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6)
돈지랄 네크로맨서 (6)
경매장의 폭군
레벨 업은 모든 능력치를 1씩 증가시킨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레벨 업 상황에서 능력치가 안 오르는 일은 없었다.
거기에 레벨을 높이는 건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영약은 다르지.’
일정 능력치 이상부턴 효과가 사라진다.
1레벨부터 영약 빤 채 모든 능력치를 높이고 시작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둘의 격차가 아득해지는 것이다. 김민우가 지금 경매장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이유였다.
‘첫 한계 능력치 50. 거기까진 무조건 영약으로 때워야 해.’
영약으로 높일 수 있는 구간까지 높이고, 그다음은 레벨 업과 다른 것들로 능력치를 높이는 것. 이게 바로 로열 로드였다.
물론,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제 막 각성했는데, 하나에 최소 수천만 원이 넘는 영약을 물 붓듯 들이마시는 게 어디 쉽겠는가.
그렇기에 이 방식을 쓰는 각성자는 정해져 있었다.
김민우처럼 돈 복사를 할 수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유망주로 국가나 대형 길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거나.
[각성자 경매장 한국 지부]도심 사이로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각 국가에 하나씩 존재하는 각성자 경매장.
게이트 헌터 세상의 용어로 치환하자면, ‘시스템’이 만들어 낸 신비한 부산물 정도로 말할 수 있었다.
시스템이 운영하기에 있는 압도적인 장점이 있다.
장비를 뺀 대부분의 물건이 되팔기가 안 된다.
사기 걱정도 없고, 구매 시 곧바로 인벤토리에 넣어 주기에 배송 시간도 없었다.
수수료가 비싸도 최소한의 납득 정도는 될 만한 이유다.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구매/판매할 물건을 선택하세요. 수수료는 10%입니다.] [1. 스킬북.] [2. 장비.] [3. 영약.] [4. 몬스터 부산물.] [5. 기타.]‘영약.’
[영약 판매소에 접속하였습니다.] [주의하세요. 한 번 판매를 등록한 물건은 유찰되기 전 회수할 수 없습니다.]눈앞에 수천 개의 문구가 보였다. 다양한 가격대에 올라온 영약들. 검색 조건을 세분화하자 원하는 영약들이 한눈에 쏙 들어왔다.
[최하급 마력단] x200 [가격: 개당 1억] [등록자: 연금술사 최유나] [등록 시간: 3시간 전.] [최하급 힘단] x200 [가격: 개당 8천만 원] [최하급 민첩단] x200 [가격: 개당 7천만 원] [최하급 체력단] x200 [가격: 개당 7천만 원]“오. 생각보다 많네?”
김민우가 휘파람을 불었다.
영약은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하기 어렵다. 제작하는 데 시간과 인력, 재료가 투입되니까.
반대로 파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에 수천에서 억 단위다.
그 돈이면 F급 각성자는 쓸 만한 장비로 풀 세팅을 맞출 수 있었다.
당연히 백에 구십구는 장비를 택한다.
‘어디 사고 터졌구만.’
대량 주문을 받고 만들었더니 구매자가 쫄딱 망했을 때.
저렇게 영약이 대량으로 풀려나곤 했다.
지금쯤 최유나는 똥줄이 제대로 타고 있을 것이다.
“최유나 씨, 운이 좋아.”
딸깍.
[주의!] [영약은 한 번 구매 시 타인에게 거래 또는 양도할 수 없습니다.] [하급 영약 800개를 640억에 전부 구매하시겠습니까?]딸깍.
[마지막 경고!] [수수료가 64억입니다! 정말 거래하시는 게 맞습니까?]7년 이내로 외신을 잡아야 하는 상황.
시간은 돈 주고도 못 산다.
딸깍이나 먹어라.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수료로 64억이 출금됩니다.] [인벤토리에 물품이 저장됩니다.] [판매자에게 구매자의 정보를 공유하길 원하십니까?]딸깍.
[연금술사 최유나에게 구매자의 정보가 전달됩니다!]이제 그녀에게 자신의 이름과 신분이 전달될 거다.
