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44)
돈지랄 네크로맨서 (144)
골드
한백길 때려잡고 얻은 600점.
그거 소모한 뒤론 점수 안 쓰고 버티는 중이었다.
다음 상점이 개방될 때, 좀 더 큰 걸 노려보기 위해서였다.
500점에 실버.
3,000점에 골드.
‘다음 단계는 몇 점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
쇼핑은 못 참는다.
마침 네크로맨서를 위한 한정 판매 물품에 이어, 환전 시스템까지 추가됐단다.
이걸 어떻게 참는단 말인가?
그때.
이자벨라가 고개를 갸웃한 채 물었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 다음에 이야기하죠. 그럼 이만.”
“자, 잠깐…….”
볼트론 위에 올라탄 채 시동을 걸었다. 다행히 지난번 서예림 때와 같이 10분이라는 흉악한 제한 시간은 없었다.
10시간이면 적어도 물품 보고 고찰해 볼 시간은 넉넉하다.
멍하니 손을 뻗는 이자벨라를 뒤로한 채 본가를 향해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뒤.
바로 상점을 개방했다.
[업적 상점을 개방합니다!] [등급: 골드(총 획득 점수:3,030)] [보유 업적 점수: 1,530] [환전 시스템이 개방되었습니다!]넉넉한 보유 점수.
거기에.
문구가 한 줄 더 추가되어 있었다. 곧바로 비율부터 살폈다.
[환전 시스템에 입장합니다.] [현재 지구 크레딧과 업적 점수의 환전 비율은 1조 대 1입니다.]“아니, 잠깐만.”
이거 맞아?
김민우가 눈을 끔뻑였다.
일대일인 줄 알았는데, 뒤에 뭐가 하나 더 붙었다.
1‘조’ 대 1이란다.
쉽게 말해 100점 모으려면 100조를 바치라는 이야기였다.
천공 경매장 뛰고 남은 돈 40조.
거기에 미국에 지분 5% 먼저 팔고 받기로 한 돈이 대략 100조 정도였다.
일성과 길드전 끝나고 월가에서 10%에 60조 불렀으니, 그때와 비교하면 지분 가격이 거의 세 배 이상 오른 셈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슈퍼 루키 선발전 뛰면서 몸값 더 높였으니까. 그것도 모자라 교육이라는 놀라운 기능까지 선보이기도 했고. 솔직히 이것도 싼 편이긴 한데.
어찌 됐든.
100조 원은 대략 한 달 뒤쯤 전달해 주기로 했었다.
거기에 중국 할부 때려서 다음 달에 받을 거까지 죄다 고려해도.
‘200조 정도잖아.’
중국은 현금 대신 이런저런 잡다한 자원이나 부동산 등을 많이 줘서 그랬다. 그거 다 털어서 넣어도 고작 200점이었다.
‘물론, 업적 점수에 그만한 값어치가 없냐 하면 그건 아닌데…….’
단순히 돈으로 비싸다 싸다를 따지기엔, 업적 상점의 물건들이 워낙 좋아야지.
장비 랜덤 뽑기권이나 S급 스킬북은 슬슬 제값 못하긴 하는데.
반대로 한계 돌파 영약이나 망자 칵테일은 아직까지도 조 단위 주고서라도 매수해야 할 값어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만큼 좋다.
심지어 골드 돼서 앞으로 상점에 더 좋은 물건들이 개방될 예정이다.
‘그래도 비싸긴 하네.’
당장 200점 얻자고 200조 원 쏟아붓는 건, 미친 짓에 가까웠다.
업적 점수 벌 방법이 아예 없다면 모를까 SS급 네크로맨서들이 활약해 주는 상황 아니던가.
그때마다 점수가 따박따박 100점씩 박히고 있고. 그거 고려하면 가성비가 안 맞는다.
다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결국 지구 환율이 올라 주면 되잖아.’
1조에 1점 말고.
5천억에 1점이라든가.
그보다 더 낮은 가격에 1점이라든가. 그렇게 지구 돈 값어치가 높아져서 업적 점수를 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 그만이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200조에 2천 점을 교환해 볼 수도 있겠지.
그럼 지구 환율은 어떻게 오르는가?
‘대충 눈치챌 만한 것들은 있어.’
서예림과 박시우 등 천재들의 꽃봉오리를 피워 준다던가, 아니면 그림자 같은 빌런들을 쓸어버린다던가.
그런 식으로 업적 점수가 주어지는 행동들 자체가 지구 환율을 높여 주는 행위일 가능성이 높았다.
