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45)
돈지랄 네크로맨서 (145)
혈수옥
본가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검선을 비롯한 네 명의 노인들.
“용 피, 필요하다지?”
“예, 필요하긴 한데…….”
“그럴 줄 알고 미리미리 구해들 뒀다. 이참에 건네주마.”
“구해 두셨다고요?”
그 말에 검선이 고개를 끄덕인 채 말했다.
“허허. 그럼. 설마 우리가 고작 용족 시체 하나로 입 싹 닦을 줄 알았더냐?”
“생각지도 못한 일이어서…….”
“앞으로도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도 좋다. 힘닿는 대로 구해 줄 테니까.”
세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민우에게 큰 은혜를 입은 후.
넷 다 번호까지 직접 건네줬지만, 김민우는 그 흔한 부탁 하나 해 오지 않았다. 오히려 간간이 안부 인사를 전하며 기부금을 건넸을 뿐.
그렇다고 도움받을 일이 아예 없진 않았을 것이다. 단지 혼자 묵묵히 감내한 거겠지.
그건 김민우의 성장 속도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그럴수록 네 노인은 애가 타고 있었다.
특히나 검선은 더더욱 그랬다.
자신뿐만 아니라 손녀딸까지 그에게 도움을 받아 버렸다. 그것도 갚을 수 없을 정도의 은혜를.
김민우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손녀와 서먹서먹했겠지.
그건 검선이라 불리는 그로서도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문제였다.
뭐라도 줘야 할 텐데.
젊은 놈이 뭐 저리 속이 깊은지.
뭘 부탁이라도 해야 도움을 주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용족 시체는 그런 의미에서 동생들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 온 물건이었다.
“대충 한 40마리 정도 쌓아 뒀는데. 어디다 두면 되겠느냐?”
……40마리?
김민우가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용족은 하나하나가 최소 준보스에서 보스 몬스터에 가까운 종족이다. 그게 한두 마리도 아니고 무려 40마리란다.
이게 웬 떡이란 말인가?
거기에 용족의 시체는 버릴 게 없었다. 피는 혈수옥에, 뼈는 세드릭을 비롯한 언데드에, 재료는 차후 제작으로 써먹을 수 있었으니까.
당연히 비싸다.
물론, 돈보단 사실 구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인 건데.
‘유전 터졌군.’
40마리면 메르헨과 세드릭에 다른 언데드 무리 또한 강화하기 충분한 숫자였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침 저쪽이 비었는데. 저기에 놔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마.”
그렇게 네 사람의 인벤토리 안에서 용족 시체가 끝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대룡만큼 크진 않지만 나름의 덩치를 가진 시체들.
만약 이걸 돈 주고 구매하려 했다면, 못해도 20조 단위는 깨졌을지도 몰랐다.
혈수옥을 꺼내 들었다.
곧이어 둥그런 구슬이 웅웅 울리기 시작했다. 쓰러진 용족 시체들의 몸 위로 붉은 기운이 떠올랐다.
[혈액을 흡수하겠습니까?]그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촤학!
사방에서 치솟은 피가 구슬 안으로 썰물처럼 빨려들었다.
“신기한 기물이로구나. 그것 때문에 피가 필요했던 것이냐?”
“예. 여기에 피를 흡수하면, 그걸로 언데드들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뼈를 사용했던 것처럼요.”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피를 계속 빨아들이는 구슬. 곧이어 모든 용족 시체들이 바싹 말라비틀어졌을 때였다.
[주변의 모든 혈액을 흡수하였습니다! 혈액의 양이 충분합니다!] [용혈 100% 충전 상태.] [혈옥으로 구조 변경이 가능합니다. 하시겠습니까?]용혈.
혈액 중 으뜸이라 칠 만했다.
당연히 가장 먼저 줄 언데드는 정해져 있었다.
메르헨과 세드릭.
두 군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민우 네 쫄따구냐?”
둘을 보며 호기심이 인 듯 묻는 권왕.
“맞습니다. 여긴 날 아껴 주시는 어르신들이야. 인사들 해.”
넷을 바라보던 세드릭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머리 바꿔 줬다는 사람들인가?
“어. 피도 바꿀 거야.”
―피?
