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58)
돈지랄 네크로맨서 (158)
변화
어느새 김민우는 방 안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푸드덕!
익숙한 풍경에 신이 난 건지 하양이가 침대 위에 걸터앉는 모습이 보였다.
―꾸우.
베개에 머리를 비비는 녀석.
‘보상 많이도 얻었네.’
타이틀도 그렇고.
정식 마녀 잡았을 때 나왔던 스킬북도 그렇고.
기본 보상만 해도 이 정도인데.
심지어 진짜 보상은 따로 있었다.
머리를 슬슬 쓰다듬어 준 뒤 이번에 얻은 세 가지 보상을 확인했다.
먼저 타이틀.
[신화의 첫걸음] [전설을 넘어 신화를 향해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효과 1. ‘운명의 인도(SSS)’가 활성화된다.] [효과 2. ‘임무’를 수행할 시, 이 타이틀을 성장시킬 수 있다.] [효과 3. 소유하고 있는 목걸이, ‘용과 마녀의 보석’에 특수 효과가 추가된다.]신화의 첫걸음.
영웅의 길을 걷는 자가 변경되어 등장한 타이틀이었다.
‘근데 효과가…….’
굉장히 특이해 보이는데.
첫 번째 효과인 운명의 인도란 이름부터 그랬다.
내용을 살폈다.
[운명의 인도(SSS)] [‘신화의 첫걸음’ 전용 스킬. 타이틀이 성장할수록 함께 성장한다.] [쿨타임: 2개월] [효과 1. 동료가 가진 미래의 가능성을 몸 안에 빙의시킨다.] [효과 2. 현재 가진 호감도에 따라 미래 시점과 빙의도가 달라진다.] [현재 운명의 인도가 가능한 동료 목록] [1. 박시우, 호감도 83] [2. 서예림, 호감도 75] [3. 이자벨라, 호감도 25]굉장히 특이한 스킬이었다.
‘미래의 가능성을 빙의시킨다라…….’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들은 강해질 것이다. 그걸 감안하면 더 먼 미래의 시점에서 빙의하는 게 유리한 구조겠지.
빙의도야 뭐.
대충 얼마나 빙의 잘했는지, 그런 느낌 아니겠는가.
“근데, 생각보다 호감도가 안 높네?”
이자벨라가 왜 저기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대충 그렇다 치고.
시우 이 녀석은 똥 기저귀 갈아 주고 집 사 주고 장비 사 주고 광고 찍고 다 했는데 83이다?
그때였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 호감도에 대한 세부 설명을 보시겠습니까?]봐야지, 이건.
[0~20: 낮은 신뢰 관계.] [21~50: 보통의 신뢰 관계.] [51~70: 서로 깊은 이해가 동반됨.] [71~90: 끈끈한 유대감. 서로를 가족처럼 여김.] [91~100: 영혼의 동반자.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동반됨.]“아하.”
대충 이런 기준이었구만.
그제야 왜 박시우가 83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끈끈한 유대감 정도지, 영혼의 동반자까진 아니라는 소리였다.
‘솔직히 맞긴 해.’
만난 지 이제 한 5개월 됐나.
최면 거는 거 아닌 이상 영혼의 동반자까지 도달하는 건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나름 가족처럼 여긴다는 수치에 속해 있기도 하고.
‘뭐, 이 정도면 인정.’
차라리 잘 됐다.
100까지 올릴 게 생겼으니까.
앞으로 더 신경 써주면 되겠지.
‘한번 시험해 보고 싶은데.’
쿨타임이 좀 살벌했다.
그때.
[오늘 하루 1회, 30초간 쿨타임 없이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마치 네 걱정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 기분 좋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번 맛보기 해 보라는 뜻이겠지.
30초라는 시간이 짧긴 했지만 그게 어디인가.
“나와 봐.”
―불렀나.
세드릭이 튀어나왔다.
“내가 스킬을 하나 얻었거든?”
―스킬?
“어. 그거 시험 좀 해 봐야겠다. 한 판 붙자.”
―그러지.
녀석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전에 비해 고개가 좀 뻣뻣해지긴 했지.’
요즘 혈수옥으로 능력치가 많이 올라서 그런가. 대련에서 버티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과거 1레벨 시절에 컷 당한 거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해도 될 정도로.
‘아직은 제압하고 있긴 한데.’
레벨 오르고 봉인이 더 풀리면 빡셀 것 같긴 했다.
어쩌면 소환수에게 패배하는 나약한 주인이 될지도 몰랐다.
그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찌 됐든.
녀석도 많이 성장한 만큼 운명의 인도를 시험해 보기엔 제격일 것이다. 그렇게 방문을 열고 나섰다.
거실에 있던 최연옥 여사가 반겨 주었다.
“어머, 벌써 왔니?”
“예.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요. 그간 별일 없었죠?”
“어, 음. 그럼. 딱히 별일은 없었지.”
“뭐 있었어요?”
“아냐. 일은 무슨. 할 거 하렴.”
