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3)
돈지랄 네크로맨서 (23)
박시우
그림자.
위대한 존재의 부활을 꿈꾸며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암살 단체.
그 구성원은 매우 다양했고, 양지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많았다.
일종의 이중 신분으로 말이다.
그곳의 리더인 한백길이 손아귀에 든 시꺼먼 돌을 바라보았다.
생명의 돌.
위대한 존재에게 받은 하사품.
효과는 간단했다.
지정한 대상이 죽으면 색을 잃어버린다. 지금 자신에 손에 들린 이서윤의 돌처럼.
‘죽었군.’
한백길이 속으로 혀를 찼다.
이서윤은 각성했을 때부터 재능 있는 유망주였다.
또한 내면에 잔혹한 성정을 지닌 각성자기도 했다.
미친놈은 미친년을 알아보는 법.
한백길은 그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랬기에 그녀에게 사전에 접근해 그림자의 인원으로 포섭해 두었다.
‘차후 중책을 맡길 생각이었는데.’
S급으로 성장할 게 확실시되는 재목이었다. 그런 재능을 가진 자는 그림자 내부에도 많지 않았다.
그런 인재가 하루아침에 팍 죽어 버렸다.
“……쯧.”
혀를 찬 그가 구성원들을 불러모았다.
복면을 쓴 채 입장하는 구성원들.
일호부터 칠호까지. 각자 번호를 받은 핵심 인재들이었다.
그들을 본 한백길이 말했다.
한백길이 말했다.
“이서윤이 죽었다.”
“그 사패 년이 죽었다고? 어쩌다?”
“뻔하지 뭐. 이번에 맡긴 일 하나 끝냈다며? 회포 풀 생각으로 사냥 갔다 역으로 뒤진 거겠지.”
그 말에 구성원들이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윤의 기행은 그림자 내부에서도 제법 유명했다.
일을 맡기면 끝낸 후엔 꼭 사람 조지러 움직이곤 했으니.
“근데 좀 이상한데? 그년이 미쳤긴 해도 병신은 아니란 말이야? 분명 잡아먹을 만해 보였으니까 움직였을 텐데…….”
맞는 말이다.
이서윤은 사냥을 즐겨 하는 것이지 목숨 건 대결을 중시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걔, 보통 혼자 움직이는 놈을 노렸지?”
“어. 파티로 움직이는 놈들은 시시하다 했으니 이번에도 아마 그랬겠지. 그러다 당했을 거고…….”
손을 들어 올린 한백길이 말했다.
“가능성은 총 두 가지다. 첫째. 고위 각성자가 정체를 숨기고 하위 게이트에 들어갔다. 아니면…….”
“뉴 페이스가 등장해 일대일로 이서윤을 조졌다?”
“그래.”
한백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A나 S급 각성자가 정체를 숨기고 들어갔다면 이서윤이 사냥당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가능성 자체는 굉장히 낮았다. 이서윤이 주로 움직이는 게이트는 D에서 E급 사이다.
거기에 뭐 먹을 게 있다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각성자가 진입한단 말인가?
물론 숨겨진 히든 피스같은 게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긴 하지만, 그리 높은 가능성은 아니다.
보통 그런 고렙들은 히든 피스의 시작점도 상위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뉴 페이스라면, 누구려나?”
흥미로운 주제에 구성원들의 눈이 반짝였다.
흔히 업적이 높으면 사방팔방에 공개할 거라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업적 등급을 어느 정도 숨기는 각성자들도 많았다.
A면 B 정도로.
B면 C 정도로.
받는 대우를 조금 낮추는 대신, 관심 또한 덜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움직이는 각성자도 제법 있는 것이다.
업적이 높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게 늘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년 업적 등급이 A였지. 레벨도 300이고. 그걸 잡아 냈다면 보통내기가 아니란 건데…….”
“그래. 그래서 불러모은 거다. 정말 뉴 페이스가 등장한 거라면 변수가 나온 셈이니까.”
구성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뉴 페이스라 한들 진짜 쌩뉴비는 아닐 거다.
각성자 세계에서 어느 정도 구르고 구른 놈일 가능성이 높았다.
설마 뭐 쪼렙이 그 이서윤을 잡아 내진 않았을 테니까.
“좋아. 왜 모인진 알겠네. 그래서 대장, 그놈을 찾아내면 어쩔 건데? 죽일 거야?”
“꼭 그럴 필요는 없지. 포섭 또한 가능성으로 열어 둘 거다. 물론 안 된다면…….”
한백길의 눈이 스산해졌다.
뒷말은 잇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들었다.
“좋아. 그럼 난 A급 이상 각성자들 행적을 추적해 볼게. 게이트에 진입했다면 분명 일정 빈 놈이 있을 거야.”
“이쪽은 하위 게이트 출입 기록을 살펴보도록 하지. 혼자 진입한 놈들로.”
이서윤을 죽인 놈이 누군지.
그걸 알아내기 위해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게이트에서 나온 뒤.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온 김민우가 경호원들을 호출했다.
