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5)
돈지랄 네크로맨서 (25)
길드(1)
“으음…….”
박시우가 눈을 떴다. 딱 봐도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방 내부.
근처에 앉아 있는 김민우의 모습이 보였다.
“형님, 여긴 어딥니까?”
“내 방이야.”
“……형님 방이요?”
곧이어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모든 업적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정산 결과: SSS] [직업 스킬북(SSS)가 주어집니다!] [당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세요.]“어라? 형님……?”
“왜?”
“저, 뭔가 이상한 게 보이는데요? 업적 정산이…… S가 세 개 붙어 있는데…….”
“트리플 에스?”
“예에. 그렇게 생긴 것 같긴 한데…….”
“그럼 그게 맞겠지 뭘.”
너무나도 태연하게 답하는 김민우의 모습에 박시우가 순간 벙쪘다.
S 이상의 업적은 없다고 알려진 상황. 트리플 에스면 누가 봐도 그 이상의 업적이었다.
그런데도 저렇게 태연하다니?
‘그러고 보니…….’
박시우의 머릿속에 김민우의 말이 떠올랐다.
―S급? 아니, 넌 분명 그 이상의 각성자가 될 거야. 해 보자. 형이 도와줄게.
S 이상이 있을 거라 확신하는 듯한 말투. 그땐 그냥 단순한 격려 차원이라 생각하고 넘어갔었는데.
“형님. 혹시 형님도……?”
그때.
김민우가 씩 웃은 채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맞아. 나도 그 이상이야.”
“아…… 그래서…….”
“그래. 그랬던 거지.”
“어쩐지. 그 세드릭이란 소환수부터 너무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엄청난 숫자의 소환수 무리.
거기에 세드릭까지.
김민우가 그렇게 강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검사 할거지?”
“예.”
“스킬북이나 까 봐. 뭐 나올지 좀 궁금하네.”
고개를 끄덕인 박시우가 직업을 선택했고.
“……형님. 이거 정말 엄청난데요? 형님도 한번 보세요!”
곧바로 김민우에게 스킬 내용을 공유해 주었다.
[성검 아르페시아(SSS)] [효과 1. 성검을 소환할 수 있다. 성검은 주인과 함께 성장한다.] [효과 2. 성검을 다룰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효과 3. 성검을 장착할 시 강력한 보정을 받는다.] [효과 4. 일정 영역에 성역을 선포할 수 있다.]그걸 본 김민우의 반응은.
“오, 무기값 굳었네?”
상당히 담백했다.
“……그, 조금 더 놀라실 줄 알았는데.”
“SSS급 답네. 성검도 다 소환하고.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근데 좀 걱정이 되는데…….”
“무슨 걱정?”
“성검이면 그, 언데드랑 상극 아닙니까? 형님이랑 같이 다니면 피해를 줄 것 같아서요.”
“그런가?”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원래 성검은 어둠의 천적이지 않은가.
데스 로드.
이건 딱 봐도 어두워 보이는 직업군이고.
“잠깐만.”
세드릭과 몇몇 해골들을 방 안에 소환했다.
“지금 한 번 불러 봐. 시험해 보게.”
“예.”
박시우가 성검을 소환했다.
그의 손 위로 화려한 빛무리와 함께 새하얀 검이 잡혔다.
그때.
성검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김민우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검이 당신을 보고 경악합니다!] [성검의 빛무리를 목도합니다!] [격의 차이가 압도적입니다! 성검의 빛에 영향받지 않습니다!]“영향 안 받는데?”
영향을 안 받는 건 김민우뿐만이 아니었다. 해골들 또한 멀뚱멀뚱한 눈으로 성검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형님. 잠시만요. 성검 얘, 뭐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뭐라는데?”
“막 옹알이 같은 말로 히익, 데스 로드 싫어, 무서워 이러는데…….”
그때.
고개를 갸웃하던 세드릭이 성검을 본 채 말했다.
―그거 혹시, 성검인가?
“아는 사이야?”
―기억난다. 내가 있던 곳에서 용사라 불린 놈들이 들고 다녔던 검이다. 이름이…… 아르페시아였던가?
오, 진짜 아는 사이인가 본데.
이게 이렇게 연결된다고?
“……어, 그러니까……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거죠?”
끄덕.
박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세드릭이 말했다.
―로드에게 덤비다 깨지는 게 일상인 놈이었다. 꼴에 파괴 불가라 같이 간 용사들만 죽어 나갔지. 백 번 정도 그러자 그때부턴 조용해지더군.
그 말에 성검이 거세게 떨렸다.
“세드릭님. 잠시만요. 얘 말로는 백 번이 아니라 99번이라는데요?”
―그거나 그거나.
세드릭이 어깨를 으쓱인 채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나중엔…… 서로 사이좋게 망했다. 그놈들을 못 막았거든.