업적 점수 주는 건 일종의 ‘참 잘했어요.’ 칭찬 스티커 교부하는 셈이고.
“그럼 네크로맨서 만드는 것도 결국 값어치 높아지는 행위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랬다.
만약 그게 지구 멸망의 신호탄이었다면 오히려 지구 돈이 똥값으로 변했어야 정상이다.
근데 11번째 네크로맨서 탄생하니 환전 시스템이 활성화됐네?
업적 점수와 교환할 정도로 돈값이 올랐다?
결국 지구 구원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는 소리 아닌가.
‘하.’
새삼 김민우가 한탄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자신은 지구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일단 돈은 좀 모아 두도록 하고.’
소비할 건 하되, 그 외엔 열심히 모으는 방향으로 가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 환율 오르면 그때 빵 교환하는 그림을 그리는 게 좋겠지. 성장하다 보면 지구도 알아서 값어치 올라갈 거다.
마침 돈 복사 할 루트도 하나 만들어 뒀다. 슬라임 배터리.
일성이 얻는 판매금 중 10% 정도가 길드로 입금될 예정이다.
거대 시장 개척해 줬으니 당연한 대가였다.
환전 문제는 일단 그렇게 넘어가고.
이번엔 새롭게 입고된 상품 목록을 살펴보았다.
[상품 목록] [5. (New!) SS급 귀속 스킬북.] [필요 업적 점수: 1,000] [6. (New!) 육체 잠재력 증폭 물약] [필요 업적 점수: 1,200] [7. 혈수옥(血水獄)[한정 판매, 9시간>] [필요 업적 점수: 1,500] [8. 네크로맨시 비전서] [필요 업적 점수: 3,000] [9. ???] [10. ???].
.
이번에 개방된 네 개의 물품들.
골드급 물품이라 그런지 가격이 살벌했다.
SS급 귀속 스킬북이야 그렇다 치고. 나머지 물품들의 상세 내용을 살펴보았다.
[육체 잠재력 증폭 물약] [등급: 특수] [사용 제한: 김민우] [효과 1. 일시적으로 김민우의 제약된 육체 잠재력을 해금할 수 있다.] [효과 2. 딱 1시간 동안 적용된다.]‘……뭐냐?’
설명을 본 김민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잠재력을 영구적으로 늘려 주는 게 아니라 그냥 일시적으로 해제해 준단다.
적용 시간 또한 1시간으로 쩨쩨하기 그지없는데.
‘그게 1,200점이라고?’
1시간 해제에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고 본 건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예 불합리한 수준까진 아닐지도?’
저거 마시면 1시간 동안 시도할 수 있는 게 많기는 했다.
우선 뇌풍검법.
검선의 주력 검법이다.
아무리 휘둘러도 그거 스킬 등록되는 일이 없었는데, 저거 마시면 등록을 시도해 볼만 했다.
끔찍한 잠재력이 사라진다는 건 달리 말하면 남들처럼 행동을 통해 스킬을 등록해 볼 수 있다는 거니까.
다만 변수는 있었다.
제약된 잠재력이 해제된다 치면.
그렇게 해제된 김민우의 ‘원래 잠재력’은 대체 어느 정도인가?
이게 문제였다.
용군주와 싸울 때 검술 잠재력 뻥튀기에 장비빨 총동원해서 반피를 깎았던 적은 있는데.
‘그게 내가 봤던 최고점이었지.’
그렇게 했어도 스킬이 생성된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제약을 좀 느슨하게 만드는 수준으로는 스킬 생성이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설사 지금 저 물약과 같이 제약이 전부 해제된다 해도, 만약 그게 평범한 일반인 수준이라면?
‘점수 날리는 구조고.’
잠재력 해금해도 큰 의미가 없다.
일반인들 또한 검 휘두른다고 SS급 스킬이 뚝딱 생겨나는 구조가 아니었으니까.
끽해야 A급이나 생성되면 다행이겠지.
물론 반대로 제약이 해제됐더니 김민우의 잠재력이 미쳐 날뛰는.
그런 행복 회로의 가능성도 0은 아니었다.
결국 대박 아니면 쪽박이란 뜻인데
‘일단 이건 그렇다 치고…….’
다른 물품들을 살폈다.
[혈수옥(血水獄)] [등급: 특수] [피를 가두는 둥그런 구슬.] [효과 1. 원하는 시체의 혈액을 흡수한다.] [효과 2. 혈액이 일정 수준 이상 차오르면, ‘혈옥’으로 구조가 변경 가능해진다.] [효과 3. 혈옥 안에 언데드를 넣어 강화할 수 있다. 단, 언데드마다 받아들일 수 있는 피의 양과 종류는 각자 다르다.(적용 언데드: 전부)]‘……좋은데?’
