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50)
돈지랄 네크로맨서 (50)
인면지주(1)
“그래서 그 임무가 뭐일 것 같아요?”
“모르죠? 그래도 깰 만한 거 주겠죠. 련주는 저 무조건 올리고 싶어 할 거라.”
“……1등 노린다 했죠. 승천인지 뭐시기인지 얻고 나서 어쩌시려고요? 듣기론 그거 무조건 위에 바쳐야 한다던데.”
“당연히 제가 꿀꺽할 겁니다.”
서예림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련주 세지 않아요? 거기에 무림 맹주나 천마 그런 애들도 노린다면서요. 전쟁 일어난다던데?”
“요즘은 시녀들도 그런 내용을 아나?”
“……장삼 그놈이 떠벌린 거예요. 기다리는 사이 귀동냥 좀 했죠.”
아, 장삼이.
그 수다쟁이라면 죄다 내뱉을만 하지.
고개를 끄덕였다.
“련주는 좀 치던데요. 일단 정면 승부론 절대 못 이겨요. 아마 예림 씨도 안 될 겁니다. 전쟁도 벌어지겠죠.”
“……근데 그걸 꿀꺽하시겠다고요? 딱 봐도 게이트 이름 바뀔 것 같은데. 천라지망, 뭐 그런 걸로. 게이트 등급 A로 변하는 거 아닌가 몰라.”
“올. 천라지망도 알아요?”
“……허. 누굴 진짜 밥 먹고 검만 휘두르는 무식쟁이로 아시나. 무협 소설 몇 개 봤어요.”
“뭐……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아니, 듣고 보니 상당히 그럴듯하네요.”
천라지망.
하늘과 땅의 그물.
대충 엄청난 포위망을 말하는 뜻이다. 승천의 실마리 들고 튀면 세 단체 다 눈이 뒤집힌 채 쫓아오겠지. 진짜 그만한 포위망이 갖춰질 가능성이 높았다.
“예림 씨는 걱정할 거 없습니다.”
“어째서요?”
“클리어는 아마 용봉지회가 끝나고 등수가 정해지는 순간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럼 당신도 승천 들고 튀면 되잖아요. 근데 그만한 물건을 그리 쉽게 빼내게 둘 리 없는데?”
“그러니 저한텐 안 뜨겠죠. 음. 정확히 말하자면, 전 승천의 실마리를 련주한테 건네줘야 클리어가 뜰 것 같은데요.”
바치는 게 국룰이라 했으니 바치는 것 자체가 클리어 조건일 가능성이 높았다.
안 바치면?
게이트가 많이 화나서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이 높겠지.
반면 서예림 쪽은?
2등이나 3등은 딱히 위에 바치고 그런 의식이 없다.
그냥 먹으면 끝이다.
그러니 그 이후부터 게이트를 빠져나가게 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까, 저보고 먼저 빠져나가라는 소리인가요? 상만 쏙 빼먹고?”
“아니면, 저랑 같이 천라지망 뚫으시게요?”
“……하아. 미치겠네, 진짜. 김민우 씨. 하나 물을게요. 정말 천라지망인지 뭔지 나오면, 뚫을 자신 있으세요?”
“저도 확신은 못 합니다. 어쩌면 죽을 수도 있겠죠.”
“근데도 한다고요?”
“쉽고 편한 길만 갔다면, 오늘 사공자한테 곡소리 나도록 맞은 건 저였겠죠.”
“……”
“지금도, 앞으로도 전 계속 도전할 겁니다.”
침묵하던 서예림이 말했다.
“전 당신을 잘 몰라요. 모르는데. 그냥 겉보기엔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 같았거든요?”
“그랬나요?”
끄덕.
고개를 끄덕인 서예림이 입을 열었다.
“근데 왜 그렇게까지 해요? 부유하고, 각성했고,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데. 보통 그럼 편히 살고 싶어하지 않나?”
“예림 씨는 왜 그렇게 합니까?”
“……뭘요?”
“얼굴 그 정도면 이쁘장하고, 할아버지 검선이고, 이미 스타라 돈 복사도 하는데. 왜 하루 종일 검만 휘두릅니까?”
“……난, 그냥…….”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그녀가 말했다.
“그냥, 그게 내 삶의 목표예요. 검을 휘두르다 보니, 할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그래서 챗바퀴처럼 노력하는 것. 내가 뭐라는지 모르겠네…….”
그 말을 들은 김민우가 빙긋 웃었다.
“나 또한 당신처럼 목표가 있습니다. 공략. 그게 내 삶의 목표입니다. 하다 보니 그게 업이 됐고, 그래서 안 하면 몸이 간지럽습니다.”
“……중증이시네?”
“그런가요?”
서예림이 김민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다른 건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는 느낄 수 있었다.
‘진심이네.’
그의 눈이 말해 주고 있었다.
적어도 저 공략이라는 목표 하나만큼은 정말 진심이라고.
“……계획은 있어요?”
“생각해 둔 건 있습니다. 먹힐지 안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린다는 전제 하에, 생존 가능성은 얼마나 될 것 같은데요.”
“30%?”
“안 풀리면?”
