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86)
돈지랄 네크로맨서 (186)
주점에서의 소식을 들은 뒤 에르미안은 김민우를 철저히 조사했다.
‘이놈, 만만찮다.’
취객이 괜히 칠존을 언급한 게 아니었다.
9구역에 온 지 얼마 안 된 뉴비가 2위 길드를 무너뜨렸다는 것.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이긴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인 실력 차로 암테론과 정예 길드원들을 잡아냈다 들었다.
‘암테론과 내 실력 차이는 크지 않다.’
길드원들 또한 그랬다.
그렇다는 건 붉은 깃발이 움직인다 해도 김민우를 제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 다른 길드도 모아야겠군.’
한 손으로 부족하다면 여러 손을 모으면 된다.
1위부터 10위까지.
하모른을 제외한 총 아홉 길드의 구역장을 불러모았다.
“붉은 깃발의 에르미안입니다. 다들 들으셨을 겁니다. 하모른 길드가 신참에게 제압당했다는 소식을.”
“……그래서요?”
대체적으로 다른 구역장들의 반응은 뚱했다. 좋은 인재가 나올 때마다 붉은 깃발이나 하모른 길드에게 빼앗기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번 또한 선수를 빼앗겼을 뿐이다. 변수라면 하모른 길드가 당했다는 것 정도?
“2위 길드가 작살났습니다. 저희 붉은 깃발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위험하단 뜻입니다.”
“너무 과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하모른 길드가 당한 것도, 결국 영입에서 협박을 거듭했기 때문 아닙니까? 사실상 먼저 시비 건 건데.”
“예, 걸었죠. 시비. 맞습니다. 그리고 당했습니다. 그러니 당해도 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시원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에르미안의 모습에 구역장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놈이 웬일이지?’
‘이렇게 고분고분한 놈이 아닌데…….’
붉은 깃발의 에르미안.
무려 칠존의 혈육이다.
거기에 타고난 용력 또한 대단했다. 여기 모인 구역장 중 가장 콧대가 높은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근데 벌컥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시원시원하게 인정한다고?
그때였다.
에르미안이 으르렁댄 채 말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뭐, 알아서 위로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그만한 재능이면 올라가지 말라고 해도 다음 시험 치를 텐데요.”
“올라가기야 하겠죠. 근데 여러분들을 멀쩡히 두고 올라가란 법이 있습니까?”
“……흐음. 그건 확신할 수 없긴 한데…….”
2위 길드를 박살 냈다면, 그 아래 길드는 어떻겠는가. 만약 시비라도 걸린다면 큰일이었다.
물론, 일부러 시비 거는 일은 없겠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해 보십쇼. 견제가 없다면 놈은 성장을 거듭하고, 9구역의 절대 강자로 올라갈 겁니다. 이건 우리에게 있어 큰 변수입니다.”
“그래서요?”
“뭉칩시다. 그리고 움직입시다. 녀석에게 조건을 거는 겁니다.”
“조건이라면……?”
“길드에 속하긴 어렵겠죠. 그럼 최소한 우릴 건드리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죠.”
“계약서를 작성한다라…….”
“하물며 퀘스트라도 하나 겹치면 갈등이 벌어질 겁니다. 녀석이 하하호호 웃은 채 떠날지, 길드를 박살 내며 움직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겁니다.”
구역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미안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나중에 김민우가 절대 강자로 거듭난 뒤엔 이런 조건조차 걸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걸 생각해 본다면 힘이 통할 수 있는 초창기인 지금 움직이는 게 정론이긴 했다.
‘붉은 깃발로 영입할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니구만.’
저 정도면 힘을 빌려줄 수 있었다. 붉은 깃발이 크게 탐욕을 부리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러면 우리가 영입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길 테고…….’
‘굳이 거절할 건 없겠어.’
구역장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근데 만약 녀석이 거절하면 어쩝니까?”
“거절한다라…… 저희 아홉 길드가 전부 움직이는데도 말입니까?”
“애초에 멀쩡히 두고 올라갈 리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부터, 녀석이 과격한 인물이란 걸 가정하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여라도 거절한다면…….”
에르미안의 송곳니가 날카롭게 빛났다.
“다소 강압적인 수단을 활용할 수밖에 없겠지요. 애초에 거절한다는 것부터가 우릴 건드릴 생각이라는 것이니…….”
사실상 시한폭탄과 다름없었다.
구역장들을 둘러본 에르미안이 조용히 말했다.
“만약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고, 녀석을 제압한다면…… 저희 붉은 깃발이 직접 영입하고 싶습니다.”