애매모호했던 잠재력 증폭 물약과 달리 한정 판매 중인 혈수옥은 순수하게 성능이 뛰어난 물품이었다.
‘뼈 교환. 그거하고 비슷하네.’
혈액?
그거 그냥 뼈처럼 풀매수 때리면 되는 거 아닌가?
혈액 또한 뼈처럼 비인기 품목 중 하나긴 한데.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
그러면서도 뼈 교환보다 훨씬 더 좋은 점이 있다면.
‘적용 범위가 훨씬 넓어.’
뼈 교환.
이건 적용 범위가 많이 좁았다.
끽해야 스켈레톤, 본 골렘 그리고 세드릭 정도만이 그 혜택을 받았다. 메르헨과 스펙터 그리고 듀라한은 안타깝게도 적용이 안 됐다.
뼈가 주력인 언데드가 아니면 아예 적용 불가.
그게 뼈 교환의 아쉬운 점이었다.
근데 혈수옥은 다르다.
피만 잘 모으면 전부 강화할 수 있다. 물론 그 강화되는 정도가 어디까지인진 미지수긴 했지만.
‘1,500점에 한정 판매인 거 고려하면 강화 좀 세게 되겠지.’
좋다.
SS급 스킬북보다 어떤 점에선 훨씬 더 매력적이라 할 정도로.
김민우가 마지막 물품을 살폈다.
[네크로맨시 비전서] [등급: 특수] [네크로맨서들의 비기가 적힌 도서이다.] [효과 1. 읽고 연습하면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비전서.
보니까 대충 감이 왔다.
‘무공서 비슷한 거네.’
그것도 읽고 연습하면 재능에 따라 좋은 일이 생기곤 하니까.
가령 스킬 생성이라든가 그런 것들.
‘나한텐 별 의미가 없는데…….’
김민우의 무재능은 경악스러운 수준. 그건 꼭 검법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네크로맨서 스킬이라 해도 딱히 다를 것 없겠지.
근데 판다?
그렇다는 건.
‘잠재력 물약 먹고 보라는 건가?’
아무리 봐도 그런 그림 밖에 안 떠올랐다.
근데 가격이 흉악하단 말이지.
잠재력 물약이랑 세트로 해서 먹고 보려면 무려 4,200점이 필요한 구조.
당장은 사는 그림이 안 그려진다.
‘됐고.’
일단 한정 판매 물품부터 좀 사야겠다.
[혈수옥을 구매하시겠습니까?]“사야지.”
[혈수옥이 주어집니다!]전 세계 SS급 네크로맨서들의 뜨거운 후원. 그 모든 것이 손 위의 둥그런 구슬로 변환되었다.
‘오크 게이트 가기 전에 피 사야겠네.’
뼈 사듯 피도 자루 같은 곳에 담아오면 종류에 따라 리터당 가격 주면 그만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질 좋은 피를 구해야 할 것 같았다.
* * *
이자벨라.
그녀가 터덜터덜 검해각으로 향했다.
‘대체 뭘 줘야 하지?’
끊임없이 자신의 머릿속을 괴롭히는 의문. 확실히 김민우의 말대로 돈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럼 다른 걸 줘야 한다는 건데.
‘……뭘 줘도 대가가 안 맞아.’
심권과 바꾸기엔 전부 하찮은 것들뿐이었다. 몸에 낀 고대급 장비들조차 그랬다.
김민우는 무술가가 아니다.
줘 봤자 돈으로 환전하는 것 외에 큰 의미는 없을 터.
그나마 김민우에게 의미가 있어 보이는 건…….
‘……홍보 대사, 해야 하나?’
이자벨라도 자신이 광고계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광고를 맡은 제품은 전부 최고라 인정받는다.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선 나름의 철학과 자부심이 있었다.
볼트론?
나름 괜찮은 차량인 건 맞았다.
점수로 표현하자면 100점 만점에 91점 정도. 확실히 동아시아의 차량치곤 괜찮다. 하지만 그게 세계 최고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슬라임 배터리 같은 물건은 되어야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 할 수 있겠지.
그래서 거절한 것이다.
근데…….
‘아무리 봐도 그게 마음에 남은 것 같은데…….’
은연중에 내비치는 실망감.
간절히 원하는 게 있는 그녀의 입장에선 움찔하지 않을 수 없는 기색이었다.
