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68)
돈지랄 네크로맨서 (68)
파장(1)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인터뷰.
수천만 명이 시청하는 방송 속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서예림 씨! 검사가 아닌 궁수라는 게 대체 무슨 이야기입니까?”
“직업을 바꾸었다는 겁니다.”
곧이어 서예림이 상태창 중 직업란을 공유했다.
“이런 미친……!”
“진짜 궁수가 됐다고?”
“직업이 바뀌었단 말이야?”
“대체 어떻게……!”
경악하는 기자들.
그도 그럴 게 직업이란 건 한 번 선택하면 절대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방금까지는 그랬다.
근데 진짜로 바뀌었다.
상태창으로 내보이는 정보는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기에 조작이 불가능했다.
“서예림 씨! 어, 어떻게 직업을 바꾸신 겁니까?”
“게이트에서 특별한 보상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S급 게이트에서도 그런 보상이 등장한 적은 없었는데요!”
“여태 안 나왔다 해서, 앞으로도 안 나올 것이란 보장이 있나요?”
“그건 아니지만…… 그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검사 쪽 스킬이나 업적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것 또한 바뀌었습니다.”
“검에서 굳이 활로 바꾼 이유가 있습니까?”
한 기자의 물음에 모두가 검봉의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검을 훈련해 온 그녀다. 또한 검을 못 다루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검술 실력은 어지간한 상위권 검사도 찜 쪄 먹을 수준이었으니. 그런데 하루아침에 직업을 바꾼 것이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민우가 대신 마이크를 잡은 채 말했다.
“서예림 씨는 활을 잘 쏩니다. 잡자마자 스킬을 생성할 정도로.”
“……!”
기자들의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
활을 잡자마자 스킬을 생성했다?
진짜라면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재능이었다.
“검봉에게 그런 재능이 숨겨져 있었다는 겁니까?”
“예. 마침 게이트 보상도 기회였기에 이참에 바꾼 겁니다.”
“그럼, 김민우 씨가 평가하기에 서예림 씨의 활 실력은…….”
“세계 랭커급이죠.”
“……랭커요?”
“조만간 궁수 쪽 판도가 완전히 뒤집힐 겁니다. 저랑 내기하셔도 좋습니다.”
지난번 신기록을 도전했을 때.
그때 내뱉었던 평가와는 백팔십도 달랐다. 검술은 허접이라고 내려치더니, 궁술은 무려 세계 랭커급 실력이라고 한다.
‘이걸 믿어야 해, 말아야 해?’
물론 서예림도 바보가 아닌 이상, 괜히 직업을 바꾸진 않았을 터.
궁술 쪽 실력이 검술보다 더 뛰어나다는 건 분명 사실일 것이다.
그게 세계 랭커급이라니 잘 안 믿겨서 그렇지.
“앞으로도 많은 활약을 하실 테니, 실력이야 차차 알아 가게 될 겁니다.”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민우 씨! 도림 측에서 사과문을 공지했는데 받아들이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도림? 거기서 누가 보냈는데요.”
“그냥 기업의 입장 표명이었습니다.”
김민우가 피식 웃었다.
“사람 하나 묻으려 해 놓고 고작 그걸로 되겠습니까?”
“그럼…….”
“전 이번 일이 도림의 계획적인 사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계획적인 사주요?”
“요즘 제 광고 때문에 도림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지요? 혹시 못난 아들놈 하나 던져서, 잘나가는 아들놈 하나 묻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도림의 조 회장이, 자신의 아들에게 일종의 자폭 테러를 지시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뭐,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겁니다. 도림 입장에선 할 만한 교환이죠. 막말로 조필욱 같은 개망나니 하나 주고 이쪽 처리하면 이득 아닙니까?”
아님 말고.
논리적으로 보면 완벽히 맞아떨어지진 않았다.
도림 측에서 살인을 사주할 거면 조필욱보단 그냥 자신들과 관계없어 보이는 제3의 의뢰인을 활용하겠지.
근데, 어쩌라고.
그건 김민우의 알 바가 아니었다.
일단 음모론부터 솔솔 뿌린다.
원래 소문을 뿌리는 쪽보다, 그걸 받아쳐야 하는 쪽에서 증명해야 할 게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론이 모인 지금.
이 말로 인해 도림의 매출에도 상당히 큰 타격이 갈 것이다.
자신은 A+급 게이트를 공략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상황이 아닌가.
2위 그룹인 만큼 일성과 겹치는 분야가 제법 많았다.
도림이 추락한다는 건 그만큼 일성이 올라간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단순히 도림의 매출을 작살내기만 해도 좋고.
‘이참에 큰 거 하나 뜯어내도 좋겠지.’
사업 하나 뱉게 해도 좋았다.
뭐가 됐든.
도림이 먼저 선빵을 갈긴 이상, 순순히 넘어갈 생각은 없는 그였다. 거기에 어차피 뒷배는 이쪽이 더 크다.