세드릭에게 혈수옥을 보여 주었다. 메르헨 또한 슬쩍 다가와 살핀 건 덤이었다.
―와, 용의 피로 강화하는 거야?
“어. 여기 용족 시체들. 여기 어르신들께서 힘써 주셨거든.”
―고마워! 다들 민우 돕느라 고생 많았어!
폴짝폴짝 뛴 채 네 사람에게 다가가 손을 하나씩 붙잡는 메르헨의 모습이 보였다.
“커험. 그, 아가씨는 나이가…….”
조심스레 묻는 독마.
그 말에 메르헨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솔로야?
“자식도 있소만…….”
―어라? 그럼 여자의 나이를 묻는 게, 얼마나 실례되는 일인지 알 텐데?
한 방에 침몰하는 독마.
세드릭이 첨언하듯 말했다.
―딱히 불편해할 것 없다. 우리도 한 나이 하니까. 단지 늙지 않을 뿐.
―민우! 저거 다 거짓말이야. 메르헨은 나이 안 먹어. 알지?
“그럼. 알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건 네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었다.
슬쩍 다가가 속삭였다.
“어르신들. 이해 좀 부탁드립니다. 제 소환수들이 워낙 독특해서…….”
“하하, 다 이해하지. 셋째 형님. 원래 언데드는 보기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안 늙잖습니까. 어떻게 산속에 사는 나보다 기초를 더 모른답니까?”
“……보기보다 나이가 안 많은 개체도 있지 않느냐.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다. 커흠.”
독마에 대한 추가 정보 추가.
나이에 민감함.
적당히 화제를 돌렸다.
“군단장들 강화할 생각인데, 어르신들도 보실래요?”
“그래도 되겠느냐?”
“물론이죠.”
용족 40마리나 줬는데.
이 정도를 못 보여 주겠는가.
혈수옥의 기능을 발동시켰다.
그 순간이었다.
[혈옥이 개방됩니다!]메시지와 함께 말 그대로 붉은 감옥과 같은 방이 튀어나왔다.
크기는 사람 두셋 들어갈 정도.
[혈옥 안에 대상 언데드를 넣으면, 강화가 시작됩니다.] [많은 언데드를 넣을수록 혈옥 또한 커집니다. 단, 강화 효과는 숫자가 많을수록 분산될 수 있습니다.] [언데드의 수준과 능력에 따라 혈액 소모량이 달라집니다.]―감옥이네?
“외견은 좀 그래도, 효과는 끝내줄 테니 들어가 봐.”
아무렴.
용족 40마리 피를 죄다 흡수했는데 효과가 안 끝내주겠는가.
착한 메르헨이 먼저 감옥의 문을 연 채 들어갔다.
그다음은 세드릭이었다.
그렇게 둘이 들어간 순간이었다.
[둘 다 용혈을 받아들일 정도로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언데드입니다!] [용혈 예상 소비량: 50%] [강화하시겠습니까?]“한다?”
―응.
―얼마든지.
[강화 시작.]문구와 함께.
두 언데드의 몸 위로 붉은 안개 같은 기운이 어리기 시작했다.
점점 붉어지기 시작하는 세드릭의 뼈. 메르헨 또한 피부가 붉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혹시 아프거나 그래?”
―아니. 그냥 뜨거운 물에 몸 담근 느낌인데? 나른해.
―딱 알맞은 비유로군.
[두 언데드의 육신에 용혈이 흡수되고 있습니다.] [예상 시간: 10시간]10시간이라.
강화 과정에 꽤나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다.
‘피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하긴.
용 시체 40개에서 나온 혈액 중 반을 흡수하는 것이니, 무려 용족 20마리분의 피를 흡수하는 셈이다.
그 정도면 시간 걸릴 만했다.
“10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안에서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니면…….”
“됐다. 대략적인 건 봤으니. 대충 알 것 같구나.”
검선의 말에 세 노인이 화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거 봤으니 됐다.
굳이 10시간 기다려서 결과물을 볼 정도로까지 궁금하진 않았다.
아무렴 용 피 먹는데 알아서 강화되겠지. 과정이 어찌 됐든 김민우에게 도움만 되면 그만이었다.
됐다는 걸 알았으니 할 일은 끝마친 셈.
