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82)
돈지랄 네크로맨서 (182)
천계 도시
두 시간에 걸친 대담회가 끝났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온 각 국가의 네크로맨서들이 인터뷰를 거쳤다.
“하하, 많은 노하우를 얻었습니다. 김민우 길드장님의 시간만 된다면, 또다시 이런 모임을 갖고 싶을 정도입니다.”
활짝 웃은 채 답하는 량샤오쥔.
들어갈 때만 해도 씩씩거리던 미하일 또한 좋은 시간이었다는 짤막한 답변을 남겼다.
‘이걸로 첫 스텝은 밟았고…….’
전 세계 고위 네크로맨서들에게 뿌린 씨앗. 지금은 미약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과는 아주 달콤할 것이다.
‘슬슬 다음 행보를 걸어야지.’
몇 달 전 얻었던 아이템을 살폈다.
[천계 도시 이동권] [등급: 특수] [입문자 시험을 통과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물품. 천계 도시로 이동해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반년에 한 번 활성화시킬 수 있다.] [효과 1. 사용 시 천계 도시로 이동한다.] [효과 2. 한 번 이동 시 한 달의 활동 가능 시간을 갖는다.]서예림과 함께 이동했던 시험의 장에서 얻은 아이템.
여태 활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300레벨이 아니었으니까.’
입문자 시험 다음은 수련자 시험이다. 수련자 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레벨은 300이었다.
그래서 묵혀 두고 있었다.
‘묵혀 두고 있는 게 이것뿐만은 아니긴 한데.’
승천 의식이 그랬다.
[* 이미 1,321회차 의식이 진행 중입니다!] [* 1,322회차의 참가를 모집할 때 지원할 수 있습니다!]아마 의식마다 텀이 긴 모양이었다.
“지금이 6월이니까…….”
천계 도시 가서 활동하고 돌아오면 7월이다.
‘시기가 딱 좋네.’
만약 7월이었다면 천계 도시로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8월에 예약이 하나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면무도회 초대장] [등급: 특수] [악마 군주들의 연회에 참여할 수 있는 초대장이다. 진입 시 특별한 이벤트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연회 일자: 8월 1일]안 모 씨의 초대장.
연회 일자가 8월 1일이니, 그때 활성화될 터. 굵직한 일정을 보자면 천계 도시 이동 이후 수련자 시험을 친 다음, 가면무도회에 초대받는 게 될 것이다.
아마 중간중간 추가되는 일정도 있겠지.
‘마녀가 올 수도 있고.’
대마녀 아난케가 약속하지 않았던가. 심연 군주가 있는 장소로 보내 줄 마녀를 보내겠다고. 근데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었다.
‘뭐 어찌 됐든.’
천계 도시에 가야 하는데, 그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룬은 팔고 가야지.”
한 달간 다녀오는 사이, 돈 복사기를 돌려 놓고 가면 마음이 든든하지 않겠나. 실제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룬과 문신.
두 가지를 새기며 여태 모아 둔 금액 중 상당 부분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장사하러 가 볼까.”
* * *
일성그룹 회장 집무실.
그곳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버지, 접니다.”
곧이어 안으로 들어온 김민우가 김 회장을 바라보았다.
“대담회는 잘 끝났어? 하나같이 제 잘난 맛에 사는 놈들 모아 둔 것일 텐데.”
“다행히 사람 됨됨이는 다 괜찮았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교류할 생각이고요.”
“잘 됐구나. 그래서 무슨 일이냐?”
“장비는 잘 팔리고 있습니까? 해외에도 진출했다던데.”
“그럼.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지. 다 네가 공급한 장비 덕분이다. 덕분에 동남아에서도 잘 풀리고 있어.”
김 회장이 뿌듯하게 미소 지은 채 말했다. 그간 플러스 장비를 통해 판을 제대로 뒤집었다.
애초에 플러스 아이템은 수요가 넘쳐나는 물건이었다.
그걸 경매장 반값에, 심지어 미끼 상품 역할로 계속 풀어 대고 있으니 다른 기업이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일성의 한국 장비 시장의 점유율은 80%에 가까웠다.
이 정도면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행보는 광폭에 가까웠다.