그렇게 말한 그녀가 핸드폰을 부지런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디 문자라도 보내는 것 같은데.
‘뭐, 됐다.’
진짜 급한 거였으면 말했겠지.
세드릭과 함께 연무장으로 나갔다. 녀석이 창을 붕붕 회전시켰다.
등 뒤에 펄럭이는 날개.
현신을 통해 능력치를 뻥튀기시킨 녀석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무슨 스킬인가?
“보면 알 거야.”
누구로 할지 고심하던 것도 잠시.
결정을 내렸다.
첫 시도는 가장 익숙한 게 좋겠지.
[운명의 인도(SSS)를 사용합니다!] [박시우를 선택합니다!] [현재 호감도 83.] [‘83’만큼의 미래 시점.] [‘83’만큼의 빙의도가 적용됩니다!]순간.
김민우의 세계가 전부 뒤바뀌었다.
문득 머릿속에 그 말이 스쳤다.
―허상과 경계선. 그 사이에 있는 무아(無我)의 영역을 보았습니다.
몇 개월 전 검선에게 사기극을 펼쳤을 때 써먹었던 말이었다. 이 말을 이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근데 지금은…….
‘이거였네.’
알 것 같았다.
물질계를 넘어 본질을 베어 내는 경지.
지금 검선이 도달해 있는 바로 그 영역.
휘둘렀다.
순간, 경악한 듯 동공을 이글거리는 녀석.
서걱!
세드릭의 몸이 반으로 갈렸다.
심검(心劍).
그건 능력치 좀 올랐다고 보고 막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첫 번째 안배에서 봤던 황금 해골이 되살아오지 않는 이상에야.
부활하고.
서걱!
또 베이고.
‘마나 더럽게 많이 다네.’
두 번 베는 데 몸이 헛헛해졌다.
마나가 무려 절반이나 증발해 있었다.
물론, 그 값어치를 했냐 묻는다면 넘치도록 하긴 했지만.
초를 찰나로 나눈 시간.
전투는 그렇게 끝났다.
김민우가 허리춤에 걸린 검을 빤히 바라보았다.
호감도 83만큼의 미래가 얼마인지 모른다. 빙의도 83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
근데, 딱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미래의 박시우는…….
‘진짜 괴물이 됐네.’
지금의 검선도 미래의 박시우와 붙는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세드릭을 다시 소환했다.
―……주인. 대체 무슨 스킬을 얻은 거지?
“빙의.”
―하. 세상 참 불공평하군. 누군 수천 년 창 휘둘러서 죽어라 올라갔는데.
“원래 세상은 1등이 독식하는 거야. 아직도 그걸 몰라?”
―그래서, 자주 쓸 수는 있는 건가?
“쿨타임 두 달이야.”
―그걸 감안해도 밸런스 터졌군.
“아닌데?”
―아니라고?
“어. 아니지. 보니까 스킬하고 타이틀도 안 주는구만.”
지금 미래의 박시우급 재능과 실력으로 심검을 휘두르는데 타이틀과 스킬이 안 튀어나온다?
그럼 그 부분은 꽉 막혀 있다고 봐야 했다.
―업적 상점에서 잠재력 물약을 판다고 했었지.
“맞아.”
―딱 한 시간 짜린데 굉장히 비싸다 했었고.
“그것도 맞아.”
―달리 말하면 주인 잠재력을 풀어 주는 게 그만큼 어렵단 소리 아닌가? 혹시나 해서 말인데, 스킬 등급이 어느 정도지?
“SSS.”
―고작 그 정도로 팔방미인 스킬을 원하고 있었던 건가? 새삼 느끼지만, 주인은 양심이란 게 없군.
“달리 말하면 훌륭한 네크로맨서라는 뜻이지.”
―……허 참. 그건…… 맞군. 로드가 왜 후계자로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인성…….
선 넘는 녀석을 향해 머리 위로 꿀밤을 휘둘렀다.
그것도 물질계를 넘어선 영역에서. 미래 박시우의 재능은 검이 없어도 몸으로 발현될 수준이었다.
순식간에 녀석의 두개골이 움푹 파였다.
[세드릭이 역소환…….]인성은 무슨.
다 실력 보고 택한 거지.
[30초가 지났습니다!] [운명의 인도가 해제됩니다!]고양감이 사라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뒤바뀌었다.
검을 쥐었지만 바라보았던 시선이 다시 뒤바뀌는 일은 없었다.
“쩝.”
벌써 헛헛해지네.
그래도 별수 있나.
아무튼 대충 체감은 했다.
무슨 스킬인지도 감을 잡았다.
이거, 개사기다.
특히 호감도가 높은 동료가 많아질수록 더더욱 그랬다.
다만 그 기준선이 있는 것 같았다. 여태 교류한 사람들이 나름 많다. 근데도 목록에 떠오른 건 단 세 명뿐이었다.
박시우와 서예림은 주연 캐릭터.
이자벨라는…….
‘왜 들어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중요한 조연급이라서?
근데 그럴 거면 검선이나 다른 노인들도 중요 조연 캐릭터일 텐데.
