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80)
돈지랄 네크로맨서 (180)
김민우가 들어왔을 때.
량샤오쥔을 제외한 모든 네크로맨서들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위대한 존재를 마주하였습니다!] [다수의 추종자가 존재 중입니다!] [영혼이 공명합니다!] [영혼 속 깊이 묻혀 있던 전생의 기억이 떠오릅니다!]“뭐, 뭐야.”
미하일이 당혹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위대한 존재를 마주해?
거기에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이게 뭔 개소리란…….
그때였다.
감정이 제어할 수 없는 활화산처럼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미하일의 투박한 손이 벌벌 떨렸다. 머리에 주사를 놓은 것처럼, 수많은 기억이 해일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당신의 전생, ‘켄트라’의 기억이 떠오릅니다!]켄트라.
그는 뒷골목의 시궁쥐였다.
쓰레기통을 뒤적이고 자그마한 빵 한 조각에 돌로 상대의 머리를 내리찍을 수 있는 비열한 시궁쥐.
언데드와 인간 사이의 대전쟁.
대륙을 뒤덮은 전쟁 속에서, 배고픔과 구걸은 일상과 다름없었다.
거친 삶 속에서 한쪽 팔이 잘려 나가고, 전염병에 걸려 얼굴이 녹아내리고.
아무런 희망조차 보이지 않던 삶의 기억이 쭉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두운 골목길 사이로 새까만 로브를 쓴 인영이 다가왔다.
―버러지이나, 제법 쓸 만하구나. 감정이 잘 영글었어.
―누, 누구냐!
인영이 로브를 벗었다.
그 안에서 드러난 건 새까만 두개골이었다. 그것도 거대한 보석이 박힌 왕관을 쓴 두개골.
―히익! 리, 리치?! 어, 언데드다!
―쉬이. 두려워할 것 없다. 내가 언데드인 것이 중요하더냐?
―……예?
―네게 중요한 걸 떠올려라. 시궁창 같은 삶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더냐. 네게 기회를 주마.
그렇게 말한 리치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 한 조각을 건넸다.
켄트라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아니, 이길 수 없었다.
말을 거는 대상이 사악한 리치라는 건 중요치 않았다.
따듯한 식사.
달콤한 힘과 권력.
그가 약속한 것들이 훨씬 중요할 뿐이었으니.
―정말 말씀대로만 해 주신다면…… 로드께 충성을 바치겠나이다. 제 모든 걸 바치겠나이다! 부디 절 구원해 주소서!
―지금 이 순간부로, 계약은 이루어졌다.
이후 켄트라의 삶은 극적으로 뒤바뀌었다.
―여, 여긴…….
―교단이다. 너와 같은 자들이 모인 교단. 히로드 교구장.
히로드라 불린 남성이 데스 로드를 향해 달려왔다. 그의 얼굴을 본 미하일의 눈이 크게 떨렸다.
‘랴, 량샤오쥔?’
히로드의 모습은 량샤오쥔과 똑 닮아 있었다.
―앞으로 이 아이를 가르쳐라.
―본부대로 이행하겠나이다.
그렇게 켄트라는 죽음 교단의 소속이 되었다.
그곳엔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고아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잘려 나간 팔이 다시 재생되었다.
죽어 가던 몸이 깨끗하게 치료되었다. 압도적인 지식을 배웠다.
그가 손을 뻗을 때마다 언데드가 소환되었다.
더 이상 그는 시궁쥐가 아니었다.
어엿한 한 명의 네크로맨서일 뿐.
머지않아 거대한 전쟁에 동원되었다.
염탐 또한 업무 중 하나였다.
인간으로서 인간 세상에 파고들었다. 독버섯처럼 후방을 교란했다.
마침내 언데드와 인간 사이에 벌어졌던 대전쟁이 끝났다.
모든 인간은 노예가 되었고, 죽음 교단의 인원들은 하나같이 영광스러운 관리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데스 로드의 추종자로서 그는 다섯 개의 도시를 관리하는 위치에 올랐다. 약속했던 대로 끝없는 영광과 권세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던 권세도 끝나 버렸다.
강력한 외부 세력의 침입.
수많은 종족이 몰려들었고, 데스 로드가 무너졌다.
그를 따르던 켄트라의 삶도 끝났다.
아니,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데스 로드가 지정한 계약의 범위.
