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58)
돈지랄 네크로맨서 (58)
천라지망(2)
“이것 참. 골 때리는군.”
무림맹주 양정학.
그가 바닥을 본채 눈을 좁혔다.
추적을 시작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하들이 자신을 호출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이 바닥에 보이는 발자국 때문이었다.
수십 갈래로 퍼져 나간 발자국 더미. 심지어 발자국의 크기와 지면에 찍힌 중량이 거의 비슷했다.
덕분에 자신조차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나무를 숨길 거면 숲에 숨겨라.
그 격언에 딱 맞는 행동이었다.
그때.
짜증 난다는 듯 구양천이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무게를 이 정도로 정교하게 맞춰? 이 새끼, 그냥 충동적으로 튄 게 아니네. 판을 제대로 짰어.”
“……맞다. 거기에 더 큰 문제는…….”
“자신들의 발자국을 망자의 것이랑 완전히 섞어 버렸다는 거지. 아주 귀찮게 됐어.”
양정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를 오십씩 나눠 사방으로 퍼뜨렸다. 그것도 앞서 나간 발자국을 계속 밟는 형태로. 이러면 자신들이라 해도 추적이 불가능했다.
모든 방향에 엉망으로 변한 발자국이 가득했으니까.
‘구별이 안 돼.’
정말 철저하게 교육시켰다는 뜻인데.
양정학이 고개를 갸웃했다.
“……망자를 이렇게 정교하게 교육시키는 게 가능한 일인가?”
“그거야 저기 사도련주 저놈이 알겠지.”
“…….”
백학성 또한 굳은 얼굴로 지면을 바라보는 건 마찬가지였다.
곧이어 그가 말했다.
“이런 교육을 시키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다만…… 그러려면 망자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 강시 정도는 되어야겠지.”
“그럼, 백소천의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건가?”
“아니. 처음 보는 종류의 망자긴 했지만, 느껴지는 기운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보통 그런 저급한 망자는 교육이 불가능하다.”
“근데 했잖아.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모른다.”
“빌어먹을. 이렇게 되면 우리도 무리를 나누는 수밖에 없다.”
구양천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향을 전부 수색할 건가?”
“……분명 안 갔을 만한 방향도 있긴 하지만, 우린 놈들의 탈출 방향을 모른다. 단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경시할 수 없다.”
백학성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활한 놈이다.
오히려 허를 찔러 안 갔을 만한 방향으로 움직였거나, 아니면 정말 낮은 가능성이지만 아예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승천의 실마리가 걸린 일이다.
작은 위험성 하나도 경시할 수 없었다.
턱을 쓸은 양정학이 말했다.
“그럼 칠백씩 나누지. 전부 뒤진다. 한 무리에 최소 장로급 인사 두 명은 포함되어야 한다.”
이 제안에도 반대가 없었다.
3등을 한 초원휘에게 용봉지회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세 사람이 남을 때까지 전부 죽여야 하는 주제.
무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단 한 명도 어중이떠중이가 없었다.
다들 밖에선 떵떵거릴 만한 실력과 신분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근데 거기서 1등과 2등을 한 강자들이 도망쳤다.
심지어 1등이란 놈은 수천의 망자를 부릴 수 있다고 알려진 상황.
어중이떠중이만 구성해서 보냈다간 시간도 못 끈 채 역으로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았다.
최소 장로급 인원들이 둘은 있어야 시간을 끌 수 있을 터.
다행히 천하 무림을 제패한 세 단체가 전부 모인 상황이었다.
그 정도 배치는 어렵지 않았다.
단지.
인원을 서로 섞을지, 또한 수색 방향은 어디로 배정할지가 문제일 뿐.
“마교는 이곳을 맡지.”
지도를 본 구양천이 정면을 가리킨 채 말했다.
그 말에 둘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허허, 지랄 마시게.”
“네놈, 우리 사도련을 병신으로 보는 건가?”
두 연놈이 도주 방향을 잡았다면 아무래도 정면 쪽일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선 얼마든지 방향을 꺾을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외각 쪽 방향은 도주하다 포위당할시 움직일 곳이 다소 한정적이었다.
“그럼 뭐 어쩌자고.”
구양천이 얼굴을 팍 구긴 채 물었다.
양정학이 답을 내놨다.
“여기 끝 방향부터 시작해서 섞지. 사도련, 무림맹, 마교 순서로. 사, 무, 마, 사, 무, 마. 이런 식이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한 무리씩 띄엄띄엄 보내자고? 서로 소통은커녕 엿이나 안 먹이면 다행일 텐데?”
“그렇다고 네놈 말처럼 한 방향을 정해 보내면, 정면 외 다른 방향을 맡은 쪽에선 불만이 나올 거다. 안 그런가?”
“크흠.”
