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66)
돈지랄 네크로맨서 (166)
요나스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능력치도 무기의 수준도 분명 자신이 우위였다.
레벨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무기가 부서졌다.
검술의 차이가 압도적이라는 것을 뜻했다.
“어떻게, 그런 수준의 검술을…….”
요나스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보았다는 듯, 김민우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마검사다.
가문의 중책에 올라설 때까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검을 휘둘렀다.
검술?
장담컨대 독일에서 열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다.
근데 졌다.
그냥 진 수준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처참하게 패배했다.
물론 변명거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김민우는 소환수의 도움을 받았다. 또한, 속성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그림자의 힘으로 몸을 덧씌웠음에도 손아귀로 파고드는 냉기는 오싹할 지경이었다.
수많은 변수가 있었다.
근데, 그걸 감안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이해하지 말고, 받아들여. 그럼 편하잖아.”
마치 조언하듯 말하는 김민우의 태도에 요나스가 허망한 눈빛을 띤 것도 잠시.
그의 눈이 이글거렸다.
“나 아직 안 졌다, 꼬맹아.”
이를 악문 그가 그림자의 힘을 활용했다.
[그림자 칼날(SS)가…….]그의 손 위로 시꺼먼 검 한 자루가 생성되었다. 당연히 무기 위에 기운을 덧씌우는 것보단 힘의 낭비가 훨씬 심했다. 대신 순수한 그림자의 힘이 담긴 무기를 운용할 수 있었다.
아까 그 레전드 등급의 검보다 훨씬 단단하다.
“끝장내 주마!”
더 이상 상대를 경시하는 마음 따윈 없었다.
장기전으로 가면 필패.
중첩이 쌓이기도 전에 단숨에 몰아붙여야 한다.
[요나스가 폭주(SS)를 사용…….]폭주.
온몸에 담긴 힘을 폭발시켰다.
전투가 끝나면 후유증이 찾아올 테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전투엔 많은 게 걸려 있었다.
그러니 이겨야 했다.
반드시.
폭발적인 힘이 김민우와 소환수들을 덮쳤다.
[그림자의 힘이 당신을 덮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하락합니다!] [상태 이상, ‘혼란’에…….] [상태 이상, ‘암흑’에…….]온갖 메시지가 떠오른 건 덤이었다.
* * *
한시아가 요나스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릴 때부터 가문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마검사였다.
세월이 흐르고.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보기만 해도 섬뜩한 힘을 사용하는 요나스.
검을 부순 뒤로 그는 마치 폭주라도 한 것처럼 날뛰고 있었다. 그를 상대하는 김민우의 모습은 위태위태했다.
온몸 곳곳에 난 상처들이 보였다.
가까스로 치명상만 막아내는 모습이었다.
한시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또, 나 때문에…….’
그리프 가문과 엮인 자신 때문에 김민우가 피해를 보고 있었다.
물론 길드에 속해 있으니 이제 완전히 타인은 아니었다.
동료……라고 칭해도 되겠지.
하지만 이제 본 지 하루밖에 안 됐다. 자신을 위해 저렇게까지 나서 주는 이유를 한시아는 아직도 몰랐다.
세상 그 누구라도.
고작 여자아이 하나 때문에 그리프와 척을 진다는 선택지를 고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버리지 않겠다는 말.
그건 진짜라는 것.
그건 진심이라는 것.
진심이 아니라면 저렇게 싸울 리 없었다.
난생처음이었다.
저렇게 자신을 대해 주는 사람은.
가족조차 그러지 않았다.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었고, 그녀의 어머니인 김하은조차도 그랬다. 달콤한 말만 내뱉을 뿐 진짜 사랑을 주진 않았다.
행동으로 행하진 않았다.
내심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목마른 나무처럼 계속 갈구했을 뿐이다.
사랑받고 싶었으니까.
사랑받는다고 믿고 싶었으니까.
그 믿음이 배신당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무거운 짐에 완전히 짓눌려 쓰러진 것처럼 완전히 지쳐 버렸다.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근데 고작 하루 만에.
또다시 누군가를 믿고 싶어진다.
