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8)
돈지랄 네크로맨서 (38)
복귀(1)
고대룡의 시신과 부산물이 담긴 아공간 반지를 받은 후.
차후의 만남을 약속한 네 사람이 밖을 나섰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구했어.’
용족의 시체.
여기서 꺼내 볼 순 없었다.
뼈와 가죽 등을 분리했다고는 하나 용의 크기가 워낙 대단해야지.
사무실이 용 고기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집이나 가야겠군.’
본가에 있는 연무장.
그곳이라면 용족 시체도 무리 없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본가를 향해 움직였고.
아공간 반지에서 먼저 부산물들을 꺼내 보았다.
가벼운 촉감과 함께 자그마한 보석이 잡혔다.
‘이게 끝이라고? 잠깐만, 설마…….’
고대룡은 일종의 히든 보스다.
그런 놈의 보상이 이렇게 쩨쩨할 리 없었다. 결국 손에 잡힌 보석에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뜻이었다.
황급히 보석을 꺼내 들었고.
아이템의 내용을 본 다음엔.
“허…….”
대박을 직감했다.
[잊혀진 용의 보석] [등급: ??] [고대룡이 소중히 품고 있던 보석입니다. 아름다운 빛무리 사이로, 용의 형상이 비칩니다.] [효과 1. ‘용의 시대’로 전이할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단, 사용자에게 그에 걸맞은 자격이 필요합니다.] [자격 조건] [1. 500레벨 이상] [2. ???] [3. ???]이거, 연퀘 아이템이다.
그것도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자격을 요구하는 물건이었다.
‘S급 이상의 게이트.’
용의 시대.
전이하는 장소 이름만 봐도 살벌하지 않은가. 용이 마치 새처럼 날아다니는 세상이 아닐까 싶었다.
검선을 비롯한 각성자들도 분명 이 연퀘 아이템을 보았을 것이다.
그만한 각성자들이라면 이 아이템에 얼마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 잘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건네줬다는 거지…….’
분명 욕심이 날 만한 아이템일 텐데도 이렇게 흔쾌히 건네주다니.
솔직히, 많이 고마웠다.
‘나중에 만나면 잘해야지.’
쿵.
고대룡의 시신을 꺼냈다.
소환된 세드릭이 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놀랍군. 주인의 능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만한 용의 시체를 이렇게 빨리 구하다니…….
“그러니까 잘 모셔라.”
의뢰 걸자마자 검선이 용병을 뛰고, 불과 6시간 만에 무덤을 작살내고 왔다.
그야말로 특급 배송이었다.
“어때, 이 정도면.”
―용족은 보통 나이로 그 강함이 측정된다. 이 정도면…… 삼천 살은 넘었겠군. 훌륭한 것 같다.
“예전 네 몸이랑 비교하면?”
―골드 드래곤 로드는 만에 가까운 나이를 지닌 용족이었다. 그걸로 뼈대를 만들었었지.
“어, 그래……”
나이가 좀 아득하셨구만.
―로드급은 바라지도 않았다. 주인의 세상에 로드급이 날뛰었으면, 아마 며칠도 못 가 멸망했을 거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세드릭의 세상과 이쪽 세상엔 수준 차가 존재했다.
데스 로드만 해도 EX급이다.
군단장은 SSS 정도.
반면 이쪽은?
S급을 최상으로 친다.
레벨이 1,000인 각성자를 SS, 뭐 이렇게 표기한다 쳐도.
‘한 트럭 갖다 놔도 세드릭 저놈, 못 이겨.’
그만큼 본 드래곤을 타고 날아다니던 세드릭의 위용이 대단했다.
잠재력 자체가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마 심검을 깨달은 검선 정도는 되어야 비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상할 건 없지.’
과거 업적을 달성했을 때 메시지를 보지 않았던가.
인류의 잠재력이 증가했다고.
그건 달리 말하면 잠재력이 제약되어 있었다는 말과 동일했다.
누가, 왜 그런 일을 벌인 것인지는 모른다.
‘차차 알아봐야 하겠지.’
어찌 됐든 지금 중요한 건 바로 뼈를 통한 강화였다.
“한 부위 정도는 들어가겠지?”
―……나도 모른다.
현재 다리뼈 덕에 20이 차 있으니 남는 수용량은 81.
‘되겠지 뭐.’
아마 한 부위 정도는 용 뼈로 교체 가능할 것이다.
‘기왕이면 대성공이 떴으면 좋겠는데…….’
문제는 그것만 노리고 달리다간 용 뼈를 다 쓰고도 아무런 결과물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단 좀 달려 보고…….’
그다음에 판단을 내려야겠다.
“어디부터 바꿀래.”
―팔 쪽이 좋을 것 같다. 창을 휘두를 때 도움이 될 테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용의 양쪽 팔뼈를 든 채 세드릭을 향해 다가갔다.
왼쪽, 오른쪽.
용의 팔뼈는 총 두 개.
기회는 단 두 번이었다.
[뼈 교환(B)를 사용합니다!] [‘세드릭’의 팔뼈를 고대룡의 팔뼈로 교체합니다!] [재료의 수준이 당신의 레벨보다 대단히 높습니다.] [성공 확률: 5%] [시도하시겠습니까?]‘와.’
