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0)
돈지랄 네크로맨서 (30)
저항군(2)
투론과의 대화를 마친 뒤.
오크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듣듯 멀뚱히 선 오크들을 향해 말했다.
“우린 드워프와 손을 잡을 거다.”
―취익! 어째서! 오크 강하다! 난쟁이 약하다!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던 상황.
덤덤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보호하고 식량까지 줄 거다.”
―취익! 큰형님 미쳤다!
―병에 걸린 게 틀림없다!
―취익! 오크 배고프다! 우리 먹을 것도 없다!
쿵!
발을 바닥에 찍었다.
“오크 장비 없다. 몸 약하다. 벌써 이백이 죽었다.”
―취익! 싸우다 죽는 건 축복이다!
“아니! 축복이 아니다!”
―……?
갸웃하는 오크들을 향해 말했다.
“약한 적과 싸워 죽는 게 축복인가? 그건 그냥 나약한 거다! 진짜 강한 적과 싸우다 죽어야 용맹한 전사다!”
침묵하는 오크들을 향해 말을 이어 나갔다.
“너희를 괴롭힌 사도와 마녀! 그놈들의 머리통에 도끼를 박아 넣고 죽어야, 진짜 축복이란 거다!”
―……!
“드워프, 장비 준다! 오크, 강해진다! 사도와 마녀, 죽일 수 있다!”
―취익! 사도와 마녀, 죽인다?
―취익! 난쟁이 장비 좋다! 가능하다!
드워프제 장비가 있다 해도 마녀의 머리통은커녕 사도의 몸이나 갈라낼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꿈과 환상.’
다른 말로 비전.
그걸 심어 주는 것이야말로 이번 연설의 목표였다.
“드워프와 손잡으면 진짜 용맹한 전사가 될 수 있다! 이래도 반대하는 나약한 겁쟁이가 있나?”
―취익! 오크 겁쟁이 아니다! 장비 얻는다!
―오크 강해진다! 사도 골통 부순다!
―취익! 큰형님은 천재다!
족장부터 일반 전사들까지.
오크들의 열렬한 호응이 이어졌다.
그렇게 드워프 무리가 고기 파티 사이로 스윽 끼어들었다.
―취익! 난쟁이, 여기 고기 먹어라! 그리고 장비 줘라!
“허허, 그러지. 어이쿠! 입에 그만 좀 넣게!”
호탕한 종족 성격 때문인지 순식간에 오크들과 어우러지는 드워프들.
분위기가 빠르게 달아올랐다.
곧이어…….
[저항군에 드워프 532명이 합류합니다!]메시지가 떠올랐다.
오크들이 비로소 마음을 열고 드워프를 한 식구로 받아들였다는 신호가 아닐까.
흐뭇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투론이 슬쩍 다가와 팔을 툭툭 쳤다.
“싸움 실력뿐만 아니라 연설 솜씨도 제법이더군. 오크들이 자넬 왜 따르는지 알 것 같네. 단순하지만 절대 멍청한 종족이 아닌데…….”
“과찬이십니다.”
“근데 자네 왜, 갑자기 존대를 하고 그러나? 안 어울리게.”
“이제 한 편이니까요.”
빙긋 웃었다.
드워프들에겐 빼 먹을 게 많았다.
거기에 오크처럼 완전히 막가파 스타일이 아니라, 어느 정도 호탕한 성격일 뿐이다.
적이라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 굳이 반말 찍찍 내뱉을 필요가 없다는 것.
공략을 위해서라면 말투 따윈 수백 번 바꿀 수 있는 김민우였다.
“허허. 젊은 친구가 예의를 아는구만 그래.”
“무얼요.”
투론과 함께 코카트리스 고기를 몇 점 나눠 먹었다.
“그래서 검은 바위 부족에 온다는 놈들 규모가 어떻게 됩니까?”
“……어려운 싸움이 될 걸세. 피난민들 말로는 망령 기사가 열에, 시체 수집가가 스물은 된다 하더군.”
타락한 영혼이 뭉쳐 구체화 된 망령 기사. 이놈들은 하나하나가 키메라보다 강한 몬스터였다.
‘상대하기 까다롭지.’
몸체가 영혼이라 무기가 잘 안 먹힌다. 보통 무기에 성수를 바르거나 은도금을 한 게 아니라면 데미지가 3할 이상 반감되곤 했다.
거기에 키메라 스물이라니.
‘많긴 하네.’
이해하지 못할 건 없었다.
드워프가 오크보다 싸움을 못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들에겐 뛰어난 건축 기술과 무기 제조 기술이 있었다.
요새화된 거주지를 만들고 방어 시설을 탄탄하게 다지는 데는 전문가라는 것.