이럴 경우 서로 하하호호 웃은 채 영입을 한다는 게 아니었다.
계약을 진행해 강제로 길드에 묶어 버린다는 내용에 가까웠다.
애초에 하모른 길드가 시도하려 했던 것도 그런 방향이었다.
“물론, 여러분들께도 대가는 드릴 겁니다. 아주 충분하게.”
“뭐, 대가만 확실하다면야…….”
아홉 길드가 힘을 합쳐 김민우를 제압한다면, 당연히 붉은 깃발의 지분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다들 흔쾌히 동의했다.
힘 좀 쓰고 대가를 ‘충분하게’ 받는다면 손해는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힘쓸 일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근데…….
막상 하모른 길드 앞에 나타난 김민우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아, 그러니까 계약서를 써 달라고? 싫은데.”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 * *
1위부터 10위까지.
2위인 하모른 길드만 빼고 나머지 아홉 길드가 죄다 연합했단다.
찾아온 길드원의 숫자만 해도 일천이 훌쩍 넘었다.
그래서인지 대표로 나온 에르미안의 태도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건 김민우가 소환한 수천의 언데드를 확인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언데드는 하나하나가 나약한 반면, 여기 모인 10대 길드원들은 하나같이 정예였으니까.
그렇게 자신만만한 10대 길드가 건넨 요지는 간단했다.
너 불안하다.
그러니 계약해라, 우리 안심할 수 있게.
대충 그런 식이었다. 솔직히 이해 못 할 태도는 아니었다.
원래 기득권이 다 그렇지 않은가.
신규 배척하고, 뉴비 짓밟고.
뭐 그런 거.
‘내가 뭐 쌈닭도 아니고.’
상위 길드를 병합하려는 생각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시비도 안 거는데 먼저 주먹부터 내지를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받아들이려고 했다.
‘이렇게 답도 없는 내용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계약서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랬다.
―아홉 길드와 마주하면, 아홉 길드가 절대적 우선권을 갖는다.
퀘스트든, 사냥이든, 득템이든 뭐든 간에 죄다. 이런 불평등한 조항에 사인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이 계약을 주관하는 건 무려 천계였다.
페널티는 막대한 수준.
어기고 입 싹 닫을 수가 없는 내용이란 뜻이다.
[‘살인적’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내용: 10대 길드의 구역장들이 당신에게 매우 불리한 계약을 맺으려 한다.] [클리어 조건: 계약을 거절한다.]곁에 있는 암테론 또한 얼굴이 썩어 들어간 건 마찬가지였다.
계약서에 하모른 길드만 쏙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놈들.’
아마 자기들끼리만 약속한 거겠지. 저렇게 계약된다면 하모른 길드만 위험성이 높아진다. 김민우가 부딪칠 수 있는 건 하모른 길드뿐이었으니까.
‘정말 개 같은 조건인데…….’
아홉 길드와 겹치는 부분에서 양보해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김민우의 성장은 아예 멈춰 버릴 것이다.
하모른 길드에게 있어서도 손해였다.
항상 위기감을 가져야 할 테니.
‘어째야 하나…….’
암테론이 눈을 굴렸다.
지금이라도 저쪽에 붙어야 하는지, 아니면 김민우의 편을 들어야 하는지.
그의 계산 또한 복잡해져 있었다.
그때, 김민우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시선이 거대한 늑대 인간을 향했다.
“진심이야?”
“우리가 농담 따먹기 하러 온 줄 아나?”
“그래서 물어본 거야.”
“참고로, 조항의 수정은 없다.”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낀 채 으르렁거리는 놈의 모습이 보였다.
그건 뒤에 있는 다른 구역장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거절한다면?”
“그럼 싸워야겠지. 언제든 환영이다.”
씨익 웃은 채 말하는 에르미안.
녀석의 태도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하긴.’
하모른 길드가 제압당했다지만, 고작 길드원 스물과 함께했을 뿐이다.
반면 지금은 달랐다.
나름 한가락 한다는 구역장만 해도 아홉에 총원은 천에 가까웠다. 조건을 이런 식으로 건 것도 숫자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 잘됐네. 나도 다른 길드에 용건이 있었거든.”
“무슨 용건을 말하는 거지?”
“길드를 통합할 생각이야. 여기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다. 그래서 말인데.”
앞에 서 있는 구역장들을 둘러보았다.
“지금 내 손을 잡을, 눈치 빠른 친구 없나?”
싸늘한 침묵이 이어졌다.