“한 1% 되려나? 거의 죽겠네요.”
“내가 끼면?”
“잘 풀리면 40%, 망하면 2% 정도 되겠네요.”
“잘 풀릴 때야 그렇다 치고, 실패할 땐 겨우 1%밖에 안 오른다고요?”
“망하면 진짜 한없이 추락할 테니까요. 최악을 가정해야겠죠. 거기에 미안한데, 당신은 련주 붙으면 10분도 못 버팁니다.”
“님은요?”
“12분?”
“……나보다 더 세다고?”
“세다기보단, 이쪽은 활용할 게 좀 많습니다.”
게이트 안에선 뭔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법. 당연히 아공간에 이것저것 죄다 챙겨왔다.
차후 써먹을 일이 많을 것이다.
“……좋아요. 그거, 생각해 볼게요.”
“이걸 끼겠다고?”
“아직 안 정했는데?”
“끼지마요. 진짜 죽을 확률 높습니다. 농담 아닙니다.”
아무리 공략이 인생의 목표라지만, 서예림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러 사지로 뛰어든 사람이었다.
또다시 같이 사지에 뛰어들게 할 마음은 없었다.
“……벌써부터 김칫국 한 사발 마시려 하시네. 아직 안 정했다니까?”
“그러니까, 끼지…….”
그때였다.
벌컥!
대문이 열렸다.
“두 분, 빨리 와 보셔야겠습니다! 방이 걸렸어요! 그것도 아주 크게!”
임무가 주어진 모양이었다.
* * *
[임무(특급)] [천공산 인면지주 사냥] [점수: 3만 점] [도전자: 백소천, 최앵앵, 장삼] [세부 사항: 인면지주의 등껍질을 가져올 시 백소천과 최앵앵에게 1만 5천 점 부여.] [본 임무는 장로회에서 의결한 것으로 련주도 동의함.] [수신: 임무를 방해하는 자는 지위를 막론하고 거열형에 처함과 동시에 삼족을 멸함.]사도련 곳곳에 붙은 방의 내용에 무사들이 웅성거렸다.
“천공산의 인면지주? 설마 그 마물을 말하는 건가?”
“절정 고수들도 들어갔다 시체로 스러지는 곳인데…….”
“최앵앵하고 장삼은 대체 누구야?”
“장삼? 저거 하인인데? 최앵앵은 시녀고?”
“시녀하고 하인이 도전자? 죽으러 가라는 건가? 거기에 오공자라니…….”
“자네, 소식이 한참 늦구만? 못 들었어? 오공자가 글쎄 사공자를 한 방에…….”
그때.
오공자와 시녀, 하인까지.
저 멀리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웅성거리던 무사들이 길을 비켰다. 세 사람이 임무를 바라보았다. 셋 중 유일하게 장삼의 얼굴만이 사색으로 변했다.
손발을 벌벌 떤 채.
장삼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어…… 아까부터 이상했습니다만, 제 이름이 왜 저기 올라가 있는 것인지?”
“장삼아. 너 아까 말했잖아. 공자의 유일한 충복이라고.”
“아니, 누님……! 그거하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잖습니까!”
“그래서, 너 혼자 쏙 빠지려고?”
“그, 그게 아니라…….”
장삼은 미칠 것 같았다.
원래 하인의 위세는 주인을 따르는 법.
오공자가 힘을 숨김!
그 힘숨찐 시절을 눈물과 설움으로 버텨 냈다.
드디어 1년 만에 자신도 빛을 보나 싶었는데.
‘인면지주라니!’
천공산의 인면지주.
아주 악독한 마물로 절정 고수까지 뚝딱 잡아먹는다 알려진 괴물이었다.
그뿐인가?
천공산 곳곳엔 숨도 못 쉴 독기가 가득하고, 한 번 밟으면 발 껍질이 죄다 벗겨져 나갈 만큼 끈끈한 거미줄이 가득하다 들었다.
‘근데 이걸 잡으러 가?’
그것도 단 셋이서?
아니, 자신은 전력 외니 겨우 둘이다.
이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오공자가 사공자를 이겼다지만, 그 사공자가 한 꾸러미가 와도 인면지주의 털끝이나 건드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3만 점이 괜히 3만 점이 아닌 것이다!
‘아아, 드디어 련주가 악독한 속내를 드러내는구나!’
평소 오공자를 자식으로 취급조차 안 하더니. 결국 잔혹한 독니를 드러내고 말았다.
장로회에서 의결된 사항은 설사 련주라 해도 뒤집을 수 없었다.
왜냐?
결국 련주가 동의해야 의결이 되는 구조였으니까.
자기가 동의하고 다시 자기가 반대하는 맛탱이 간 짓을 벌일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방해하는 놈은 없겠네.”
음음 거리며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오공자를 보자니 복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아니, 공자님은 걱정도 되지 않으십니까? 이건 죽으러 가라는 거잖습니까!”
“죽을지 살지는 가 보면 알겠지. 가자. 준비해야 할 게 많으니.”
김민우가 태연하게 뒤돌아섰다.
서예림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 같이 가요!”