한시아가 쓰게 웃었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믿음을 주는 건, 상대를 신뢰해 버리는 건, 너무 쉬운 것일까.
“……그래도, 어쩔 수 없어.”
행동으로 보여 주는 사람은 처음이지 않은가.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또다시 의심하기엔 너무 지쳐 버린 것이다. 믿고 싶지 않아도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마치 기도를 올리듯, 그녀가 습관처럼 양손을 부여잡았다.
매일 밤 평생토록 기도했었다.
가문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엄마가 날 진심으로 사랑해 주기를. 더이상 내 몸이 아프지 않기를. 그건 전부 다 자신을 위한 기도였다.
소원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안전하기를.’
나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승리했으면 좋겠다.
그건, 타인을 위한 기도였다.
그 순간이었다.
[‘형태 없는 재능’이 제 모습을 갖춥니다!] [이 순간, 당신의 재능이 한 방향으로 정해졌습니다!] [압도적인 재능이 스킬을 생성해 냅니다!]마치 봄볕에 눈을 뜨는 새싹처럼, 그녀의 안에 있던 따듯한 무언가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새하얀 빛무리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스킬, 희망의 기도(S)가 생성됩니다!]파앗!
곧이어 한시아의 몸을 감싸고 있던 새하얀 빛이 김민우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어?”
“……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요나스와 김민우.
마치 일시 정지라도 한 것처럼 두 사람의 몸이 우뚝 멈춰 선 것도 동시였다.
● 주연 중 하나인 ‘한시아’의 운명이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 미지의 영역입니다! 특별 보너스 점수가 주어집니다!
● 스토리가 개변되기 시작합니다!
● 대량의 업적 점수가 주어집니다!
업적 점수 메시지와 함께.
새하얀 빛이 김민우의 몸을 감쌌다.
흔들리고, 한껏 어두워졌던 시야가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진 건 덤이었다.
‘희망의 기도?’
한시아의 운명이 뒤틀렸다는 문구.
뭔지 곧바로 깨달았다.
이거, 딱 봐도 사제 전용 스킬 아닌가.
직업은 마법사인데.
재능도 마법사였는데.
이젠 아니었다.
직업은 마법사지만 재능은 사제의 것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왜인지는 대충 짐작했다.
이전과 달리 한시아는 재능을 너무 많이 뜯겼다. 마법사라는 원형을 보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형이 없다는 것.
달리 말하면 재능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그게 사제로 정해진 모양이었다.
일단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죽이는데.’
버프 효과가 장난이 아니다.
이상한 힘을 사용하는 요나스.
그 힘의 근원은 딱 봐도 대단해 보였다.
온갖 상태 이상을 걸어 대는 것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근데 그걸 한 방에 죄다 풀어 버렸다. 대단한 재능이었다.
심지어.
‘아직 2할짜리지.’
남은 8할은 가주 루카스가 훔쳐 갔다. 그거 되돌리면, 대체 어느 정도 재능이란 말인가?
박시우와 서예림.
두 주연 캐릭터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재능일 것이다.
한시아 또한 주연이었으니까.
심지어 더 좋은 건.
‘빛 속성 무효도 적용이 안 되네.’
바로 이것이었다.
원래 데스 로드는 빛 속성 스킬을 죄다 무효로 만들어 버린다.
근데 그건 빛 속성 스킬에 공격받을 때 이야기고.
이런 버프는 알아서 따박따박 받아먹는 모양새였다.
하기야.
슈퍼 루키 선발전에서도 그랬다.
이프락스 레이드를 시도했을 때 김민우도 당연히 버프를 받았다.
그걸 고려하면 지금 사제 버프가 쏙쏙 들어오는 것도 이상한 그림은 아니었다.
‘덕분에 할 만해졌네.’
수세에 몰렸던 것.
반쯤은 의도한 그림이었다.
저런 힘을 무한정 뽑아낼 순 없을 테니까. 상태 이상에 걸린 상태에서 아득바득 몰아붙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수비하고 있었는데.
그게 퍽 다급해 보인 모양이었다.
“고맙다, 야. 덕분에 각성도 다 하고.”
“…….”
요나스의 얼굴이 똥 씹은 듯 팍 구겨졌다.