“그럼 이만 가 보마.”
“좀 쉬다 가셔도…….”
“아니다. 늘 수련에 정진해야, 뒤처지지 않는 법 아니겠느냐.”
“큰형님 말씀이 맞다. 민우 너한테 이렇게 자투리 도움이라도 주려면, 우리도 열심히 정진해야지.”
검선에 이어 신창까지.
수련에 대한 뜨거운 열의를 내비치고 있었다.
“그래도 심심하진 않겠어. 이자벨라 그 아이, 투지가 제법이더만. 대련 상대로는 제격이란 말이지.”
코를 킁 푼 채 말하는 권왕.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한 듯 온몸의 근육이 꿈틀거리는 건 덤이었다.
“혹시 검해각에 남았습니까?”
“오늘 나가는 도중에 봤다. 당분간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이긴 하더구나. 딱 보면 알지. 눈이 그냥 붙박이야. 붙박이.”
“당분간만 좀 비밀로 해 주세요.”
“응? 애초에 알려 줄 생각 없었다만. 사람 괜찮은 건 괜찮은 거고, 이건 이거지. 안 그렇소? 형님들.”
“그럼.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그냥 기본기 정도만 단련시킬 생각이다. 그것만 해도 여기 남는 보람은 충분히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독마가 칼 같이 답했다.
참 믿음직한 어르신들이다.
그렇게 네 사람이 돌아갔고.
10시간이 지났을 때.
메시지와 함께 감옥의 문이 열렸다. 흐늘흐늘한 얼굴로 나오는 메르헨.
[메르헨의 육체에 용혈이 담겼습니다!] [마룡의 심장이 생성됩니다!] [용의 권능 1단계가 개방됩니다!] [‘폭주’ 기능이 개방됩니다!]메르헨에게는 이런 메시지가.
그리고 세드릭에게는.
[세드릭의 육체에 용혈이 담겼습니다!] [혈룡의 심장이 생성됩니다.] [용의 권능 1단계가 개방됩니다!] [용기사입니다!] [추가적인 보정을 받습니다!] [‘현신’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용기사의 주인’ 타이틀의 효과가 추가로 개방됩니다!]추가적으로 더 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내심 용기사라 뭐 보너스 하나 주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는데.
‘홈런인가?’
두 소환수를 바라보았다.
우선, 메르헨부터.
“뭐 바뀐 거야?”
―우선, 이거!
[메르헨이 용의 권능 1단계, 새끼용의 날개를 사용합니다.]펄럭!
메르헨의 등 뒤로 앙증맞은 날개가 치솟았다. 그 날개는 마치 용의 것을 똑 닮아 있었다.
“날 수도 있어?”
―응. 할 수 있을 것 같아. 잠시만.
파닥파닥!
자그마한 날개가 파닥이더니, 메르헨이 하늘을 날았다.
“오, 빠른데?”
―응. 바람 마법 쓰면 더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어. 이렇게.
쐐액!
순식간에 바람과 함께 고속으로 이동하는 메르헨.
김민우가 눈을 빛냈다.
‘좋은데?’
마법사의 약점.
우선 기동성이다.
메르헨 또한 기동성 자체가 그리 빠르진 않았다. 단지 마법을 통해 여기저기 이동할 뿐.
하지만 저 날개가 있다면?
‘기동성이 배는 더 늘겠지.’
생존력이 크게 보강되는 것이다.
거기에 메르헨의 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민우, 이것도 있어!
[메르헨이 용의 권능 1단계, 새끼용의 외피를 사용합니다.]곧이어 메르헨의 피부가 용의 외피처럼 변했다.
“실험 좀 해 볼게. 얼마나 단단한지 알아봐야 하니까.”
―응. 근데 엄청 단단해. 민우 검에도 안 뚫릴걸?
메르헨의 말대로 그 강도가 상당했다.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카앙!
불똥이 튄 채 막아설 수준이었다.
‘중첩 몇 방 먹어야 뚫리겠네.’
심지어 아직 방어 마법을 두른 것도 아니었다. 여기에 마법까지 섞이면 엄청나지겠지. 마지막으로 폭주는…….