“이 사람, 한 번 알아봐 줘요. 아, 그리고 이 신분증은 폐기해 주시고.”
“알겠습니다.”
박시우.
한빛 보육원.
간단한 정보가 적힌 종이와 함께 박철웅의 신분증을 건넸다.
그림자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으니 미리 폐기해 둘 생각이었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의 정보가 담긴 서류를 받아 낼 수 있었다.
예상대로 박시우는 현재 보육원에 있었다.
특이 사항으로 적혀 있는 내용을 살펴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검을 잘 씀. 능력을 탐낸 길드들이 몇 번 접촉했으나 결국 각성하진 못함.]‘될성부른 떡잎이긴 하지.’
접촉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박시우의 각성은 일정 시기를 넘으면 빙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만난다.’
레벨 업?
그건 언제든 할 수 있다.
7년 내로 외신 사냥하기.
솔직히 7년이 아니라 몇 개월만 있어도 200은 그냥 찍는다.
그다음부턴 성장이 턱 막힐 터.
그걸 뚫어 낼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움직일 이유로는 충분했다.
“차 준비해 줘요. 이곳으로 갈 겁니다.”
한빛 보육원.
이곳에서 일단 박시우를 만난다.
* * *
한빛 보육원.
경기도에 위치한 보육원엔 오늘도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는 박시우의 옆에 동갑 친구가 앉았다.
“뭐 하냐?”
“그냥…… 이제 여기 있을 날도 얼마 안 남았잖아. 그래서 보고 있었어.”
“팔자 좋다? 멍 때릴 시간도 다 있고.”
“좋기는 무슨. 안 그래도 죽을 맛인데.”
“하긴. 넌 여동생까지 있으니…….”
친구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이 보육원엔 자신의 여동생까지 함께 있었다.
자신은 나이가 차서 나가야 하는 상황. 정착 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그 푼돈으로는 고시원 하나 구하는 게 끝일 것이다.
밀려드는 답답함에 고민하던 것도 잠시, 박시우가 말했다.
“……넌 나가면 뭐 먹고 살 거냐?”
“나? 말했잖아. 그냥 기술이나 배운다고. 너는?”
“글쎄. 나도 요즘은 진짜 그래야 하나 싶다. 각성이라도 했으면 또 모르겠는데…….”
그 말에 친구가 피식 웃었다.
“각성은 무슨. 우리 나이대까지 못 한 거면 끝난 거지 뭘.”
“……그렇긴 하지.”
박시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심 씁쓸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의 꿈은 각성자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각성자에게 구원받았기 때문이었다. 13년 전 경기도 용인에서 갑작스레 터진 A급 게이트.
그때 가족과 나들이를 갔다 부모를 잃었다. 만약 각성자들이 지원을 오지 않았다면 하나뿐인 여동생까지 잃었을지도 몰랐다.
그때부터 그의 꿈은 각성자가 되었다. 자신과 여동생이 구원받았던 것처럼, 남을 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물론 꼭 그게 각성자여야만 하는 것인가 하면 그건 아니었지만…….
각성자만큼 또 인정받는 직업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곳 보육원의 아이들도 대부분 꿈이 각성자였다.
안타깝게도 그 꿈을 이룬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말이다.
그때.
보육원 앞에 차량들이 줄줄이 멈춰 섰다. 딱 봐도 가격이 엄청 나갈 것 같은 차량의 향연에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뭐지? 오늘 뭐 높은 사람이라도 오는 건가?”
“모르겠는데. 원장님이 딱히 별말 없었잖아.”
뒤이어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차량에서 내리는 사람들.
그 모습 사이로 아주 익숙한 얼굴이 보인 것이다.
김민우!
선글라스를 꼈다지만 못 알아보려야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요즘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각성자가 아니던가! 거기에 경호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양손엔 다 들기도 어려워 보일 정도의 선물이 가득했다.
‘대체 왜 저 사람이 여기에…….’
그때.
“여어! 거기 친구!”
“예? 저요?”
“그래, 너. 박시우 맞지?”
“예. 맞는데…… 혹시 저 아시나요?”
“그럼. 잘 알지. 아주 잘 알고말고. 잠깐 형이랑 이야기 좀 할까? 어디 조용한 곳에서 말이야.”
선글라스를 벗은 김민우가 씩 미소 지은 채 말했다.
* * *
자그마한 카페 안.
김민우와 박시우가 서로 마주 본 채 앉았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시켜.”
“아뇨. 아까 밥 먹어서 괜찮습니다. 그, 저한테 할 이야기라는 게 무엇인지…….”
박시우는 용건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럼 바로 본론을 꺼내는 수밖에.
“시우야. 요즘 걱정이 많지?”
“……예?”
“곧 보육원 나가야 하는데, 먹고살 길이 막막하잖아. 아니야?”
“그……렇죠?”
“거기에 동생도 있으니 먼저 자리도 잡아 놔야 할 테고.”
박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있잖아. 사람 보는 눈이 좀 있거든? 내가 보기에 넌 될 놈이야.”