‘최유나는 상당히 쓸 만한 캐릭터란 말이지.’
연금술사 길드의 수석 연구원.
거기에 신분도 제법 높다.
아빠가 길드장이다.
능력도 괜찮다.
돈만 주면 영약을 빨리, 잘 만든다.
차후 이것보다 더 높은 등급의 영약이 대량으로 필요해질 때.
서로 아는 사이라면 상당히 편해질 것이다.
그녀도 물주의 정보를 알아내는 셈이니 좋은 정보 교환이리라.
* * *
“금성그룹 이 개자식들!”
최유나는 요즘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았다.
바로 금성그룹 때문이었다.
한국 100대 기업 중 하나.
영업을 뛰어야 하는 연금술사로서 평소라면 받들어 모셔야 할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영약을 주문하고 부도나면 대체 어쩌자는 거야!”
신사업으로 각성자를 육성해 게이트를 공략하니 어쩌니 염병을 떨더니 쫄딱 망해 버렸다.
하루아침에 최하급 영약 800개가 갈 곳을 잃었다.
수백억이 허공에 묶여 버린 것이다.
그뿐인가?
그 미친놈들은 그보다 한 단계 위인 하급 영약까지 잔뜩 주문을 넣었었다.
그걸 감안하면 묶인 돈이 얼마인지 상상이 안 갈 지경이다.
“그러게 선금부터 받자니까. 거기 불안하다 했잖아요. 매출만 뻥튀기지 영업이익은 영…….”
“야이 씨! 안 닥쳐? 100대 기업이 망할 줄 누가 알았냐고!”
후배의 말에 그녀가 도끼눈을 부릅떴다.
선금을 받았다면?
주문 개수가 팍 줄었을 거다.
안 그래도 아빠 빽이니 낙하산이니 온갖 잡소리가 나오는 상황.
그녀에게 중요한 건 바로 실적이었다.
그래서 질렀고,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하아…… 경매장에 올린 건 좀 팔렸어요?”
“……아니.”
그녀의 눈이 서글퍼졌다.
“아, 내 머리칼…….”
탈모 오면 안 되는데…….
그녀가 훌훌 빠지는 머리칼을 힘없이 바라보았다.
그간 인맥을 통해 판매처를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피눈물을 흘린 채 경매장에 물품을 올렸다.
아직까진 하나도 팔리지 않은 상황.
‘심지어 팔려도 손해야…….’
최하급 영약의 마진은 보통 10% 정도다.
근데 수수료가 10%네?
인건비까지 따지면 마이너스다.
“만약 유찰되면 어쩌시게요?”
“……아빠한테 도와 달라 해야지, 뭐.”
그땐 별수 있나.
욕 좀 처먹어도 치트키 쓰는 수밖에.
“제발. 어디서 초신성 하나 등장해서 영약 좀 쓸어 갔으면 좋겠다.”
“에이, 그래 봤자 일이백 개죠. 팔백 개는 소화 못 해요. 금성 같은 애들 또 나오는 거 아니면…….”
그때.
[경매장에 올린 최하급 마력단이 전부 판매되었습니다.] [경매장에 올린 최하급 체력단이 전부 판매되었습니다.] [경매장에 올린 최하급 민첩단이 전부 판매되었습니다.] [경매장에 올린 최하급 힘단이 전부 판매되었습니다.] [판매금 640억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9할의 금액이 입금됩니다.]“……어?”
[구매자가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구매자 정보] [이름: 김민우] [신분: 일성그룹 장남]“어어……? 어어어!”
“왜요? 무슨 일 있어요?”
“파, 팔렸어.”
“얼마나?”
“전부 다. 근데 김민우 이 사람, 각성자였나?”
“김민우? 그 일성그룹 망나니요?”
“응.”
“그런 이야긴 못 들었는데?”
* * *
[최하급 마력단이 흡수됩니다.]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최하급 민첩단이 흡수됩니다.] [아주 미약하게 민첩이 증가합니다. 조금 더 흡수하면 변화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최하급 힘단이 흡수됩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
마치 슬롯머신을 돌리듯 영약을 하나씩 흡수해 갔다.