“세드릭 님. 그놈들이라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대충 제3 세력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해라.
그 말에 박시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빛과 어둠이 싸웠고, 빛이 졌는데, 나중엔 결국 둘 다 망했다 이건가요?”
―이해력이 높군.
“사이좋게 망했으면 지금은 딱히 적도 아니지 않나요? 어차피 본진 망했는데.”
―그래서 지금 가만히 있지 않나.
“아…….”
박시우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지? 형님하고 난 적이 아니야. 계속 함께 갈 동료지. 그러니까 너도 그러지 마. 응. 그래. 알았어. 형님?”
“어, 왜.”
“성검이 미안하다네요. 갑자기 데스 로드의 기운이 느껴져서 발작한 거래요.”
“PTSD 있었나 보네.”
“예. 너무 깨져서 심리적 공포가 컸었나 봐요. 목소리 들으니까 아직 한참 꼬맹이 같은데…… 아, 나이 많다고? 그래. 너 할아버지 해.”
그렇게 성검을 달래던 박시우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저희 파티 맺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성검 말 들어 보니까, 자기는 형님하고 언데드한테 영향을 못 준다는데요?”
“나야 그렇다 치는데, 언데드들도?”
“예. 형님 언데드에는 데스 로드의 기운이 묻어 있는데, 그게 격이 높대요. 그래서 자신의 힘으론 어림도 없다나? 아무튼 그렇다네요.”
―아마 그럴 거다. 로드 휘하의 언데드는 빛 속성에 거의 면역이었지. 격의 차이가 그만큼 심했으니…….
……개꿀이네?
생각지도 못하게 데스 로드의 효과를 하나 더 발견해 버렸다.
빛 속성에 면역.
물론 EX급 존재가 빛무리를 쏴 댄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응, 어차피 지금 안 만나.’
당장은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상태였다.
그때.
성검과 김민우를 번갈아 보던 박시우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이 큼지막해졌다.
“잠깐만요, 형님.”
“왜.”
“성검은 트리플 에스잖아요.”
“그렇지.”
“근데 형님한테 못 이기는 거면…… 대체 형님은 어느 정도 수준인 겁니까?”
“그냥 뭐. 조금 더 위 정도?”
“이 할배가 쪼는 거 보니까, 그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요?”
“쉿. 알면 다친다.”
“옙…….”
곧바로 쭈그리가 되어 버린 시우를 본 그가 피식 웃었다.
“농담이고, 아무튼 형 업적 등급은 좀 높은 편이야.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된다.”
“넵. 그, 형님. 전 이제 어쩌죠? 각성도 했고, 저도 이제 게이트로 가야 할 텐데…….”
“그렇긴 하지.”
박시우.
SSS급 각성자.
성검 보유자.
똥 기저귀까지 갈아 주며 각성시켰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다른 길드나 해외에서 곧바로 채 가겠지.
놓치면 바보 병신이다.
“형이 파티 플레이는 잘 안하거든?”
“아…… 그렇죠. 형님 정도면 솔플로도 게이트 박살 내실 테니…….”
순식간에 시무룩해지는 박시우.
“어. 그렇지. 근데 너만 한 인재를 놓아줄 생각도 없단 말이지?”
“예! 제가 그래도 성검 보유자 아닙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녀석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길드 하나 만들자.”
“길드요? 일성에 길드 이미 있지 않나요?”
“거긴 이미 썩은 물 파티야. 텃세도 장난 아니고. 난 몰라도 넌 가면 고생 좀 할걸?”
일성의 재계 서열은 1위지만, 그렇다고 길드의 수준이 높냐 하면 글쎄올시다였다.
거길 가느니 그냥 작은 미니 길드 하나 만들어서 끼리끼리 노는 게 좋았다.
“형이 길드 하나 만들 테니까, 거기서 수련 좀 하고 있어. 레벨 업도 좀 해 두고.”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길드장님!”
박시우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김민우.
그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각성 조건을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도운 것도 모자라, 자신 이상의 업적을 달성한 재야의 고수였다.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또한 앞으로 그가 그릴 미래가 기대돼서라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
그와 같이 갈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좋았다.
그게 길드라면 더할 나위 없었다.
그라면 틀림없이 미숙한 자신을 잘 이끌어 줄 테니까.
“길드장님은 무슨. 어색하게. 그냥 형이라 불러.”
“예, 형님!”
“가자. 길드 창설하러.”
회장님 얼굴 한번 봐야겠다.
* * *
일성그룹.
그 거대한 본사의 모습에 박시우가 입을 떡 벌렸다.
수만 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란!
소시민이었던 박시우로선 압도당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쫄지 마, 임마. 벌써 이래서 어쩔래? 좀 있으면 회장님도 만나야 하는데.”
“하, 하하…… 그렇죠.”
