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4)
돈지랄 네크로맨서 (14)
오시리스의 무덤
게이트.
게임 내 설정은 간단했다.
이세계에 있는 지역을 뚝 잘라 내 만들어 낸 일종의 파편이었다.
이 이세계라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판타지, 무협, 사이버펑크, 요괴들이 가득한 지역까지.
정말, 아주 다양하다.
‘저렙존은 보통 판타지 계열이긴 하지.’
고블린이나 늑대, 오크 같은 것들이 나오는 그런 느낌 말이다.
한 C급 이상은 가야 슬슬 띠용 하는 게이트가 등장하곤 했다.
어찌 됐든.
유저들은 이 게이트를 공략하고 마석과 아이템, 경험치와 타이틀 등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F급 게이트는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오시리스의 무덤을 고른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첫째, 별다른 기믹이 없다.
‘이 기믹이란 게, 제법 골치 아프단 말이지.’
퍼즐이나 숨겨진 요소를 찾아야 길이 열린다거나 그런 것들.
게이트 내 기믹은 고정된 요소가 아니었다.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바뀐다.
‘그래서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려.’
하지만 이 게이트는 아주 정직하다.
그냥 길 따라가서 보이는 놈들 죄다 때려잡으면 된다.
참 쉽다.
‘거기에 무덤이란 말이지?’
무덤.
딱 봐도 네크로맨서와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이전엔 아쉽게도 그걸 확인하지 못했다. 자신은 최단기간 공략을 원하는 플레이어였고, 캐릭터마다 잘 맞는 직업이 따로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검술 천재 박시우나 마법 천재 한시아처럼 말이다.
그런 특성을 들고 네크로맨서를 택할 수는 없지 않은가.
거기에 세 번째와 네 번째 난이도의 남궁민과 서예림은, 이미 직업이 정해진 상태로 시작되기에 애초에 네크를 고를 수가 없는 구조였다.
‘근데 지금은 다르지.’
지금 김민우는?
네크로맨서다.
그리고 무덤이다.
이걸 참아?
‘못 참거든.’
물론 이곳에 반드시 네크로맨서와 관련된 게 숨어 있을 거란 확신이 있는 건 아니었다.
네크로맨서가 비주류 직군이라고는 하나, 남들 하지 말라는 거 꼭 고르는 인간들이 있는 법.
이 게이트에도 네크로맨서들이 여러 번 다녀갔을 거다.
‘근데, 걔들은 업적 등급이 낮을 거란 말이지?’
S급 업적을 지닌 네크로맨서?
적어도 이곳 한국엔 없다.
A나 B조차도 천연기념물 수준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네크로맨서가 강해지려면 기본적으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구조다.
그것도 보통 쏟아부어선 안 된다.
기하급수적으로 퍼부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직업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세상에 널리 퍼진 공식이었다.
그러니 일단 다른 직업에 비해 고르기가 부담스럽다.
국가나 대형 길드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호구가 아니다.
그들이 퍼주는 돈은 결국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었다.
근데 귀하디귀한 S급 스킬북으로 네크로맨서를 선택한다?
아빠가 김 회장이라면 모를까, 겨우 그 정도 빽 믿고 골랐다간.
‘빚은 빚대로 지는데 그렇다고 남들을 압도하지도 못하지.’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그렇기에 보통 생각이 있으면 네크로맨서를 안 고른다.
유일한 변수라면 엄청난 부자가 각성하는 것 정도인데.
‘각성 조건을 어떻게 알 건데?’
돈 많은 부자니 일단 이것저것 시도해 보겠지. 그러다 쉽게 각성하면 하위 업적 수준에서 끝.
근데 각성을 못 한다?
조건이 까다롭다는 뜻이다.
이러면 재벌이 아니라 재벌 할아버지가 와도 각성 조건은 못 알아낸다.
설사 알아냈다 한들.
‘어떻게 S급을 달성할 건데?’
조건을 알고 있는 자신조차 S급을 위해 검선과 맞붙었는데.
포동포동한 부자들이 S급을 쉽게 달성할 수 있을까?
이러니 업적 등급 높은 네크로맨서가 없는 것이다.
결론.
뭔가 네크로맨서와 관련된 게 있다면 자신이 얻어 갈 확률이 높았다.
물론 F급 게이트인 만큼 어마어마한 보상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공략해야 할 거.
‘타이틀 하나만 줘도 나쁘지 않지.’
기대감은 대충 이 정도다.
거기에 세계 신기록을 세울 거면 어렵게 세워야지 쉽게 세워서야 멋이 살겠는가.
95점의 난이도를 가진 이곳을 택한 마지막 이유였다.
앞으로 손을 뻗었다.