5%라니.
반쯤 각오했다고는 하지만, 성공률이 끔찍할 정도로 낮았다.
‘……어차피 비슷한 레벨 대 뼈도 성공률이 그리 높진 않아.’
100레벨대 뼈를 한 번 시도해 본 적이 있었는데 성공률이 대략 30% 정도였다.
30%나 5%나.
그게 그거까진 아니지만, 이거 쓰자고 500레벨까지 묵혀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에라!”
바로 질렀다.
[실패하였습니다.] [실패하였습니다.]팔뼈 두 개가 사르르 증발했다.
“괜찮아, 아직 많이 남았어. 다음은?”
―가슴뼈로 하지.
[실패…….]“다음.”
―척추…….
[실패…….]골반, 다리까지.
죄다 날아갔다.
“아.”
―두개골만 남은 건가?
“어.”
―그럼 선택의 여지가 없군. 그걸로 하겠다.
“그래. 용 머리니까 이것도 나름 효과 좋을 거야.”
성공만 한다면 말이다.
그렇게 두개골을 시도한 순간이었다.
[타이틀, ‘초 럭키 가이’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기이한 행운이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 [대성공!] [고대룡의 머리뼈가 세드릭의 체형과 종족에 맞게 변형됩니다!] [세드릭의 모든 능력치가 30씩 증가합니다!] [*대성공 특수효과: 미니 브레스 발동 가능] [남은 수용량(100/101)]“떴냐?!”
세드릭을 바라보았다.
바뀐 두개골이 마치 드래곤의 형태를 닮아 있었다. 그야말로 용기사에 어울리는 웅장한 변신이었다.
―이런 머리는 또 처음이군.
“그래서 싫어?”
― 뭐, 괜찮은 것 같다.
그럼, 괜찮아야지.
능력치 추가분만 해도 미친 수준인데.
모든 능력치 30 증가.
수용량을 80이나 먹긴 했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 수치다. 거기에 특수효과까지 신기한 게 붙어 있었다.
미니 브레스.
‘그 브레스인 것 같은데.’
미니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브레스는 브레스다.
“브레스, 쏠 수 있겠어?”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왠지 가능할 것 같다.
“그럼 저기다 쏴 봐.”
―괜찮겠나? 여긴 주인의 집일 텐데.
“어. 연무장이라 시설 튼튼해.”
―그럼 쏴 보지. 나도 마침 궁금했다.
세드릭의 입가에 검붉은 기운이 몰려들었다.
곧이어…….
[세드릭이 미니 브레스를 사용합니다!]입을 쩍 벌린 세드릭과.
퍼엉!
브레스 세례에 연무장 벽이 산산이 터져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본 세드릭이 황급히 입을 닫았다.
“오, 취소도 가능해?”
―……그렇다. 부술 마음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별로 안 튼튼한 것 같다.
“크하하! 이 귀여운 녀석!”
세드릭의 용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도파민이 미친 듯이 뿜어지는 느낌이었다.
연무장의 벽은 굉장히 튼튼하다.
어지간한 S급 각성자가 두들겨도 버텨 낼 정도다.
근데 그걸 박살 냈다?
브레스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벽을 부순 것에 분노할 게 아니라, 브레스의 위력이 뛰어난 것에 감사해야 할 시점이었다.
세드릭과 브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나 소모가 심하다는 거지?”
―그렇다. 잠깐 쐈는데 절반에 마나가 사라졌다. 단기간에 강한 피해를 줄 수 있긴 하지만,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닌 듯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 유지 시간은 대략 3초 정도.
짧고 굵은 스킬이었다.
‘세드릭의 스킬이 많아질 때라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필살기와 다름없지.’
사도와 붙을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 * *
게이트에서 나온 지 3일 차.
그간 사회가 많이 시끄러웠다.
검선의 신기록 갱신 때문이었다.
과거의 각성자들은 한물간 게 아니냐는 여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죄다 사라졌다.
오로지 찬양 일색.
국뽕이 다시 한 번 불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김민우 또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검선과 그 일행들이 클리어를 끝마치자마자 달려간 곳이 바로 일성 그룹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뜨거운 여론 속에서도.
김민우는 묵묵히 준비를 마쳤다.
‘이제 돌아갈 때다.’
그간 많은 전력 상승이 있었다.
최유나가 3일 만에 650개의 영약을 쏟아 내준 덕에 영약으로 모든 능력치를 50씩 높일 수 있었다.
‘스킬북 작업도 끝냈고…….’
200레벨대의 뼈도 잔뜩 챙겼으며, 세드릭과 자신이 사용할 레어 세트 아이템까지 구할 수 있었다.
‘머리통도 멋지게 바뀌었지.’
용에게서 남은 부산물은 나중에 해골들의 제작 실력이 높아지면 따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손가락에 낀 아홉 개의 아공간 반지를 바라보았다.
식량과 종자가 가득 차 있는 반지들. 나머지 하나는 이서윤 잡고 얻어 낸 유니크 반지다.
‘상태창.’