[폭주가 발동됩니다!] [10분간 모든 마법의 위력이 30% 상승합니다!] [마법을 최대 다섯 번까지 중첩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메르헨의 몸 위로 자그마한 용의 형상이 떠올랐다. 이후 증폭된 데미지는 살벌한 수준이었다.
[메르헨이 불꽃의 격노(SS)를 중첩합니다!]그녀의 손 위로 뭉쳐진 불의 기운이 점점 시뻘겋게 물들더니.
뻐어엉!
연무장의 벽 무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야.”
김민우가 감탄했다.
다섯 번까지 꽉꽉 눌러 담아 중첩한 마법은 그 데미지가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었다.
5배 수준이 아니다.
거의 8배 가까운 데미지가 터졌다. 단점은 캐스팅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 정도.
‘대박인데?’
이거, 진짜 좋다.
메르헨만 봐도 그랬다.
심지어 세드릭은 용기사라 추가적인 보정을 받은 상태였다.
먼저 타이틀.
[용기사의 주인] [용기사 세드릭의 주인이 되었다.] [효과 1. 모든 스켈레톤 계열 소환수들의 학습 능력이 대폭 증가한다.] [효과 2. 스켈레톤이 용아병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효과 3. 용 관련 몬스터들에게 강렬한 위압감을 선사한다.]효과 3까지는 그대로였다.
근데 효과 4에서 새로운 기능이 개방됐다.
[효과 4. 세드릭의 전우, 신룡 글레이프니르를 제작할 수 있다.] [효과 5. 미개방 상태.]‘신룡 글레이프니르?’
첫 번째 안배에서 봤던 본 드래곤을 말하는 건가?
효과를 자세히 살피자 상세 내용이 떠올랐다.
[신룡 글레이프니르 제작] [재료 목록] [1. 만 년 이상의 고룡 시체] [2. 소르살론의 꽃] [3. 심연 군주의 혈맥] [4. 발록의 피 500L] [5. 동방 마녀회의 실타래 3개] [6. 미미르의 한숨 한 줌]익숙한 재료도, 모르는 재료도 곳곳에 섞여 있었다.
“세드릭. 소르살론의 꽃이나 동방 마녀회의 실타래, 미미르의 한숨 같은 거 뭔지 알아?”
―글레이프니르 제작이 열린 건가?
“어.”
―당장 제작을 시도하진 않는 게 좋을 거다. 관련 재료들, 하나같이 단체와 연관되어 있으니까.
“단체?”
―소르살론의 꽃은 용군단과, 실타래는 동방 마녀회와, 미미르의 한숨은 거신족과 관련되어 있다.
대충 감은 잡았다.
‘지금 생각해 봤자 골치만 아프겠네.’
때 되면 하나둘씩 모이겠지 뭐.
으쓱한 그가 세드릭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넌 뭐 얻었어?”
―이것이다.
직후.
세드릭의 외견이 변했다.
[용의 기운이 현신합니다!]뼈가 완전히 붉게 변한 것도 모자라, 두 배가량 커진 덩치.
뼈가 한층 더 굵어졌고, 안 그래도 용에 가까웠던 머리는 용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할 정도로 모습이 변해 있었다.
펄럭!
녀석의 등 뒤로 뼈로 된 붉은 날개가 치솟았다.
[‘현신’ 상태입니다.] [30분간 유지됩니다.] [힘, 민첩, 체력이 50% 상승합니다.] [용혈참(龍血斬)을 활용 가능합니다.]날개를 통해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기 시작하는 세드릭.
용혈참을 사용하자, 거대한 반달 모양의 붉은 참격이 일직선을 죄다 갈라 내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 또한 위력이 살벌하긴 마찬가지.
메르헨의 5중첩만큼 강하진 않았지만, 반대로 시전 시간이 매우 짧다는 강점이 있었다.
‘끝내주네.’
두 군단장들에게 있어 일종의 각성기가 생긴 것과 다름없었다.
전력 증강?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심지어…….
‘아직 용 피 절반 남았지.’
이거, 일반 소환수들에게도 죄다 적용 가능하다.
일단 돌쇠는 당연히 넣어 줘야 하고.
여기에 듀라한과 스펙터 그리고 스켈레톤 등.
용혈을 주입해 줄 소환수들은 차고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