그건 살아 있을 때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죽음 이후까지도 계약의 굴레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끝이 아니란 말과 함께, 영겁토록.
어느새 시야가 되돌아왔다.
“허억!”
미하일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뭐, 뭐지?’
마법인가?
아이템을 활용해 환각을 보여 준 것일까?
아니면 사술?
알 수 없었다.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건…….
본능이 울부짖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건 틀림없이 자신의 기억이라고. 김민우를 바라보는 미하일의 눈이 거칠게 떨렸다.
당황하는 건 미하일뿐만이 아니었다.
일본의 사쿠라도.
중국의 량샤오쥔도.
미국의 앤드류도.
그 외 다른 네크로맨서들도 비슷한 기억을 본 것처럼 동공이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김민우에게로 몰려들었다.
* * *
기억을 본 건 다른 네크로맨서들뿐만이 아니었다.
김민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신의 추종자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영혼이 공명합니다!] [데스 로드의 기억이 발현됩니다!]그 또한 수많은 광경을 보았다.
데스 로드는 인간들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채 움직일 정도로.
그러한 수단 중 하나가 바로 교단이었다. 언데드와 인간 사이의 대전쟁 속에서,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가까이 있었다.
자연히 관련된 재능의 발현 또한 많아졌다. 데스 로드에게 판이 깔린 셈이었다. 그는 사령술에 재능이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의 영혼을 꿰뚫어 보듯 들여다보았고, 가장 비참하고 절망적인 이들을 골랐다.
그들에겐 빛 한 줄기조차 보이지 않는 삶이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데스 로드는 추종자들을 모았고, 그들에게 사령술을 가르쳤다. 절망에 빠진 자들은 그에게 매달렸고, 그의 가르침에 목말라했다.
김민우는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마치 긴 여정을 끝낸 것처럼 온몸이 노곤했다.
‘이런 방식으로 추종자들을 모은 거군.’
김민우가 눈을 깜빡였다.
자리에 모인 네크로맨서들을 둘러보았다. 데스 로드의 기억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봤던 것만 같았다. 비참한 삶을 기꺼이 버리고 죽음의 길을 택한 자들.
하나같이 익숙한 얼굴이었다.
당장 교구장을 맡았던 량샤오쥔만 해도 그랬다. 그 외에도 죽음 교단에서 나름 인정받는 직책까지 오르며, 도시를 관리한 인재들이었다.
교단의 나름 고위층들이라 할 수 있었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후계자와 추종자의 관계로.
‘이 또한 안배일까.’
그럴지도 몰랐다.
[어떻게 활용할지는 당신의 자유입니다.]량샤오쥔 때도 보았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죄다 추종자네?’
여기 모인 네크로맨서 중 절반 정도만 추종자여도 본전 이상이라 생각했는데.
죄다 추종자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미래 탄생할 SS급 네크로맨서들 또한 자신의 추종자일 것 같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죽음 교단의 규모가 생각보다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여긴 고작 열둘이 모였을 뿐이다.
아직 한참 남았다는 것이다.
‘거 참, 뿌듯하네.’
어찌 됐든.
기왕 이렇게 모이게 했으니 슬슬 본론을 꺼낼 차례였다.
“다들 정신이 좀 드십니까.”
“너, 너…… 뭐야, 대체.”
이를 악문 채 덜덜 떨며 말하는 미하일. 다른 네크로맨서들 또한 감상은 다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쾅!
거칠게 책상을 친 량샤오쥔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눈동자에는 광기와도 같은 빛이 서려 있었다.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그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지만, 량샤오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본 그가 일갈했다.
“다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저분이, 바로 로드의 후계자시다. 우리가 충성을 바쳐야 할 존재라는 거다!”
그렇게 외친 그가 김민우를 향해 다가왔다.
“위대하신 후계자님을 뵙습니다. 저 량샤오쥔, 당신께 바치는 충성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공손히 고개 숙이는 량샤오쥔.
그의 눈은 맹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김민우에게로 마음이 쏠렸던 그였다.
그리고, 기억까지 보게 되었다.
전생의 기억이 자신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해진 건 있었다.
‘추종자, 무조건 늘어난다.’
당장 미하일부터가 그랬다.
녀석은 죽음 교단의 인물이었다.
이 자리에 모인 네크로맨서들 또한 하나같이 얼굴이 익숙했다.