폭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저찌 밀어붙이면 녀석을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모든 게 글렀다.
죄다 한시아의 축복 때문이었다.
‘사제였다고?’
마법사가 아니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
그래서 가문의 시험을 늘 간당간당하게 통과한 거였나?
어찌 됐든.
상황은 이미 최악이었다.
쌩쌩해진 김민우가 그를 밀어붙였다.
소환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협공에 요나스가 맥없이 밀렸다.
폭주로 얻었던 힘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졌다.’
말 그대로였다.
자신이 받았던 그림자의 힘은 무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차마 항복이라는 말이 안 나오는 건, 이후에 벌어질 일이 뻔히 짐작돼서였다.
그리프의 마법사들.
그리고 자신까지.
죄다 포로행이다.
온갖 난리를 피웠으니 한국 정부에서도 곱게 취급해 줄 리 없었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다.
그에 잔혹하게도.
김민우는 철저히 그의 장비를 부숴갔다. 어둠의 힘에 감싸였지만 반복되는 공격엔 장사 없었다.
건틀릿이 망가졌다.
견갑이 박살 났다.
갑옷 또한 금이 쩍쩍 가기 시작했다. 힘이 절정일 때도 이기지 못했는데, 하물며 지금은 더 답이 없었다.
“……졌다.”
그제야 요나스가 씁쓸히 말했다. 그런데도 김민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공격을 이어 가고 있었다.
“내가 졌다.”
“어, 그래.”
“아니, 졌단 말이다.”
“어, 들었어.”
꽈직!
요나스의 갑옷이 산산이 터져 나갔다. 티셔츠 한 장을 걸친 그가 다급히 말했다.
“아니, 졌다니까?! 왜 자꾸 공격하는 거냐?”
“아직 장비 많이 남았잖아?”
“이런 미친놈이……!”
그렇다고 전투를 멈출 수도 없었다. 대놓고 칼을 휘두르는 데 안 막는 것도 미친 짓 아닌가.
김민우의 검이 그의 하의를 후려쳤다.
깡!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요나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 미친놈은 진짜 자신의 장비를 다 부수려 하고 있었다.
“그, 그만해라!”
“너부터가 안 그랬잖아. 근데 내가 왜?”
공항에서 각성자들 날려 보낼 때.
그땐 멈추라 해서 멈췄나?
아니었다.
그런 말이 있었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여도, 나갈 땐 아니라는 말이.
그러니 끝까지 갈 생각이었다.
그리프의 수뇌부가 팬티 바람으로 나돌아다니는 걸 보면, 그림이 참 좋을 것 같지 않은가.
요나스의 몸이 점점 가벼워졌다.
* * *
전투가 끝났을 때.
요나스는 말 그대로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있었다. 몸에 걸친 티셔츠도, 바지도 죄다 사령검에 잘려 나갔기 때문이었다.
처참한 얼굴로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은 요나스. 그리프의 마법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두머리가 완벽히 제압당한 뒤로 그들의 저항은 없다시피 했다.
‘잔인한 놈…….’
‘대장이 저렇게 당할 줄이야…….’
풍화의 3번 기사단장.
그 명칭이 무색하게 철저하게 능욕당했다. 심지어 그게 온갖 영상으로 찍히고 있었다.
국제적 개망신이다.
전의를 완전히 잃을 수밖에 없었다. 까딱하면 자신도 저런 신세가 될 수 있었으니까.
한영길이 다가왔다.
“그…… 대단하십니다. 저렇게 제압하실 줄이야…….”
아주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할 땐 확실하게 해야죠.”
“예. 맞긴 합니다. 그나저나, 요나스 저자가 저렇게 이상한 힘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혹시 그리프의 수뇌부들이 전부 저런 것일까요?”
굳은 얼굴로 묻는 한영길.
그럴 만도 했다.
이미 한국 정부와 그리프는 서로 척지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기괴한 힘을 사용하는 것을 봤으니, 긴장할 만도 했다.
“그거야 물어보면 되겠죠. 거기, 요나스 씨.”
“……예.”
“그 힘은 대체 뭡니까?”
남은 팬티 한 장.
그쪽으로 칼을 까딱인 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