일자리를 잃은 타 기업 장인들을 죄다 고용한 뒤 해외에도 거침없이 진출해 나갔으니까.
한국 장인들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상위권은 아니었다.
하지만 동남아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없었다. 이곳 또한 플러스 아이템을 선두로 강력하게 마케팅을 벌였고, 결과 또한 좋았다.
“잘됐네요. 물량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도 그간 마나통이 많이 늘어서.”
“공급해 주는 물량 보니 그럴 것 같더구나.”
“그래서 말인데요. 이거 한번 보시겠습니까?”
“응? 웬 돌멩이…….”
탁자 위에 턱하고 놓인 자그마한 돌멩이 같은 물품. 그걸 자세히 들여다보던 회장이 눈을 부릅떴다.
“룬?”
“히든 게이트에서 얻은 겁니다.”
룬에 대해 설명하면 할수록 점점 더 빛나기 시작하는 김 회장의 눈빛이 보였다. 명색이 한국 1위 기업 회장인데, 돈 냄새를 못 맡을 수가 없겠지.
이것저것 묻던 김 회장이 말했다.
“공급량은?”
“마음만 먹으면 넘치게 할 수 있습니다. 판매소에 쫙 까시죠. 이것도 재료비 빼고 마진만 가져가겠습니다.”
“늘 고맙다.”
“저도 돈 버는 건데요 뭘. 그럼 일하러 가 보겠습니다.”
* * *
까앙!
까앙!
불똥이 튀었다.
수천이 넘는 스켈레톤들이 오와 열을 맞춰 아이템을 제작하는 모습은 늘 장관이었다. 심지어 저게 지하에서 이루어지는 광경이라니!
최유나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래서 플러스 물품이 끊기지 않던 거였구나.’
지하에 입주한 뒤 김민우의 비밀을 알게 된 그녀였다.
어마어마한 대장 시설과 연금 시설들이 놓인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뭐해, 유나.
“응? 아니. 아니야. 미안.”
이리스의 물음에 고개를 저은 최유나가 거대한 솥 위로 재료를 넣었다. 이리스가 마나로 된 봉으로 안을 슬슬 휘저었다.
‘마녀라 했었지…….’
마녀 이리스.
김민우가 히든 게이트를 다녀온 뒤 그녀에게 붙여 준 조수였다.
대량 생산을 할 때마다 눈알이 빠질 지경이었는데, 이리스가 온 뒤론 부담이 한결 줄어 있었다.
그만큼 유능한 인재였다.
연금술사는 아니지만 연금술 실력이 뛰어났으니까.
그때, 해골들을 지휘하던 김민우가 다가와 물었다.
“일은 좀 할 만해요? 요즘 바쁘다고 들었는데.”
“말도 마세요. 예약이 어찌나 많은지, 여기 이리스 아니었으면 지금쯤 쓰러졌을걸요? 과로사로.”
“어쩌겠습니까. 최상급 영약이라면 다들 탐내는 물건일 텐데.”
“전 한국에 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그래서 싫습니까?”
“아뇨. 사실 좋아요. 요즘처럼 레벨 업이 팍팍 되는 날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거든요.”
최유나가 배시시 웃은 채 말했다.
최상급 영약의 원가는 80억.
비싸다.
분명 비싼데, 수요층은 넘쳤다.
적어도 한국의 최상위권 각성자라면 탐을 안 낼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미국과의 협상으로 한국에서의 영약 판매권을 보장받은 이후, 수많은 문의가 들어왔다.
영약을 판매할 생각이 없는지, 언제부터 공급 가능한지 등.
정부 또한 팔을 걷어붙였다.
최상급 영약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신 100억이라는 한국 내 공식 판매 가격을 좀 낮춰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그걸 흔쾌히 받아들였다.
현재는 개당 85억에 판매하는 중이었다. 5억은 제작 실패 리스크 때문에 붙인 최소한의 마진이었다.
반면 각성자가 구매하는 금액은 한 알당 60억 정도.
25억은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되는데, 덕분에 주문이 쏟아지고 있었다. 최유나 입장에선 제대로 살판이 난 셈이었다.
제작 직군은 물품을 만들 때마다 경험치가 쌓이곤 했으니까.
