김민우.
그만큼 더럽게 아픈 일격이었다.
어느새 코앞에 접근해 주먹을 우뚝 멈춰 선 이자벨라가 이쪽을 빤히 바라보았다.
“GG. 졌습니다.”
김민우가 양손을 든 채 말했다.
안 그래도 흉악한 능력치에 템빨이 섞였다.
잡으려면 본 드래곤 탄 황금 해골 세드릭 정도는 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승부를 결정짓는 말을 들었음에도, 이자벨라의 얼굴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무언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는 것처럼.
“……레벨이?”
“270이요.”
“능력치는?”
“1천 초반.”
고대 반지 두 개로 모든 능력치 200. 여기에 퍼센트 타이틀 2개가 섞여 보일 수 있는 능력치였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했지?”
“잘했겠죠 뭘.”
그녀가 황당하다는 듯 김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떻습니까?”
“……소환수들을 활용하는 게 인상 깊었다. 레벨만 높다면…… 괜찮을 것 같다.”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5개월 차다.
반면 이자벨라는 10년을 넘게 구른 세계급 랭커.
지금 차이 나는 거?
당연한 것이다.
“그럼 레벨 높이고 합류하면 되겠네. 서판, 나중에 합치죠?”
빤히 이쪽을 바라보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자격이 없는데 우격다짐으로 끼어들겠다는 것이라면 모를까.
직접 확인해 본바, 김민우는 이미 기량이 완숙한 실력자였다.
다만.
“……기간이 너무 길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4개월 정도면 될 것 같네요. 레벨이야 금방 높이니까.”
“알겠다. 그럼 난 이만 가 보도록 하지.”
곧바로 대문 쪽을 향해 뒤돌아서는 이자벨라.
정말 직선적인 인간상이었다.
“잠시만요. 근데 진짜 바쁘십니까?”
“그건 왜 묻지?”
“진짜 바쁜 거 아니면, 홍보 대사 한번 하고 가는 건 어떠신지?”
“홍보 대사?”
“페이 높게 쳐 드리죠.”
이자벨라와 관련된 기업은 하나같이 세계 최고란 인식이 박혀 있었다.
실제로도 그게 맞았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일성 제품에 그녀가 등장한다면?
세계의 인식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겠지. 기왕 한국 땅 밟은 김에 바로 귀국하지 말고 일 좀 해 주고 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돈은 별로 의미 없는데.”
“단돈 5천 원도 소중한 돈입니다. 교훈, 못 얻었습니까?”
슬픈 기억이라도 떠오른 건지 이자벨라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그것도 잠시.
그녀가 되물었다.
“돈은 그렇다 치고. 일성에 세계 최고라 불릴 만한 제품이 있나?”
“조만간 하나 나올 겁니다. 그런 게.”
깨달음을 줘서일까.
김 박사의 배터리 개발에 불이 붙었다고 들었다. 고작 며칠 후면 시제품이 나올 것이라 귀띔받은 건 덤이었다.
그거 판 하나 벌여서 세계 사방팔방에 홍보할 생각인데.
마침 이자벨라가 옆에 있네?
홍보 대사로 딱이다.
그 제안에 이자벨라가 잠시 고민했다.
안 그래도 러브콜은 넘치도록 많았다.
오히려 너무 바쁜 일정 때문에 수련 시간이 없어서 문제일 정도.
지금도 없는 시간 겨우 쥐어 짜내 방문한 것 아니던가.
그녀도 이렇게 밤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게 무례한 행동이란 걸 모르지 않았다. 단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한국에 방문할 시간 자체가 없어서 그랬던 것일 뿐.
그만큼 이자벨라는 바빴다.
그랬기에 답은 정해져 있었다.
“미안하지만, 나도 바쁜…….”
“싸움 좋아하죠? 혹시, 한국 1세대 각성자들 만나 보고 싶지 않습니까?”
“……1세대?”
“네. 당신이 이제 갓 게이트 공략할 때, 이미 이름을 알리고 은퇴한 각성자들이요. 예를 들면, 검선이라든가.”
“……!”
그 말에 이자벨라의 눈이 반짝였다. 한국의 1세대 각성자들은 과거 전 세계 각성자들 중에서도 으뜸이라 취급받았던 강자들이다.
특히 검선은 더더욱 그랬다.
노익장은 영원하다 했던가.
80대의 나이에 신기록 갱신.
그것도 모자라 아직도 그의 검을 뛰어넘는다고 자신하는 검사가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흥미가 있었다.
“……정말 붙여 주겠다고?”
“그럼요. 제가 그 정도 인맥은 있습니다. 늦었는데 하룻밤 자고 가시죠. 소개시켜 드릴 테니까.”
세트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