[이름: 김민우(23)] [직업: 네크로맨서] [레벨: 101] [보유 스킬(6/33): 데스 로드(EX), 세드릭 소환(SSS), 뼈 교환(B), 노화의 저주(D)+9, 스켈레톤 메이지 소환(E)+9, 스켈레톤 소환(F)+9] [마나: 3,240/3,240] [타이틀: 18] [힘: 316(+31)] [민첩: 316(+31)] [체력: 287(+28)] [마력: 310(+31)]“이거거든.”
신과로 인한 상승분까지 더해진 살인적인 능력치.
더 무서운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장비의 능력치 상승분은 아직 적용이 안 된 상태였으니까.
[‘섬뜩한 네크로맨서’ 세트를 착용합니다!] [힘 +30, 민첩 +30, 체력 +30, 마력 +70이 증가합니다!] [영혼 소환(D)가 활성화됩니다!] [심판의 검을 착용합니다!] [힘 +20, 민첩 +20] [찢어내기(D)가 활성화됩니다!]능력치가 여기서 한 번 더 뻥튀기됐다.
불굴의 혼으로 아이템 증가분의 10%까지 더해지는 능력치.
덕분에 마력이 418이라는 괴물 같은 수치까지 올라섰다.
마나 4,180.
단순히 스켈레톤만 뽑아낸다 치면, 1,672마리라는 말도 안 되는 숫자를 불러낼 수 있었다.
이제 진짜 일인 군단이다.
[다시 게이트 내부로 돌아가시겠습니까?]망설일 게 없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풍경이 뒤바뀌었다. 차디찬 겨울바람이 가득한 곳으로.
[경고!] [이제 더 이상 중간 지대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상관없었다.
이번 외출로 얻을 건 다 얻고 왔으니. 몇몇 오크들이 중간 지대 근처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중에선 우르칸도 있었다.
―취익! 큰형님! 목 빠지게 기다렸다! 맛있는 건?
“그간 별일 없었지?”
―취익! 형님 말 맞았다! 그놈들 겁쟁이다! 정찰병 몇 놈 외엔 안 보였다! 그래서 맛있는 건?
“짜샤, 챙겨 왔다. 애들보고 가서, 축제 연다고 알려.”
―추, 축제! 정말인가?
“그래. 아주 배 터지게 먹여 줄라니까.”
식량이 복사가 된 이상, 이제부턴 덩치 불리기가 최우선이다.
축제는 오크족의 전통 중 하나였다. 넘치는 음식을 과시해 부족의 강함을 보여 주는 행사.
큰 규모의 축제를 벌이면 근방의 오크란 오크는 죄다 몰려들 거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낙원이 있다는 데 안 찾아오고 배길까.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빨리 숫자가 늘어나겠지.
‘아끼면 똥 돼.’
폭력적인 숫자는 지형의 이점조차 무너뜨린다.
요새?
결국 그것도 무적의 방어물은 아니었다. 데스 로드의 시련에서 목도하지 않았던가.
끝없는 물량엔 장사가 없다는 것을.
그걸 재현할 생각이었다.
덩치를 불린다.
그리고 요새를 무너뜨릴 것이다.
―취익! 동생들한테 말하겠다! 주변에 잔뜩 소문낸다! 우리 축제 벌일 만큼 강하다고!
“이젠 척하면 척이네. 똑똑해졌어.”
―취익! 우르칸 똑똑하다!
“가라.”
제대로 놀아 볼 시간이다.
* * *
사도 벨리타스.
그의 앞에 흑마법사가 공손히 꿇어앉았다.
“위대한 사도시여. 놈들이 이상한 행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상한 행동?”
“예. 거대한 규모의 축제를 벌일 모양새입니다. 몬스터의 고기를 굽고, 식량을 마구 소모하고 있습니다.”
“크하하! 이거 완전 머저리가 아닌가!”
벨리타스가 아주 기껍다는 듯 웃어젖혔다. 오크족의 식량 사정에 대해선 훤히 꿰뚫고 있었다.
정찰병을 보내 계속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넉넉하게 음식을 먹지 못했던 오크들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매서운 겨울에 어디서 식량을 구한단 말인가?
인근 몬스터도 씨가 말라가고 있는데.
그러니 배급을 줄이고 비축을 악착같이 쌓았을 것이다.
그 와중에 축제를 벌인다?
그런 미친 짓을 벌일 만한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그 인간 놈, 많이 초조했던 모양이야.”
“예. 굶주린 오크들의 원성이 자자했을 겁니다. 나약한 인간답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식량을 죄다 푼 것이겠지요.”
벨리타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성난 민심에 버티지 못한 것이다.
‘생각이야 뻔하지.’
남은 식량을 죄다 뿌려 오크들을 최대한 모으고, 그렇게 쥐어 짜내 모은 오크로 요새를 공격하는 것.
“요새의 방비를 철저히 강화해라. 아마 며칠 내로 놈들이 쳐들어올 것이다.”
“알겠습니다. 위대한 사도시여.”
별다른 희생 없이도 오크의 준동을 막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벨리타스는 확신했다.
이 싸움은 자신들의 완승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