[세드릭 소환(SSS)를 사용합니다!] [스켈레톤 소환(F)+9를 사용합니다!]지난번 전장에서 터져 나간 장비를 똑같이 구매했기에 소환에 28의 마력이 더해졌다.
여기에 불굴의 혼 효과까지 더해졌다.
총 113의 괴물 같은 마력.
거기에 더해 데스 로드의 50% 마나 감소 효과까지.
[스켈레톤 422마리가 소환됩니다!]드넓은 게이트 내부를 스켈레톤들이 가득 채웠다.
‘끽해야 한 150마리 소환할 거라고 했었나?’
여론을 떠올리던 김민우가 피식 웃었다.
그 세 배에 가까운 숫자.
심지어 이 스켈레톤들은 기존의 멍청한 스켈레톤도 아니었다.
세드릭과 데스 로드의 학습 효과 증가를 통해, 물 마시듯 교육을 흡수하고 있었으니까.
그뿐인가?
능력치도 50% 뻥튀기된 상태다.
거기에 더해.
[아공간 반지(중급)이 개방됩니다!]해골 병사들에게 입힐 든든한 무장까지. 순식간에 전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땡큐.’
세계 신기록을 세울 것이란 포부를 당당히 내비친 이후.
김 회장의 3차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루어졌다.
아공간 반지와 수많은 장비들이 다시 생겨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덕분이었다.
척!
척!
무장한 스켈레톤들이 오와 열을 맞춘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소리에 게이트 내부의 몬스터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사락.
사라락.
사방에서 벌레들이 부산스레 기어가는 소리와 함께.
‘나왔군.’
거대한 바퀴벌레 무리가 앞을 가로막았다.
시체 바퀴.
이번 게이트에서 지겹도록 조우하게 될 벌레형 몬스터다.
평균 레벨은 대략 40 정도.
징그러운 외형과 제법 단단한 갑각. 바퀴다운 끈질긴 생명력.
턱주가리의 힘에 더해 어마어마한 물량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건.’
바로 놈들의 피다.
혈액에 독성이 첨가되어 있는데, 그 독이 랜덤이다.
환각부터 시작해서 체력을 갉아먹는 독이라든가 공포를 주입하는 독 등 제법 까다로운 상태 이상을 건다.
‘이 게이트가 95점을 받게 된 주된 이유지.’
사방에서 몰려드는 바퀴들.
필연적으로 난전이 펼쳐지고, 그사이 온갖 곳에서 튀는 혈액을 피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렇게 피 좀 맞다 보면 멘탈과 체력이 걸레짝으로 변하고 공략에 실패하는 것이다.
‘나나 세드릭 정도 되면 튀는 경로를 계산해 그냥 피하겠지만…….’
보통은 못 피한다.
그래서 보통의 공략에선 해독제가 필수다. 근데 해독제는 유지 시간이 길어야 30분 남짓이다.
거기에 가격도 제법 나간다.
돈 벌러 왔다 돈 쓰고 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비인기, 아니 혐오 게이트지.’
아마 아기 해골들도 오늘 혈액 좀 많이 맞을 것이다.
근데 딱히 상관없었다.
해골들이 역소환된다?
적당히 줄어들 때까지 기다렸다 포션 한 번 먹고 다시 소환하면 그만이다.
그냥 보통의 네크로맨서였다면 한 무리 잡고 포션 먹고 하겠지만 그는 달랐다.
지금의 스켈레톤이라면 네다섯 무리까지도 한 방에 작살을 낼 테니까.
심지어 한 번 더 부활도 한다.
김민우에게 있어선 별다른 부담이 없는 게이트였다.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몰려오던 바퀴들이 이쪽을 보곤 멈칫거렸다.
찌륵?
찌르륵?
바퀴들의 지능은 낮았지만, 기본적인 경계심 정도는 있었다. 자신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적!
“어서 와. 이런 물량은 처음이지?”
…….
“세드릭. 죄다 쓸어 버리자고.”
―주인이여, 그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형제들이여!
딸그락!
딸각!
세드릭과 함께 송곳 같은 진형을 펼친 해골 창병들이 달려 나갔다.
푸욱!
퍽!
창에 찔린 채 녹색의 체액을 뿜어 대는 시체 바퀴들.
곧이어 철퇴를 든 해골 병사들이 바퀴들의 몸을 마구 내리쳤다.
비록 때리는 해골들의 힘은 약했으나, 무기는 초반부터 40까지 들 정도로 명품이었다.
끼이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른 바퀴가 해골 하나의 몸통을 꽉 깨물었다.
곧이어 해골 하나가 바퀴에 둘러싸인 채 풀썩 쓰러졌다.