[(속보) 게이트 공략 지분 5:5! A+급 게이트에서 날뛴 D급 각성자가 있다?] [(속보) 검봉의 보증! 5:5 공략은 틀림없는 사실!] [(속보) 이젠 검봉이 아닌 활봉? 서예림, 궁수로 직업 변경!] [(속보) 국제급 슈퍼 루키들이 뭉쳤다! 돈지랄 길드에 서예림 합류!] [(속보) 도림의 조 회장, 김민욱 처리하려 아들에게 살인 지시?] [(속보) 도림 측, 터무니없는 음모론이라 일축하며…….]* * *
인터뷰를 끝낸 뒤.
김민우가 서예림을 바라보았다.
“검해각, 같이 가 드립니까?”
“……아뇨. 생각해 보니 이건 제가 해결해야 할 일 같아요.”
“괜찮겠어요?”
“……고작해야 직업 바뀐 거 말하는 것일 뿐인데요 뭘. 그렇다고 결과가 안 좋은 것도 아니고. 괜찮으니 민우 씨 할 거 하세요.”
그렇다면야.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고.
홀로 돌아온 서예림이 검선을 찾았다.
“이야기는 들었다. 예림이 네 직업이 궁수로 바뀌었다고?”
고개를 끄덕인 서예림이 자신의 상태창을 검선에게 공유했다.
스킬을 바라본 검선이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보유 스킬: 신궁 이페린(SSS), 귀신 걸음(A), 정밀 저격(A)…….
“SSS급이라니…….”
그조차 처음 보는 등급의 스킬이었다.
“이게 네가 말했던 그 게이트 보상으로 얻은 스킬인 것이냐?”
“그게, 사실은…….”
서예림이 사정을 설명했다.
김민우가 활에 대한 재능을 알아본 것부터 시작해서 이후 신비한 공간으로 넘어가며 재시험을 보게 된 과정까지. 그 말에 검선이 놀란 눈빛을 내비쳤다.
자신을 비롯한 한국 최상위 각성자들조차 알아내지 못했던 재능이었다. 그걸 김민우는 어떻게 한눈에 알아냈단 말인가?
거기에 재시험이라는 특별한 과정을 겪게 만든 것까지.
‘……정말 신비한 아이다.’
검선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때.
서예림이 검선을 빤히 바라본 채 말했다.
“할아버지.”
“말하거라.”
“전, 늘 할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러지 못했죠.”
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녀가 자신의 인정을 갈망한다는 건 그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렸을 때.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이 아이를 맡아 키우게 됐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검선은 그녀가 원하는 걸 주지 않았다.
아니, 줄 수 없었다.
그녀의 재능은 그의 인정을 받기엔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거짓을 말해 봤자 무엇하겠나.
의미가 없을 것을.
어느 순간부턴 대련도 피했다.
손녀가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예림의 눈이 진지해졌다.
“이제 검이 아닌 활을 잡게 되었지만, 제 목표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저와 대련해 주세요.”
“……일어나거라.”
검선이 그녀와 함께 연무장으로 움직였다. 자연스레 사범과 제자들이 몰려들었다.
“뭐지? 설마 두 분, 대련하는 건가?”
“연무장으로 향하는 거 보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마지막 대련이 거의 3년 전쯤 아니었나?”
그렇게 두 사람이 연무장에 섰다.
서예림이 자신의 무기를 꺼냈다.
[신궁 이페린(SSS)를 발동합니다!]번쩍!
빛무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 신궁이 쥐였다. 수십 년을 휘둘렀던 검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손에 감기는 활.
‘이페린. 날 도와줘.’
부르르……!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이페린이 부르르 떨렸다.
검선 또한 검을 뽑았다.
연무장 내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곧이어.
“시작하마.”
끄덕.
둘의 대련이 시작됐다.
서예림이 곧바로 신궁의 스킬을 사용했다.
[신궁이 ‘살상 지대’를 선포합니다!] [20분간 유지됩니다!] [민첩 +50% 증가.] [마나 화살이 세 배 더 많이 생성됩니다!]살상 지대.
신궁에 담긴 효과 중 하나였다.
달려드는 검선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푸른 마나가 결집되며 화살의 모습으로 변했다.
세 발의 화살.
숨을 참은 채 집중한 그녀가 시위를 놓았다.
피잉!
세 발이 정확하게 검선을 향해 날아갔다. 화살이 직선으로 날아가던 도중 바람을 타며 궤도가 셋으로 갈라졌다.
마치 삼 면에서 포위하듯 날아오는 화살에 검선이 눈을 빛냈다.
‘까다롭군.’
하나를 쳐 내면 그사이 하나가 몸에 박히는 식으로 정교하게 날아오고 있었다. 화살을 쏠 때부터 바람의 흐름과 궤도 간 속도를 계산했다는 뜻이다.
고작해야 활시위를 한 번 당긴 것일 뿐이지만, 재능의 편린을 보았다.
물론, 못 막을 건 없었다.
일검을 휘둘러 세 발의 화살을 단숨에 쳐 냈을 때.