구양천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거기에 한 무리로 그 둘을 잡긴 어려울 터. 발견하게 된다면 주변의 지원이 필요하겠지. 이러면 세 단체 다 놈들을 쫓을 수 있게 된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배치라면 어떤 한 단체가 둘을 발견했을 때 주변에 지원을 요청할 만한 곳은 나머지 두 단체밖에 없게 된다.
설사 한참이나 옆에 떨어진 자신의 단체에 도움을 청한다 해도.
‘눈치채겠지.’
한 단체가 어디 한 곳을 향해 우르르 몰려가면, 옆에 있던 놈들이 눈치채서 쫓아가지 않겠는가.
일단 기회가 공평해진다는 점에선 최선의 배치였다. 물론 효율로 보자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효율은 못 잡을 것 같을 때나 따지는 것이고.
‘못 잡을 리 없다.’
셋의 생각은 동일했다.
애초에 못 잡는다는 선택지가 없었다.
분명 탈출 지점까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것이다.
애초에 탈출 지점이 가깝다?
‘그럼 이렇게 꼬아서 도주하진 않겠지.’
가까우면 이딴 짓에 시간 낭비 말고 그냥 눈썹 휘어지도록 달리는 게 정상이었다.
물론 교활한 놈이니 가까워도 이런 짓을 벌일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탈출이 가까운 걸 어떻게 잡으란 말인가. 그렇기에 그 경우는 생각하지 않았다.
‘반드시 잡힐 거다.’
삼만에 가까운 추적 병력.
거기에 어차피 놈들이 가는 방향엔 어디든 성도가 존재했다.
당연히 성도에 전서구를 보낸 지 오래였다. 며칠 통행을 가로막고 그 누구든 통과시키지 말라고.
뒤도, 앞도 가로막혔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언정 사냥은 성공할 것이다.
“의견도 조율했으니 출발하지. 한시가 급하다.”
“좋다.”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추적대가 꾸려졌다.
* * *
사람의 체력엔 한계가 있다.
그건 뛰어난 각성자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동안 몇 개의 산을 연속해서 넘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서예림을 바라보았다.
피로한 기색이 엿보였다.
능력치가 이쪽보다 더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피로를 안 느끼는 건 아니었다.
‘잠깐 쉬어야겠군.’
하루를 꼬박 달렸다.
거기에 뒤따라오던 오십의 해골 또한 사방으로 퍼뜨려 두었으니, 추적에 혼선이 빚어졌을 것이다.
시간은 좀 벌렸을 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적당한 동굴이 하나 있었다.
“후욱. 저기서 잠시 쉬었다 가죠.”
그렇게 그녀와 함께 굴에 들어가 앉았다. 에너지바를 우물우물 씹은 채 떠오른 지도를 살폈다.
[진행 거리: 20%] [남은 거리: 80%]‘이제 1/5 정도 왔군.’
달리 말하면 이 속도로 네 번을 더 달려야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몇몇 길은 지도를 보니 성도를 통과해 지나가야 했다.
심지어 그쪽 성도는 무림맹의 영향력이 닿는 지역이다.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서예림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얼굴이 복잡하게 변해있었다.
“일단 추적을 교란하는 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긴 한데…… 아예 직선으로 갈 건가요?”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루트.
성도를 쭉 지나간다.
지도를 보니 규모가 대충 도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장점은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
단점은…….
‘아마 지금쯤이면 현상금 수배지가 죄다 뿌려졌겠지.’
전서구는 사람이 달리는 것보다 수십 배는 더 빠르다. 이미 사방에 전서구들이 뿌려졌을 것이다.
정면으로 가면 조용히 지나가는 건 글렀다고 봐야 했다.
“고민 중입니다. 근데, 돌아가면 더 빨리 따라잡힐 겁니다.”
일직선과 빙 돌아가는 것.
당연히 직선이 훨씬 빠르다.
심지어 돌아가려면 산을 타야 했다.
체력 소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아직 우리가 간 방향을 들키진 않은 것 같던데. 그럼 빙 돌아가서 모습을 숨기는 게 낫지 않겠어요?”
“문제가 있습니다. 해골들은 일정 범위 이상 떨어지면 소환이 풀려요.”
물론 그 범위란 게 생각보다 매우 넓긴 했다.
문제는 지금 앞으로 쭉쭉 달려나갈 때마다 해골과 이쪽 사이의 거리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잘해야 이제 반나절?’
가장 먼 쪽부터 서서히 소환이 해제될 것이다.
“……뭔 짓을 하든 결국 수색 방향이 좁혀지겠네요.”
“어차피 온전히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습니다. 거기에 해골들은 느려요. 금세 따라잡힐 겁니다.”
물론 이쪽 해골이 뼈 교환과 데스 로드, 장비 효과 등으로 능력치가 제법 높다고는 하지만, 당연히 밥 먹고 보법 배운 무림인들보단 느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중무장에 가방까지 멘 상태가 아니던가.
‘2차적으로 명령을 내리긴 했는데…….’