거칠게 저항하지만 결국 힘이 빠지는 해골.
끼이이!
바퀴가 승리의 포효를 내뱉던 것도 잠시.
푸욱!
되살아난 해골의 칼질에 녀석의 내장이 문드러졌다.
세드릭의 활약은 발군이었다.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바퀴들의 머리통이 펑펑 터져 나간다.
‘아주 좋아.’
이게 바로 자동 사냥의 묘미가 아닐까.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도 몬스터들이 알아서 정리되고 있었다.
[시체 바퀴 41마리를 사냥하였습니다!] [레벨이 5 상승합니다!]5레벨이 눈 깜짝할 새 올랐다.
“캬. 이거거든.”
[스켈레톤 부대가 벌레형 몬스터와의 전투 경험을 획득합니다!] [스켈레톤 부대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소환수는 주인의 레벨을 넘어설 수 없다.
그 때문에 여태까지 사이 좋게 1레벨을 유지했던 해골들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랐다.
김민우의 레벨이 오름에 따라, 스켈레톤들의 평균 레벨도 상승하기 시작할 테니까.
물론 지금 소환한 422마리가 균등하게 나눠 먹는 만큼 그 속도는 한없이 더디겠지만.
‘성장한다는 게 어디야?’
안 성장하는 것보단 백 배 낫다.
‘대충 해골들의 수준은 파악했으니…….’
이제 슬슬 날뛰어 봐야겠다.
세계 신기록을 위해 검을 뽑아 들었다.
* * *
[시체 바퀴 52마리를 사냥하였습니다!] [레벨이…….] [시체 바퀴 55마리를 사냥하였습니다!] [레벨이…….] [시체 바퀴 60마리를 사냥하였습니다!] [레벨이…….]그까지 전투에 참여하자 진격 속도는 그야말로 초고속에 가까웠다. 바퀴와의 레벨 차가 상당하기에 한 무리를 조우할 때마다 레벨이 쭉쭉 오르고 있었다.
‘당연한 거지.’
정상인이라면 파티를 짜서 여기 온다.
그러니 원래는 파티가 나눠 먹어야 할 경험치를 홀로 독식하는 셈인데, 레벨 업을 안 하는 게 이상한 거다.
‘이래서 일단 능력치부터 올렸던 거고.’
레벨 업?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건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지금처럼 몰아서 하면 되니까.
[타이틀, ‘벌레 학살자’를 획득합니다!] [벌레형 몬스터에 대한 데미지 10% 상승]중간에 타이틀도 하나 얻었다.
그렇게 보스룸 앞에 도착했을 땐.
‘딱 2시간 소요됐네.’
중간에 한 번 멈췄다.
병사들이 반 이상 갈려 나가서, 마나 포션을 마시고 다시 소환해 재정비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레벨 22.’
일반인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레벨 업 속도.
게이트 한 바퀴에 그야말로 폭업을 했다.
그건 레벨을 공유하는 세드릭 또한 마찬가지였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녀석의 창술이 조금씩 정교해지고 있었다.
“자식, 성장하고 있구나. 주인으로서 기분이 참 좋다.”
―음…… 성장이라기보단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것이긴 하지만…….
“쓰읍. 형이 말대꾸하지 말랬지.”
―……그냥 개인적인 의견이었다.
“이제 보스 잡을 거야.”
―여기 보스는 뭐지?
“무덤 수호자.”
―무덤 수호자? 그놈도 벌레인가?
“어. 더럽게 큰 바퀴벌레야.”
그래서 각성자들의 멘탈을 뒤흔드는 녀석이기도 했다.
특히 입에서 작은 바퀴 무리를 연무처럼 뿜어 대는 공격엔, 아예 자지러지는 각성자도 나오곤 했다.
각성해도 혐오스러운 건 혐오스러운 거니까.
―주인은, 벌레가 징그럽지 않나?
“뭐, 그렇긴 한데. 괜찮아. 하도 많이 봐서.”
벌레형 몬스터가 나오는 게이트가 한두 개도 아니고. 이미 그런 부분은 초월한 지 오래였다.
그 말에 세드릭이 고개를 갸웃했다.
―많이 봤다고? 혹시 집에 벌레가 나오는 건가?
“……뭐, 대충.”
―위생에 신경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집은 괜찮아 보이던데. 음식을 먹으면 바로 정리하는 게 좋다.
“시끄러, 인마.”
―주인. 걱정해 준 건데 머리는 왜 때리는 건가?
“다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가자.”
보스룸의 문을 열었다.
[오시리스의 무덤의 보스, ‘무덤 수호자’가 등장합니다!]꾸륵?
“죽여.”
공포를 모르는 해골들이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