“된다는 게 어떤 뜻인지…….”
“각성자의 재능이 있다, 이거지.”
“……예?”
“못 들었어?”
“아니, 듣긴 했는데요. 저 여태까지 각성 못했는데요?”
“짜식. 형은 네 나이대보다 훨씬 늦게 각성했어. 근데 지금 어떠냐?”
“슈퍼…… 루키시죠.”
“그래. 너도 조건만 찾아서 각성하면 형처럼 될 수 있다 이거야.”
“죄송하지만…… 전 조건을 잘 모르는데…….”
“당연한 거지! 누가 각성 조건을 알고 있겠냐. 형도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 운 좋게 얻어걸린 거야.”
사실 얻어걸린 건 아니고 그냥 알고 있던 거긴 했지만, 그걸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
“형이 요즘 인재를 찾고 있는데 네가 눈에 딱 띄더라고. 보육원 기록을 보니 검 좀 쓰더라?”
“아…….”
박시우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자는 훌륭한 직업이다.
또한 각성 조건도 로또처럼 얻어걸리는 일이 많다.
자연히 보육원들도 각성자들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뛰어난 각성자를 내서 길드나 단체에 보내면 보답 형식으로 지원금이 팍팍 들어오곤 했으니.
그 노력 중 일환이 바로 훈련이었다. 연습용 무기 여러 개를 아이들에게 건네 훈련을 시킨다.
그러다 보면 적성에 맞는 무기를 찾을 수 있을뿐더러, 운 좋으면 각성하는 사례까지도 생겼다.
꼭 각성하지 않더라도 쓸 만한 재목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나쁠 게 없었다.
박시우 또한 한때 그렇게 주목받았던 적이 있었다.
검을 기가 막히게 잘 쓴다.
근데 아직 각성은 안 했다.
혹시 이 복권, 내가 긁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 길드들이 박시우와 관계를 맺고 지원을 좀 해 줬다.
각성 조건을 알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그러나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
박시우는 이미 단물 빠진 껌이었다. 될 만한 놈들은 최소 열다섯 전엔 각성을 끝마치곤 하는데, 이놈은 뭘 해도 각성이 안 된다.
검술에 대한 재능이 좋으면 뭐하나. 결국 각성을 못 하면 말짱 도루묵인데.
시도도 한두 번이지.
결국 박시우를 눈여겨보던 길드들도 하나둘 나가떨어졌다.
박시우가 보육원을 나가 뭐 먹고 살지 걱정하는 이유였다.
공부 대신.
기술 대신.
각성 한 방 노리고 달려왔는데, 그게 안 됐을 테니까.
“아직 포기한 거 아니지?”
“…….”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박시우.
김민우가 그걸 보곤 씩 웃었다.
“도와주마. 각성할 때까지. 상상한 게 무엇이든, 그 이상의 지원을 받게 될 거야.”
“……그…….”
“어, 편하게 불러. 그냥 형이라 해.”
“……예. 형님. 절 보자 하신 이유는 알겠습니다.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해 주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길드들도 다 포기했는데…….”
피식 웃었다.
왜 이렇게 해 주긴.
세상은 아직 이 천재의 값어치를 모른다.
검선에게 진짜 천재라 칭송받을 만한 인재는 자신이 아닌 박시우였다.
‘이놈은 진짜 천재니까.’
특징, 검술 천재.
무려 게임 시작 창에서 확실하게 못을 박아 주지 않았던가.
이놈은 괴물이라고.
관계를 맺어 둬서 손해 볼 건 없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건.
‘업적 점수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지.’
그 값어치는 한낱 돈으로 따질 수가 없었다.
업적 점수는 김민우의 잠재력 그 자체를 높여 주니까.
외신을 사냥하려면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통한의 200레벨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이걸 참아?
“절대 못 참지.”
“예?”
“이 형이 못 참겠다고.”
박시우가 원래 살아갈 삶은 무엇일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예상은 해 볼 수 있다.
오래전 과거.
최고의 플레이어가 각성 조건을 알고, 직접 파일럿으로 뛰었을 때조차 업적 S급이 한계였다.
하물며 지금의 박시우는 자신의 각성 조건조차 모르는 상황.
조건이 까다로우니 설사 각성하더라도 C나 B 정도에서 끝나는 게 보통일 거다.
검술 천재니 상위권까지 올라가기야 하겠지만.
‘한국에서 유명한 각성자. 딱 그 수준.’
대충 그쯤에서 끝날 것이다.
첫 스킬북은 그만큼 중요했다.
이렇게 끝날 운명에서 만약 S 이상의 업적을 달성한다면?
주연의 운명을 이 정도로 바꾸는데, 스토리가 안 비틀리고 배길까.
성공만 한다면 업적 점수가 쏟아질 것이다.
당첨이 확실한 복권.
일단 긁고 봐야 한다.
“S급? 아니, 넌 분명 그 이상의 각성자가 될 거야. 해 보자. 형이 도와줄게.”
한국 각성계에 신화를 쓴다.
그가 박시우를 찾아온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