장삼이 헐레벌떡 뛰기 시작했다.
여기서 뭐 도망이라도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찌됐든 자신은 두 사람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 * *
거처에 돌아왔더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2장로였다.
그가 검 한 자루를 건네주었다.
[유령검] [등급: 유니크] [레벨 제한: 110] [효과 1. 검에 적중당할 시 환각을 볼 확률 대폭 증가.] [효과 2. 휘두를 때마다 일정 확률로 망령이 튀어나와 전투를 돕는다.] [효과 3. 마력 +40]검을 본 김민우가 휘파람을 불었다.
마력 붙은 검은 좀 귀하다.
보통 이런 건 안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게 마력 쓰는 직업이 근접 무기 들어서 뭐 한단 말인가.
매물도 없고, 수요도 없는.
그런 부류의 아이템이었다.
‘나한텐 최고지.’
거기에 나머지 두 효과도 제법 쓸만했다.
심판의 검.
레어 등급 검을 부순 대가로 유니크 검을 창조했으니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마음에 드시는가?”
“쓸만하네요.”
“련주께서 건네주신 검일세.”
“뭐 하나가 빠진 것 같은데요?”
“허허. 알뜰하구만. 받으시게.”
그가 무공서 한 권을 건넸다.
[귀살검법(鬼殺劍法)]서책을 쭉 훑어보았다.
‘그럭저럭 쓸만하네.’
B급 무공.
련주 입장에서 크게 부담 없이 반출할 수 있으면서도, 그렇다고 개나 소나 볼 수는 없는.
딱 그 정도 수준의 무공서였다.
련주에게 달라고 했던 건 검과 무공서였다. 둘을 받았으니 거래는 끝난 셈이었다.
“잘 받았다고 전해 주십쇼.”
“그러지.”
고개를 끄덕인 2장로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어느새 다가온 서예림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내비쳤다.
“무공 배우시게요?”
“아뇨. 전 못 배웁니다.”
“……당신 재능이면 맘만 먹으면 그냥 하루 만에 익힐 것 같은데요?”
응, 아니야.
무공서는 스킬북과 다르다.
이건 일종의 ‘수련 가이드북’ 느낌이었다. 보고 열심히 따라 하다 보면 스킬이 생성되는 구조다.
당연히 언제 생성될지는 재능에 따라 갈렸다.
김민우의 재능이라면?
늙어 죽을 때까지 무공서 따라 해도 무공 절대 못 배운다.
아쉽지는 않았다.
‘어차피 무공은 보통 한 종류 이상 배우는 게 금기시되기도 하니까.’
재능 좀 있다고 욕심내면 골로 가기 딱 좋은 구조였다.
계열이 꼬이는 순간 주화입마가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자면.
공동파의 하위 무공을 배웠으면 앞으로 상위 무공은 공동파 것만 배워야 한다는 거다.
그렇게 턱 막히지 않으려면 한 방에 S급, 최상위 무공을 찾아 배워야 하는데.
‘빡세지.’
당장 무림에서 시작하는 무대를 찾는 것부터가 문제다.
그 무대에서 S급 무공을 얻는 것도 문제일 테고.
‘딱 B급 정도일 줄 알았지.’
A나 S급 같은 건 련주라 해도 그냥 반출할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장로들이 입에 게거품 물고 반대할 테니까.
인면지주 정도는 사냥하고 증명해야 흠…… 한번 줘 봐? 이런 느낌일 텐데.
‘안 줄 게 뻔해.’
그거 사냥하고 돌아오면 바로 용봉지회로 출발해야 한다.
그 며칠 새 그만한 고위 무공을 어떻게 익힌단 말인가? 오히려 안 익히느니만 못한 상황이 된다.
그러니 차라리 1등 상 타고 뇌물 바칠 때 상으로 건네주는 게 그림이 훨씬 좋았다.
그러니 안 줄 것이다.
어찌 됐든.
이건 김민우가 익히려 구한 게 아니었다.
“장삼, 너. 일로 와 봐라.”
“부르셨습니까요!”
“받아.”
“……?”
장삼이 무공서와 자신의 얼굴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이거, 저 주신다굽쇼?”
“안 받을 거야?”
“아, 아뇨! 받겠습니다! 받고 말고요!”
귀살검법.
딱 봐도 이름부터가 뭔가 있어 보이는 무공이었다.
거기에 장로가 직접 전해 준 무공이 아니던가?
그저 그런 허접한 무공은 절대 아닐 것이다.
장삼이 여태 배운 것이라곤 길거리 도인에게서 산 토납법과 삼재 검법뿐이었다.
산골 마을 건달들까지도 공유하는 그 친근한 심법과 검법!
그러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
그가 헐레벌떡 무공서를 쥐었다.
“귀살심법, 귀살보. 뭐 그것들도 거기에 적혀 있으니까 죄다 외워. 이제 거미 잡으러 출발할 건데, 내일부터 시험 본다. 못 외우면 죽어.”
“예! 외우겠습니다요!”
장삼이 호기롭게 외쳤다.
그가 한 가지 실수한 게 있다면.
못 외우면 죽는다는 말을 너무 가볍게 봤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