좀 가다가 산이나 동굴 같은 곳 보이면 하나둘씩 흩어져 숨으라고 명령을 내려 두긴 했다.
최대한 귀찮게 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결국 시간 벌이일 뿐이란 거지.’
결론.
어차피 수색 방향은 좁혀지고, 추적당할 수밖에 없다.
서예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루 내내 달려서 20%라…… 그럼 최소 4일은 더 필요하고…… 해골들로 시간을 언제까지 끌 수 있을까요?”
“아마 삼만의 병력이 죄다 나뉘었을 겁니다. 길어야 하루 정도면 제 소환수가 전부 죽어 나갈 테죠.”
“하루. 그럼 잘 가야 40%네요.”
“그건 산길을 타서 그런 거고. 성도를 정면으로 지나갈 수 있다면, 진행도를 반까지는 높일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말을 탄다면? 더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최소 50%…….”
꽤 달콤한 목표치처럼 보였는지, 서예림의 눈이 몽롱해졌다.
물 한 모금을 들이킨 채 말했다.
“문제는…… 방향을 들킨다는 것과, 평지라 이동 수단을 타고 올 수 있다는 것이겠죠.”
산길은 말 타고 못 간다.
당연히 무림인들도 맨몸으로 뛰어와야 했다.
근데 이쪽만 힘들겠는가?
아니다.
추적하는 저쪽도 힘들어 죽을 거다.
근데 평지라면?
저쪽은 거리낄 게 없다.
말이나 마차 타고 달려와도 된다.
심지어 중간중간에 아주 쉽게 쌩쌩한 말들로 갈아탈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이쪽은 말을 구하는 것부터, 그걸 타고 길 따라 가는 것까지 죄다 부담스럽다.
현상금도 더럽게 높게 걸렸을 테니, 수상쩍다 싶은 순간 사방에서 제보가 이어지겠지.
“아예 산골짜기에 숨어 버리는 건…… 아, 안 되겠네. 게이트 터지지…….”
“예. 터지면 저희 다 죽습니다.”
게이트가 터진다?
클리어 실패라는 소리다.
그럼 내부에 있던 도전자는 전부 사망한다. A급은 첫 클리어까지 3달이 주어진다.
근데 이미 한 달 정도 지났네?
겨우 두 달 남았다.
존버?
못 한다.
“설사 안 죽는 구조라 해도 버티는 게 큰 의미가 있진 않습니다. 저들이 몇 년 지났다고 실마리를 포기할 것 같던가요?”
“……아니겠죠.”
“어찌 됐든, 우린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서예림이 고개를 끄덕인 채 말했다.
“정리해 보죠. 빙 돌아가면 조금 늦게 들키겠지만 결국 방향을 특정당하는 건 같다. 거기에 속도가 느리다.”
“예.”
“성도 지나서 가면 빨리 갈 수 있는데 추격조가 개떼처럼 달라붙을 것이다. 맞나요?”
“거기에 하나 더해야죠?”
“……?”
“요 앞 도시 말고도 진행 방향마다 도시가 계속 있지 않습니까. 왜 있을까요?”
“……뒤 말고 앞에서도 추적이 올 거다?”
“그래야 A+ 게이트겠죠?”
“하아…… 어렵네요.”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권장 인원 30인.
괜히 권장 인원이 그렇게 높은 게 아니었다.
“그래도 앞쪽은 수준이 그리 안 높을 겁니다. 정예들은 이미 용봉지회에 다 끌려갔을 테니까.”
“……그쪽은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제 경험상 이럴 땐 뒤도 안 보고 쭉쭉 달려 나가는 게 맞습니다.”
“성도 뚫자는 거죠?”
“예. 어중간하게 빙 돌아갔다간 세 노괴한테 잡혀서 오체분시 엔딩 날 겁니다.”
그 말에 서예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좋아요. 정면으로 가죠.”
그때.
―꾸우.
하양이가 동굴 안으로 날아왔다.
곧이어 녀석이 부리로 땅을 콕콕 찍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총 일곱 개.
거기에 X가 옆에 붙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발톱으로 땅을 찍찍 긋기 시작했다.
작대기 여덟 개가 그려졌다.
“어이구, 내 새끼. 기특하다 기특해. 아빠가 간식 줄게.”
―꾸우!
눈이 뒤집힌 채 속성을 먹는 하양이. 곧이어 더 없냐는 듯 슬쩍 눈짓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나가면 아빠가 간식 잔뜩 사 줄게. 지금은 참자. 알았지?”
―꾸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하양이.
정말 기특한 신수였다.
서예림을 바라보았다.
“추격조는 대략 칠백. 거리는 대충 8시간. 다행히 세 노괴는 포함 안 됐군요.”
“……하양이가 알려 준 거예요?”
“우리 신수는 합니다. 이런 거. 그럼, 일어나죠.”
서예림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꼬리가 더 붙기 전.
성도를 뚫을 시간은 지금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