그러니 오크보다 훨씬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지. 우리 부족으로 가세.”
자리를 정리한 뒤 투론을 따라 움직였다.
* * *
지하로 이어지는 입구.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공동이 보였다. 그 안에 자리 잡고 제법 큰 성채의 모습까지도.
“장비를 꺼내 오게!”
투론의 말에 성문이 열리고 수레 여러 대가 장비를 잔뜩 실은 채 굴러왔다.
갑옷, 장갑, 신발, 하의, 투구까지.
강철로 이루어진 장비들이 보였다. 장비들을 살펴보았다.
[드워프제 강철 갑옷] [등급: 매직+] [레벨 제한: 110] [강철을 두드려 만든 갑옷. 투박한 외형이나 그 성능만큼은 제대로 살아 있다.] [효과 1. 충격량 20% 감소.] [효과 2. 힘 +20, 체력 +20] [드워프제 강철 도끼] [레벨 제한: 110] [등급: 매직+] [흉악한 날을 지닌 도끼다. 맞으면 머리가 쪼개질 것 같다.] [효과 1. 내려찍기 데미지 20% 증가.] [효과 2. 힘 +30 증가]장비를 본 김민우가 눈을 빛냈다.
‘플러스 아이템이라니. 역시 드워프인가?’
플러스 아이템.
주로 제작 물품에 붙는 특수한 기능으로, 같은 등급임에도 더 뛰어난 효과를 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효과 중 하나였다.
당연히 그냥 제작해선 잘 안 붙고, 물건을 아주 잘 만들어야 아주 가끔 하나씩 붙곤 하는 표시인데.
드워프라면 이런 아이템들을 만들어 낸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크흠! 어떤가?”
“드워프의 실력은 명불허전이군요. 대단합니다. 근데, 장비 숫자가 좀 적은 게 아쉽습니다. 오크 이백 정도 무장시키면 끝날 것 같은데요.”
투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네. 하지만 지금 보유한 건 그게 전부일세. 피난민들이 가져온 장비부터 시작해서 우리 부족에 보관했던 물품까지 죄다 꺼낸 것이야.”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드워프 오백이 합류했다고 했었다. 그중엔 노약자와 여성, 아이도 있을 터. 싸울 수 있는 인원을 추리면 이백이 안 될지도 몰랐다.
오히려 이만큼의 장비를 갖고 있는 게 대단한 일이었다.
“이런 무구들. 하루에 몇 세트씩 뽑아낼 수 있습니까?”
“……피난민들까지 합쳐도 대장장이 숫자는 오십 남짓일 걸세. 재료는 넉넉한데 보자…… 하루 종일 대장간을 돌려도 100세트 이상은 힘들겠군. 저런 건 우리도 만들 때 정성을 쏟아야 하니까.”
“투론 님도 보셨지요. 오는 길에도 계속해서 떠돌이 오크들이 합류했던 걸.”
“……그랬지.”
“저희가 마녀 쪽 세력을 무너뜨릴수록 합류가 많아질 겁니다. 그걸론 많이 부족해요.”
“후우…… 어쩌겠나. 일손이 부족한 것을. 기초 작업을 도울 도제들이라도 넉넉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기 힘드네. 일할 수 있는 인원수 자체가 적어.”
한숨을 내쉰 투론이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도제 역할을 저기 오크들에게 맡겼다간…… 자네도 그 결과를 알 거라 믿겠네.”
김민우가 씩 미소 지었다.
대화의 방향이 이런 쪽으로 흘러갈 거란 건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만약 훌륭한 도제들이 넉넉하게 있다면요? 그럼 얼마나 생산할 수 있겠습니까?”
“……도제가 정말 넉넉하다면, 하루 200세트도 꿈은 아니지. 우리 몸이 갈려 나가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있습니다. 그런 도제가.”
“……있다고?”
“예. 하루 24시간 일해도 불평불만 한 점 없고, 불 속에도 뛰어들 충성심이 있으며, 배울 의지도 충분한 친구들이요.”
“그런 친구들이 있으면 제발 좀 소개해 주게! 나 때만 해도 그런 도제들이 가득했는데, 요즘 애들은…….”
그때였다.
헐레벌떡 달려온 정찰병이 투론에게 다급히 말했다.
“족장! 놈들이 오고 있소! 아마 한 시간 후면 도착할 거요!”
“……벌써 여기까지 접근했다고?”
투론이 김민우를 바라보았다.
그가 씩 웃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도제들은 조금 있다 소개해 드리도록 하죠.”
일단 전투가 먼저였다.
* * *
드워프 성채를 향해 망령 기사와 시체 수집가 무리가 접근했다.
