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8)
돈지랄 네크로맨서 (28)
겨울 왕국(3)
키메라들의 눈빛이 흉흉해진다.
―네크로맨서. 어리석은 판단을 내렸군. 너 또한 처분당하리라.
놈들의 집게발이 달각거렸다.
그때.
[오크들이 영웅을 목도합니다!] [당신의 용기에 오크들이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학습된 공포에서 풀려납니다!] [그들의 마음에 저항심이 깃듭니다!]―취익! 우르칸, 형제 안 버린다!
가장 먼저 우르칸이 옆에 붙었다.
육중한 도끼날이 시리게 빛난다.
오크들이 하나둘 도끼를 들어 올렸다.
머지않아 마을의 모든 오크가 키메라를 흉흉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취익! 위대한 전사! 따른다!
―우리, 벌레 아니다!
―사악한 괴물! 죽인다!
―죽여라.
키메라 무리가 육중한 집게발을 딸각거렸다. 길쭉한 거미 다리가 눈 덮인 대지를 밟았다.
키메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가자! 형제들이여!”
―오크! 오크!
김민우와 오크 무리 또한 달려나가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거리가 좁혀지기 직전, 해골을 놈들의 발밑에 소환했다.
수십 개의 거미 다리를 새하얀 손이 마구 붙잡아 댔다.
달려오던 녀석들의 속도가 약간 줄어들었다.
‘지휘관부터 처리한다.’
세드릭과 메이지 무리를 소환했다. 가장 큰 덩치를 가진 키메라.
놈의 집게발이 크게 휘둘러졌다.
슬라이딩하듯 바닥을 파고들었다.
몸이 미끄러지며 녀석의 몸통 아래로 들어갔다.
여덟 개의 다리가 덕지덕지 붙은 몸통.
그 위로 검을 힘껏 들어 올렸다.
[타이틀, ‘강자 사냥꾼’이 발동됩니다!] [데미지가 10% 상승합니다!]2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몬스터를 상대로 데미지 증가.
그 효과가 발동되며 취약한 아래쪽 피부를 푹 파고든 검이 녀석의 몸통을 일직선으로 쭉 긋기 시작했다.
보랏빛 체액이 터져 나왔다.
―크악!
아래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러 대는 키메라.
채 정비할 새도 없이 세드릭이 창을 찔렀다.
[용의 일격(S)를 사용합니다!]창 위로 모인 막대한 기운이 키메라의 팔을 가격했다.
뻐엉!
놈의 수난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취익! 죽어라!
눈을 시뻘겋게 붉힌 우르칸이 도끼를 쾅쾅 내리찍는다.
B급의 키메라와 D급의 오크.
보통이라면 키메라가 밀려날 일이 없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우르칸은 달랐다.
녀석은 보스 몬스터였다.
키메라를 상대로도 그 위용을 똑똑히 드러내고 있었다.
흉맹한 도끼질 한 번에 집게발 곳곳이 우그러진다.
세드릭과 우르칸의 협공.
몸통 아래를 공략하는 김민우의 칼질에 더해, 어느새 뒤편에 자리한 채 마법을 쏟아붓기 시작하는 메이지들의 공세까지.
지휘관의 몸이 걸레짝처럼 변한 것도 순식간이었다.
어느새 뒤로 빠져나온 김민우가 키메라의 몸통을 밟았다.
힘껏 뛰어올라 등 뒤를 점하고.
검을 녀석의 목에 푹 찔러 넣었다.
크웨웱!
피 분수가 터지는 목을 붙잡은 채 비틀거리던 키메라가 바닥에 쿵 주저앉았다.
풀썩 쓰러지는 키메라.
[레벨이 상승합니다!] [스켈레톤의 전투 경험이…….] [스켈레톤 메이지들의 전투 경험이…….]남은 키메라를 바라보았다.
오크와 해골들이 사방에서 달라붙은 채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키메라 무리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거대한 집게발에 잡힌 오크와 스켈레톤이 사이좋게 반으로 쪼개진다.
데스 로드의 효과 덕에 해골은 부활했지만, 오크는 되살아나지 못했다.
하지만 되살아난 해골도 형편이 좋지 못했다.
다리 중 하나가 녀석을 뻥 걷어차고, 소환이 취소되는 광경이 보였다.
“우르칸! 세드릭!”
―가겠다.
―취익! 죽인다!
사람과 언데드, 오크가 다시 한 번 전투에 참여했다.
* * *
“후우.”