‘캬, 타율 미쳤네.’
한계 능력치인 50 근처도 아니고. 끽해야 능력치 30라인에서 뭔 꽝이 이렇게 터져 나오는지.
김민우의 신들린 재능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6년간 직접 플레이해서 다행이지, 이딴 몸으로 처음 시작하는 거였다면 화병 나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사야 할 게…….’
영약을 쭉쭉 흡수하며 다음 구매창으로 넘어갔다.
[스킬북 판매소에 접속하였습니다.] [검색 레벨: 1~5, 직업: 네크로맨서. 해당 정보로 검색합니다.] [스켈레톤 소환(F)] [제한: 네크로맨서, 1레벨 이상] [가격: 2백만 원]스켈레톤 소환은 모든 소환 스킬에 근간이 되는 기본 스킬이었다.
‘꽤 있네.’
스킬북은 게이트 클리어 보상이나 몬스터 사냥 중 랜덤으로 드랍된다.
네크로맨서가 그렇게 인기 직종은 아니라 그런지 매물이 좀 있었다.
보이는 대로 죄다 구매했다.
[스킬북 42개를 전부 구매…….] [인벤토리에 동일한 스킬북이 다수 존재합니다.] [동일한 스킬북 두 권을 합쳐 강화가 가능합니다.] [성공 확률 95%.] [강화하시겠습니까?]이게 참, 사람 미치게 만드는 시스템인데.
안 할 수가 없네.
“돌릴 수 있을 때까지 돌려.”
[자동 강화가 시작됩니다!]번쩍!
[스켈레톤 소환(F)+1 이 완성…….] [스켈레톤 소환(F)+1 이 완성…….] [스켈레톤 소환(F)+1 이 완성…….] [이런. 스킬북 두 권이 사라졌습니다. 안타깝…….].
.
1강짜리 스킬북이 두 권 모이고.
[스켈레톤 소환(F)+1 두 권을 합성합니다.] [이런. 강화 스킬북 두 권이 사라졌습니다. 안타…….] [스켈레톤 소환(F)+2 가 완성…….]그걸 또 두 개 합쳐 2강을 만들고.
‘이게 9강까지 가능하단 말이지.’
오로지 성공만 한다 해도 9강까진 똑같은 스킬북이 512개 필요하다.
거기에 강화가 높아질수록 성공 확률도 점점 낮아진다.
돈 먹는 하마인 셈이다.
그래도 효과는 좋았다.
9강 정도 되면 효과가 두 배 가까이 뻥튀기되니까.
그럼 해야지.
이걸론 한참 모자라다.
네크로맨서의 저렙 구간 스킬북은 더 이상 없는 상황.
그래도 상관없었다.
진짜 돈지랄은 지금부터니까.
남은 돈은 대략 200억 후반.
“오백만 원 이하. 5레벨 이하 F급 스킬북 매물 올라온 거 싹 다 쓸어.”
[대상 매물 6,124개를 구매합니다.]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212억 3천 4백만 원이 출금…….] [수수료로 10%를 출금…….] [대량의 스킬북을 보유 중입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스킬북 두 권을 합쳐, 동일한 등급의 무작위 스킬북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합성하시겠습니까?]“스켈레톤 소환 나오면 빼 두고 남는 건 싹 다 돌려.”
[조건 설정 완료.] [자동 합성이 시작됩니다!]번쩍!
‘보자.’
6천 권이면 대략 삼백 권은 건질 수 있을 거다.
많이 합성하다 보면 원하는 스킬북이 나올 확률이 점차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게임 내 확률 보정이 좀 있으니까.’
이걸 보면 완전히 악랄한 시스템까진 아닌데.
아닌가?
이쪽이 흑우인 건가?
‘그럴 리가.’
이건 낭만이었다.
거기에 합리적인 소비기도 했다.
‘9강 강화 스킬로 한 번.’
거기에 아직 한 발 남았다.
데스 로드.
이건 모든 스킬에 적용되는 패시브다.