……만약 볼트론 뿐만 아니라 일성 그룹 전체의 홍보 대사를 맡는다면, 김민우 또한 흡족해하지 않을까?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그녀가 고개를 크게 휘저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작게는 양심에 걸리는 일일뿐더러, 크게는 결국 자신을 믿고 물품을 구매해 주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일이다.
“진정해. 이자벨라…… 그깟 욕심이 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듯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살짝이나마 흔들리고 있었다. 그만큼 권왕이 보여 준 심권이 충격적이었기에.
더 강해지고 싶다는 순수한 욕구.
그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강렬했다. 살면서 이만한 욕심이 든 게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일단…… 그건 아니야.’
분명 김민우도 자신처럼 원하는 게 있을 것이다.
그게 꼭 홍보 대사여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분명 다른 것들도 있겠지. 그걸 찾아내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검해각 안으로 들어왔을 때였다. 내부가 시끌시끌해진 모습이 보였다. 귓가에 낀 번역기를 통해 내용이 들려왔다.
김민우, 매입, 일성그룹, 용, 혈액 등등……. 내용을 들은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확인해 본 기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종류 불문, 혈액 매입.
용의 혈액은 값을 훨씬 더 우대하겠다는 내용까지.
‘피가 필요한가?’
특히나 용족의 피가.
드디어 찾았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내린 기분이었다. 드디어 상대가 원하는 걸 찾아냈으니까. 용족은 찾기 까다로운 몬스터긴 했지만, 그렇다고 못 찾아낼 건 없었다.
물론 단순히 용의 혈액을 공급한 것만으로 그만한 깨달음을 얻긴 어렵겠지만.
원래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아니던가. 하나둘 김민우에게 원하는 걸 공급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도 그 깨달음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빨리 움직여야…….’
그때.
익숙한 얼굴의 네 노인이 달려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간 검해각에 머무르며 조금이나마 한국어를 배워 둔 상황.
그녀가 어눌한 한국말로 물었다.
“어디, 가요?”
그녀의 물음에 멈춰 선 네 노인.
그중 권왕이 답했다.
“응? 아, 배달 좀 하려고.”
“……배달? 뭘 배달?”
“피 말이다. 민우 녀석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느냐.”
“민우, 피?”
“그래! 드래곤 블러드!”
이자벨라의 눈이 크게 떨렸다.
“……많아, 요?”
“암. 많지. 틈틈이 모아 뒀는데. 인벤토리에 아주 잔뜩이야.”
번역기로 내리꽂히는 언어들이, 마치 천둥을 정수리에 내리꽂는 것처럼 이자벨라의 머릿속에 박혀 들었다.
“……왜?”
대체 용의 피 같은 걸 왜 모아 뒀단말인가?
물론 쓰이는 곳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용족의 부산물인 만큼 여기저기 쓰인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아득바득 모아 둘 만한 물품도 아닌데, 그게 왜 대체 많단 말인가?
“이자벨라 양. 우리 동양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네. 선견지명. 이럴 때를 대비해 몇 개월간 틈틈이 준비해 둔 것이고.”
신창이 빙그레 웃은 채 답했다.
지난번 줬던 고대룡급 용족은 아니었다. 용의 무덤에서 그만한 용족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다른 용족 보스는 차고 넘치게 나왔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게이트 가서 때려 부수고 용의 시체를 열심히 모아 뒀다.
김민우의 직업은 네크로맨서.
그런 네크로맨서가 시체나 이런저런 부산물을 필요로 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으니까.
넷 다 레벨이 대단히 높기에, 인벤토리의 크기 또한 매우 컸다.
인벤토리는 시스템이 준 신비한 부산물 중 하나. 아공간 반지보다 내부 보관에서 모든 게 한 수 위였다. 시체를 넣어도 완벽한 보존이 가능할 정도다.
그렇게 열심히 모아 뒀으니.
이제 김민우에게 선물을 건네줄 차례였다.
“저, 저도 줘야 하는…….”
“에이. 마음은 고맙지만, 이자벨라 양까지 나설 것 없어. 우리만 해도 잔뜩 모아 뒀으니까. 이것만 해도 당분간은 충분할걸? 차 타느라 고생했을 텐데, 오늘은 그냥 푹 쉬면 돼. 여기 큰형님 집을 내 집이다 생각하고.”
너스레를 떤 채 답하는 권왕.
곧이어 그가 손목에 낡은 시계를 바라본 채 외쳤다.
“어이구, 이러다 우리 민우 많이 기다리겠구먼! 갑시다, 형님들!”
일성 본가까지는 네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네 노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이자벨라가 그것을 황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