사지가 작살난 채 쓰러진 키메라 무리.
해골들을 부려 나름의 몸빵을 시켰음에도 오크들의 희생은 컸다.
전투 한 번에 서른에 가까운 오크가 갈려 나갔으니까.
‘전투 한 번에 3업이라.’
함께 싸운 오크들과 경험치를 나눠 먹었는데도 이랬다.
키메라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 주는 지표였다.
그때.
우르칸이 곁에 다가왔다.
머리를 긁적인 녀석이 말했다.
―……형님. 고맙다. 없었으면 우리 다 죽었다. 덕분에 이것밖에 안 죽었다.
“이쪽도 마찬가지야. 우르칸 네가 용기를 내 줘서 살았다.”
이놈들이 용기를 안 냈다면 도핑 포션을 물처럼 들이켜야 했을 거다. 그게 몇 번 쌓이면 중독이 온다. 그걸 사전에 방지했으니 오크들의 역할이 컸다 할 수 있었다.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줬을 때였다.
[우르칸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우르칸이 당신을 ‘진정한 형제’로 여기기 시작합니다!] [이제 우르칸은 당신의 명이라면 불 속에도 뛰어들 것입니다!]충성심 테스트 통과.
흐뭇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곧이어 오크들이 모닥불 위에 키메라 시체를 옮기기 시작했다.
―취익! 맛있는 고기다! 고기!
―빨리 먹고 싶다! 배고프다!
침을 질질 흘린 채 키메라를 굽기 시작하는 오크들. 워낙 잡식성인 만큼 키메라도 녀석들에게 있어선 한 끼 식사일 것이다.
지글지글!
마치 고기를 익히듯 키메라를 구운 다음.
우르칸이 키메라 대장의 머리통을 도끼로 똑 떼어 냈다.
―취익! 형님! 이게 가장 맛있다! 형님에게 양보하겠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지 건네는 우르칸의 눈빛엔 미련이 뚝뚝 담겨 있었다.
“……너 많이 먹어라. 형은 배 안 고프다.”
―……취익! 그럼 이건 내가 먹겠다!
허겁지겁 키메라 고기를 먹기 시작하는 오크들.
왠지 모르게 짠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내 식량을 꺼낼 수도 없고.’
한 달 정도는 그렇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공간에 상당히 많은 식량을 챙겨 오긴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나중엔 이놈들과 사이좋게 굶어 죽는 엔딩이 오겠지.
정말 급한 게 아니라면 일단 아껴 두는 게 좋았다.
다행히 키메라들은 체구가 컸다.
오크 백여 마리가 든든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걸로 하루 이틀 정도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사이 이번에 얻은 타이틀들을 살펴보았다.
[신규 타이틀 목록] [1. 얼음 숲 오크의 형제] [얼음 숲 오크들의 형제가 되었다.] [효과: 오크들의 호감도가 조금 더 빠르게 상승한다] [2. 영웅의 길을 걷는 자] [시련이 가득한 선택지를 골랐다. 성공한다면, 진정한 효과가 드러날지도 모른다.] [효과: ???]‘괜찮네.’
오크들과 함께 움직이는 지금 호감도를 빠르게 높여 주는 타이틀도 쓸 만했고.
영웅의 길을 걷는 자는 성공한다면 대박이 보장되어 있는 타이틀 같았다.
그다음엔 변경된 게이트의 난이도를 살펴보았다.
‘B급이라…….’
D에서 B로 단숨에 두 단계가 뛰어올랐다. B급 게이트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은 251에서 350 사이.
데스 로드의 시련에서 보았던 오크 근위병 같은 놈들이 개떼처럼 등장하는 난이도였다.
아마 오크들과 편을 들며 게이트 내부의 클리어 목표가 바뀌었을 것이다.
그게 그만큼 어렵다는 신호겠지.
‘S가 아닌 게 어디야.’
S등급 게이트에선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이 500부터 시작한다.
아무리 자신이 세계 1위 게이머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자신감과 객기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 법.
만약 S였다면 바로 중간 지대를 찾아 움직였을 것이다.
그땐 일단 나가고 생각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B급 정도라면 다르다.
어렵기야 하겠지만 몸 비틀어 가면 못 깰 것도 없는 수준.
할 만했다.
‘이제, 가야 할 방향을 정해야 한다.’
다행히 이럴 때 길을 알려 줄 만한 현자가 있었다.
입가에 기름기가 가득한 늙은 오크를 향해 다가갔다.