이번엔 하늘과 정면에서 화살 세례가 쏟아졌다. 총 아홉 발의 화살이 전신을 노린 채 날아왔다.
시간차를 두고 정교하게 날아오는 화살 무리.
쏴아아.
서진철의 검에 바람이 담겼다.
빙글 휘두르자 시간차를 두고 낙하하던 화살들이 지면을 향해 와르르 쏟아졌다.
그녀에게 풍검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 이번 대련이 처음이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화살의 위협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검선이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어느새 직선으로 내질러지는 검.
[귀신 걸음(A)를 사용합니다!]서예림이 스킬을 사용했다.
궁수가 되면서 스킬 또한 구성이 바뀌었다.
월보에서 바뀐 귀신 걸음은 거리를 벌리기 유용한 스킬이었다.
흐릿해진 그녀의 신형이 어느새 저 뒤까지 이동해 있었다.
문제는 그걸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검선 또한 계속 거리를 좁혔다는 사실이었다.
활을 쏴도 소용없었다.
모조리 쳐 냈으니까.
‘당황하지 마.’
검선과의 대련은 늘 그랬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행동을 전부 예측하곤 했다. 그렇게 형편없게 밀리다 패배하는 게 일상이었다.
심지어 할아버지는 지난번 S급 게이트를 최단 시간에 클리어하며, 자신이 더 강해졌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한 상태였다.
안 그래도 강했던 검선이다.
전력을 다한다 해도 상처 하나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할 수 있어.’
자신에겐 신궁이 있었다.
적어도 과거처럼 무기력한 패배를 답습하진 않을 것이다.
서예림이 눈을 빛냈다.
거리가 좁혀질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가 신궁을 들어 검을 막았다.
카앙!
S급 각성자와 A급 각성자.
사방에서 불똥이 튀며 둘의 초고속 공방이 이뤄졌다.
신궁을 장착하며 받은 강력한 보정. 거기에 그녀는 천부적인 궁술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궁술이란 건 단순히 활을 잘 쏘는 기술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재능.
그 재능은 활과 화살을 통한 무술의 영역까지도 닿아 있었다.
게이트에서 얻었던 S급 무공서.
[칠살보]이 무공은 특이하게도, 근접전에 대해 다루는 무공서였다.
일곱 번 걸어 화살로 적의 목을 찍어 버리는 무공.
고작 무공서의 내용을 한 번 읽었을 뿐인데, 그녀의 재능은 스킬의 구현을 성공해 내고 있었다.
[칠살보를 완벽히 재현합니다!]한 손에는 마나 화살을.
한 손에는 신궁을 든 채 검선의 공격을 맞받아치던 서예림의 눈이 찌푸려졌다.
다섯 걸음 째.
‘역시. 이걸론 안 돼.’
검선의 검술은 3년 전 마지막으로 대련을 펼쳤을 때보다 훨씬 더 진일보해 있었다. 할아버지가 고작 이 정도로 무너질 리 없었다.
좀 더 치명적인, 그러면서도 위협적인 공격을 펼쳐야 했다. 그래야 뭐라도 결과가 나오든 말든 할 것이다.
돌연 그녀의 머릿속에 상념 하나가 번뜩였다.
칠살보.
거기에 살상 지대를 통한 세 발의 정밀 저격을 섞는다면.
스킬은 일종의 규격화된 움직임이다. 그걸 섞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서예림은 해냈다.
일곱 걸음 째 걸었을 때.
그녀의 신형이 돌연 흐릿해졌고.
어느새 검선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그녀가 시위를 당겼다.
[칠살보와 정밀 저격을 완벽히 연계합니다!] [살상 지대가 효과를 보조합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칠보격(SS)가 생성되었습니다!]세 발의 화살이 지근거리에서 쏘아졌다.
그 순간.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세 발의 화살이 모조리 분쇄되었다.
서예림의 눈이 허망해졌다.
회심의 공격이 그냥 막혀 버린 셈이었으니까.
뭘 보지도 못했다.
근데 화살이 모조리 박살 난 채, 검선의 검이 목에 닿아 있었다.
자신은 활을 들어도 안 되는 것일까.
그때였다.
검선이 감탄한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 할애비가, 좀 놀랐다.”
“……네?”
“심검을 쓰게 만들 줄이야. 허, 참…….”
“심검……이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난번 스쳐 가듯 말했던 그 깨달음을 말하는 건가?
“축하한다. 네게 딱 맞는 훌륭한 직업을 얻었구나. 할애비가 인정하마. 넌 재능이 있다.”
“……저, 정말인가요?”
“그래.”
평생의 수련.
비록 검이 아닌 활을 들긴 했지만 그건 이제 상관없었다. 드디어 평생토록 원하던 숙원을 이루어 냈다.
서예림의 눈이 크게 떨렸다.
* * *
“……응?”
김민우가 갑작스레 떠오른 메시지에 눈을 좁혔다.
“뭐지? 갑자기 왜 업적 점수가…….”
마구 복사되는 거냐?