성벽과 장비의 이점이 있다 한들, 싸움을 못하면 죽는 건 같았다.
이미 세 개의 부족을 전멸시킨 상황.
그들의 발걸음엔 거칠 게 없었다.
그때.
성채 앞에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바글바글거리는 오크들!
그 숫자만 해도 천을 훌쩍 넘을 지경이었다.
망령 기사들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오크 한두 마리 따윈 별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게 천이 넘어간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오크! 오크!
놈들의 거센 함성 소리가 공동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었다.
―……드워프 놈들이 오크를 끌어들일 줄이야…….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찢어진 채 부락 생활을 이어 가던 오크들이 뭉쳤다.
구심점이 될 만한 특이 개체가 탄생한 게 틀림없었다.
그것도 드워프와 손을 잡을 정도로 교활하기까지 한 개체가!
한때 이 대륙을 지배했던 종족, 오크. 마녀는 오크의 힘을 찢기 위해 많은 힘을 투자해 왔다.
그만큼 한 번 뭉치기 시작할 때의 저력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변방에서 놈들이 준동할 줄이야…….’
내버려두면 일만, 십만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거기에 오크의 지휘 개체는 수하들이 많아질수록 폭발적으로 강해진다.
‘위험해. 무탁타 같은 놈이 또 나오게 둬선 안 된다.’
―……알드렌. 시체 수집가 다섯을 붙여 주겠다. 여길 벗어나라. 이 소식을 알려야 한다.
알드렌이라 불린 망령 기사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시체 수집가들과 함께 공동을 나가기 시작했다.
―형제들이여! 둘째 우르칸이 명한다! 놈들을 죽여라!
―크아아아!
맨 앞에 거대한 오크를 필두로 강철 장비를 무장한 오크들이 달려들었다. 그걸 본 망령 기사 무리가 영체로 이루어진 칼날을 뽑았다.
소식을 알릴 자만 빠져나가면 된다.
자신들의 역할은 시간 벌기였다.
그들은 죽음을 각오했다.
그러나 그 각오가 무색하게도, 알드렌과 다섯 키메라가 지하를 빠져나오기 직전.
“니들, 어디 가니?”
―……인간?
입구에 웬 인간 하나가 길을 가로 막았다.
곧이어 그 뒤편으로 일백에 가까운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취익! 큰형님은 역시 천재다.
―취익! 나 저놈들 죽인다!
심지어 이게 병력의 끝이 아니었다. 수백이 넘는 스켈레톤 무리까지도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매복이 있었군.’
알드렌과 시체 수집가들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인간이 유들유들하게 미소 지었다.
“혹시 소식 전하려고? 그건 안 되겠는데.”
―……길을 뚫는다.
“무덤에 찾아온 걸 환영해.”
―오크! 오크!
여섯의 괴물이 해골의 늪에 빠져들었다.
* * *
[레벨이 3 상승합니다!].
.
대량의 메시지와 함께 전투가 끝났다. 이곳을 찾아온 망령 기사와 시체 수집가 무리가 죄다 죽어 나갔다. 그에 비해 오크들의 희생은 채 일백이 되지 않았다.
무장한 오크들이 전열에서 든든하게 방패 역할을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인생은 장비빨이야.’
놈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만한 규모라면 요새에서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병력이었다.
소식이 며칠 끊기면 반드시 내막을 알아내려 하겠지.
지금부턴 진짜 속도전이다.
족장들을 모았다.
“발 빠른 놈들로 추려서 소문내고 다녀. 마녀에게 대항할 용맹한 전사들을 모집한다고.”
―취익! 알겠다!
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
이 골든 타임에 하나라도 더 많은 병력을 모으고 세력을 구성해야 했다. 그렇게 오크들을 보낸 뒤.
투론을 만났다.
“정말 고생 많았네!”
한 번 위기를 넘겨서일까.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투론의 손길엔 이전보다 더 강한 호감이 담겨 있었다.
“제가 도제들을 소개해 드린다 했었죠.”
“그랬지.”
“지금 보여 드리죠.”
마나 포션을 꿀꺽 들이켰다.
빠르게 차오르는 마나를 느끼며, 손을 내밀었다.
“나와라, 도제들아.”
[스켈레톤 1,064마리가 소환됩니다!]마나 소모량이 메이지에 비해 절반인 혜자 해골. 그래서인지 일천이 넘는 숫자가 소환됐다.
“……?”
투론이 해골 무리와 김민우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지금, 이 스켈레톤들이 도제라는 건가?”
“예. 그야말로 완벽한 도제들이죠. 저 믿고 한 번만 써 보세요. 뭐 하냐, 스승님한테 인사 안 박고.”
딸그락!
스켈레톤 무리가 스승을 향해 경례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