길드를 통합할 생각이다.
요약하자면 밑으로 들어와 가랑이 사이를 기라는 내용이었다.
용의 꼬리보단 뱀의 머리가 나은 법.
구역장들이 냉소했다.
받아들일 가치가 없었으니까.
“미친 건가? 아니면 광오한 건가?”
“자신감이 넘치는 거지.”
김민우가 으쓱인 채 답했다.
하모른 길드와 싸울 때 저주를 비롯한 각종 스킬을 안 써서 아직 모르는 모양새인데.
네크로맨서의 힘은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나온다.
“어이 늑대.”
“……?”
“네 눈이 그렇게 건방진 건, 아마 혈랑 때문이겠지? 그래서 말인데…… 널 죽이면 네 형이 달려올까, 안 올까?”
“늑대 같은 눈이군. 마음에 들어. 우리 붉은 깃발에 아주 잘 어울릴 테지.”
에르미안이 주먹을 쥐었다.
손에 낀 건틀릿이 푸르게 빛났다.
“그나저나 암테론 네놈. 끼어들 생각은 아니겠지?”
“…….”
슬쩍 눈치를 보던 암테론이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아직 김민우와 그 사이엔 어떠한 신뢰도 없었다. 일천이 넘는 10대 길드를 상대로 도울 이유가 없었다. 자칫하다간 하모른 길드까지 깡그리 쓸려 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김민우의 뒤통수를 치자니 그것 또한 별다른 이득이 없기에, 중립을 지킬 생각이었다.
적어도 아직까진 그랬다.
그때였다.
10대 길드의 인원들을 바라본 김민우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빠질 놈들은 지금 빠져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흐하하! 진짜 재밌는 인간이네.”
“아주 자신감이 넘치셔?”
“제발 좀 후회하게 만들어 봐라!”
수많은 종족이 섞여 있는 잡탕에 가까운 구성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아주 자신만만하다 못해 비웃음을 머금은 채 실실 쪼갠다는 것.
이래서 선택이 중요하다.
한 번 잘못 고르면 목이 날아가거든.
[전투 상태에 진입합니다!] [허약의 저주(S)가…….] [노화의 저주(D)+9가…….] [전염 군주의 장갑이…….]전염 군주의 장갑이 저주를 퍼뜨렸다.
[죽음의 땅(S)가…….]땅이 생기를 빼앗는다.
“저주다!”
“전염? 이건 또 뭐야!”
“죽여!”
온갖 버프를 받은 채 달려드는 길드원들.
그 앞에 돌쇠를 소환했다.
[‘돌쇠’가 혈폭을 사용합니다!]본 골렘의 몸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용의 피를 폭발시켜 자폭하는 스킬.
채 반응하기도 전.
뻐엉!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주변의 대지가 뒤흔들리고, 쩍쩍 갈라질 정도로 막대한 폭발이었다.
“크학!”
눈이 벌게진 채 달려들던 길드원들 중 몇몇이 힘없이 쓰러졌다.
저주로 인해 방어력과 최대 체력이 깎인 상황에서 들어온 어마어마한 데미지.
[‘살인적’ 보정을 받는 상태입니다!] [세 배의 경험치가…….] [레벨이 10 상승…….]기분 좋은 문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죽음의 땅 위에서 사망한 적은 되살아난다.
그것도 데스 로드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50% 상승한 상태로.
언데드가 되어 일어난 길드원들이 주변을 덮쳤다.
“크악!”
“뭐야 이거!”
기습당한 길드원들이 맥없이 나자빠졌다.
죽음이 죽음을 부르고.
언데드가 끝없이 그 숫자를 불리기 시작했다.
‘마, 맙소사…….’
암테론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전투 시작 3초.
어느새 일천의 길드원 중 오십이 언데드가 되어 숫자를 불리고 있었다.
10대 길드가 방심했다 한들 놀라운 결과인 건 틀림없었다.
그제야 암테론은 깨달았다.
왜 김민우가 10대 길드의 연합에도 그렇게까지 자신만만했는지.
애초부터 그는 자신의 전력을 반의반도 꺼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주변의 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솥뚜껑만 한 손으로 부길드장의 머리통을 힘껏 후려쳤다.
“뭘 멍 때리고 있어, 이 새끼야! 우리 길드장님께서 싸우시잖아!”
“예, 예?”
“연장 들고 합류하라고! 빨리!”
눈치는 애매할 때나 보는 것.
지금은 눈치 볼 때가 아니었다.
암테론이 대검을 든 채 달려들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