죄다 죽음 교단과 관련된 인물들이겠지. 이미 지구엔 네크로맨서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
SS급 네크로맨서는 계속 탄생할 것이고, 그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추종자일 것이며.
‘그의 하수인이 될 테지.’
추종자라면 김민우의 명을 거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자신 또한 그랬으니까.
안 그래도 잘 나가고 있는데, 여기에 세상 모든 SS급 네크로맨서를 자신의 수하로 둔다?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갈지 예상 불가였다.
어차피 명령은 거부 못 한다.
까마득한 전생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굴레 아니던가.
그렇다면 차라리.
‘먼저 눈도장을 찍어야 해.’
추종자들이 더 늘어나기 전 적극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게 나을 것이다.
‘지금은 내가 가장 유리하니까.’
다른 놈들은 죄다 당황해서 어버버 거릴 때 가장 먼저 상황을 주도하고, 충성을 바친다면 김민우 또한 거부하지 않을 터.
어쩌면 전생처럼 교구장 같은 높은 직책에 오를 수도 있겠지.
김민우 또한 그 사실을 눈치챘다.
‘이쪽 줄 잡기로 했구만.’
원래 돈 썩어 넘치는 망나니 캐릭터다. 그를 이용하기 위해 달라붙는 사람만 해도 한 트럭이었다.
량샤오쥔 또한 그런 인물이었다.
딱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자신에게 절대적인 통제력이 있다는 것 정도겠지. 김민우가 량샤오쥔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간 잘 지냈어?”
“예! 많은 도움 받았습니다. 덕분에 길드에서도 주목 받기 시작했고요.”
“슬슬 보이지 않아? 주석이란 자리가.”
“……예. 보입니다. 서서히.”
둘의 대화에 사쿠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느닷없이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것처럼 행동하는 량샤오쥔 때문이었다.
거기에…….
“주석이라뇨? 그게 무슨 소리죠?”
“추종자라고는 하지만, 맨입으로 충성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 자유 의지가 있는 사람인데. 그래서 약속해 줬습니다. 주석시켜 주겠다고.”
“……?”
사쿠라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주석을 무슨 회사원 갈아 끼우듯이 말하는 김민우. 아무리 세계 랭커가 됐다고 해도 그렇지, 솔직히 너무 광오했다.
둘 중 하나였다.
허세거나, 진짜 자신 있거나.
그때였다.
손을 번쩍 든 량샤오쥔이 말했다.
“전 분명히 도움을 받았습니다. 허난성 금괴 사건도 그렇고, 제 경쟁자들을 치우는 것도 그렇고. 전부 김민우 씨가 준 정보가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 충성을 바치고 계신다, 그런 말씀인가요?”
“뭐, 그런 셈이지요. 거기에 다들 한 가지 착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무슨 착각이요?”
“당신들이 충성을 바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여기 온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겁니다. 이분께 충성을 바치기로.”
그때였다.
미하일이 차갑게 말했다.
“흥! 아까 그 이상한 환각 마법도 그렇고, 이딴 개수작 부리려고 우릴 부른 건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겠어. 다들 뭐 해? 나가자고!”
여긴 상대의 본진이나 다름없었다. 방금 본 메시지도, 광경도 철저하게 준비된 환각 마법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였다.
‘철저하게 준비해 둔 함정이겠지.’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저놈들이 더 이상 개수작 부리기 전에, 한시바삐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
미하일이 거칠게 뒤돌았을 때였다.
“멈춰.”
김민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뚝.
그의 몸이 일시 정지라도 한 것처럼 멈춰 섰다. 발걸음 소리와 함께 김민우의 신형이 가까워졌다.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미하일과 빤히 눈을 마주치기 시작한 김민우.
“눈이 좀 많이 건방지네. 처음 여기 올 때부터 그러더니.”
“……나한테 정지 마법이라도 건 거냐?”
거칠게 콧김을 내뿜기 시작하는 미하일. 두려움과 시기, 질투 등 온갖 질척한 감정이 죄다 섞인 눈빛이 보였다. 그걸 본 김민우가 피식 웃었다.
‘잘됐네.’
때론 격차란 게 무엇인지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게 바로 지금이었다.
다른 네크로맨서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테지.
“야.”
“……?”
“꿇어.”
그 순간이었다.
털썩!
미하일이 거칠게 무릎을 꿇었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다른 네크로맨서들이 입을 떡 벌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