“벡타르. 이대로라면 우린 굶어 죽을 거다. 식량을 구할 방법이 없나?”
그 말에 거미 다리를 우적우적 씹은 벡타르가 말했다.
―취익. 두 가지 방안이 떠오른다.
“말해 봐.”
―첫 번째는 사냥이다. 추운 날씨에도 살아남은 몬스터들이 있다. 그걸 사냥하면 당분간은 굶주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위험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하기 쉬웠으면 여기 오크들이 진작에 먹어 치웠을 것이다.
아마 오크보단 훨씬 강한 몬스터들이겠지.
임시방편이지만 일단 방법 하나는 찾았고.
“두 번째 방법은?”
―……취익, 이 추위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다.
“원인? 그게 뭐지?”
―빙룡은 마녀에게 겨울의 정수를 건넸다. 마녀는 그걸 쪼개 대륙 곳곳에 심어 두었다. 그리고 그 위로 요새를 만들어 냈다.
[키워드, ‘겨울의 정수’를 획득합니다.] [키워드, ‘요새’를 획득합니다.]“만약 요새 안에 있는 정수를 처리하면, 이 날씨도 풀릴 수 있다는 거야?”
―취익, 그렇다. 적어도 이 북부 지역의 추위는 해결되겠지. 다시 한 번 생명이 뛰어노는 땅으로 바뀔 것이다.
“요새에 대해 아는 거, 죄다 말해 봐.”
―요새는 마녀의 수하인 사도가 지키고 있다. 사도의 힘은 무시무시하다. 이곳 북부는…… 사도 벨리타스의 권역이다.
[키워드, ‘사도 벨리타스’를 획득합니다.]“사도 말고, 졸개들도 많아?”
―많다. 시체 수집가, 흑마법사, 네크로맨서, 망령 전사 등…… 요새는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곳이다.
슬슬 감이 잡힐 것 같았다.
‘사도란 놈들은, 일종의 중간 보스라 볼 수 있겠지.’
거기에 더해 부하들까지 가득한 요새를 뚫어 낸 다음, 꼭꼭 숨겨져 있는 정수를 빼내거나 파괴하는 것.
그렇게 되면 날씨가 풀리고 게이트의 클리어 조건이 달성될지도 몰랐다.
그때.
거미 발톱으로 이빨을 쭙쭙 긁어낸 벡타르가 말했다.
―취익. 위대한 전사여. 시체 수집가들이 죽었다. 머지않아 이상을 느낀 사도의 부하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런 것 치곤 태연하네.”
―놈들과 맞설 때부터, 우린 죽음을 각오했다. 그리고…….
벡타르의 눈이 진중해졌다.
―그대 같은 위대한 전사가 이런 곳에서 쉽게 죽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린 그대를 따라 마녀에게 저항할 것이다. 이 목숨이 다해 스러질 때까지!
[키워드, ‘저항군 설립’을 획득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저항군을 육성할 수 있습니다.] [저항군은 마녀와 빙룡에 대항해 당신과 함께 싸울 것입니다.] [그러나 주의하세요.] [저항군이 세를 키워 갈수록, 마녀와 빙룡은 당신을 점점 더 주시하게 될 겁니다.] [현재 저항군 세력도] [리더: 김민우] [구성원: 인간 1, 오크 102마리] [수준: 어수룩한 원시인] [평균 레벨: 121] [식량 사정: 그리 좋지 않음] [사기: 전의에 불타는 중] [적의 경계도: 0 (아직 저항군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습니다)]이제야 이 게이트의 클리어 방법이 명확해졌다.
‘세력 싸움이네?’
저항군을 늘리고 평균 레벨을 높인다. 그렇게 육성한 뒤 사도와 꽝 부딪치는 구조인 것이다.
중간중간 사도의 부하들이 찾아온다 했으니 그것 또한 극복해야겠지.
일단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오크 102마리론 아무것도 못 해.’
쪽수가 깡패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벌크업이 필요했다.
“근처에 너희 말고 다른 오크들도 있어?”
―취익. 작은 부족들, 몇 개 있다. 매번 식량을 경쟁하는 사이다.
식사를 끝내 가는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아쉬운 듯 뼈를 쪽쪽 빨아 대는 오크들.
녀석들을 향해 외쳤다.
“밥 다 먹었으면 연장 챙겨라! 옆 동네 오크들 치러 간다!”
―취익? 싸움이야?
―취익! 나도 끼어야지!
오크들이 눈을 빛낸 채 도끼를 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