문득,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긴 한데.
‘이거 설마…….’
미래 시점의 강함을 당겨 온단다.
근데 이미 사망해서 미래가 없다면, 당겨 올 게 없지 않나?
나이가 나이인 만큼 먼 미래엔 없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아무리 강한 각성자라도 노화는 오기 마련이고, 나이 먹으면 돌아가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래서 없을 확률이 1번.
아니면 그냥 모르는 구분 기준이 있다는 게 2번.
“……지금은 모르겠네.”
이건 좀 더 봐야 알 것 같았다.
외신을 잡는 과정.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목표가 더 생겨났다.
운명의 인도가 가능한 동료들을 최대한 늘려 놓는 것.
이게 가능하다면.
‘직업 돌려쓰기가 된다.’
검사 아닌데 심검 썼다.
마법사 아니어도 마법 쓸 거고, 궁수 아니어도 활 쓸 수 있을 거다.
물론 호감도 작업도 필요했다.
목록에 떴다 한들 호감도가 낮으면 효과를 크게 볼 수 없을 테니까.
“바쁘게 살아야겠네.”
기존 동료들의 호감도를 높이는 것.
또한, 다양한 직업을 활용하기 위해선…….
‘풀을 늘려야지.’
주연급 캐릭터들은 운명의 인도 목록에 들어갈 확률이 높았다.
때마침 떠오르는 주연급 캐릭터가 있었다.
한시아.
마법 천재.
독일 정재계를 죄다 집어삼킨 마법 가문, 그리프가의 감시를 받는 마법사였다.
또한 한국 마법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는 마법사이기도 했다.
여태까진 접근 안 했는데.
‘슬슬 해도 될 것 같은데.’
미국에 약을 좀 쳐 놨다.
그리프가를 친다는 건 독일을 친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근데, 그래도 무죄가 될 것 같다.
정확히는 무죄가 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배터리 개발이나 교육이나 영약이나. 다 괜히 한 게 아니란 말이지.
미국만 조용하면 된다.
근데 조용해질 것 같다.
‘마침 업적 점수도 많이 필요했는데.’
잘 됐다.
국내급 악역인 한백길이 600점이다. 하물며 그리프 가문을 깨부순다면?
‘그것보단 훨씬 넉넉하게 주겠지.’
다음 행보가 정해진 셈이다.
이번엔 목걸이를 살폈다.
정식 마녀와 성룡의 보석을 박아 나온 결과물이었다.
[용과 마녀의 보석] [등급: 고대+] [요구 조건: 타이틀, ‘신화의 첫걸음’ 보유] [운명이 비틀리며 성룡과 정식 마녀의 힘이 깃든 보석이 박힌 목걸이입니다.] [효과 1. 모든 능력치 +150] [효과 2. 중첩 공격 데미지 30% 증가] [효과 3. 모든 회복 속도 100% 상승] [* 특수 효과가 추가된 상태입니다.]용과 마녀의 보석.
원래 가지고 있던 효과만 해도 이자벨라의 액세서리들과 비견될 만한 명품 목걸이였다.
근데…….
여기에 못 보던 효과들이 추가되어 있었다.
[특수 효과 1. 착용자의 생명력이 0이 될 때, 1회에 한해 30% 생명력이 즉시 회복된다. (쿨타임 3개월)] [특수 효과 2. 3개월에 한 번 해방한 게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이제부터 난 오크 게이트와 한 몸이 된다.”
김민우가 엄숙히 선언했다.
먼저 특수 효과 1번.
부활기다.
달리 말하면 목숨 +1개.
심지어 쿨타임이 있어서 시간만 지나면 계속 활용 가능했다.
아름답다.
그 외의 설명은 잡다할 뿐.
특수 효과 2번 또한 가능성이 무한대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이미 클리어한 카이사르 대륙으로 이동할 수 있다?
풍부한 대륙의 자원 획득.
수많은 이종족들과의 교류까지.
벌써부터 군침이 싹 돈다.
‘많이도 얻었네.’
심지어 아직 게이트 보상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씨앗.
그거 내용 바뀌었다는데.
당연히 살펴야겠지?
[인벤토리에서 ‘새가 환장하는 맛있는 씨앗’을…….]응?
새가 환장하는 맛있는 씨앗?
그때였다.
―꾸우우!
푸드덕!
순식간에 날아든 하양이가 씨앗을 홱 채 갔다. 녀석이 부리로 씨앗을 콕콕 씹어먹었다.
말리려면 말릴 수 있긴 한데.
굳이 안 그랬다.
이름부터가 하양이 먹이라고 만들어진 씨앗 같았으니까.
―꾸어억.
자그마한 씨앗 하나를 파먹고는, 배가 터지겠다는 듯 털썩 주저앉은 하양이. 볼록 튀어나온 배 위로 녹색의 빛이 뿜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곧이어.
번쩍!
빛무리와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의 애완동물, 칠색조가 새가 환장하는 맛있는 씨앗을 먹었습니다!] [신수가 성장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