이걸로 두 번 강화된다면?
김민우는 확신했다.
자신의 해골은 무적일 것이라고.
핸드폰을 켠 그가 전화를 걸었다.
* * *
“예, 아버지. 접니다. 민우. 다름이 아니라, 1차 투자금을 거의 다 써서 전화했습니다.”
―벌써?
“제가 몸을 좀 못 쓰잖아요. 체력도 약했고. 그래서인지 영약에 돈이 좀 들더라구요.”
―그래도 천억이면 능력치 50까진 수월하게 찍었을 텐데……?
“다 찍어가긴 하는데, 스킬북이 문제예요.”
―설마, 9강작 하려고?
“해야죠. 데스 로드 이거, 참 좋은 스킬입니다. 빛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고작해야 1렙 기본 스킬이에요. 부담도 안 커요.”
운빨만 제대로 터진다면 말이다. 잠깐의 침묵.
곧이어 김 회장의 대답이 들려왔다.
―……좋다! 가족 좋다는 게 뭐냐? 넉넉하게 2천억 더 주마. 그걸로 장비도 사고 해라. 대신 너도 이 애비 부탁 좀 들어다오.
“어떤 부탁이요?”
―민우 너, 우리 일성 광고 모델 좀 해야겠다. 괜찮지?
“광고 모델이요?”
―그래. EX급은 너무 눈에 띄니, 대충 S급 업적 각성자로 퉁 치고 유명세 좀 타는 거다. 어떠냐?
“나쁘지 않은데요.”
―그렇지?! 그 뭐시기냐. 니가 말했던 해골 군단! 그걸로 시원하게 홍보도 좀 하고, PPL도 팍팍 넣고 하자. 콜?
“해골 군단으로 PPL이요? 뭐 어울리는 건 있고요?”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치는 법이야.
“뭐, 좋습니다. 그럼 입금은…….”
―바로 입금하마. 아, 그리고 스킬북 많이 필요하지?
“예. 경매장 쓸고 있긴 한데 매물이 좀 달리네요.”
―애들한테 말해서 경매장 외 물건들도 매입 좀 하마. 함께 모으면 더 빨리 완성되겠지.
“고맙습니다.”
―커험. 끊자. 애비 지금 바쁘다.
“예.”
역시 혈연의 힘은 위대했다.
아니, 사실은 데스 로드님의 힘이 위대했던 건가?
영약을 섭취한 채 생각했다.
‘광고 모델이라…….’
게임 속에선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나름 재밌을 것 같았다.
‘어차피 알려질 유명세기도 하고.’
검해각에서 제법 많은 사람이 각성 장면을 봤다.
빛무리도 심상찮았으니, 대충 높은 업적이라는 건 눈치챘을 터. 시간이 흐르면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 나갈 거다.
S급 업적 각성이면 사실상 슈퍼 루키 취급인 만큼, 주목은 필연적이겠지.
뭐, 괜찮았다.
S급 업적 각성 정도면 그래도 제법 있는 케이스다.
EX처럼 전 세계 최초 수준까진 아니니, 암살자가 찾아오진 않을 거다.
‘어차피 주목받을 거.’
초신성 네크로맨서로 미리 치고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지.
그때였다.
번쩍!
[모든 능력치가 1레벨 성장 한계치인 50에 도달했습니다.] [타이틀, ‘유망주’를 획득합니다.] [타이틀, ‘영약 학살자’를 획득합니다.]‘드디어…….’
감격을 느낄 새도 없이 연이어 메시지가 이어졌다.
[데스 로드의 첫 번째 시련 조건을 일부 달성하였습니다! (1/2)] [남은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 데스 로드의 부름이 막힙니다!] [현재 언데드 소환 계열 스킬이 전무합니다!] [스킬을 습득하세요!]‘응?’
생각지도 못하게 조건 중 하나를 찾았다.
‘그러니까 이게…….’
언데드 소환 스킬을 배우면, 어디 으슥한 곳으로 끌려간다는 건가?
응, 그럼 9강 찍고 준비 다 끝낸 다음 스킬 배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