태연하게 웃고 있지만 애가 타는 듯 식은땀을 흘리는 녀석.
등을 툭툭 쳐 준 뒤 본사의 입구로 들어갔다. 삼엄한 경비 시스템이 자리 잡은 입구.
보안 요원들이 서 있는 곳에 다가갔다.
“접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회장님 계시죠?”
“아, 옙!”
“수고하세요.”
자연스럽게 입구를 패스한 뒤.
회장실 전용 VVIP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130층에 도달한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김 회장을 만나 볼 수 있었다.
“허허! 네 녀석이 회사에 다 오고,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나! 그래, 무슨 일이냐? 옆에 그 친구는 누구고?”
“새로 사귄 동생입니다. 인사드려.”
“박시우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장님!”
90도 폴더 인사에 회장이 허허롭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패기가 좋은 친구로구만! 우리 아들 잘 좀 부탁함세.”
시우와 함께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슬슬 본론을 꺼낼 차례다.
“아버지. 저, 길드 하나 창설하려 합니다.”
“길드?”
회장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우리 일성에도 길드가 있는데…….”
“있죠. 그런데 식상해요.”
“식상하다고?”
“예. 솔직히 일성 길드가, 저희 기업 이름값만큼의 활약을 보여 줍니까?”
“……험. 뭐, 조금은 부족하긴 하다만…….”
일성 길드의 순위는 5위권 정도.
돈을 마구 쏟아부은 것에 비해 성과는 미약하다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내심 장남 녀석이 길드에 들어가, 활약을 펼쳐 주길 바랐는데…….
“솔직히 좀 정체된 지 오래지 않습니까. 대중은 일성 길드 하면 피곤함부터 먼저 느끼고요.”
“음…… 그래서?”
“오직 최고의 소수 정예만을 위한 길드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최고의 소수 정예라…….”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취지라면 아들이 일성 길드에 몸담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일성 길드는 수많은 각성자가 몸담고 있는 상황.
거기에 길드에서 얻어 오는 몬스터의 부산물이나 마석 등으로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상태였다.
아들의 저런 목표를 위해선 각성자들을 하루아침에 죄다 잘라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온갖 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오겠지.
“그래서, 저 친구가 그 소수 정예 멤버인 것이냐?”
“그렇죠. 아버지도 만족하실 겁니다. 장난 아니거든요.”
“호오…… 어느 정도길래…….”
“업적이 SSS급인 각성자입니다. 막말로 S 정도는 그냥 뭉개 버릴 수준이죠.”
꿀꺽.
회장이 침을 삼켰다.
아들이 EX라는 놀라운 예시를 보여 주었기에, S 이상이 나올 수도 있는 거긴 하구나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긴 했지만…….
‘시작부터 SSS라니?’
대체 어떤 길드를 만들어 낼지 상상이 안 될 지경이었다.
“그, 박시우 군이라 했었지.”
“예, 회장님.”
“저 말이 정말인가?”
“예. 형님이 직접 제 각성을 도와주었습니다. 덕분에 이만한 업적 등급을 달성할 수 있었죠.”
말을 마친 박시우가 김민우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가, 상태창을 공유했다.
“……맙소사. 성검 소환이라고?”
“아버지, 훌륭하지 않습니까?”
“……허허. 엄청 강해 보이긴 하는구나. 근데, 이걸 전부 밝힐 생각은 아니겠지?”
“예. 적당히 S급 정도로 퉁 칠 겁니다. 성검이야 뭐, 그냥 꺼내 두면 SSS로 상상하긴 어려울 테죠.”
곧이어 김민우의 손짓과 함께 박시우가 성검을 소환했다.
그 말과 함께 박시우가 성검을 소환했다.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는 검.
“확실히…… 모르고 보면 그냥 S급 스킬 정도로 생각하겠어.”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야 이미 알고 있으니 저 검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고 있는 것이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적당히 멋진 검 소환 정도로 보일 거다.
“이런 인재들을 모을 겁니다. 상상해 보세요, 아버지. 지금도 놀랍지만 앞으로가 더 놀라워질 길드의 모습을.”
꿀꺽.
절로 타는 목에 회장이 침을 삼켰다. 이미 자신의 아들과 박시우만 해도 세상을 진동시킬 각성자들이다.
거기에 더해, 앞으로도 저런 ‘진짜배기’들만 길드에 모여든다면?
‘이미 하나를 건졌어.’
자신의 장남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증명한 셈이다.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되지 말란 법이 없었다.
“투, 투자는 받겠지?”
이미 길드를 보유하고 나발이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지금 태동하기 시작한 이 자그마한 2인 길드에, 일성이 한 발을 걸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지.
“물론이죠. 특별히 일성에게만, 정가로 받겠습니다. 지금밖에 없어요. 이런 황금 같은 기회는.”
김민우가 다 알고 있다는 듯 씩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