하물며 최상급 영약 정도의 물건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폭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김민우 또한 나쁠 게 없었다.
비록 영약 판매로 인한 직접적인 이득은 거의 없을지언정 저렴한 판매로 인해 간접적인 이득은 충분히 챙기고 있었으니까.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라든가, 평판 작업이라든가 등등.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네요. 이렇게만 해요. 그럼 앞으로도 좋은 일 많을 테니까.”
“정말요?”
“그럼요. 예전에 말했듯, 레시피 지원이 이거 하나로 끝나겠어요? 이번에도 게이트 좀 다녀올 생각인데, 아마 좋은 결과 있을 것 같습니다.”
“설마, 히든 게이트인가요?”
“뭐, 비슷합니다.”
천계 도시 정도면 히든 게이트와 비슷비슷하다 할 수 있겠지.
여기도 일반 각성자는 죽었다 깨도 못 찾는 장소 아니던가.
기왕 가는 거, 레시피도 좀 찾아볼 생각이었다.
제작 방법만 안다면 최유나에게 학습시키는 건 어려운 게 아니었으니까.
“헤헤…… 파이팅이에요!”
마치 돈 벌어오는 가장을 보듯 눈을 반짝이는 최유나의 모습이 보였다. 김민우가 이번엔 이리스를 바라보았다.
흠칫!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이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일은 좀 할 만해?”
―예, 재밌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방 안으로 돌아왔다.
지난 일주일 사이 무구와 룬, 물약 등을 한가득 생산해 배달해 두었다. 다녀오는 사이 물건이 없어서 못 팔진 않을 터.
‘슬슬 가야지.’
천계 도시 이동권을 꺼냈다.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천계 도시 이동권을 사용합니다!] [천계 도시, 제9구역으로 이동합니다!] [당신의 주거지가 배정됩니다!]번쩍!
새하얀 빛무리가 몸을 감쌌다.
마치 영혼이 승천하기라도 하듯 무언가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눈앞의 풍경이 뒤바뀌었다.
‘응?’
어느새 민우는 원룸보다 자그마한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나무로 이루어진 꾀죄죄한 벽.
바닥엔 짚단이 한가득 쌓여 있었는데, 누군가 몸을 누이기라도 했던 듯 꾹 눌러진 모습이 보였다.
‘4평은 되려나?’
내부에 놓인 것이라곤 짚단뿐.
한마디로 굉장히 없어 보이는 공간인데.
‘여기가 내 주거지란 건가?’
하긴.
지구에서나 재벌이지, 이곳 천계 도시에선 빈민으로 취급해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목재로 된 문을 열었다.
끼이익.
낡은 경첩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 순간.
“응? 인간?”
고개를 갸웃한 채 이쪽을 바라보는 외눈 인간이 보였다.
코 위쪽 정중앙에 한 개의 눈이 끔뻑거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눈이 하나였다.
언어도 생전 처음 듣는 걸 사용하는데, 마치 머릿속에 박히듯 뜻이 쏙쏙 이해되고 있었다.
‘그나저나 장비가…….’
거미줄을 엮어 만든 것 같은 새까만 갑옷이 보였다. 오른쪽 허리춤엔 곡도가 차여 있고, 왼쪽 손목엔 자그마한 방패가 들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그냥 장비 갖춘 몬스터였다.
외눈 인간을 바라보던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인 채 말했다.
“예, 인간입니다. 그쪽은 뭔가요? 인간? 몬스터?”
“하하, 그렇게 째려볼 것 없어. 빈민 구역이라도 여긴 도시 내부니까. 싸우면 잡혀간다고. 참고로 난 인간 맞아.”
“눈이 하난데요?”
“다리가 하나면 인간이 아니던가?”
“……뭐, 좋습니다. 제가 여긴 처음 와 봐서 모르는 게 많은데.”
“궁금하면 이 도시의 가이드를 찾아가 보든지.”
“어딨는데요?”
“누굴 보모로 아나. 그 정도는 알아서 찾아봐.”
투덜댄 채 말하는 것 치곤 제법 친절하게 앞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보였다.
“예, 감사합니다.”
김민우가 그 방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가이드부터 한번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